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진짜 황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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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작품등록일 :
2024.08.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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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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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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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아, 미로(4)

DUMMY

“흐아~아아암. 아~ 거참. 나이가 드니 자도 자도 피곤하네. 연금술사한테 가서 약이라도 지어 먹어야 하나?”

걸쳐 입은 체인메일과 허리춤에 찬 명검.

젊은 나이에 모두가 선망하는 기사의 자리를 꿰찼으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한 영지의 기사단장으로 만족했다는 흔한 스토리를 가진 남자는 마차에서 내리며 늘어지게 하품했다.

별빛처럼 빛났던 눈동자는 나태로 흐리멍텅해졌고 단련을 그만둔 몸은 군데군데 군살로 출렁거렸다.

명백히 기사의 몸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강했다.

웬만하면 발도 들일 수 없는 4성의 투기는 그를 이 도시에서 영주 다음가는 권력자로 군림하게 해줬다.


“인생 뭐 있나~ 즐기면서 사는 거지. 벌써 그날이던가? 흐흐. 오랜만에 고년들 살결을 맛보겠구만. 스카, 그 시궁창의 쥐새끼가 어르신 대접 하나는 제대로 한다니까? 그러니 봐주는 거지.”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기사단 본부로 향했다.

치안대와 병영의 상위 기구인 권력의 한 축, 기사단.

그곳의 왕이나 다름없는 남자는 느긋하고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썩어도 준치라고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그의 청각이 기사단의 분주함을 캐치했다.

조금 걸음을 빨리한 그는 기사단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외쳤다.


“아침부터 뭔 소란이냐! 그럴 기운 있으면 수련을 하던가, 임무를······.”

“단장님, 오셨습니까! 지금 그런 말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뻣뻣하기 그지없고 실력만으로 부단장까지 올라온,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 다가와 외쳤다.

각지고 큰 부단장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는 물었다.


“어, 부단장. 목소리 좀 줄여. 그보다 뭔데? 뭐길래 이리 소란을······.”

“새벽···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뒷골목 암흑가에서!”

“앙? 거기서 사람 죽는 게 한두 번이야? 난 또 뭔 별···. 이래서 교본대로만 하는 딱딱한 녀석들은······.”


뒷골목 암흑가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

거기서 사람이 죽었다고 이 난리를 피우다니, 영~.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놈, 핀잔이나 조금 주려고 말을 꺼냈으나 부단장이 선수를 쳤다.


“아닙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수가 수십 명입니다!”

“!!”

“그리고···.”


부단장의 말에 그는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다음, 부단장의 말에 그는 화들짝 놀라 기사단 본부를 박차고 나섰다.


“전투는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암흑가의 주인, 스카의 저택입니다! 투기사용자가 개입되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치안대에서 저희 기사단에 지원요청을 한 참이었습니···.”

“!!! 다, 당장···가자! 이놈들아 뭣들 해! 갑옷 입고 무기 꺼내! 당장 현장으로 간다!!!”


다급히 스카의 저택으로 달려가는 기사단장.

그의 뒤를 묘한 표정으로 기사들이 뒤따랐다.


‘엥? 만사 우리에게 짬이나 때리던 단장이 직접?’

‘와! 자유 기사에서 고용된 지 3년이 됐는데 이 돼지 단장이 뛰는 건 처음 보네!’

‘신기하군. 저 흐리멍텅한 얼굴에서 저렇게 다급한 빛이 보일 줄이야.’


티는 내지 않아도 그들 모두가 이 단장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뻔히 알고 있었다.

뇌물 받아먹기는 기본이요 일거리는 밑의 기사들에게 짬이나 때리고 출근은 느리고 퇴근은 빠른데다 유흥가 들락날락, 정치질이나 일삼는 최악의 인간이라는 걸.

‘내 비록 2(3)성급에 불과하지만, 4성급이 되면 저 새끼 재끼고 기사단장에 앉는다!!’라고 울분을 삼키며 수련하는 기사들이 즐비할 정도였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

대규모의 살인사건이지만, 아래의 기사 몇몇만 보내면 솔직히 충분한 일인데 저 두툼한 몸을 흔들며 기사단 전원을 이끌고 간다니 명백히 이상했다.

그들의 묘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단장은 헉헉대며 투기까지 끌어올려 달렸다.

갓 구운 빵냄새를 풍기는 빵집.

쇠와 망치가 만나는 소리가 요란한 대장간.

장사를 준비하는 마법도구점.

술에 취해 널브러진 이들 투성이의 유흥가를 지나 스카의 저택에 도달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끔찍하군. 그런데 기척이.”

“그래, 대규모의 전투인 줄 알았는데.”

“소수로군. 여기저기 파헤쳐진 함정들도 보이는데?”

“이걸 다 뚫고 들어갔단 말이지.”


강력하고 예리한 검격에 뼈까지 베여 푸줏간의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인간의 시체들.

저택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파괴된 함정들.

그리고 그것들을 지나쳐 저택의 최상층,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간 그들은.


“멈춰라아아아!!”

“사, 살려···!”

서걱!


티토 암흑가의 지배자였던 스카.

그의 목을 상처투성이지만, 형형한 안광을 빛내는 한 소년이 베는 것을 보았다.

‘죽음’을 의미하는 타다 남은 재의 색깔을 가진, 마치 그것이 형상화된 것 같은 소년을.


