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걸그룹이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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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작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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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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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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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걸크러쉬로······

DUMMY

[끝까지 보고 뛰어]는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5%를 돌파해, 6%에 근접하고 있었다. 시청률만 놓고 봤을 땐 아쉬운 수준이라 생각할 순 있으나, 화제성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요즘은 드라마도 OTT를 통해 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는 세계 OTT 시장에서도 먹히는 추세. [끝까지 보고 뛰어]는 OTT 시장과 너튜브 하이라이트 등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타깃 시청자 연령이 낮은 편이라 더욱 그런 성향을 띈 것이다.


- 하아··· 우리 우정이 미모 좀 보세요ㅠㅠ

ㄴ 진짜 치인다ㅠㅠ

ㄴ 연기고 자시고 얼굴밖에 안 보임ㅋㅋ

ㄴ 사실 연기는··· 크흠···


[끝까지 보고 뛰어]의 흥행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은 남주인공 심우정 역할을 맡은 안지섭이었다.


188cm의 큰 키에 주먹만 한 얼굴을 지닌 미친 비율. 차가운 인상이면서 웃을 때는 햇살 같은, 갭 있는 매력. 연기력 논란은 따라왔지만, 인기만큼은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그다음으로 수혜를 입은 것은 의외로 OST [낙화]였다.


- 끝뛰 OST 부른 사람 누구임?

ㄴ 최유림

ㄴ 그래서 그게 누군데

ㄴ 모름;; 신인인듯

ㄴ 노래 개좋아ㅠㅠ OST 나올 때마다 눈물 흘린듯

ㄴ ㄹㅇ 귀에 계속 맴돔


- 지섭 오빠가 낙화 부른 거 개치인다ㅠㅠ 여자 노랜데도 남자가 불러도 좋음ㅠㅠ

ㄴ 노래 자체가 워낙 좋은듯

ㄴ 그래도 원곡 감성 못 따라감

ㄴ 지섭님이 가수는 아니잖아ㅋㅋ 그정도면 잘했지


한창 [끝까지 보고 뛰어]가 방영하던 때에 안지섭이 [낙화]를 직접 부르면서, 곡이 한 번 더 주목을 받았고. 음원 차트를 뚫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한 너튜브 뮤직, 벌레 차트는 1위까지 올라갔고. 본디 국내 최고의 음원 차트였지만, 트로트 장르의 진입 이후로 차트의 기능을 다소 상실한 수박 차트에선 3위에 진입했다.


물론, 차트에 적힌 순위가 모든 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낙화]가 가진 음악성은 수많은 뮤지션의 심금을 울렸으니까.


“휴. 이제 숨통이 좀 트이네.”


제이 엔터테인먼트 기획 2팀의 김성태 실장. 기획 1팀의 견제에 실적이 부진했던 그는 정지운의 활약에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나저나 운일아. 같이 작업해 보니 정지운 어때? 성격이라든가 실력 같은 거.”


사운드 엔지니어에 신입으로 있는 박운일이 단호하게 말했다.


“천재예요. 지금 사운드 엔지니어로 틀어도 대성할 거 같은데요.”

“······그 정도야?”

“제가 어떠어떠한 소리를 만들고 싶다며 고민하고 있잖아요? 그럼 이펙터를 딱딱 가져와서 이렇게 조합하면 어때요? 라고 바로 나오더라고요. 공부가 길지 않았을 테니 그게 다 센스라는 건데······ 벽 느껴질 정도예요.”

“성격은?”

“제가 느끼기엔 좋던데요? 적어도 가식 없고, 남한테 딱히 피해 주는 성격이 아니니까요. 마음대로 안 된다고 화내는 아티스트 특유의 까칠함도 없고.”

“그치? 나도 붙임성 좋은 천재라고 느끼긴 했거든. 어떻게 그런 인재가 여기로 굴러들어 왔는지······ 천운이다. 천운이야.”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지 않아요? 소포모어 징크스도 있잖아요.”


소포모어 징크스. 성공적인 첫 작품에 비해 다음 작품이 부진할 때 쓰는 용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이미 5곡이나 샘플을 들어봤는데, 5곡 다 히트 칠 만한 파워가 있더라고. 그 깐깐한 본부장님도 샘플 들어보고 무슨 조건이든 들어주고 데려오라고 했을 정도니까.”


김성태는 입사 이후 최고로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발굴했다기보단 알아서 굴러들어 온 인재이긴 했으나, 그래도 성과는 성과니까. 뿌듯했다.


현재도 미래도 보장된 실력 있는 아티스트. 그런 정지운과 잘 지내려면, 자주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박운일과 함께 복덩이인 정지운을 찾아갔는데······ 정지운이 기획 1팀 팀장 박유철과 함께 있었다.


