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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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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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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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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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사람들

DUMMY

계약금 3000만원, 선인세 3000만원, 웹툰화 바로 추진, 영화화와 드라마화는 별도 추진.

오보에 출판사와의 계약 조건이었다.


1티어인 묘령과 하지 않고 3티어인 오보에와 계약을 하려는 것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담당자인 나도민이 절실하게 매달린 것도 있고 영화화와 드라마화도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계약을 하기 위해 말로만 그렇게 말한 것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내일 오보에 출판사를 방문할때 오보에 출판사의 사장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을 불러온다고 했으니 이야기를 나눠보면 알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티어엔 잘나가는 작가가 바글바글하다.

오보에에서 내 작품은 회사의 사활을 걸 중요한 단 하나의 작품이지만 묘령에선 여러작품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게 내가 오보에랑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다.


“아저씨!”


술 한잔 먹고 오는 길에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뭐, 뭐에요?”


“야 잡아 빨리.”


그러자 내 한쪽팔도 건장한 남자에게 잡혀 버렸다.

내 하드웨어가 187센티미터에 115킬로 그램이다. 덩치로는 누구한테 안 뒤지는데 내 몸을 붙잡은 사람들은 나와 덩치가 비슷했지만 나보다 힘이 훨씬 더 셌다. 그냥 센 정도가 아니라 쇠지룃대같은 느낌이다.

경찰들? 아니면 조폭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왜들 이래요? 나한테?”


“아니, 아저씨랑 이야기 좀 나누자고요.”


그제서야 말하는 사람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밤에 편의점 알바를 하던 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던 그 불량한 양아치 놈이다.


“뭔지 모르지만 일단 놔요.”


“에이 같이 가셔서 이야기 좀 해요.”


“놓으라고! 소리지를까?”


그제서야 양쪽 팔이 자유로워졌다.


“무슨 용건인지 몰라도 먼저 말을 해야지 다짜고짜 팔을 잡으면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그게 아니고···”


내 팔을 잡아서 끌 때에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알바생이 우물쭈물 거린다.


“아저씨 그거 어떻게 한 거였어요?”


알바생의 일행이 대신 나선다.


“그거라니?”


“당첨된 복권을 어떻게 딱 짚어 내셨냐고? 우리도 지금 돈이 좀 급하거든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아무튼.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몇장만 좀 짚어주세요.”


두 놈을 바라보니 어이가 없었다.

복권 몇장 짚어달라고 다짜고짜 사람을 잡아서 끌고 간 거였어?

기가 막혔다.


“난 또 뭐라고. 그거야 방법을 알면 되지.”


“방법이요?”


“그런 방법이 있어요?”


내 말에 두 덩치 놈들의 얼굴이 더 가까워진다.

코는 왜 뚫었니? 눈썹은 왜 파란 색이고? 머리는 왜 한쪽만 민거야?

멀쩡히나 다닐 것이지 그 험악한 얼굴 더 못나보이게 장난질을 치고 다니네.

두 놈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 삼십센티미터씩만 떨어져 주면 좋을것 같은데.


“복권중에 ‘달려라 행운 2000’, 거기에 비밀이 있어.”


“뭔데요?”


“목이 왜 이렇게 마르냐?”


“어디 호프집이라도 가실래요?”


“됐고.”


“아니면 제가 요앞에 편의점 가서 캔맥주라도 사드려요?”


어차피 난 이놈들에게 진실을 말 할 생각이 없었다.

배고픈 망생 소설가가 시계를 맡기고 2만원을 빌려달라고 해도 안 주던 알바생, 이놈들을 데려다가 목이나 좀 축일까 잠깐 생각을 했지만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술맛 떨어지는 놈들 면상을 보고 술 마실 기분이 들겠냐? 난 그저 적당히 둘러대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거기 보면 뒷면의 오른쪽 하단부에 인쇄가 잘 못된게 있어. 그게 당첨용지에 납칠을 할 때 생기는 문제거든 그걸 찾으면 되는 거야.”


“아아.”


두놈이 시선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까닥거린다.


“목이 칼칼한데 가서 콜라 좀 사와봐!”


“내가 왜요? 아저씨가 사 먹어요.”


용건 다 끝났으니 이제 필요 없다는 거야? 테세변환 참 빠르네.

아무리 얄팍한 놈들이라지만 10초도 안되어서...

뭐 그렇다면 조금 더 약을 올려줘야지.


