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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K
그림/삽화
NOVAK
작품등록일 :
2024.08.05 19:36
최근연재일 :
2024.09.15 14:48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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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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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수 :
104,043

작성
24.09.0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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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야제 #10

DUMMY


버저비터를 바라보는 관중의 그것처럼 숨 막히는 찰나의 침묵이 지나고.......


파지-직!


뚫린 배와 연결된 녀석의 손을 타고 프로그램이 침투했다. 처음 해 보는 거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심어라. 마음속의 외침에 즉각 반응하여 무언가 몸에서 빠져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크어어어-엉!!


레오파드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굉음을 냈다. 놈이 포효하자 팔각정 일대가 무너질 것 같은 울림이 일었다.


지직! 지지직!


레오파드의 저항이 거세다. 처음 이것에 맥없이 당했던 기갑병과는 반응이 달랐다. 놈은 주입된 ‘뭔가’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격렬하게 저항했다.


“너...... 나에게...... 무엇을.......”


둘 사이에 일어나는 전기 폭풍 속. 레오파드가 사나운 야수의 표정을 지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쿠-웅!


눈동자의 빨간불이 스르르 꺼지며 대자로 뻗는다.

놈이 전투 불능임을 확인한 순간 나는 무릎을 꿇고 넘어졌다.


삑삑-


[누적된 데미지와 신체의 훼손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경고. 빠른 복구가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이 연이어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더 이상 수가 없어 배수진을 친 거지만 이런 도박은 절대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하면서 벌써 두 번이나 했네? 젠장. 몸을 가누기 힘들다.


“일인자님!!”


멀찍이 대기하고 있던 김정미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나는 융합을 쓰기 전 미리 그녀에게 스톤을 보내며 부탁했다. 동귀어진의 기술을 쓸 거니 내가 쓰러지면 도망치고 적이 쓰러지면 구해달라고.


그리고 그녀는 언급해 둔 대로 500스톤 짜리 ‘만능 빨간약’을 들고 와 내 상처 부위에 뿌렸다.


레오파드 놈은 덩치만큼 손가락도 굵어서 내 배에 큼지막한 바람구멍을 다섯 개나 냈다. 절명할 수도 있는 큰 상처. 빨간약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스스스스.


다행스럽게도 약효가 든다. 신기하게도 배에 뚫린 구멍이 메워진다.


“일인자님, 괜찮아요?”


김정미가 내 등을 살살 문지르며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20대 중후반? 내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앳된 얼굴에 왕방울 뿔테를 꼈다. 대학 시절 잠깐 사귀었던 같은 과 동기를 살짝 닮았다.


“괜찮아요. 그리고 이름 불러요.”


나는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두어 발짝 뒤에 뻗어 있는 레오파드를 보았다. 놈은 아직도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꿈틀대고 있었다. 죽은 건가? 사후 반응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온......다.......”

“꺄악!”


김정미가 놈의 기계음에 파르르 떨며 나에게 안겼다. 검지를 뻗으며 중력필드를 쓰려한다.


“자, 잠깐.”


나는 그녀를 말리며 놈에게 다가갔다.


“뭐가 온다는 말이야? 그리고 너희 도대체 뭐야? 왜 인간을 짓밟는 거야?”


묶어서 심문한다면 물어보고 싶은 말이 한도 끝도 없다.


깜빡깜빡. 구도심의 낡아빠진 간판처럼 힘을 잃어가는 녀석의 붉은 눈동자.


“......본대가...... 온......다.......”


크르르르.......


“야! 야!”


띠링!


[축하드립니다! 상대의 일인자를 쓰러뜨렸습니다.]

[승리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승리 보상으로.......]

승리를 알리는 프로그램의 메시지. 연이어 보상이 줄줄 쏟아진다.


그때야 실감했다.


놈은 죽었다.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 채 말이다.


나는 레오파드의 몸을 흔들며 소리쳤다.


“야! 야! 죽지 말고 대답...... 윽!”

“일인자님!”


삑삑-


[무리한 출력으로 ‘오염’이 가속합니다.]

[방화벽의 자가 복구 기능이 가동됩니다.]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대바늘로 푹푹 찌르는 것 같다.


몸에 힘이 빠진다. 갑자기 열사병에 걸린 것 같이 정신이 핑 돌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일인자님! 일인자님! 야! 박정열!”


철썩! 김정미가 쓰러진 내 몸을 흔들다 급기야 뺨을 후린다.


어라, 싸대기......? 이 여자 봐라. 하는 짓도 동창 같네. 손바닥 매운 것까지. 이봐요. 난 괜찮다고.......


하지만 탈진 상태에 앞도 보이지 않는다.


