코스모스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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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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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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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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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타워#3

DUMMY


15분전.


[박정열 님의 히스토리를 열람하시겠습니까? Y/N]


Y. 그러자 화면에 촘촘히 나의 이야기가 타이핑되었다.


**


1. 생애


박정열. 28세. 서울 동대문구 이화동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의 실종 후 할아버지 손에 키워졌다.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용사로 무뚝뚝한 성격에 말수가 적지만 손자 정열과 손녀 은비를 죽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키웠다.


그는 부모가 없다 보니 누나 박은비와 각별한 사이로 자랐다. 16살에 할아버지가 사망하자 친척이 없는 상태로 둘이 살아가게 된다. 그는 누나의 죽음 전까지 대부분의 세월을 함께했다. 그는 누나를 매우 아꼈으나 그녀의 불행을 막지 못해 심적으로 큰 슬픔을 느낀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커다란 트라우마가 있다.


2. 능력


특별하진 않으나 전체적으로 준수한 신체 능력을 갖췄다. 또한 할아버지로부터 생존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그는 이벤트를 통해 생존 능력이 각성하며 잠재 능력이 발현되는 중이다. 위기에 몰릴수록 높은 집중력과 과감한 판단력이 발동하는 것이 강점으로 ‘적응자’로서의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특수기 ‘코스모스 AI’는 그의 기본 능력과 높은 호응도를 보이며 열세인 상황에서 일발역전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3. 종합 평가


거주지 쟁탈전 초반 강한 전투력을 보여주는 1군 전사들에 비해 불안정한 모습이나 높은 ‘의외성’으로 성장이 주목된다.


**

히스토리의 내용은 생각 이상이었다. 짧지만 핵심을 짚은 내용. 설명에 따르면 히스토리 1번 항목 '생애'에 관한 내용은 내 기억에 근거한다. 2번 항목 ‘능력’과 3번 한목 ‘종합 평가’는 코스모스 AI의 자체평가에 근거한다.


내 이야기를 제삼자의 서술로 본 감상은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였다.


이 기능은 타인의 삶을 훑어보는 용도로 유용하다는 것이 내 평가였다.



“너, 너, 너 도대체 어떻게!!”


상대의 동요는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름을 들킨 안설현은 놀란 나머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 미친놈 정체가 도대체 뭐야!?’


그녀가 내지르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왜, 안설현. 정체가 들키니 쫄려?”

“이름......까지......?”


쫄린다 뿐이겠는가. 당연히 놀라서 뒤집어지지. 그녀는 답 없이 입만 뻐끔거린다.


브로커가 정체를 들킨다는 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 그것은 이 판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로 ‘빅 아이’에게 꽁무니를 잡히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실 나야말로 그녀의 정체를 알고 놀랐다.


안설현. 27세. 국내 최대이자 세계 정상급 기업 ‘미래테크놀로지’ CEO 안진호의 손녀. 그녀는 양자 물리학에 정통한 과학자로 회사의 첨단과학 연구를 이끌고 있었다. 출중한 외모로 모델로도 이름이 알려진 그녀는 대한민국 최고 셀럽 중 하나다.


그나저나 이 여자, 인간이 왜 브로커를 하는 거지? 의문이 첩첩산중으로 쌓였다. 하지만 지금은 질문 타이밍이 아니다.


“도대체.......”

“관심법이라고 아냐?”

“뭐, 뭐?”

“내가 신기가 좀 있어.”

“이 미친....... 장난까니, 지금?”

“장난을 까든 고구마를 까든 네가 알 바 아니야. 동족끼리 돕고 살자고. 네가 왜 브로커 일을 하는 지는 관심 없다. 넌 그냥 내가 필요한 ‘정보’만 주면 돼.”

“크으.......”


설현은 분한지 부들거리며 입술을 깨문다.


히스토리에 따르면 그녀는 자존심이 매우 높고 승부욕이 엄청나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정체를 들켰으니 참을 수 없을 거다. 아마 나체로 서울역에 서 있는 기분일 것이다.


“어이, 그거 너 몸 아니야. 입술 그만 물어. 애 피 나겠다.”

“개소리 집어치워!!”