“백만원 이상 짜리는 판별법이 따로 있는데···”


“야! 민식아 가서 콜라 좀 사와봐라!”


그런 놈들이지.


“됐어! 뭘 가르쳐 주려고 해도 그런 자세면 뭘 가르쳐줘?”


“죄송했습니다. 아저씨 다시 한번 기회를···”


“됐다고! 가서 2000원짜리 4000원짜리 열심히 뒤져봐!”


그렇게 말하면서 놈들에게서 멀어졌다.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되면 저놈들도 양심상 더 질척거리지는 않겠지.

100만원 이상 짜리는 괜히 이야기 했나?




***




“선생님.”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달려와 내 손을 잡는다.


“아,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했다.

바로 내게 편의점에서 2만원을 꿔준 구세주 아저씨였다.


“아휴!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죠? 여기서 기다리면 선생님을 다시 만날 줄 알았습니다.”


“먼젓번에는 감사했습니다.”


“아니요 제가 감사했지요. 하하.”


먼젓번 남자는 작은 손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게 보이지 않았다.

일을 나가지 않는 건가?


“저 그런데 저한테 무슨 일로.”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간다.


“아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먼젓번에 백만원짜리 복권을 골라 주셨잖습니까? 그래서 그게 어떻게 된건지 좀 여쭤보려고.”


원래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자기도 넉넉치 않으면서도 궁핍한 타인을 향해 선뜻 2만원을 내미는 사람.

그 사람이 일 하러 나가지도 않고 나를 기다렸다.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전개였다.


“그건 우연이었죠.”


“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우연치곤 너무 이상하잖습니까. 딱 한장을 골라야 했는데 그것도 수많은 복권용지 중에 딱 한장을 골라내셨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분명 뭔가 있는거 같아서요.”


난 남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청바지, 셔츠 키는 175쯤 나이는 40대 후반에 머리칼이 많이 빠진 앙상한 얼굴에 두꺼운 안경.

나름 단정하게 옷을 입었지만 후줄근한 차림새였다.

요즘 대리기사들은 다 말쑥하게 입고 다니던데.


“저어···”


“네?”


남자는 망설이는듯 하더니 갑자기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왜, 왜 이러세요?”


내가 남자를 말리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제가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제 아내는 아프고요.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만약,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어떤 비결같은게 있다면 꼭 알려주십시오. 그냥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면 좋을텐데, 이제 어디 돈을 꿀데가 없어요. 이대로면 저희 세 식구 다 죽습니다. 선생님! 전 한번도 남한테 사정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희 세 식구 살려주십시오 선생님. 흐흑.”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하루종일 굶었던 그 순간, 남자가 내게 내밀어준 돈 2만원은 내게 며칠 뒤에 받을 천만원보다 더 귀한 돈이었다.

남자가 준 돈 덕분에 하루종일 굶었던 허기를 달랠수 있었으니까.

그 남자가 내게 사정을 하고 있다. 자기도 궁핍한 주제에 내게 2만원을 선뜻 내밀었던 남자가.

폼 재려고 거들먹 거리려고 내민게 아니라 불상한 사람에 대한 순수한 연민이었다.

이 남자에게라면··· 방법을 가르쳐 줄수만 있다면 가르쳐 주고 싶었다.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흐흑.”


이제 남자의 눈엔 닭똥같은 눈물이 그렁그럼 맺혀 있다.


“저기 일단 일어나세요. 다른 사람들 봅니다. 일어나십시오.”


난 남자를 일으켜 편의점 앞에 놓인 탁자로 데리고 갔다.


“아내가 당뇨 합병증이 왔어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눈을 파 내야 합니다. 제 어미가 그러니까 하나 있는 아들 놈한테도 간질에 틱이 왔는데, 틱 아시죠? 갑자기 욕하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정신병 말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알고 계신거 저한테 조금만 알려주시면 제가 평생 은인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백만원짜리 즉석 복권을 뽑아서 남자에게 줄 때만해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2만원 받고 백만원짜리 뽑아줄 때는 나 스스로 간지있어 보이기도 했다.

5000원 택시요금에 5만원짜리 내밀고 ‘잔돈은 됐어요.’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건방을 떨었던 댓가가 눈앞에 있었다.


주어진 자신의 삶을 열심히 헤처나가려고 하는 선량한 가장이 일 하러 가는 대신 내게 묘수를 알려달라며 빌고 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절대 그런 방식으로 은혜를 갚아선 안되는 거였다.


