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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67
추천수 :
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8.10 22:19
조회
33
추천
3
글자
13쪽

전야제 #1

DUMMY

이벤트.


정식 명칭은 ‘행성 거주권 쟁탈전(戰)’.

기존 ‘원주민’과 ‘지원자’가 거주권을 두고 벌이는 싸움.


원주민은 멸망하지 않기 위해

지원자는 각자의 이유로


법에 따라

프로그램이 정한 규칙대로


경쟁한다.


문명과 종족의 명운을 걸고.


그러나 이것은 어떤 이들에겐 ‘축제’다.


행성을 무대로 생중계되는 생과 사의 향연은 ‘누군가’에겐 짜릿한 오락거리다.

한쪽에선 최종 승자를 두고 입이 쩍 벌어지는 스톤의 도박판이 벌어진다.


또한 이 기간에는 행성 방문이 가능해 이 피 튀기는 쇼를 라이브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부유한 ‘방문객’들은 웃돈에 웃돈까지 얹은 ‘방문증’을 사서 개최지를 여행한다.


생존과,

생존을 재료로 빚어지는 쾌락.


이 양면적 속성이 쟁탈전을 ‘이벤트’라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빅 아이 네트워크는 이 분야의 톱을 달리는 플랫폼이다.

(중략)


**


피 냄새 섞인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옥탑.

거리는 고요하다.


다행이랄까.


야단법석을 떨며 울린 경고음 뒤에도 적은 곧바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사형수에게 마지막 만찬을 주기라도 하는 듯.


그리고 사형수인 나는 살기 위해 프로그램 설명서를 뒤적거리고 있다.


볼수록 황당하고 열받는 말뿐이다.

인간을 고사상의 돼지머리보다 하찮게 여기면서 친절한 안내자인 양 분칠하는 이 프로그램의 태도가 말이다.


종이책이었으면 박박 잘게 찢어서 불쏘시개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화딱지도 사치다.


이벤트 재개 시점인 19:30까지 이제 한 시간 남았다.


그리고 나에겐 본의 아니게 지켜야 할 인간이 2명이나 있다.


어딘가 허술하고 푼수 끼 다분한 전직 BJ 희주.

그리고 엄마보다 똘똘해 보이는 그의 딸 민서.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이 판때기에서 절대 자력 생존이 불가한 궁극의 약자.

뭐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게 바라보진 않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아무튼 이들을 데리고 살아남으려면 주어진 정보와 능력을 조합해 ‘생문(生門)’을 찾아야 한다.


나는 다시 집중하며 설명서를 읽었다.


**


이벤트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에피타이저 격인 전야제

메인디쉬 격인 본무대

디저트 격인 피날레


현재는 전야제 기간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벤트가 개최된다.


전야제의 규칙은 원주민에게 사전 공개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규칙의 존재가 이미 원주민에겐 어드밴티지이기 때문이다.


전야제는 전체 이벤트의 흥행 여부에 중요하다.

(중략)


**


“그니까, 아무도 그런 거 바라지 않았다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생존에 도움 되는 정보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상태 창을 열었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박정열

칭호: 이 구역의 일인자

기본기: 기갑체(LV1)

파생기: 기갑권(LV1), 외치기(LV1)

특수기: 코스모스AI[해킹(LV2), 융합(LV1), 방화벽(LV1), 채팅(Locked)]

퀀텀스피릿: 획득한 스피릿이 없습니다.

은하력: 85


퀀텀스톤: 858S


**


은하력이 꽤 올랐다.

민국과의 전투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녀석은 강했고, 생사가 걸린 스파링 장에 올라선 경험은 확실히 능력 숙달에 도움이 됐다.


해킹의 레벨도 한 단계 높아졌다.


해킹(LV2)

- 대상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로그기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연계기로 ‘융합’을 열 수 있습니다.


로그기록 보기가 새로 생겼다.

기술을 사용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기록에 남는다. 상대의 지난 흔적을 살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뒤이어 외치기 기능을 확인했다.


외치기(LV1)

- 해당 구역 참여자들에게 전체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전체 메시지라.

채널의 입장에도 스톤을 써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민국이 강하긴 강한 놈이었던 것 같다.

그 녀석 하나 잡았을 뿐인데 이 구역의 일인자라니.


하지만 거창한 칭호 치곤 부가 기능이 실용적이진 않다.

좀 더 전투에 특화된 것을 부여하면 좋으련만.

조금 아쉽다.


“정열 아저씨, 뭐해요.”