빽! 설현은 처음의 나를 깔보는 말투는 어디 가고 노발대발했다.


“야! 너 우리 민서한테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꺼져!”


꽥! 그러자 흥분이라면 지지 않는 희주가 참지 못하고 설현에게 소리쳤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얼굴도 모르는 인간이 딸의 몸을 점거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니 참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희주는 민서의 상태에는 익숙한 느낌이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 아닐까. 신내림(LV3)이라는 능력은 아마 세계가 이렇게 되기 전에 민서가 가진 고유한 능력일 것이다.


“희주 씨, 진정해요.”

“진정하라뇨! 정열 씨, 지금 이 사람 편드는 거예요?”

“그런 거 아니고요.”

“편! 들고 있잖아요!”


희주는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녀는 불청객이 민서의 몸을 잠식한 사실도 불쾌해했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대하는 내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 그녀는 왠지 모르게 굉장히 비이성적이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희주 씨가 이러면 민서가 빨리 돌아올 수 없어요.”


나는 단호하게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화난 그녀를 맞장구쳐 주다가는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겨우 희주의 흥분을 가라앉힌 나는 설현에게 말했다.


“저, 그, 이쪽도 진정하고, 설현 씨.”

“이름! 부르지 마!”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여기도 만만치 않다. 한 성격 하는 두 여자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은 굉장히 피곤하다.


“알겠어. 원하는 답만 주면 돼. 도박사를 어떻게 만나지?”


나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자 그녀도 이젠 어찌할 수 없다는 듯, 뭔가 내려놓은 말투로 답했다.


“도박사를 만나는 방법은 몰라.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어.”

“그러면?”

“하지만 그가 나타나는 지역은 알지. 한창 ‘사업’에 공들이는 중이니까.”

“알기 쉽게 말해 봐.”

“도박사가 운영하는 ‘카지노’로 가.”

“......카지노? 위치는?”

“잠실 메가타워.”


메가타워. 잠실에 있는 11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이다.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그녀를 고용한 도박사는 이름 꽤나 알려진 마피아로 지구에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거주지 쟁탈전이 열린 직후부터 말이다.


카지노. 뜻밖의 단어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도박사가 카지노를 운영한다, 라.


설현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내가 알던 강원도 어디 뫼에 있는 그런 카지노와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스톤. 이곳의 도박 시설은 달러도, 엔화도, 원화도 아닌 오직 ‘스톤’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이름은 ‘마스카포네 퀀텀 카지노’다.


이곳의 출입은 종족의 구분이 없다. 원주민과 거주자를 가리지 않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자격’을 가진 자는 누구든 입장이 가능하다.


“자격?”

“그래. 이곳에 출입을 원하는 자는 자격이 필요해.”

“무슨 자격?”

“스톤.”


설현은 이 카지노에 입장하려면 최저 3만 스톤은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가드에게 막혀 입구 컷 당할 것이다.


“너, 3만 스톤 있니?”


설현이 실눈을 뜨며 비웃는 뉘앙스를 풍긴다.


3만 스톤. 서울의 34평 아파트 가격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시무시한 액수다. 지금까지 번 스톤을 전부 합쳐도 1만을 간신히 넘을 텐데 3만이라니. 그마저도 다 쓰고 지금은 5천뿐이다.


“있을 리가 없잖아.”

“포기해 그럼.”

“네가 좀 빌려주면 안 돼?”

“없어. 야! 그리고 미쳤니, 내가? 너한테 3만 스톤을 빌려주게? 신용불량자처럼 생겨가지고서는!”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설현을 봤다. 도대체 신용불량자처럼 생긴 건 어떻게 생긴 건지 따져 묻고 싶었으나 입만 아플 것 같다. 이 여자는 기본적으로 안하무인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성격 같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해킹으로 설현의 스톤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민서의 몸에 ‘빙의’한 상태. 아쉽지만 그녀의 신상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없다.’라고 한 걸 보니 정말 없는 뉘앙스다. 브로커라길래 스톤이 많은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브로커가 뭐 이래.......”

“야!”


설현이 눈을 부릅뜨며 악을 쓴다.