난 괜찮다......고.......


**


[하하. 흥미롭군. 까딱하면 판돈 날릴 뻔했어.]


빼곡하게 얼굴을 덮은 하얀 수염.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화면 속에서 호탕하게 웃는다.


언뜻 평범해 뵈지만 어딜 봐도 보통 ‘노인’도, 보통 ‘인간’도 아니다. 소용돌이치는 그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차원으로 빨려갈 것 같다.


‘무승부’에 베팅한 그는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잃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승리’에 베팅한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다. 판은 무효가 됐고 판돈은 회수됐다.


[그나저나 ‘보안’에는 문제없나? 요즘 감시가 까다롭더군. ‘빅 아이’ 이것들이 공정 경쟁이니 정화 활동이니 하면서 ‘에이전트’를 너무 풀어 놔.]


일인자끼리의 대결에서 정열에게 ‘퀀텀 존’을 알려준 건 위험한 행위다. 전황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로 그랬다. 프로그램의 감시 체계에 외부인의 개입이 감지되면 제재를 당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직접 개입’은 아닙니다. 전 ‘외부인’ 신분도 아니고요. 그 정도의 ‘보이지 않는 요행’은 어느 판에서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야제 기간입니다. 에이전트가 활동하기에는 판이 너무 작죠.”


암실(暗室). 소녀가 답한다. 세상만사를 꿰뚫을 것 같은 노인과 대화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린 목소리다.


[자네 말이 맞아. 이 바닥에 순진한 양은 아무도 없어. 아무리 5만 스톤짜리 장난감 판이라도 말이야.]


몇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고 미팅이 마무리 되어간다.


“다음 일정은 잡혔습니까.”


[아직. 공지가 오면 알려주지.]


“네, 연결을 종료하겠습니다.”


[아, 잠깐.]


“네?”


노인이 턱수염을 쓰다듬는다.


[그 친구 말이야, 원주민 승리자. 이름이.......]


“박정열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아니. 하는 짓이 영 물러서 내 타입은 아니지만, 의외성이 있어. 코딱지만 한 은하력으로 잘도 싸우더군. 그리고 마지막에 그거 뭐지? 처음 보는 기술이던데.]


“현장에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살펴보겠습니다.”


[아, 그렇지. 하하. 쇼는 나만 본 거군. 그래. ‘메인 축제’ 전까지 잘 지켜보게. 조무래기지만 뭔가 끌려. 감이랄까. 아무튼 다음 판에 봄세.]


화면이 사라졌다. 소녀는 긴장이 풀려 나지막이 숨을 들이쉰다.


옆집 할아버지같이 털털하게 웃지만, 그는 이벤트에 참여한 수많은 ‘도박사’ 중에서도 꽤 알려진 ‘꾼’. 보통내기가 아니다.


도박사.

행성의 흥망조차 한여름 밤의 꿈처럼 즐기는 자들.


출신이나 종족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 하나. 상당한 권력과 힘이 없으면 이 판에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노인 역시 마찬가지.


마스카포네 마리오 로베르토. 통칭 마스카포네. 그는 안드로메다에서 명성이 자자한 마피아 ‘갓파더’의 보스다.


은하계 곳곳에 카지노와 조직원을 보유한 그의 영향력은 시쳇말로 그저 그런 종족 정도는 우습게 쌈 싸 먹을 정도다.


지구는, 인류는, 지금 이런 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야바위하는 판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


“정열 씨! 정열 씨!”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인근 대학병원이다.


침대 옆에 희주와 민서가 있었다.


“쓰러진 지 얼마나 됐죠?”

“이틀 됐어요.”

“여긴 어떻게 됐어요? 시민들은?”

“정열 씨 덕분에 살았어요.”


이 구역의 첫 전야제는 그렇게 끝났다.


레오파드와 싸우는 동안 산 아래 시민 중 상당수는 ‘간이 방어벽(LV2)’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했다.


간헐적으로 그루터기의 공격이 있긴 했지만 은하력이 제법 되는 자들이 용감히 대적한 덕분에 방어벽과 그 안의 시민 대다수를 지킬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살 수는 없는 법.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이 죽었다. 하지만 이름 없는 ‘용감한 누군가’가 없었다면 몰살당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밝힌 생존자는 1,356명.

보름간 벌어진 두 번의 습격으로 이 구역 전체 시민의 99.5%가 죽었다.


99.5%.

269,844명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우리 누나를 포함해서.


물론 대부분은 첫 습격의 사망자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돌아오지 않는다.


IF라는 가정법은 ‘이전 세계’에도 없었고 ‘지금 세계’에도 없다.


