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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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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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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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처단

DUMMY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눈앞에 모든 미개한 것들을 처단하라!”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230p

▶ 제국 계수 : 169 / 100,000,000



.

.

.



나는 이 행위를 애잔하지만 아름다움이 간직된 것이며, 가슴에서 붉은 장미가 피어오른다고 생각했다. 미개하고 악한 인간들에게 주는 낱장의 피 묻은 면죄부.


여기저기 터져나간 입술에서 나온 처단하라는 말과 함께, 나와 시선을 마주하는 녀석들의 가슴팍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 내 손으로 살생을 발현시킨, 짙은 보랏빛 어둠이 사방에 깔린 날.


진정되지 않는 가슴 한편은 결국 목구멍 밖으로 토사물을 쏟게 했다. 그리고 혼돈에 갇혀있는 그 존재를 원망했다. 신은 이따위 일을 해야 하냐며 말이다. 그것도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보아야 하냐고.


그러나 나는 신.


그 존재는 슬픔과 두려움을 내뱉어야 했으며, 냉혹함과 의연함을 집어삼켜야 했다.


“뭐···. 뭐야! 이거. 어? 뭔데!”


그런 눈부신 존재를 조롱하고 겁박하며, 잔인하게 짓밟은 무리의 리더.


녀석의 글썽거리는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동시에 실의가 사려있었다. 나는 번들거리는 대머리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신으로서 그에게 무슨 위로를 건네는 게 좋을지 말이다.


“기분이 어떠냐. 미개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여.”


“뭐. 뭐야! 이 새끼 뭐야! 어?”


그의 시퍼렇게 질린 입술에서는 폭언이 난무했지만, 충혈되어 눈물이 몇 방울 맺힌 눈은 두렵다며 절망하고 있었다.


“인간은 언제나 입에서 나오는 단어보다 감정을 담아낸 눈빛이 진실 되지. 그러니 네 눈에는 너의 속마음이 보인다.”


“누···구야. 당신. 귀신이야? 악마야? 어?”


이내 대머리 녀석은 손에 쥐고 있던 날카로운 손도끼를 바닥으로 떨궜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자신이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와 행동을 알고 있었다.


“자···잘못했습니다···. 살려···살려주십시오···. 제발 목숨만은······.”


나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굽히고 그의 반들반들한 대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드는군. 하나 묻겠다.”


내 말에 한없이 절망하던 그의 눈빛은 한 줌의 희망이 번쩍거렸다.


“네. 네네. 물으십시오.”


“네 녀석은 스스로 무지하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악하다고 생각하느냐.”


녀석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아마도 자신의 대답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된다며, 필사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나름대로 사내다웠다.


“악···. 악합니다. 저는 악합니다. 알고서 죄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녀석의 고백은 정답이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피로 얼룩진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그럼 뒤져. 이 쓰레기 같은 대머리 새끼야.”


“안······.”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눈앞에 악한 자를 처단하라!”

말을 끝맺자. 녀석의 가슴팍에서 얇고 가는 하얀 불빛이 다섯 가닥 뻗어 나왔다. 그리고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크악. 이 새끼······!”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빛이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 녀석의 눈빛에서는 뉘우침이 사라지고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


전 회차에서 어리석고 미개한 녀석들에게 수없이 관용과 용서를 베풀었다.


그러나 그때뿐.


그들은 언제나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내 마음에서는 자비로움이 한 꺼풀씩 사라져갔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내 계획에는 실수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모두 몰살. 분리수거가 안 되는 녀석들은 언제나 도륙하는 게 마땅했다.


자리에 앉은 채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비릿한 피 냄새가 콧구멍에 스며들었다. 아. 비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아한 이 냄새.


이어서 오른쪽 손바닥에 시선을 놓았다.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200p

▶ 제국 계수 : 151 / 100,000,000


“흠···. 계수가 너무 내려갔네. 큰일이다.”


살생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이었다. 한 번에 열의 목숨을 거두다니, 그것도 2레벨에서 말이다. 어쨌든, 레벨을 올리려면 계수를 올려야 했다.


자칫 신성력을 모조리 사용했는데, 계수가 낮을 경우에는 여기저기 배회하며 노가다처럼, 착한 일을 하고 다녀야 했다.


그렇다면, 신성력도 소모하면서 왜 살생을 사용하는가?


간단하다. 능력은 사용하면 할수록 신성력 소모 값이 내려가고, 능력도 한 차원 올라간다.


그런 이유로 신으로서 죄에서 허우적거리는 녀석들은 처단해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선을 바닥으로 가져가 이리저리 살폈다. 혹시라도 살아있는 녀석이 있으면 안 됐다.


잠시 자리에 앉아 한 녀석의 피 묻은 옷깃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가슴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원을 그리며 뚫려 있었다.


“그래. 살아있는 녀석은 없군. 깔끔해.”


