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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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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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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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좋네.

DUMMY

박유철은 골프와 테니스를 배워, 사장님을 열심히 따라다녔다. 특유의 운동 감각과 나쁘지 않은 업무 능력 덕에 예쁨을 받았고. 탄탄대로를 달리는 라인을 잘 탔다.


거기에 출세를 위해 온갖 악행은 다 저질렀다. 당장 경찰에 증거가 넘어가면 10년은 넘게 감옥에 살지도 모른다.


물론, 잡힐 확률은 현저히 낮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다 같이 즐겼는데 뭔 수로 잡을까. 물귀신 작전이라도 하는 날엔 다 같이 끌려 들어갈 텐데. 안전장치는 확실했다.


모든 게 제 세상 같았다. 이제는 끈 떨어진 본부장 자리는 조만간 차지할 거고. 더 좋은 자리를 노리는 사장이 회사를 떠나면, 그 자리까지 다이렉트로 갈 줄 알았다. 별다른 사고만 안 터지면 말이다.


‘정지운······ 그놈이 여기 온 뒤부터 꼬인 거 같은데.’


처음에 [낙화]를 들었을 때, 실력 있는 건 알아봤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정도 안목은 있었다. 괜히 명함을 남겼던 게 아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수준은 아니었는데, 기분 나쁘게 자기 명함을 무시하고 기획 2팀에 들어가더라. 그래서 조금 괴롭혀줬다.


근데 괴롭힘이 무색하게 [낙화]는 성공했다. 능력 있는 게 싫지만은 않아서 한 번 더 제안했다. 기획 1팀으로 오라고. 확실하게 띄워주겠다고. 근데 정지운은 제안을 거절하고서 바로 임라희와 다음 앨범을 준비했다.


‘제까짓 게 나를 무시해?’


박유철은 아예 임라희의 컴백을 막아 버렸다. 방법은 간단했다. 뮤직스 멤버 중에 자신과 같은 라인인 사람이 있거든.


문제는 그 멤버도 박유철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거다. 약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임라희를 겁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네가 걱정할 만한 애는 아닐 텐데.’


웃음이 났다. 제이 엔터의 모든 게 제 손아귀에 있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꼬리가 너무 길었던 걸까. 정지운이 녹취 파일을 들고 찾아와 협박했다.


‘그 어린놈이 발목을 잡을 줄은······’


문제는 정지운이 그 녹취 파일을 터트리겠다는 말만 하고 사용하질 않은 데에 있었다.


박유철은 심사 위원 자리를 넘길 준비도 하고 있었다. 사실 넘겨도 변하는 건 없었다. 손을 다 써놨으니까.


그 외에 다른 징계는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할 거다. 박유철과 운명 공동체인 인물이 제이 엔터에 한둘이 아니니까.


근데 정지운 이놈이 말만 하고 터트리질 않으니 괜히 똥줄만 타게 됐다.


‘자기 힘으로 어떻게 안 되니까 그냥 비공개하려는 건가?’


그럼 다행이다. 조치야 다 취했다고 해도, 박유철에게 손해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데뷔조를 뽑자마자 구성필 선생님이 나서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에이. 선생님. 말이 심하십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넷이 떨어진 게 이해가 안 돼.”


구성필 선생님이 연습생 인원을 딱딱 집었다. 김한별과 최유림이 포함된 4명의 인원이었다.


“너희들이 기획한 아이돌 팀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넷이 실력과 개성 모두 좋은 애들이고. 마침 넷이 뭉치면 궁합도 좋을 거 같은데?”

“저희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래? 어디 한 번 씨불여 봐.”


구성필 선생님은 여러 가수를 키운 경력도 있었다. 여전히 세련된 음악,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안목은 박유철 팀장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솔직히 박유철이 봐도 그 넷이 연습생 중 최고는 맞았다.


“저희가 기획하려는 아이돌은······”


거짓말을 하다 보니 혓바닥이 길어졌다.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건 컨셉. 제이 엔터에서 기획하는 아이돌은 어떤 컨셉인지, 왜 지금 뽑힌 연습생들이어야 하는지, 둘러댔다.


“그래? 공정하게 뽑힌 게 맞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공정하게 뽑힌 게 아니면, 가수 협회와 척지는 거야. 알았어?”

“네?”

