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 부활했지만 1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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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06 16:04
최근연재일 :
2024.08.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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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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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적

DUMMY

▶ 현재 레벨 : 2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 신성력 : 150p

▶ 제국 계수 : 358 / 100,000,000


※ 제국 계수가 224 올랐습니다.



*

*

*



라비.


녀석의 입술은 움직임이 없었지만, 가늘게 뜬 눈초리에는 답답함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벌써 몇 분째, 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날 선 말을 내뱉고 있었다.


“신이시여. 생각은 좋습니다만, 때로는 단순해야죠. 생각이 너무 많으세요.”


기분 탓인지 몰라도 녀석의 말투 또한, 묘하게 버르장머리 없다고 느껴졌다.


“어디 보세요. 아시겠죠?”


나는 한숨 자고 일어나 내일 해가 뜨면, 정체 모를 풀뿌리라도 캐서 아픈 이에게 먹이려 했다. 그리고 저녁에 은밀하게 치유를 사용하면, 그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으니깐.


그러나 라비의 말은 이랬다.


왜 굳이 그래야 하냐는 것.


어차피 노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라도 아플 게 분명하고, 하늘 중턱에 달이 걸린 새벽이라면 모두가 잠들 것이니, 그때 치유를 걸면 되지 않냐고 말이다.


“그···그렇지. 훗. 당연히 나도 그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몸이 나으면 의심을 살 게 뻔하지 않으냐!”


“그게 왜. 어쨌다는 거죠?”


녀석은 그 문제에 대해, 내게 가슴이 꿰뚫려 죽은 라울.


그가 죽음으로 가는 길에 부족에게 준 선물이라고 둘러대면 해결될 문제라 했다.


“분명히 아침에 웅성거리겠죠. 몸에 깃든 고통이 사라졌다고. 거기서 제가 말하면 됩니다. 지난밤 꿈에서 오빠를 만났는데, 아픈 이들에게 축복을 주고 가겠다고 말했다고요.”


“그···그건 사기 아니냐!”


달빛이 투영된 그녀의 안면근육은 일제히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왼편으로 기울인 채 나를 바라보는 퉁명스러운 눈빛.


그것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솔직히 말해서 놀라웠다. 빈틈없이 메워진 녀석의 계획 말이다.


이내 녀석은 손가락으로 자기 발을 가리키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작은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들리니, 발꿈치를 들라는 뜻.


녀석의 불순한 태도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녀석이 시키는 대로 뒤꿈치를 들어, 사뿐사뿐 내가 잠을 청할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움막 앞에서 라비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온종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이 부족을 지배할 계획을 세워보시죠.”


거대한 운명의 부름에 따라 한 없이 졸렸다. 전능한 신도 졸음 앞에서는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녀석의 말에 입을 틀어막으며 크게 하품했고, 글썽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비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어깨에 걸친 망토 매무새를 고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오른손 손바닥을 폈다.



▶ 현재 레벨 : 3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복종(200)

▶ 신성력 : 800p

▶ 제국 계수 : 680 / 100,000,000



경험치 이벤트라도 한 듯. 단숨에 3레벨.


그저 녀석의 뒤꽁무니를 따르며 치유를 시전하니, 손쉽게 계수와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뭐···. 녀석의 눈빛이나 행동은 대체로 불경스러웠지만, 역시 총명했다. 쯧.



.

.

.



예상했지만 아침부터 이 작은 부족 마을은 소란스러웠다.


“아니. 허리가 하나도 안 아프다니깐? 이것들 좀 보게나.”


어제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노인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허리를 굽히고 펴고를 반복했다. 쯧. 저러다가 또 나갈 텐데.


“나도 계속 오른쪽 가슴이 콕콕 쑤셨는데, 오늘은 괜찮아요. 신기한 일이네.”


한 노녀도 그 신비한 경험을 증명하고자 나서서 말했다.


그런 식이었다.