민서가 내 옆구리를 찌른다.


“공부 중이야. 생존 공부.”

“그런 것도 공부해야 해요?”

“응. 그리고 어른들은 더 해야 해.”

“왜요?”

“아이들을 지켜야 하니까.”

“......우리 엄마는 안 하는데.”


“야! 김민서!”


희주가 으르렁거리며 달려와 민서에게 꿀밤을 먹인다.


“왜요, 맞는 말 하는데.”

“정열 씨! 그, 그렇게 말하면 애들 교육에 안 좋아요. 그리고 저도 열심히 채널 보는 중이라고요. 좋은 곳 없는지.......”

“어디요. 보문동 돌싱 모임?”

“정열 씨!”


희주가 꽥 소리치며 씩씩댄다. 나는 진정하라며 손사래를 쳤다.


어쩐지 친근해진 분위기.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나이 차도 꽤 나는데 말이다.


내 생각에 그녀는 나를 ‘보호자’로 여기는 듯하다.

사실상 그러긴 하다.

고진호 녀석에게 팔려 가게 뒀으면 지금쯤 그녀는.......


그러니 표면적으로 장난은 쳐도 조심스럽고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그때였다.


[마성준 님이 외칩니다.]

[아. 아. 생존자 여러분들은 지금 구청으로 와 주십시오. 저희는 정부 기관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생존자 여러분들은 지금 구청으로 와 주십시오. 저희는 정부 기관입니다.]


티키타카 와중에 머리를 울리는 소리. 프로그램에도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떴다.


“정열 씨.”

“네, 저도 들었어요.”


전체 메시지. 내가 습득한 ‘외치기’ 기능과 유사해 보인다.

그런데, 마성준?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다.



어쨌거나 구청이라. 빠른 걸음으로 20분 내외의 거리다.

그런데 이상했다. 정부가 기능을 했다면 왜 이제야 알리는 걸까?


하지만 이벤트 재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확인해 볼 가치는 있었다. 사실이라면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가 보죠.”


우리는 빠르게 구청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15분쯤? 민서에겐 미안하지만 거의 뛰다시피 걸으며 구청에 다다랐다.


“정열 씨, 저기!”


희주가 먼 거리에서 손가락을 가리킨다.

그런데 웬걸? 구청이 보이는 길목에 들어서며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첫 번째는 방어벽. 구청은 상당히 큰 건물이다. 보통 영화관이 있는 빌딩 규모다. 그런데 건물 전체가 수직의 반투명한 에너지 방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궁금증이 커진다.


누가?

어떻게 저 정도 규모의 방벽을 친 거지?

이것은 인간의 능력인가?

알 수 없다.


두 번째는 사람들. 장사진을 이룬 것이 어림잡아 3, 4백 명은 되어 보였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 있다가 한 번에 몰려온 것일까. ‘외치기’ 기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방벽 입구는 사람들의 고성으로 소란스럽다.


“제발 들여보내 주세요!”

“아이만이라도! 아이만이라도!”


아이를 안고 온 부부, 늙은 어미의 손을 붙잡고 온 아들, 휠체어에 탄 자식을 끌고 온 아비.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쾅쾅! 방벽을 쳐대며 구원을 요청한다.

해킹으로 볼 필요도 없이 그들 대부분은 10 미만의 은하력 빈곤층이다.


하지만 총을 든 경비들이 굳은 표정으로 방벽 안쪽에서 입구를 막고 있다.

반투명의 입구는 닫혀있긴 하지만, 날이 선 그들의 눈을 보니 들어오면 정말로 쏠 기세였다.


“자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확성기를 든 남자의 음성이 들린다.


사람들이 많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희주 모녀를 데리고 조금 더 안으로 전진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수용인원이 한계가 있어서 다 받을 수는 없고요.”


남자의 목소리는 크고 차분했다.

시민들의 절박함 따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뭐,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가 내뱉은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입장권을 경매 붙이겠습니다.”


웅성웅성.


시민들이 일순 조용해지며 당황스러운 듯 웅성거린다.

그러더니 이내 날이 선 반응을 보인다.


“그게 도대체 뭡니까! 정부 기관이라면서요! 약자인 시민들을 구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들여보내 주세요! 괴, 괴물들이 몰려올 거라고요!”

“이, 이 친구 미친 거 아니야!”


기세가 거세다. 성난 시민들이 주먹을 두드린다.

하지만 방벽은 실제로 상당히 강고해 보였다.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100스톤!”


확성기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다시 울린다.