‘저······ 능구렁이 같은 놈.’


박유철은 이미 정지운에게 장난질을 건 이력이 있었다. 막내 사운드 엔지니어를 배치하고, 선배와 녹음실 이중 예약을 걸었다.


처음 그 사실을 들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속 좁은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움직일 거라곤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담당자 붙잡고 3시간을 싸웠지. 더러워서 다음부턴 안 그러지 않을까.’


한 짓도 있으면서 이번엔 직접 접촉한다고? 박유철은 어지간히 철면피였다.


다행히 대화는 잘 안 풀린 모양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박유철이 물러갔다. 김성태는 매너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지운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박 팀장님과 무슨 이야기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기획 1팀으로 올 생각 없냐고 하던데?”

“그래서?”

“더러워서 안 간다고 했지. 시비 건 건 사과도 안 하면서 무슨.”


박유철이 실적을 위해 온갖 치졸한 짓을 하는 것과 별개로, 기획 1팀 소속 아티스트의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다. 그를 따라가지 않은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그나저나 [낙화]가 잘되긴 했나 봐. 박 팀장님이 날 찾아오기도 하고.”

“뭐야. 얼마나 난리 났는지 몰라?”

“그 정돈가?”


정지운은 이미 세계적인 무대에 놀아본 베테랑 작곡가. 이 정도 주목에 무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성태는 뜨고도 평소처럼 지내는 정지운을 보며 대단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보통 정지운 나이에 벌써 성공하면, 기세등등해서 연예인병 비슷한 성격이 형성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걱정은 안 됐으니까.



***



[낙화]가 뜨면서 정지운은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름 있는 가수에게 곡을 써달라는 요청도 왔고, 유명 평론가의 샤라웃을 받기도 했다.


최유림의 경우엔 스케줄이 생겼다. 몇몇 무대에 나가 [낙화]를 부르기도 하고, 너튜브 예능 등에도 게스트로 초대받아 활약도 했다.


“지운아 나 성공했어······ 요즘 너무 행복해.”


덕분에 최유림은 정지운을 만날 때마다 고마움을 표했다. 포토 카드는 진작 돌려줬고, 선물이라며 고기도 보내줬다.


“흠. 그 정돈가?”

“넌 기뻐하는 티라도 내라.”


신인 작곡가에 신인 가수의 곡이다. 이 정도로 성공한 것도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드라마가 떴어도 OST가 묻히는 일은 흔하기도 하니까.


정지운이 생각해도 [낙화]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제이 엔터에서 정지운의 입지가 올라간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노래가 유명해진 것에 비해 최유림은 크게 뜨지 않았다. 드라마 OST의 한계이기도 했다. 노래를 부른 가수보다, OST가 재생된 장면이 더 기억에 남으니까.


“제이 엔터에서 나서서 홍보했으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얼굴 알렸을 텐데. 아쉬워서 그렇지.”

“난 대만족인데?”


정지운이 보기엔 아직이었다. 최유림은 더 큰 성공을 해도 좋을 재능이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더 빵 터트릴 곡을 선물해 주든, 할 거다.


“그나저나 왜 왔냐?”

“고마워서.”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네 개인 작업실이잖아. 구경해도 되는 거 아냐?”


정지운은 최근에서야 개인 작업실을 받았다. 계약서에 꼼꼼하게 필요한 비품과 룸 세팅까지 다 적었기에, 작업실을 받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 거다.


“그렇긴 한데······ 오늘 약속 있어서.”


[낙화]를 작업하면서 인연이 생긴 임라희. 그녀에게 곡을 써주기 위해 미팅을 잡았다. 이제 곧 올 텐데······


“그 약속 때문에 있는 거야.”

“아······”


최유림이 임라희의 팬인 것을 깜빡했다.


사실 정지운도 최유림이 있는 편이 작업할 때 편했다. 계속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청음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과거의 믿음에서 오는 안정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잡담하는 사이에 임라희가 도착했다. 이번엔 청바지에 검은색 탱크 탑 패션을 하고 왔는데, 정지운이 보기엔 썩 이미지에 맞는 패션은 아니었다.


뭔가 섹시해 보이고 싶은 어린애 같다고 해야 하나. 20대 중반도 정지운에게 많은 나이로 보이지 않은 데다가, 이미지 자체가 귀염 상이라 더 그랬다.


“오~ 요즘 대세의 둘이네?”


생글생글 웃으니까 걸크러쉬 패션이고 뭐고 뽀짝하다. 목소리도 과즙이 터져 나올 거 같다.


“어쩌다 보니 보컬 디렉팅을 하게 됐는데, 그때 잘될 걸 알아봤다니까? 요즘 마트 같은 데 가면 낙화가 꼭 나오더라.”