작은 광장에 모인 스무 명 정도의 노인들은 서로를 쓰다듬거나 손뼉을 치고 훤히 웃었다.


“잠깐. 잠깐만. 이 모든 게, 다 저기 있는 이방인 덕분 아닌가? 의술을 익혔다지? 기적이네! 기적.”


제국의 인간들은 늘 그랬다.


믿지 못할 일을 마주하면, 그 근거를 찾기보다, 그저 기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로서 못된 일은 아니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하얀 늑대. 그 정령의 축복이지 않을까 합니다. 허허.”


내 말에 노인은 손으로 허리를 짚더니 껄껄거렸다. 그리고 그때, 붉은 단발머리 라비가 급히 뛰어왔다. 그러고는 양손을 모은 채, 장로 앞으로 가더니 무릎을 꿇었다.


“장로님. 지난밤 죽은 제 오빠. 라울이 부족에게 선물을 줄 테니, 그들과 잘 살아가라며 꿈에 나왔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웃어른들이······.”


라비에 말에 장로도 무릎을 굽혀 앉더니,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얀 늑대 정령이시여. 다 그대의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웬 동물 따위에게 기도하는지. 쯧. 녀석에게 공을 뺏긴 듯한 기분에 떨떠름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한바탕 그들의 기적 체험 모임을 끝내니, 라비가 슬그머니 다가와 망토 깃을 세워 목소리를 낮췄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침대가 여간 딱딱한 게 아니었지만, 길바닥보다는 아늑했지.”


그녀는 피식 웃더니 그 돌침대에 적응하려면 누구나 시간이 필요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수시로 계수를 확인하셔야 할 겁니다. 함께 지내는 이들이 많으니, 언제 어디서 당신을 의심할지 모르죠. 각별히 행동거지에 신경 쓰십시오.”


녀석의 말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이 나를 신으로 받들지 않고 수상한 존재로 여긴다면, 계수는 푸른색 음봉이 되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녀석의 말에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복종은 누구한테 쓰려는 게냐. 내가 알고 있어야지.”


녀석은 언제나 나를 찜찜하거나 궁금하게 만들었다. 어제도 그랬다. 복종을 사용할 사람을 찾아뒀다며, 이내 말을 끊었다.


라비는 내 물음에 망토 안으로 팔짱을 껴 넣더니,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뭐지?”


“그게···. 사실은 아직 고민 중입니다.”


라비는 생각과 행동의 틈이 좁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치밀했고 과감했다. 그런 그녀가 고민이라니, 나로서는 의외였다.


“고민? 자네답지 않군.”


“걸리는 게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그건 차차 이야기하시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

.

.



부족에서 먹는 음식은 대체로 입에 맞았다. 작은 감자 알맹이 그리고 살짝 볶은 보리와 비슷한 곡식은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식후에 따듯한 향긋한 차를 우려 마셨는데, 현생에서 취향이 아닌지라, 카페 메뉴판에 적힌 것만 보던 허브차와 비슷했다.


이후 라비는 잠시 걷자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곳은 이 부족이 믿는 하얀 늑대를 모시는 신전 같았는데, 타오르는 양초와 몇 개의 쇠그릇만 있을 뿐 소박했다.


“이 부족이 믿는 하얀 늑대는 마을을 둘러싼 산에 살고 있죠. 멸종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 오랜 전설 속에나 있는 동물이라 생각했는데.”


“전설이긴 하죠. 그들 중 우두머리가 이 부족을 만들어 냈다고 믿으니깐요.”


“쯧. 미개하긴.”


뭐라도 붙들고 싶다면, 이 전능한 신을 믿어야지. 떠돌이 들개나 떠받드는 인간이 한심스러웠다.


라비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잃었는지, 슬며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손을 앞으로 꺼진 초 하나를 집어 들어 불을 붙였다.


“이 산에 흩어져 있는 모든 부족이 하얀 늑대를 섬깁니다. 정령이라 믿으며 그들이 인간을 수호한다고 생각하죠.”