그러자 그 기백에 놀랐는지 시민들이 다시금 가라앉는다.


몇 초간 잠잠하던 확성기에서 불꽃이 터지듯 세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니까 살려 주겠다잖아!! 스톤 가져 와, 스톤!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우리가 정부야, 이제! 어? 여기가 정부 청사라고, 이제! 알아들어?”


종전과는 180도 다른 톤.

이게 진짜 나라고 호통치는 듯한 발성.

짜증을 넘어선 멸시.

발밑의 벌레를 내려보는 듯한 배려심 제로의 목소리.


“.......”

시민들은 그것에 압도당해 숨소리마저 죽인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자비란 없다.


남자의 톤이 더욱 고압적으로 울린다.


“100스톤 없어? 100스톤? 뭐, 이 씨, 진짜! 13일 동안 뭐 한 거야, 도대체? 거지야? 스톤도 없어?”

“저, 저.......”


이 상황을 직시한 누군가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30대로 보이는 남자로 군용 배낭에 터질 듯 바리바리 물건을 싸 왔다.


“뭐? 산다고?”

“네, 네.......”

“잠깐만. 없어, 더? 100스톤! 없어?”


확성기의 남자가 확인을 위해 다시 소리친다. 하지만 정신이 멍한 시민들은 그의 말에 아무 반응을 하지 못했다.


“낙찰. 들어와. 저기 ‘계약실’ 보이지? 저 안에 사람한테 가서 ‘계약서’ 써. 알겠어?”

“네, 네! 가, 감사합니다!”

“그래. 응? 싸게 들어가는 거라고. 가 봐.”

“네!”


그렇게 몇 초 상간에 배낭의 남자가 쏜살같이 안으로 진입했다.

벽 바로 안쪽에 만들어진 작은 반투명의 방에 정장의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헐레벌떡 들어간 사내는 배낭을 던지듯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그리곤 정장의 남자가 하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잠시 뒤,


“150스톤!”


확성기가 다시 쩌렁 울린다. 50스톤이 올라갔다.

150스톤이라. 100도 많은데 그 정도 스톤을 가진 자가 있을까?


갑자기 높아진 숫자에 시민들이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


“그런 ‘큰돈’은 없어요! 제, 제발!”

“부탁이에요! 낮춰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확성기의 남자는 담담하게 대꾸한다.


“모아.”


순간 귀를 의심했다.


실로 비정하다. 도대체 어떤 놈일까?

나는 사람들의 숲을 헤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뭐, 뭐라고요.......”

“모아. 없으면. 가족끼리 모으라고. 한 놈이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입장권을 경매에 부친 점이 참으로 악마적이다.

이제 이벤트 재개까지 30여 분 남은 상황.

시민들은 절대적 약자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이렇게 기울어진 것이 없다.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입장권을 가장 높은 가격에 받는 방법.

그것이 경매.


확성기의 남자도 대충 시민들의 스톤이 얼마나 있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1스톤이라도 더 빼먹겠다는 장삿속을 펼친다.


그리고 30초 뒤, 그럼에도 시민들은 어떻게든 입장권을 얻고자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여기 150!!”

“자, 잠깐만! 155!”

“아, 아니, 여기요! 160! 160 낼게요!”


정신없이 경매 판이 벌어진다.


그러는 사이 나는 드디어 해킹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인지, 어떤 능력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해킹을 시도했다.


**


우주민등록증(임시)


이름: 지경탁

칭호: 악랄한 장사꾼

기본기: 건강한 신체(LV2), 장사꾼의 본능(LV2), 불의를 따르는 마음(LV2)

파생기: 빌라왕(LV3), 달변(LV1)

특수기: -

퀀텀스피릿: 증폭

퀀텀 파츠: 메가 증폭기(일반)

은하력: 69


퀀텀스톤: 2,332S


**


“저 자식......!”

프로그램 창을 보는 순간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나의 동요에 희주가 놀라 묻는다.


“왜, 왜 그래요, 정열 씨. 무슨 일 있어요?”


하지만 나는 희주에게 답할 수 없었다.


지경탁.

설마 ‘그놈’인가? 설마?


나는 마지막 사람 띠를 뚫고 방벽 앞에 섰다.


방벽 안에는 확성기를 들고 떠드는 남자와 생글생글 웃으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둘은 내가 익히 아는 자들이다.


바로, 누나에게 전세 사기를 친 건물주와 공인중개사.


작가의말

어떤 것이라도 의견 주시면 소중히 반영하고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AI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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