나는 무시하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살아남은 시민들에게 모금을 좀 해야 하나.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나는 이 구역 대표자고 시민들의 여론은 나에게 우호적이다. 취지만 잘 설명하면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스톤이 없을 수도 있다. 대부분 시민은 빈털터리다. 그건 안 봐도 비디오다. 또, 있어도 안 내놓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스톤을 주는 건 어쨌건 주는 사람 마음이다. 안 준다고 협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만 스톤이라.......

한창 등산 잘하다가 유리천장에 막힌 기분이다.


설현은 그런 나를 보곤 혀를 끌끌 찼다.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멍청하기는.......”

“뭐가.”

“넌 이미 출입증을 가지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


빅 아이 프리패스 이용권(1개월).


- 본 이용권을 소지한 자는 ‘빅 아이’의 관할구역을 패널티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 본 이용권을 소지한 자는 ‘빅 아이’와 관계된 각종 관광, 레저 시설을 패널티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놀이공원, 프리마켓, 관광단지, 카지노 등)

- 본 이용권은 소지한 자를 포함하여 최대 4인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

- 본 이용권의 만료는 발급일 기준 1개월이며 심사를 통해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 본 이용권은 양도 불가능하며 기간 연장 및 철회만 가능하다.


**


일인자 대결의 승리 보상으로 받은 프리패스 이용권.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설현의 설명을 듣고 보니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빅 아이에 의해 모든 구역이 나눠진 이 세계는 구역 간 자유로운 출입이 어렵다. 각종 통행료에 세금, 검문검색까지 있어 지금 상황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쉽게 말해 EKA-38 구역으로 내가 나가는 것도 어렵고, 누군가 들어오는 것도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이용권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전 세계를 무비자로 왕래할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의 여권인 셈이다.


또한 이 이용권은 ‘빅 아이’ 산하의 여러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스카포네 퀀텀 카지노’도 포함된다. 카지노는 ‘빅 아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다. 일종의 VIP 초청권으로 카지노 이용을 가능케 한다.


그것도 무려 4명이나 같이 쓸 수 있다.


“요놈 아주 물건이네.”

“승리 보상으로 이용권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아. 베팅 보상으로 이용권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꽤 놀랐다고. 넌 여러 가지로 아다리가 잘 맞는 놈이야. ‘잘 짜여진 판’에 들어온 체스처럼 말이야.”


잘 짜여진 판이라. 그럴 수도 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사건이 몰아치며 나를 어딘가 끌고 가는 것 같다는 느낌, 솔직히 받고 있다. 하지만 꼭두각시 장기 말 역할은 사양한다. 나를 끌어들인 모든 운명을 이 판때기로 끌고 내려와 주겠다.


“아무튼, 설현.”

“야! 이름 부르지.......”

“고맙다.”

“뭐, 뭐.......”


지금의 고맙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말투는 진짜 네가지 없는 여자긴 하지만 그녀의 조언이 모두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가? 설현, 아니 민서의 볼이 빨개졌다. 조금 의외라고 해야 하나?


히스토리에 서술된 그녀는 양자역학 분야의 세계적 천재이긴 하지만 사회성은 좋지 않다. 독선적 성격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여자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도, 들은 적도 거의 없을 터. 진심이 담긴 감사 표현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


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설현, 넌 유능한 브로커야, 그렇지?”

“흥! 말해 뭐해. 네깟 녀석에게 정체가 밝혀진 것 빼면 지금까진 완벽했단 말이야.”

“그래, 넌 참 대단해. 능력도 좋고. 꼭 필요한 여자야, 안설현. 그니까 말이야.......”


나는 얇은 양피지 뭉치를 꺼냈다. 대부분 사용하긴 했지만, 아직 몇 장 남아있다.


그것은 마성준이 구청 방어벽에서 나에게 넘긴 ‘사악한 천사의 계약서’.

사용자 간의 계약 내용을 강제하는 퀀텀 파츠.


안설현 저 여자는 아주 빛과 소금 같은 유용한 여자란 말이지.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씨-익.


나는 입술이 찢어지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와 계약하자.”



작가의말

어떤 의견이든 주시면 나아가고 발전하겠습니다. AI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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