“쯧. 어리석은 인간들···. 마음에 안 드는군.”


“그리고 하나 더.”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주변 공기의 흐름이 멈춘 듯한 그 순간. 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이 이내 떨어졌다.


“이 산새에 몰려다니는 도적들도 그 늑대를 숭배하죠.”


“그게 뭐?”


라비는 앞에 놓인 촛불을 입으로 후 불더니, 모두 꺼버렸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 무리에 우두머리를 복종시키시지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감히 전능한 신에게 도적 때 수장이 되라니? 제아무리 총명한 라비의 말이라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감히. 누구에게 도적 무리에 대장 노릇이나 하란 말이냐!”


소박하고 비루한 좁은 신전 안에는 양초가 꺼지며 나온 연기에 탄내가 진동했다.


라비는 허리를 굽히더니, 땅바닥 한편에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초를 하나 꺼내더니 불을 붙였다. 그리고 타오르는 불꽃이 내는 트득 거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워나갔다.


“왜 대답이 없지?”


녀석이 뜸을 들이자, 나는 팔짱을 끼고는 얼굴을 구기며,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꽤······.”


그러자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제가 왜 이 부족에서 부활했는지. 그 악몽이란 존재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입니다.”


라비는 손으로 걸친 망토 옷깃을 매만지더니, 손가락 하나로 자기 옆통수를 툭툭 쳤다. 그리고 날카롭고 매서운 그녀의 눈빛은 확신이 차 있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귀족이 아니라, 부족이죠. 당신께서 이들을 이끄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첫 단추로 녀석들을 굴복 시키시는 겁니다.”


“굴복······?”


인간들의 세상에 스며든 신.


그에게 복종이란 실로 막강한 능력이다.


그 누구라도 내게 귀속되어 변함없이 나를 믿고 따르니 말이다.


문명이 발전한 귀족 가문에 쳐들어가. 제왕을 굴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


그러나 지금은 레벨과 계수가 낮으니, 그럴 수 없었다.


고작 인간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어도, 그를 둘러싼 다른 인간들이 나를 불신하고 시기한다면, 계수는 내려가니 말이다. 그러니 높은 레벨과 충만한 계수는 필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처럼 낮은 레벨에는 긴 호흡으로 훗날을 바라보며 인간 하나를 복종시켜야 한다.


젊고 총명한 자.

라비 같은 인간을 말이다.


“내 터전을 부족에서 시작하자는 말은 일리가 있군. 그런데 도적 우두머리라니? 그게 무슨 관계가 있지?”


“관계가 있습니다.”


라비는 내 눈앞으로 손바닥을 펴더니, 또렷한 눈으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 거대한 산에는 다섯 개의 부족이 흩어져 있죠. 그리고 늘 도적들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우두머리를······.”


“그니깐.”


나는 라비의 말을 자주 잘라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녀석의 말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었다. 전능한 신으로서 그 구멍을 두고 볼 순 없었다. 메워야 하는 것이 나의 본분.




“그새 명석함이 떨어졌군. 그 우두머리 하나 굴복시킨다고, 도적 때가 나를 믿겠느냐? 곧장 계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악몽이란 존재를 다시 마주하겠지. 쯧.”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요.”


라비가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리고 얇은 천막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가 들고 있는 초의 불꽃이 흔들렸다.


.

.

.



“그들의 수뇌부 모두를 살생하는 겁니다. 한 명도 남김없이.”


▶ 현재 레벨 : 3 Lv

▶ 능력 : 살생(30), 치유(20), 복종(200)

▶ 신성력 : 800p

▶ 제국 계수 : 680 / 1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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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적 24.08.09 22 0 12쪽
7 라비 24.08.08 19 1 12쪽
6 동생 24.08.08 17 1 11쪽
5 부족 24.08.07 17 0 11쪽
4 처단 24.08.07 29 1 11쪽
3 살생 24.08.07 21 0 12쪽
2 치유 24.08.06 21 1 12쪽
1 부활 24.08.06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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