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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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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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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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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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성공작이 보인다

DUMMY

‘이혼 후’는 트렌드를 쫓아간 작품이다.

웹소설은 트렌드를 쫓아가는 문학이다. ‘SSS’가 붙는게 한때 유행이었고 ‘망나니’, ‘재벌’, ‘천마’가 유행했고 한때 ‘이혼 후’가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행에서 한물 갔다. 알면서도 내 경험담을 끼적인 작품이 바로 ‘이혼 후 능력각성’이라는 작품이다.


그동안 난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작업속도는 너무나 빨랐고 작업량은 다른 작가들 대비 두세 배로 많았지만 성적은 형편없었다.

물론 문장구조는 어설프고 묘사력은 조금 떨어지고 오타는 많은 편이었지만 그건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었다.


정상급에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할 지라도 지금처럼 바닥을 길만한 실력은 분명 아니라고 나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5년동안 20개의 작품을 썼다.

100회차에서 200회차의 작품을 20개나 쓴다는 것은 아무리 손이 빠른 기성작가라고 할 지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5년동안 5개의 작품을 써도 성실한 작가라고 평가 받을 것이다. 4배나 더 많이 쓰고도 성적이 초라했던건 그만큼 내가 더 형편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문장력, 묘사, 스토리 구성력 등등 그 모든 것중에 내가 가장 약했던 부분은 바로 방향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방향이 잡힌 것이다.


돈? 좋지 마구 마구 쓸어 모으고 싶지만 돈만으로 만족하지 못할 무엇이 있었다.

그건 내 능력을 실현하여 성공을 거두는 성취감이다.


깊은 어둠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기분이었는데 가야할 분명하고 확고한 길이 생긴 것이다.

난 그동안 쓰고 있던 작품을, 57회차나 연재되고 있었지만 과감히 접었다.


난 미친듯이 글을 썼다.

제일 많이 썼을때 하루 100,000자를 썼었다. 20회차 분량 정도다.

책 한 권이 125,000자, 25회차 분량이다.

평소 주량이 소주 한 병반? 그런데 안주도 없이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셨지만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노트북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는 시간 조차 아까웠다. 그대로 회차를 이어서 써 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알지도 못할만큼, 물 한모금 마시는게 아깝게 느껴질만큼 노트북만 바라보며 글을 써 나갔다.


어느정도 글을 써 나가자 스토리가 제멋대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 바로 웹소설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때라고 한다.

정신차려보면 소설이 이름 모를 산 꼭대기에 가 있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난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난 가상의 이야기를 쓸 필요가 없으니까 내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소설속 캐릭터가 살아나 멋대로 자기 성격을 만들어가고 스토리가 멋대로 활개치며 흥미진진해지고 스펙타클해 지더니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높게 떠 있었다.


23만 5000자, 47회차를 쓴 것이다.


“이, 이런 미쳤네.”


나도 내가 한 짓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교정을 볼 생각도 못하고 10회차를 올리고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




[따르릉 따르릉···]


얼마나 잤을까? 전화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보세요.”


[아이고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나세요? 묘령의 최과장입니다.]


희미한 기억속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묘령, 1티어급 출판사, 내 예전 작품에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었던 곳이다.

난 1티어급에서 연락이 왔다는 사실 만으로 잔뜩 흥분했지만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선인세 50만원에 7대 3, 그것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카카포’, ‘네이년’ 프로모션도 런칭약속도 없이 그저 ‘네 별볼일 없는 작품을 우리 대단한 출판사에서 한번 다뤄주겠어!’라는 뜻이었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새로 올리신 작품 봤습니다. 바쁘실테니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계약금 천만원에 선인세 천만원 8:2로 하시죠.]


“네?”


문득 머리속으로 든 생각은 이 사람이 미쳤나? 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제 올리신 작품 말이에요. ‘이혼 후 능력각성’이거 구성도 그렇게 스토리 전개도 그렇고 좋더라고요. 먼젓번에 작가님 원하시는대로 못해드려서 죄송했었거든요. 그냥 그 조건으로 계약하시죠?]


그 순간 깨달았다. 밤새서 47회차의 글을 썼고 10회차를 올리고 뻗어버렸다는 걸.


“아, 잠시만요. 제가 좀 급하게 할 일이 있어서. 곧바로 연락드릴게요.”


[저 작가님···]


난 전화를 끊고 노트북을 들여다 보았다.


10화까지 선작수 5만, 총 조회수 124만,


불과 10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124만, 압도적인 수치였다.

세 달동안 100회차 정도는 올렸을 때나 얻을수 있었던 조회수였다.

