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진짜 황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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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작품등록일 :
2024.08.06 22:16
최근연재일 :
20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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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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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아, 미로(3)

DUMMY

에나 수녀.

갓난아기 시절, 세상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언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때 가장 많이 보살핌을 받았던 것이 바로 그녀에게서였다.

눈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 뒤에는 그래서 그녀가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은 엄마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에나는 미로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줬다.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온갖 잡일에 시간마다 와서 별일 없나 들여다보기까지.

미로가 지금까지 별다른 잔병치레 없이 커온 일등공신에 그녀의 덕이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부작용으로 지금까지도 애취급이나 하지만, 나는 좋았어. 진짜 엄마 같았거든. 전생의 내 부고 소식을 듣고 부디 마음을 다잡았으면 좋을 엄마가 떠오를 정도로. 그렇게 대하며 13년을 같이 보내왔고. 그런데.’

“······실종됐다고? 누나가? 어째서? 왜 지금?”


머리가 핑글 돌았다.

잠은 완전히 깼건만,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깨운 룸메이트는 팔을 잡고 흔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내려가자! 실종을 알게 된 것도 수녀님과 같이 간 형들이 다쳐 돌아와서야!”


미로는 룸메이트가 잡아끄는대로 방을 나섰다.

문득 복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느껴졌다.

낑낑대며 어둠을 밀어내는 태양빛을 보던 미로는 물었다.


“지금 몇 시야?”

“새벽이야! 너 일찍 잤잖아!”

“아니, 새벽?! 누나가 왜 밖에 나갔던 건데!?”

“아~ 진짜! 기억 못 해!? 바보야! 오늘 10일이잖아! 후원자분들에게 보낼 편지를 며칠 전에 적은 거 기억 안 나? 벌써 몇 년이나 해왔는데!”

“아. 오늘 보내는 날이구나. 그렇다는 건.”


수십 명의 고아들을 키우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그것을 수도원은 귀족이나 부자들의 후원으로 충당했다.

세상에는 은근히 ‘내가 이 정도로 선량한 사람이야!’라고 알리고 싶은 사람이 넘쳐났다.

그들 중에서 몇 명을 골라 어르고 달래 후원금을 받는 것이 원장 수녀님의 새로운 장기였다.

물론 그 대가로 매달마다 애들은 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야겠지만.

그런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다니!

게다가 왜 하필 오늘인가?

매번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건물 그림자에 숨어 그녀를 은밀하게 호위했었는데.

하필 곯아떨어진 오늘!


“우체국에 갔구나!”

“응. 아침 예배 전에 빨리 다녀온다며. 매번 그랬잖아? 형들이 짐꾼 겸 호위로 따라붙었고.”

“그런데 왜. 왜 지금까지 무사했는데 왜 오늘이야!!”

“몰라 나도! 직접 물어봐!”


버럭 소리 지르는 미로에 맞서 소리친 룸메이트는 식당 문을 벌컥 열었다.

조리되다 만 요리의 냄새.

그 사이를 파고드는 짙은 피냄새.

어느새 정보가 퍼진 건지 새벽임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식당 한가운데에 모여 있었다.

눈으로 보기 전에 투기사용자의 감각으로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엇다.

천천히 다가가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가자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으으.”


머리가 깨진 건지 붕대를 둘둘 감고 다리와 팔이 부러져 이상한 곳으로 뒤틀린 소년도 있었다.

멍하니 그들을 보던 중 입술을 깨물고 있던 원장 수녀님이 미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니? 에나는 어디 갔고? 너희는 어째서 이렇게 다쳐서 온 거야?”

“그··· 그게. 윽.”

“당했어요. 당했다고요!!”


한 소년이 버럭 소리치며 일어났다.

그러나 분노로 인해 고통을 잊었을지언정 다리가 꺾인 그는 서는 것이 불가능했다.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그를 작지만, 탄탄한 팔이 부축했다.


“어떻게 된 거야, 형.”

“미로··· 미안. 미안해. 우리가 당했어.”


미로의 얼굴을 올려다본 소년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울면서도 소리쳤다.


“스카야!”

“스카? 그 스카?”

“마, 맞아. 놈들이었어. 알고 있었어. 놈의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에나 누나를 노리고 있었어! 우리를 몽둥이로 때리고 누나를 끌고 가며 비웃었다고! 이미 누나가 1달마다 새벽에 나가는 걸 알고 기다리고 있었어. 대장 명령이라고도 했고! 그 대장이 누구겠어!?”


모든 것을 토해내듯 외친 소년은 허물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흑흑. 미안해. 누나. 죽더라도 도망치게 했어야 했는데. 놈들이··· 놈들이. 미안해. 스카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아는데. 나··· 우리 무서워서. 아팠어. 그냥 보낼 수밖에. 미안해. 우리가 약해서···.”

“······형의 잘못이 아냐.”


고통에 겁을 먹는 건 사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울며 용서를 구하는 소년에게 미로는 왜 누나를 놔두고 도망쳤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고통과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소년을 눕히며 일어났을 뿐이었다.

미로의 표정은 악귀가 두려워 도망칠 정도로 차갑고 짙은 살기가 맴돌았다.

그는 돌아서 식당을 나섰다.

뒤로 원장 수녀님이 지휘하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 네 잘못이 아니다. 잘 돌아왔어. 잘 살아 돌아왔다, 너희들. 덕분에 알게 되었으니. 이럴 때가 아니구나. 치안대와 후원자분들께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그리고 너희는 다친 아이들을 병원으로. 나머지는 조를 짜서 에나의 행방을 찾아보렴. 몇 명은 여기 남고. 어서 움직여! 지금은 침울해질 때가 아니잖니!”