혹시라도 내 능력을 마주한 채 살아남았다면, 그 녀석은 내 전능한 능력에 대해 소문을 낼 터. 그렇다면, 계속 계수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네 번째 부활.


그리고 손에 넣은 전능한 능력. 시작은 순조로웠다.


“아···. 배고파. 일단 뭐라도 좀 먹자.”


긴장이 풀리자 참아왔던 허기가 찾아왔다.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내 바닥에 즐비한 시신을 뒤적거렸다.


“어! 나이스. 새끼들 잘 먹고 다니네.”


도적 중 어느 하나가 멘 가방에는 지구에서 보던 쪄진 감자 알맹이와 쌀과 비슷한 곡식이 뭉텅이로 있었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이를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야. 진짜 뒤지는지 알았네.”


혀를 짜릿하게 할만한 단맛이나 짠맛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리 건강한 맛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할 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 스슥. 스륵 」



“!?”


소리. 이 소리는 주변의 풀이 어딘가에 쓸리거나 흐트러질 때, 나던 소리였다. 불어오는 바람이 빚어낸 것일 수 있지만, 그러기엔 아무런 공기의 흐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 어떤 생명체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길 바랐다.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 스윽. 」


정체 모를 생명체는 조심스럽지 못했다. 뭐. 그럭저럭 잘된 일이었다. 한 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불안해하며 뭔가를 찾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꽤 짧은 시간 안에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스무 걸음 조금 넘는 거리에 높이 솟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그 뒤나 아래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분명했다.


자세를 살짝 낮추고는 그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손에 랜턴 하나라도 들려 있었다면, 이토록 경계할 필요는 없었을 터. 꾸물거리는 행색이 영 전지전능한 신 같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를 다섯 걸음 정도 남겼을 때,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렸다.


그 순간.


“자···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기름이 잘잘 흐르는 더벅머리에다가 얼굴에는 검붉은 피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걸치고 있는 망토는 곳곳이 찢겨 너덜거렸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 네 녀석은······?”


그는 갑자기 양손을 땅에 붙인 채 납작 엎드렸다. 얼마나 숙였는지 코끝이 땅에 닿을 정도였다. 그리고 산발이 된 머리와 어깨춤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껏 흡족하게 배를 채워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 안락한 작은 동굴을 찾아 일찍 잠에 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를 이 빌어먹을 제국으로 보낸 그 존재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비참하고 가혹한 운명의 룰렛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그게···.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길래, 당신을 찾아내고자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다.


내가 힘껏 명치를 내려쳐 기절시킨 뒤에 치유를 걸어준 그 녀석.


뜬금없이 그 사내가 내 앞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말을 이어가다가 이내, 더 이상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비정한 저울질이 동시에 시작됐다.


“다 필요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봤느냐.”


가슴 한편이 두근거렸고 숨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제발 내가 원하는 답변을 그가 하길 바랐다.


“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습니다!”


“아······.”


이 잔혹한 세상은 언제나 내게 가혹했다. 아무런 죄는 없지만, 그 모든 걸 나무 뒤편에서 비밀스레 쳐다본 사내.


즉. 나의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목숨줄을 움켜쥔 계수를 떨어뜨릴 일이었다.


재빨리 오른손을 펴서 계수를 확인했다.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200p

▶ 제국 계수 : 149 / 100,000,000


그래봤자 녀석을 마주한 것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계수가 벌써 2나 떨어졌다.


흔들거리던 저울은 이내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그 때문에 옅은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리석구나. 왜 굳이 따라온 것이냐······.”


내 말에 그는 머리를 푹 숙인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이 저를 살려줬다고 생각해서······.”


“그렇군···. 그래. 하나 물어볼 게 있다.”


그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가문으로 보이진 않는데, 네 녀석은 어느 부족 출신이냐. 가족은 있느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멈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름 모를 사내는 눈치가 빨랐다.


“아보 부족에 라울이라 합니다···. 흑···. 가족은···. 두 부모는 일찍이 다른 부족에게 죽임을 당했고,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군. 여동생 이름은 뭐지?”


“라티라고 합니다···. 그건 왜 물으시는지······.”


나는 말없이 그의 눈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네 녀석의 흔적을 전해주겠다. 널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말이다. 무엇을 주겠느냐.”


그는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가여운 녀석. 나 또한 그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신. 때로는 지금처럼 비정해야 했다.


그것이 내가 짊어진 운명.


그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냈다.



.

.

.



“고통스럽겠지만, 곧 편해질 것이다. 그리고···. 네가 속한 부족과 동생은 내가 거두지. 약속하마.”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70p

▶ 제국 계수 : 134 / 100,000,000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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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도적 24.08.09 22 0 12쪽
7 라비 24.08.08 19 1 12쪽
6 동생 24.08.08 17 1 11쪽
5 부족 24.08.07 17 0 11쪽
» 처단 24.08.07 30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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