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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78
추천수 :
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9.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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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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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메가타워#2

DUMMY

신고.


여기에 ‘신고’라는 개념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 우측 하단에 Q&A와 건의 사항이 있다. 써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만들어 놓진 않았을 터. 이 기능을 통해 프로그램 관리자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장난하는 거 아니다.”


최대한 낮고 의미심장하게. 그래야 먹힐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협박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난 어떤 상황이든 타이밍을 꽤 아는 사람이다. 본능이 말한다. 확고한 결심을 보여주라고.


“난 내 정체도 적한테 까발리는 놈이야. 알지? 너 하나 못 넘길 것 같아?”


민서는 말이 없다. 아이의 눈은 나를 보지만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어서.”

“하.......”


민서가 갑자기 맥 빠지는 소리를 낸다. 순간 아이의 표정이 바뀌며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좀 더 날카롭고, 좀 더 지적이게.


이것이 빙의인가.


팍! 민서, 아니 다른 누군가가 내 손을 뿌리치며 두 팔을 든다.


“오케이. 좋아. 내가 졌어. 애 손목 빠지겠다. 이 아인 나한테도 꽤 소중한 ‘참가자’야. 일단 놔.”


“미, 민서야.......”

희주는 사태 파악이 전혀 안 되었다. 그녀는 딸의 이상한 언행이 낯설다.


“괜찮아, 아줌마. 아이는 멀쩡해.”

“아, 아줌마? 민서야......?”

“이 녀석은 지금 민서가 아니에요.”


나는 희주를 진정시켰다.


“너 정체가 뭐야?”

“내 말에 먼저 답해. 너 뭐 하는 놈이야? 어떻게 내 정체를 알아챘지?”

“감.”

“감 따는 소리 하고 앉았네. 그럴 리 없어. 너 뭔가 있지?”


심히 미심쩍은 눈빛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이지 않는 뭔가’를 꿰뚫어 보는, 소위 ‘통찰’ 계열은 쉽게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설혹 가진다 해도 그에 상응하는 높은 은하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어중이떠중이가 길거리에 동전 줍듯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녀석은 지금 정열을 보며 ‘이해할 순 없으나 이 초짜가 몸에 맞지 않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당연히 그 생각은 자연스럽다.



“지금 내 호구조사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닐텐데? 저기 하늘에 떠 있는 살벌한 눈동자한테 메시지 보낼까?”


나는 손가락으로 구름에 떠 있는 거대한 눈, ‘빅 아이’를 가리켰다. 저것은 어느 각도로 봐도 보는 사람을 노려본다. 상당히 거슬린다.


그리고 그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치잇!”


놈이 썩은 표정을 지으며 볼멘소리를 냈다. 확실히 녀석은 핀치다. 평정심을 잃고 내 말에 동요한다. 하긴, 그러지 않고서야 정체를 드러낼 리 없겠지만.


“한 방 먹였다고 좋아하지 마. 네가 프로그램에 신고하면 이 아이도 ‘조사 대상’이 돼. 잘못하면 ‘징계’받을 수도 있어. 그러길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보통내기는 아니다. 놈은 위기임에도 상황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약점을 파고들 줄 안다.


네놈이 맞다. 민서를 볼모로 잡게 둘 순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이 아이는 내가 지킬 거야.”

“지킨다고 지켜지니? 그래서 넌, 누나 지켰니?”

“자극하지 마. 당장 쳐 잡혀가기 싫으면. 신고한다.”


까딱까딱. 검지를 치뻗으며 메뉴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야, 야, 진정해!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 민주적으로 이야기하자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야. 정체를 밝혀.”

“민주적으로 내 말에 먼저 답해. 어떻게 나를 알아챘지?”

“말했잖아? 감이라고. 꼬리 밟힌 건 너야. 넌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었어. 난 네가 있을 곳이 병실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개자식이.......”


어거지 같아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내용이다. 외부에서 나를 감시할만한 장소는 없었다. 당연히 병실 내부를 의심하는 것이 의식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녀석은 내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다. 이론적으로야 맞겠지만 실전에서 그런 생각이 쉽게 들겠는가.


하지만 내 말을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녀석은 나에게 ‘적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다.’ 정도로 추론하는 것 같았다.


“비밀이 많은 놈이군. 내가 어쩌길 바라지?”

“뭐 하는 녀석인지 먼저 말해.”


**


브로커.


거주지 쟁탈전의 음지에서 활동하는 ‘청부업자’다. 대개 베팅 주체인 ‘도박사’ 혹은 ‘기관’의 의뢰로 활동한다.


이들은 원주민과 지원자의 승부에 흘러들어 작은 ‘변화’나 ‘파문’을 만들어 낸다. 프로그램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것이 그들의 유일무이한 규칙.


또한 그들은 ‘쓸만한 참가자’를 케어하며 입맛대로 움직인다.


참가자는 브로커의 도움을 받고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베팅 결과에 영향을 준다.


쉽게 말해 ‘승부조작’이다.


**


마성준과 지경탁도 녀석의 ‘지도’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빠른 성장이 말이 된다.


이 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조건. 그것은 정보. 브로커는 그것을 독점하고 참가자들을 쥐락펴락한다.


“브로커?”

“그래.”


브로커라.......


“넌 아까 ‘주목받는 원주민 리스트’라고 했는데 그건 뭐야?”

“원주민 중에도 특별한 녀석들이 있다. ‘빅 아이’는 은하력이 높은 순으로 그들을 정리한다. 그래서 도박사에게 비싼 값에 넘겨. 베팅 자료로. 경마 알지? 경마장 가면 말이랑 기수 정보가 나온 책 있잖아. 요컨대 그런 거야.”