“여기 연습생들이 데뷔 한 번 하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 보여? 연습생들도 내 후배들이야. 난 내 후배들이 이딴 취급 당하는 걸 봤는데 그냥은 못 넘어가.”

“아니······”


박유철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구성필의 말을 들으니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녹취 파일을 이미 들은 거 같은데.’


박유철이 생각하기에 녹취 파일은 단순히 증거물로는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단단히 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다.


단순히 오디션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서 가수 협회가 개입한다면, 연습생들의 권리 보장이라는 거대한 명분이 생긴다.


녹취 파일은 최소한 박유철이 공정하지 못함은 증명할 수 있고.


이 상황에서 녹취 파일이 터지면 예상보다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


‘상대가 가수 협회라면······ 정말 다 끝날 수도 있어.’


가수 협회와 척지고 싶어 하는 엔터가 어디 있을까. 아직 팀장에 불과한 박유철 정도야 갈아 끼워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겠지.


‘젠장. 이래서 연습생들이 선곡을 제대로 못 하게끔 혼선을 뒀는데······ 왤케 다들 월말평가를 잘 본 거야!’


이 정도로 계획이 일그러진 건 처음이라, 박유철도 당황했다.


‘설마······ 구성필 선생님도 정지운이······?’


에이. 신입 작곡가가 어떻게 연락이 닿아서 그럴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


그렇다면, 지창선 본부장일 확률이 높다.


‘이빨을 숨기고 있었어.’


박유철은 제이 엔터 임원들의 약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협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박유철은 간과한 게 있었다. 올라가기 위해 범죄도 불사르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이 있으면 뭐 얼마나 있을까.


조급하면 실수를 낳는다고, 해결하려 할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젠장!”


제 무덤을 파버린 박유철은 다른 혐의까지 걸려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재기는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철저하게 무너져버렸다.



***



월말평가는 구성필 선생님의 난입으로 어수선하게 끝났다. 이날만을 위해 수년 동안 몸을 갈아가며 연습했던 연습생들은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에휴. 연습생들은 무슨 죄냐.”


정지운의 한숨에 같이 있던 지창선 본부장이 껄껄 웃었다.


“연습생 챙기는 모습을 보니, 사람이 됐네. 점점 마음에 들어.”

“그나저나 박유철은 어떻게 됐습니까?”

“참. 내 정신 좀 봐. 그거 알려준다는 핑계로 만난 거지?”


지창선은 회의 때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녹취 파일을 가져온 장본인이었기에 들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박유철 팀장이 불공정하게 특정 연습생들을 뽑았다는 사실은 확실했잖아? 뇌물을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긴 했지만, 가수 협회는 그저 연습생을 부조리하게 대한 것을 문제 삼아 해고하라고 주장했어.”

“해고까진 안 갔을 거 같은데요.”

“잘 대처했다면 그랬겠지. 근데······ 자멸하더라고. 뒤 구린 애들끼리 폭로전이나 하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줄줄이 징계 먹을 위기야.”

“징계 목록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래. 확정까지는 아닌데, 그에 준하는 벌을 받을 거야.”


정지운이 목록을 확인했다. 전생에 그를 물 먹였던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남의 곡 훔쳐 쓸 정도의 양심이라면 진작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게 맞지.


“꼴 좋네.”


누가 복수는 공허한 거라 했을까. 이렇게 짜릿한 걸. 그동안 알게 모르게 괴롭히던 놈이 없어지니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사장도 연루됐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됐었겠지. 하지만 서로 약점이 있지 않았겠어? 아니면 뭔가 해줬거나.”

“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강 사장 입지가 많이 줄어서, 전처럼 활개 치진 못할 거야.”


정지운은 지창선 본부장을 다시 보게 됐다. 정치 감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 처리가 이렇게 깔끔하고 재치 있을 줄이야. 전생에는 왜 당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월말평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성필 선생님을 통해 공론화할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아······ 그거? 내가 생각 안 했는데?”


지창선이 뒷머리를 긁으면서 허허 하고 웃었다.


“사실 큰소리 뻥뻥 치긴 했는데, 내 능력으로 그걸 어떻게 쓸지 막막하더라. 그러던 찰나에 선생님께 연락이 온 거야.”


먼저 연락한 것도 아니고, 구성필 선생님께 마침 연락이 오다니. 운이 좋았던 걸까.