“야, 어디가? 미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식당 문을 열고 나가는 미로의 어깨를 룸메이트가 붙잡았다.

룸메이트는 멈칫하고 돌아선 미로의 눈을 보고 흠칫 놀랐다.


“너, 너. 눈이.”

“이 손 놔.”


룸메이트는 미로의 회색 눈동자 속에서 분노의 불길을 본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님에도 두려워 몸이 떨리는 맹렬한 화염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던 룸메이트를 붙잡아 세워준 미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어.”

“하, 하지만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

“놔두렴.”


반박하려던 룸메이트의 등에서 나이들었지만, 힘있는 원장 수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세월이 가져다준 지혜가 담긴 눈으로 미로를 응시했다.


“···네 어미를 묻고 갓난아기였던 너를 받아들인 지 13년이나 됐구나. 잘도 커줬어. 미로. 네 이름의 기원처럼 기적처럼 생존한 너는 나이에 맞지 않게 똑똑했지. 다른 수녀들은 천방지축에 제멋대로라 말했지만, 나는 네가 했던 일은 늘 결과가 좋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단다. 우리들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도 알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가득 차 있었지.”


미로는 갓난아기때부터 자신이 수도원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수백 년간 이어진 제국의 통치는 흔들리고 있었고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있어야 할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세상을 쩌렁쩌렁 울리는 맹수도 어린 시절에는 개에게 물려 죽는 법이니까.

그래서 미로는 수도원을 위해 보이는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했다.

큰 일례로 주는 기부금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자들을 설득해보자는 아이디어도 그가 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난 널 믿는다. 미로. 네게 뭔 생각이 있을 거다. 그러니 부탁하마. 에나를 구해다오.”


원장 수녀님은 미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장면을 본 건 당사자들과 룸메이트뿐.

룸메이트의 경악 서린 눈빛을 무시한 채 미로는 말했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부탁하지 않으셔도요.”


차갑게 대답한 그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작지만, 뇌리에는 천둥소리처럼 틀어박히는 원장 수녀님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밖으로 나가 내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미로. 네가 다칠 것 같다면 포기해도 좋다.”

“!!??”

“···그렇게 보지 말거라. 에나는 분명 내 소중한 딸이다. 이곳을 고아원으로 개조한 뒤 처음 받은 아이 중 1명이기도 하고 분명 내가 우유까지 먹여 키운 분명한 내 딸이다. 하지만··· 미로야. 너도 내 소중한 아들이다. 에나를 위해 네가 다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후우.

원장 수녀님은 자괴감의 한숨을 내쉬고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부디 둘 다 무사히 돌아오거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미라 자칭하기엔 부족한 내 부탁이다.”

“······그럴 겁니다. 누나와 같이 돌아오죠. ···어머니.”


고개를 홱 돌린 미로는 수도원을 나갔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달아오른 피부에 부딪쳤다.

뜨거운 분노로 가득 찼던 마음엔 어느샌가 차가운 냉정이 차올랐다.

잠시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걸음을 빨리해 성벽을 넘고 산에 올랐다.


“형들의 말을 들어보면 에나 누나를 노리고 일을 벌였음이 분명해. 감히 스카의 이름을 가짜로 대진 못했을 테니 놈이 시킨 일이 분명하겠지.”


이유는 대략 짐작이 간다.

에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미인이다.

대쉬하는 남자들이 진짜 과장 1도 없이 눈으로 목격한 것만 한 트럭은 됐으니 오죽할까.

물론 본인은 그게 짜증 났던 건지 수도원을 나갈 나이가 되자마자 수녀가 되어버렸지만.

이후 도시에서도 명망 있는 수도원의 수녀가 된 그녀에게 감히 들이대는 남자는 ‘거의’ 없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기에 없진 않았지만, 원장 수녀님이 적절히 막아줘 지금에 왔었다.

그런데 이건.

뻔하다.

스카, 놈이 어디선가 에나 누나를 보고 노리고 있었겠지.

놈이라 하더라도 다짜고짜 수녀를 납치하긴 그랬으니 기회를 노렸을 테고.

그녀가 1달마다 새벽에 편지를 보내러 가는 걸 알아내고 루트에 부하를 매복시켜뒀던 것이다.


“비열한 쥐새끼. 여자의 몸에 칼질하는 걸 즐기는 이상성욕을 가진 호색한이 너였지. 10년 후의 더 큰 권력자가 된 네가 한 만행을 난 기억하고 있어. 안 그래도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명을 재촉해?”


스릉.

수련동굴의 안.

어느새 도착해 단상 위에 놓아둔 검을 뽑아든 미로는 칼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노와 냉정이 적절히 배분된 고양(高揚)상태.

그동안 마음 먹은 첫 실전과 첫 살인을 이루기에 안성맞춤인 마음가짐이었다.


“···스카. 네 명을 재촉하니 달게 받아. 그리고 부디 내가 갈 때까지 누나의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지 말도록 해. 그러지 않는다면 난 널 서투르게 고문해 끔찍한 죽음을 맞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철컥.


“그럼··· 가자. 이 일로 난 범죄자가 되고 자유로운 여행의 꿈은 박살나겠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도망치거나 잡혀 사형당한다해도 한점 후회 없을 것이다.


“누나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의 수만 아니라면··· 받아들이겠어. 이게 내 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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