마트는 보통 너튜브 뮤직 차트를 트는 편. 낙화가 차트에 계속 박혀 있으니,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편이었다.


“감사합니다.”


롤모델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던 최유림이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인 아이돌 레몬 걸스로 돌아가 선배님께 인사하는 것 같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낙화 같은 장르로 성공하기 쉽지 않잖아? 둘이 너무 잘 살린 것 같아서 대단해.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과거 잘 나갔던 아이돌이었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후배들 얼굴에 금칠을 잘해준다.


그것도 임라희라는 사람의 성품이자 성격이겠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기에 참 좋은 선배였다.


“일단 나가죠.”


정지운의 개인 작업실은 음향 시설과 에어컨 및 환기 시설이 전부인 2평짜리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도란도란 대화하기는 어려웠기에, 잠깐 밖에 나갔다.


제이 엔터 개인 작업실 밖에는 가벼운 미팅실이 있었다. 그곳에 임라희와 그녀의 매니저, 최유림과 정지운이 사각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오늘 제가 미팅을 잡은 이유는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예요. 곡을 부를 아티스트의 외모, 행동 양식, 성격,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그 모든 것이 영감이 될 수 있거든요.”

“대략적인 인터뷰를 하겠다는 거지?”

“네. 일단 선호하는 장르가 있어요?”

“나는 쎈 이미지의 걸크러쉬한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

“······”


정지운은 직감했다. 왜 임라희가 솔로 활동을 두 번이나 말아먹었는지.


걸크러쉬도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인데······ 귀여운 이미지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거 아닌가. 어라? 잠깐.


“그래서 애쉬블루로 염색도 하고, 도도하게 다니는 거예요?

“어······ 음······ 맞아.”

“그냥 귀엽게 하고 다니시지.”

“요즘······ 쉽게 보여지는 거 같아서. 그게 너무 싫어. 그걸 타파하고 싶어서 이미지를 바꾸려던 거야. 꼭 걸크러쉬한 곡일 필요는 없어.”

“할 거면 또 끝까지 밀어붙이셔야죠.”

“그래? 그럼 걸크러쉬로······”

“싫어요.”

“······?”


뭐 어쩌라는 거냐는 식의 표정을 정지운은 가볍게 무시했다. 생각해 보니 상대가 어떻게 나가든, 자신은 마이웨이였으니까. 내키는 대로 작곡할 건데 굳이 희망 줄 필요는 없겠지.


“저는 제 맘대로 하는 거고, 라희 님은 라희 님 맘대로 사는 거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래. 그럼 또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어?”

“잠시만요.”


정지운은 영감이 떠오르면 순식간에 곡을 작업하는 스타일이었다. [낙화] 때야 환경이 열악해서 기존 곡을 가져왔을 뿐, 지금은 즉석에서 작곡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 막 떠오르는 게 있는데요?”


거기에 최유림과 박운일의 자문도 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경력이 전생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작업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잠시만요. 작곡하고 올게요.”


정지운은 재빨리 일어나 개인 작업실 안으로 쏙 들어갔다. 미팅실에 덩그러니 남은 임라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최유림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래 갑자기 작곡하고 그래?”

“[낙화] 때도 제 보컬 성향과 세션 실력에 맞게 즉석에서 작곡했어요.”

“······진짜 천재구나.”


영감을 떠올린 정지운은 순식간에 피아노 미디 작업을 마치고, 악보까지 뽑아서 나왔다. 짧은 마디만 작업한 게 아닌, 곡 전체를.


“잠깐 들어와서 들어보실래요?”


임라희는 잠깐 사이 탄생한 곡이 좋아 봐야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물며 편곡도 안 된 곡이니 밋밋할 줄 알았다.


하지만 단순히 피아노로만 이루어진 멜로디만으로 그녀의 어깨를 충분히 흔들었다.


“노래 좋은데······?”


1절과 2절을 넘어가는 구간까지 그루브를 타며 노래를 듣던 임라희는 뒤늦게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걸크러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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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걸리는 부분? +3 24.08.15 8,158 183 12쪽
» 그럼 걸크러쉬로······ +4 24.08.14 8,198 1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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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든 학생 통틀어서 1, 2위야. +4 24.08.09 8,963 195 14쪽
6 잠깐만 대화 좀 하자. +2 24.08.08 9,432 189 13쪽
5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구나······ +5 24.08.07 10,239 211 14쪽
4 천재인 거 인정할게. +4 24.08.06 10,934 212 14쪽
3 일단 실력 좀 보자. +3 24.08.05 11,496 210 13쪽
2 내가 얘 팬이었지 참? +12 24.08.05 12,647 236 13쪽
1 잠깐, 왜 시끄럽지? +11 24.08.05 15,879 2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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