이 결과가 최선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 성적표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EKA-68.

프로그램이 부여한 우리 구역의 명칭이다.


원주민이 적의 일인자를 물리침으로 인해 EKA-68구역은 ‘안전지대’로 전환되었다.

쉽게 말해 본 게임 전까지 ‘지원자의 습격이 없는’ 구역이 된 것이다.


구역의 경계는 하늘에 떠 있는 ‘빅 아이’에 의해 나뉘며 타 구역 생존자의 침입을 제한한다.


“잠깐만요.”


나는 기절한 시점부터의 로그기록을 검색했다.


[‘해킹(LV3)’를 얻었습니다.]

[‘기갑체(LV3)’를 얻었습니다.]

[칭호, ‘EKA-68 구역의 대표자’를 얻었습니다.]

[파생기 ‘제헌(LV1)’을 얻었습니다.]


[승리 조건을 달성한 기본 보상으로 5,000스톤을 획득하였습니다.]

[승리 조건을 달성한 특별 보상으로 ‘창고 사용권(1개월)’을 획득하였습니다.]

[승리 조건을 달성한 특별 보상으로 ‘빅 아이 프리패스 이용권(1개월)’을 획득하였습니다.]


줄줄이 적혀있는 메시지.

목숨 걸고 싸운 대가에 걸맞게 전리품을 얻은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상태 창을 열었다.


**


이름: 박정열

칭호: EKA-68 구역의 대표자

기본기: 기갑체(LV3)

파생기: 기갑권(LV3), 투사[投射](LV1), 외치기(LV1), 제헌(LV1)

특수기: 코스모스AI[해킹(LV3), 융합(LV2), 방화벽(LV2), 채팅(Locked)]

퀀텀파츠: 메가 증폭기(일반), 유로파 건틀릿(일반)

퀀텀스피릿: 아이스 펀치(위성급, 小), 증폭


은하력: 257


퀀텀스톤: 5,145S


**


257.

직관적으로 숫자에 먼저 눈이 갔다.

직전에 확인했을 때보다 배 이상이 늘었다.


목숨을 건 사투를 하고 나니 결과물은 확실하다.

확실한 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목숨을 건 사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세계 이전에 ‘목숨을 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었나.

그런 처절함이 아니라도 비슷한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아니, 없었다.

그래서 결과도 없었다.


이 비정한 세계는 불친절하고 강제적으로 나에게 단순하면서 절대적인 진리를 알려준다.


“정열 씨!”


희주가 손바닥을 내 얼굴 앞에 슥슥거린다.


“뭔 생각해요, 서운하게.”

“아, 뭐 좀 확인하느라요.”

“민서랑 종일 기다렸다고. 깨어나기를.......”


희주는 정말로 꼬박 밤을 새운 듯 얼굴이 퀭하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아니요. 이거 말고요.”

“네?”

“덕분에 이길 수 있었어요.”


마지막 순간에 희주가 한 말.


‘로봇이 정열 씨인지, 정열 씨가 로봇인지 모를 정도예요!’


이 메시지가 없었다면 나는 레오파드에게 샌드백처럼 두드려맞다 죽었을 것이다.


“희주 씨 덕분에 이길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아, 아니에요. 난 그냥....... 아, 왜 그래요, 갑자기! 사람 민망하게.”


그녀의 볼이 불그스름해졌다.


“돼, 됐고요. 움직일 수 있으면 나가 봐요! 레이드 채널 파티원들 밖에 있어요.”

“아, 그래요?”


새로 생긴 능력들이야 나중에 확인하면 된다.

나는 침대에서 나와 슬리퍼를 신었다.


그런데.......


‘파티원들......?’


그때 갑자기 관자놀이에 번개가 치며 드는 한 가지 생각.


‘그것’을 잊고 있었다.


나는 잽싸게 채널을 확인해 파티원 명단을 확인했다.


역시나 오프라인 상태. 이미 나가고 없다.


하지만 채널을 ‘삭제’하거나 방장인 내가 ‘강퇴’시키지 않는 한 사용자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1회에 한정해서 오프라인 사용자에게 ‘재입장’을 제안할 수 있다. 이것은 ‘빅 아이 프로그램’의 생존자 채널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설마 하는 마음이지만 시도는 해 보자.

나는 재입장 메뉴를 눌렀다.


대상은, 바로 ‘폭풍의 제인’.


어쩌면 이자는 나에게 ‘다음의 나아갈 길’을 알려줄지 모른다.


나는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메시지를 날렸다.


[누구냐, 넌.]



작가의말

어떠한 의견이든 주시면 발전하고 나아가겠습니다. AI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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