그래서 1티어 묘령출판사 최과장이 연락을 했던 거였다.


[작가님 저 판타스틱의 김선진 대립니다. 기억나시죠?···]


[예전에 통화했는데 기억나세요? 작가님 신작품에 대해 말씀···]


핸드폰에 메세지가 쌓여 있었다.

게다가 출판사의 컨택쪽지가 서른개정도, 이정도면 엄청난 반향이다.

독자들 댓글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회차마다 백개가까이 되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물론 그중 상당수가 악풀이었지만.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아침 8시에 글을 올리겠다는 공지를 올리고 나머지 47회차를 예약으로 걸었다.

놀랍게도 오타의 왕자였던 내가 쓴 글에 눈에 띄는 오타가 없었다.




***




어젯밤에 먹은 소주 한병이 24시간 동안 내가 먹은 전부였다.

게다가 미친듯이 글을 써서인지 체력이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다.

정신은 그 어떤 때보다 또렷하고 마치 잘 갈린 회칼처럼 날이 서 있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문제는 내게 돈이 한푼도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 고시원은 저렴한대신 밥조차 주질 않는다.


즉석복권을 바꾸는 건데···

이미 한참 전에 은행문이 닫혔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만원이 들어온다던 계좌를 찍어 봤지만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날짜를 보니 내일이 가정법원을 가서 이혼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이혼절차가 마무리되어야 돈을 준다고 그랬지.


밤 12시가 넘었고 나는 배가 너무나 고팠다.

평소의 20배 정도 에너지를 쓴 셈이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허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아무거나 물어뜯을수 있다면 물어 뜯을 것 같은 기분, 먹을수만 있다면 생 닭이라도 물어뜯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손목에 반짝거리는 금장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 선물로 받은 백만원이 훌쩍 넘는 예물 시계, 명품으로 사준다는걸 내가 말려서 그나마 저가형으로 사게 된 것이다.

내가 알바하며 모아 둔 돈 2000만원을 예물비로 은지선에게 주고서 말이다.

더 잘 해주지 못한게 오히려 미안하게 느꼈었다.


허름한 고시원이 있으니 전당포 정도는 하나 있을 법한 동네인데 아쉽게도 전당포가 없다.

게다가 지금 새벽 1시를 향해 가고 있다.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고 멀리 편의점 불빛만 반짝거린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뭔가라도 먹지 않으면 정말 쓰러져 버릴것 같았고 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




“내가 이거 맡기고 내일 돈 드릴테니 5만원어치만 먼저 씁시다.”


난 금장시계를 풀러서 편의점 직원 앞에 내밀었다.

밤시간을 담당하느라 덩치 큰 남자직원을 세워 둔 모양인데 보니까 팔에 문신까지 있었다.


“이게 뭔데요?”


“시계.”


“누가 몰라서 물어요? 어디서 만원도 안되는 금딱지 시계 하나 들고와서···”


“뭐?”


편의점 직원은 나를 째려보며 심드렁하게 말한다.

놈의 눈에는 싸구려 가짜 시계를 맡기고 5만원어치나 물건을 챙기려는 사기꾼으로 보였던 거다.


“이거 당장 전당포에 맡겨도 30만원은 받을 수 있는 진품이에요.”


“아이 진품이고 나발이고 난 여기 알바생이에요 아저씨, 내가 이런거 받았다간 점장님한테 깨진다고요.”


여전히 날 째려보고 알바생의 품행은 상당히 불량해 보였지만 아마 그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럼 이만원 어치만 씁시다. 내일 갖다 드린다니까.”


“만원이고 이만원이고 안된다고요. 자꾸 그러시면 경찰 부릅니다.”


편의점 알바생은 검지손가락을 들어서 긴급호출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기가 막혔다. 100만원짜리 예물시계로 2만원만 땡겨서 쓰자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포기하기에는 배가 너무나 고팠고 이러다간 정말 쓰러질 것 같은데, 여기 말고 다른 편의점은 1킬로는 더 가야했다.

난 눈앞의 심술궂게 생긴 편의점 알바생을 바라봤다.

놈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놈의 말이 맞겠지만 난··· 난··· 금방이라도 쓰러질것처럼 배가 너무나 고팠다.


“제가 드리죠.”


그 순간 뒤에서 50대쯤 되어보이는 초췌한 표정에 허름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한 말이다.

아마도 대리운전을 하는듯 손가방을 들고 있다.


“아이 아저씨 이런 사람 도와주지 마세요. 상습범이라니까요.”