“죄송한데요. 그건 정말 우연입니다.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릴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그때 만일 꽝 나왔어도 어쩔수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력을 동원해서 그렇게 말해야 했다.

남자의 눈에 절망의 감정이 출렁 거리다가 멎는다.


“그렇겠죠. 아마도 제가 황당한 상상을 했나 봅니다.”


말과 함께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다.

마음이 찌르르 아파왔다.

이 남자를 위해서라도 이 남자의 삶에서 이상한 마법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내 능력을 남자가 알게 된다면 남자의 삶은 내게 묶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남자에게도 내게도 큰 불행이다.


그런데 남자를 도와주고는 싶었다.

남자가 말한 내용이 조금 과장이 들어갔을지 몰라도 사실일 것이다.

아픈 아내와 아픈 아들, 그들을 돌볼 금전적 여건이 안되고 있다.

게다가 남자는 아내와 아들을 돌보다가 밤이면 대리운전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더도 말고 조금의 재정적 지원이면 남자는 버텨 나갈수 있게 될 것이다.

이세상을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죄송합니다.”


“아니요 제가 죄송하지요. 황당한 상상을 한 바람에···”


한참동안 우연의 일치였다는 것을 설명하자 남자도 당연한듯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눈치다.

그 순간 남자를 도울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내 능력을 펼치는 것을 남자에게 보이지 않고도 남자를 도와줄수 있는 방법 말이다.


“저기 선생님 우리가 이런 것도 인연인데 제가 돈을 드릴테니 여기서 로또 두장 사오실래요? 제가 사오면 또 이상한 방법 썼냐고 할거 같으니 번호 고르지 말고 그냥 자동으로 두 장이요.”


난 남자에게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남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주저하다가 내 뜻을 알고 만원짜리를 받는다.


“잠시만요. 그 돈을 낼 때에 주문을 거셔야 해요. 마음속으로 집중해서 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일부러 한심해 보이는 몸짓까지 섞어 바보처럼 보이게 말했다.

남자도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고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난 조심스럽게 지갑속에서 아까 사 놓았던 로또 복권을 꺼냈다.

지갑에 넣어서인지 끝이 좀 구겨져 있는데 난 이걸 손에 들고 있다가 로도 용지 두장을 받아 재빨리 한꺼번에 구겨서 이 종이를 남자에게 건네줄 것이다.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느낌상 이건 분명히 꽤 큰 상금에 당첨될게 분명했다.


“여기 있습니다.”


남자는 내게 로또용지 두 장을 내민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두장은··· 으으으 아수라 발발타! 아니지 내가 하면 안되는 구나 본인이 해야 하거든요.”


난 복권을 감싸쥔 손을 요란하게 흔들면서 슬쩍 내 로또 복권을 남자가 가져온 것 한장과 바꿨다.


“자 해보세요. 두 손에 꼭 쥐고! 웃거나 장난치면 약발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당연히 남자는 믿지 않는다.

아마도 한순간일 지라도 말도 안되는 기적을 믿었던··· 그래서 무릎까지 꿇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휴우..아수라 발발타!”


남자는 한숨과 함께 성의 없이 하는 시늉만 한다.


“자 보신 것처럼 돈은 내가 냈지만 선생님이 사오셨고 선생님의 기운으로 에너지도 넣으셨습니다. 저랑은 상관 없어요.”


“휴우..”


남자는 다시 한숨을 쉰다.

그 한숨에는 자신의 막막한 삶과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자신에 대한 연민이 담긴듯 했다.


“그 두장 가져가시고 좋은 일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힘들때 저를 도와주셨으니 저도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닙니다. 괜히 제가 황당한 상상을 하는 바람에 민폐만 끼쳤습니다. 선물 고맙습니다. 좋은 기운 얻어갑니다. 하하.”


남자는 이제 다시 평정을 얻었는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잊지 마십시오 잘 되시면 제 돈으로 샀으니까 10%는 저 주셔야 합니다.”


“아이고 그럼요. 반은 드려야죠. 반 드리겠습니다.”


빈말로 한 말인데 남자는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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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게 되네 +3 24.08.11 3,323 59 12쪽
» 절박한 사람들 +10 24.08.10 3,445 67 13쪽
4 이혼 당했지만 잘 나가마 +3 24.08.09 3,537 75 12쪽
3 성공작이 보인다 +7 24.08.08 3,662 76 12쪽
2 능력을 각성하다 +4 24.08.07 3,942 74 12쪽
1 이혼 당한 망생 작가 +3 24.08.06 4,547 6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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