“그들은 강해?”

“강함의 기준은 상대적이지. 서울에서는 글쎄, 잠깐.”


녀석은 허공에 뭔가를 검색하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서울권은 현재 4명의 원주민이 리스트에 올랐다. 강동의 천준호. 강북의 조만식. 강남의 남궁빈. 강서의 추설. 정보지에 따르면 이들은 어제 기준으로 모두 은하력 500 이상으로 추정.”

“500?”

“그래.”


은하력 500이면 257인 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것도 배 이상이나. 인간 중에 은하력이 높은 녀석이 있다니 좋은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한편으론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 겨우 지금 수준에 이르렀는데 저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길래 저렇게 강한 걸까?


그때야 비로소 브로커 녀석이 말했던 ‘지금의 평화를 즐겨라.’라는 말이 피부에 닿았다.


적의 침공에서 해방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죽치고 이 구역에 앉아 있어 봐야 다가올 ‘본 게임’이 시작되면 허무하게 멸망할 것이다.


앞으로 전야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양날의 검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적과의 전투를 통해 성장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고작 천 명 남짓 남은 인간끼리 서로 죽여가며 스톤을 뺏을 것인가? 아닐 말이다.


고딩 때 하던 삼국지 게임이 생각났다. 군웅할거. 춘추전국시대. 내가 속한 EKA-68 구역은 딱 그 상황이다. 변변찮은 물자도, 인재도 없는 변두리 소도시. 그리고 그 변방 도시의 대표자가 바로 나다.


생각을 해 보자.


지금 상황에서 적은 누구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갑병들인가? 그건 Yes. 일단 그들이 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도 인정사정없는.


그렇다면 타 구역의 인간은 모두 ‘아군’인가? 나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니, 그건 ‘No’다.


나는 이미 보았다. 생존자 채널 방장 민국이 벌인 무차별 인간 살인을. 어디 그것뿐인가. 전세 사기꾼 지경탁과 마성준이 사람 목숨을 저울질하며 스톤을 벌어들이던 행위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 인간을 무조건 신뢰한다는 것은 너무 물렁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도, 이 구역도. 그것은 명확하다. 상대가 누구든 본 게임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하긴 내가 지금까지 살던 사회라고 다를 것 있나. 무한경쟁에 짓눌린 젊은 세대나, 막막한 노년에 한숨짓는 중년이나, 그 노년에 찾는 이 없어 고독하게 삶을 마감하는 노년이나.


단단한 준비 없이 세상을 대하다간 죽는다. 마음의 준비건 돈의 준비건.


죽음.

그것은 사회적 죽음이나 육체적 죽음이나 별반 다를 것 없다.

나는 누나를 보면서 그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불쌍한 나의 누나는 이번 생에서 두 번 죽었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살아남아 주겠다. 죽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른 필요한 하나는.......

나는 민서의 몸에 빙의한 브로커에게 물었다.


“요청이 있다.”

“뭔데?”

“도박사를 만나고 싶다.”

“하하하!”


당연한 반응이랄까. 녀석은 ‘이 미친놈이 미쳤구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박장대소한다. 민서의 얼굴을 하고 그런 웃음을 지으니 큰 이질감이 들었다.


“인간, 아니 원주민이 도박사를 만난다고? 제정신이야?”

“안 될 건 뭐야?”

“만나서 뭐 할 건데? 도박은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그만 하세요, 라는 말이라도 하게?”


아니.

설마 내가 그 짓거리 하려고 도박사를 만나겠니.


“나는 놈과 ‘거래’할 거야.”

“뭣이!?”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기겁한다. 내 생각보다 도박사라는 존재가 굉장한 것 같다. 저들에게는. 상당히 냉철해 보이는데 호들갑 떠는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만나는 것도 모자라 원주민이 도박사와 ‘거래’를 한다고. 하하! 하하하!”


브로커는 한참을 숨이 넘어갈 듯 웃어젖혔다. 기절초풍할 소리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내가 그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니?”

“응. 백 퍼센트 확신해.”

“미쳤구만.”

“아니. 너는 들어 줄 수밖에 없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지?”

“근거?”


근거라....... 있지. 근거.


나는 새롭게 얻은 해킹(LV3)의 ‘신기능’을 통해 보았다. 녀석의 정체를.


**


대략 15분 전.


나는 새로 얻은 기능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해킹(LV3).

- 대상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 대상의 로그기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대상의 ‘히스토리’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 연계기로 ‘융합’을 열 수 있습니다.


히스토리.


이것은 해킹의 레벨이 한 단계 높아지며 얻게 된 능력이다. 이것은 로그기록 열람과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성격이 다르다. 로그기록이 프로그램 내에서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면 히스토리는 해당 캐릭터의 삶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로그기록에는 ‘민서의 활동 내역’만 나온다. 그러니 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히스토리는 다르다. ‘로그기록 상에 등장한 존재’에게도 접근할 수 있었다. 스치면 인연이라고 한 번 왔다 간 모든 인물의 정보를 캐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놈과 대화하는 중에 창고에서 이 기능을 시험해 보았다.


**


놀랐다. 사실. 이 녀석의 히스토리에 접근했을 때는. 그리고.......



넌 절대 거부 못 한다.

나는 황당한 표정의 브로커를 보며 썩소를 날려주었다.


“내 근거는 단순하다. 너는 ‘인간’이니까, 안설현.”




작가의말

어떤 의견이든 수용하고 발전하겠습니다. AI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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