똥물에 튀긴 다음에 믹서기에 갈아버릴 자식 같으니 하지만 알바생의 말은 귓등으로 들리지도 않았다.


“사람 그러는거 아니야. 살다보면 꼬여서 이런 경우도 있는 거야 젊은 사람이 왜 그래?”


구세주 아저씨는 알바생에게 핀잔을 준 뒤에 내게 만원짜리 두 장을 내밀었다.


“사정이 있나 본데 이거 그냥 쓰세요.”


구세주 아저씨가 내민 돈을 넙죽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배가 고팠으니까.

난 재빨리 소주 두 병과 닭다리, 쏘세지, 컵라면, 참치캔 두개와 만두를 가지고 계산대로 왔다.

17,750원, 2250원이 남은 것이다.

편의점 알바생은 계산을 하면서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비웃는다.


“자 그럼 파이팅입니다. 열심히 사세요!”


구세주 아저씨가 내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때였다.

생각해보니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상황이었다.

인간이 되어서 은인에게 인사도 안하는 그런 염치없는 행동을 하다니


“저기 선생님 잠시만요.”


“네?”


구세주 아저씨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께 은혜를 갚으려고요.”


“아아 됐어요. 그런거 받으려고 한거 아닙니다.”


“압니다. 그런데 잠깐 이리 오시겠어요?”


나가려다가 잠시 멈춰있던 구세주 아저씨가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가온다.


“거기 즉석복권 뭉치 좀 줘봐요.”


내 말에 편의점 알바의 얼굴이 똥씹은 얼굴로 변한다.


‘그래 당신같은 인간들은 그렇지, 남한테 구걸해 얻은 돈으로 즉석복권이나 긁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딱 그 표정이었다.

구세주 아저씨의 표정도 알바생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베푼 선의가 모욕되고 있는 장면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표정, 좀 전에 내게 2만원을 준 것을 후회하고 있는듯 했다.

편의점 알바생이 마지못해 건넨 즉석복권 꾸러미를 받고서 눈을 감고 손으로 복권들을 쭉 훑어 갔다.


“저기 미안한데 제가 지금 가봐야 해서 돈 돌려받으려고 준게 아니에요.”


구세주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데 미안하기까지 했다.


“잠시만요 아저씨 잠시면 됩니다.”


말과 함께 난 더 집중해서 복권들을 살펴봤다.


[징징징.]


작은 신호들은 가볍게 무시해도 좋으리라.


[지웅 지웅 지웅]


조금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까 느낌이 꼴지라면 이건 3등은 될것 같았다.

난 그 복권을 딱 떼어내서 구세주 아저씨게 내밀었다.


“이걸로 바로 갚아드리겠습니다. 선물입니다.”


구세주 아저씨의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2만원 현금을 주고서 2000원짜리 즉석복권으로 돌려 받아서 일 것이다.


“내가 저럴줄 알았다니까.”


편의점 알바생이 빈정거린다.


“긁어 보십시오.”


난 남은 동전 하나를 구세주 아저씨한데 내밀었다.

마지못해 동전을 받아든 구세주 아저씨가 동전으로 납코팅을 긁기 시작했다.

구세주 아저씨의 눈빛이 출렁거리더니.


“어, 어었!”


눈이 똥그랗게 되어서 나를 바라본다.


“배, 백만원! 백만원이야! 이거 어떻게 된거예요?”


구세주 아저씨 이상으로 편의점 알바생이 놀란 눈으로 복권을 들여다 본다.

난 두 사람을 향해 씨익 웃으면서 음식물이 든 봉투를 챙겼다.


“어쨌든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구세주 아저씨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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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천재각성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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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811 49 12쪽
14 여친을 사겨도 되나? +3 24.08.19 2,875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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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솔직해야 할 순간 +3 24.08.15 3,025 63 12쪽
9 장기, 다단계, 사이비, 꽃뱀 +3 24.08.14 3,051 64 12쪽
8 가상화폐 캣코인 +4 24.08.13 3,102 61 12쪽
7 인생을 바꿔보자 +3 24.08.12 3,159 63 13쪽
6 이게 되네 +3 24.08.11 3,323 59 12쪽
5 절박한 사람들 +10 24.08.10 3,445 67 13쪽
4 이혼 당했지만 잘 나가마 +3 24.08.09 3,537 75 12쪽
» 성공작이 보인다 +7 24.08.08 3,663 76 12쪽
2 능력을 각성하다 +4 24.08.07 3,943 74 12쪽
1 이혼 당한 망생 작가 +3 24.08.06 4,548 6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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