“[솜사탕] 잘 들었다고. 네가 키운 작곡가냐. 곡이 참신하더라. 궁금한데 한 번 자리 만들어 봐라. 그러시더라고.”


뛰어난 아티스트일수록 동족을 잘 알아보는 법. 정지운의 음악적 감각이 구성필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모양이다.


“구성필 선생님이 네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그 녹취 파일이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너한테 받은 부탁이 있다면서 선생님께 자문했지.”

“아, 그럼 작전은 구성필 선생님이 짜신 거네요?”

“그렇지.”


정말 운이 좋았다. 높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박유철이 자멸할 정도로 압박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깔끔하게 복수하도록 도와준 선생님께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거기다 선생님께선 연습생들 챙기는 너를 엄청 좋게 보셨어. 혹시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더라.”

“오. 번호 좀 주세요 그럼.”

“······이게 MZ 세대인가? 원래 부탁하는 거 꺼리지 않나?”

“아뇨. 까먹기 전에 써먹는 게 좋아요. 제가 워낙 잘 까먹어서.”


뜻밖의 수확에 정지운의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이번 비리 사건. 외부에도 알려졌죠?”

“숨긴다고 숨기긴 했지만, 사건이 워낙 커서 어쩔 수 없었지.”

“주가도 떨어졌을 거고. 이거 수습하려면 한동안 연습생 데뷔는 어렵겠네요?”

“······그렇지.”


박유철을 한 번에 날려버린 건 기분 좋지만, 부작용은 있었다. 정지운이 바란 건 그저 공정한 평가였는데. 결국 연습생들의 데뷔까지 밀려버렸다.


뭐. 아예 데뷔 불발보다야 밀리는 게 낫겠다마는. 결국 피해는 꿈을 위해 달리는 연습생들이 본 꼴이다. 안타까웠다.


“이번에 저 오디션 나가는 거요. 제이 엔터 연습생들도 나가게 하는 거 어떨까요?”


그래서 정지운이 지창선 본부장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디션 우승자는 특정 소속사와 계약해야 한다 같은 조항이 없었다. 만약 정지운의 팀이 오디션에서 우승하면, 우승자들을 제이 엔터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다.


어디까지나 정지운이 우승했을 때의 리턴이지만 말이다.


“그건 내가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네. 한 번 회의 때 안건 내볼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네.”


원래도 정지운에게 호의적이었던 지창선 본부장은 더욱 정지운을 아끼는 눈빛이 되었다. 정말 뭐든지 해줄 거 같았다.


거기에 이번 사건으로 지창선 본부장의 입지가 꽤 올랐나 보다. 정지운의 제안은 금방 결재가 되어 내려왔다.



***



정지운이 출연을 결정한 오디션의 이름이 정해졌다.


음원이 히트를 치기 위해서 더 중요한 쪽은 곡일까 가수일까. 그걸 알아보기 위한 오디션이 주요 타이틀이 되었고. [곡 VS 가수 오디션]을 줄인 [곡가옫]을 세게 발음하여 [꼬까옷]으로 명명했다.


정식 명칭은 길게 [꼬까옷: 곡 vs 가수 오디션] 이런 식이었다.


“어거지 같은데 또 입에 착 달라붙네.”


정지운은 오디션 촬영 전, 회의 및 인터뷰를 위해 다시 방송국에 방문해야 했다.


박유철이 없어서 그런가. 김성태가 차까지 태워주었다. 덕분에 전처럼 구시렁거리는 일은 없었다.


“······뭐야?”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송국에 도착한 정지운은 앉아 있는 작곡가들의 면면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캐스팅 수준이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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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끝장낼 수도 있고. +7 24.08.21 7,436 1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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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참. 그 방법이 있었지. +9 24.08.16 8,050 187 11쪽
13 걸리는 부분? +3 24.08.15 8,159 1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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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든 학생 통틀어서 1, 2위야. +4 24.08.09 8,964 19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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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구나······ +5 24.08.07 10,240 211 14쪽
4 천재인 거 인정할게. +4 24.08.06 10,938 212 14쪽
3 일단 실력 좀 보자. +3 24.08.05 11,498 210 13쪽
2 내가 얘 팬이었지 참? +12 24.08.05 12,648 236 13쪽
1 잠깐, 왜 시끄럽지? +11 24.08.05 15,883 2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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