★★★


시간이 흐르고 저 하늘의 해는 점점 더 완전해진다.

새벽이 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자꾸만 조급해진다.

당장이라도 쳐들어가 모조리 죽여 없애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힘으로는 무리다.

그리고 원장 수녀님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에 평정을 줬다.


“뚫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셋. ‘저택의 함정’과 ‘수십 명의 부하’와 ‘쌍둥이 투기사용자’ 놈들. 문제는 하나하나에 전력을 쏟아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 세 가지를 뚫어야지만, 스카의 목을 베고 에나 누나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돌진했다가는 제대로 스카놈을 만나지도 못한 채 힘이 다해버릴 것이다.

아무리 발전했다고는 하나 이 모든 것을 정면으로 뚫어내기에 1성급 투기사용자는 힘이 부족하니까.

그렇기에 미로는 인내하며 몸을 숨긴 채 저택 곳곳을 훑어봤다.


“보였다. 루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위기의 시간, ‘최초의 황제’라는 타이틀은 공짜로 딴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트라이 동안 쌓은 지식과 컨트롤이 바탕이 되었기에 쟁취한 트로피다.

그 모든 것을 뇌리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미로는 투기사용자가 되어 전생보다 더욱 드높은 집중력으로 몇 분 만에 모든 것을 돌파해낼 루트를 떠올렸다.


스릉.

“가자.”


이제 인내는 끝났다.

이 분노를 폭발시킬 일만 남았을 뿐!!


“너, 뭐야?”

“응? 엄청 긴 검을 갖고 있는데? 이봐, 꼬맹아. 너 무슨.”

서걱!


정문을 지키던 스카 조직의 부하들은 검집에 칼을 담고 다가오는 미로를 방심한 눈으로 쳐다보다 시린 은빛을 목격했다.


“아.”


짧은 신음성이 그들이 내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뽑힌 검은 은빛 선을 그리며 그들의 몸을 가로로 양단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숨 쉬던 고깃덩이들을 지나친 미로는 검집을 내팽개치고 검을 땅에 꽂은 뒤 빈손으로 정문을 밀었다.


끼이이이.

아침의 분주함 속 선명히 들리는 육중한 소리.

저택의 사람들은 모두가 어떤 소리인지 알기에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엉?”””


저택을 감싼 정원과 돌길 사이를 움직이며 순찰하던 부하들과 미로의 시선이 맞았다.

그렇게 몇 초.

검을 양손으로 고쳐 쥔 미로와 그의 뒤로 보이는 부하들의 시체에 상황파악을 마친 그들은 째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적스으으읍!! ···컥!!”


가장 먼저 소리 지른 놈의 가슴에 미로의 검이 틀어박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놈의 외침에 저택은 들쑤신 벌집처럼 칼을 든 부하들이 튀어나왔다.

보이는 것만 수십 명.

사람 몇 명쯤은 죽여본 것 같은 흉흉함이 역시 스카가 자신의 저택 경호를 맡긴 놈들다웠다.

그들은 적이 미로 1명 밖에 없음을 확인하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방심이란 없었다.

이 세상은 ‘투기’와 ‘마나’라는 반칙 같은 에너지가 실존하는 세상.

아무리 어린놈에 혼자라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혼자서 쳐들어왔기에 오히려 미로에게 한 수가 있음을 간파하고 동시에 달려들어 죽이려 했다.


“포위당하겠냐?”

“어엇?!”


그러나 작은 체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다람쥐처럼 달리는 미로를 포위하기엔 무리였다.

포위가 완성되기 전 짧은 빈틈을 벌려 탈출한 미로는 저택을 향해 달렸다.

미로는 터프하게 저택의 문을 발로 걷어차 부수고는 위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포착해 그곳으로 달렸다.

그의 뒤를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는 남자들이 쫓았다.


“잡히면 뒈진다, 이 쥐새끼야!!”

“놈은 독 안에 든 쥐야! 저택 안에도 동료가 있잖아! 이 소란을 듣고 안 내려올 리 없어. 놈은 계단에서 끝이야!”


그중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은 녀석이 소리쳤다.

놈의 말대로 위에서부터 상주하던 부하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이윽고 그들은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

아래에서 올라오고 위에서 내려오는 그들 사이, 미로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포위당했다.


“각오해라, 애송아. 다리 하나 잘라 질질 끌고다니다 목적이 뭔지 죄다 털어놓게 될 테니까.”

“낄낄.”


그들은 이미 미로를 다 잡은 물고기 취급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만만했다.

다만, 미로만은.


“지랄. 좋다고 유인당한 개새끼들이.”

푹!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미로는 이를 드러내며 투기로 강화된 손을 벽에 쑤셔넣었다.

이윽고 그의 손에 끌려나오는 커다란 호스 하나.

돌발상황에 멈칫한 그들에게 호스를 겨눈 미로는 조소하며 발을 굴렀다.


찰칵!

“니들이 놓은 함정에 싹 다 뒈져라아아아아!!!”

화르르르륵!!


미로가 발로 밟은 곳이 쑥 들어감과 동시에 호스에서 솟구치는 맹렬한 화염줄기!

그것은 분명 부하들이 잠깐 망각했던, 저택에 설치된 함정 중 하나였다!

그것이 지금 그들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끄아아아!”

“물 물! 제발 꺼줘어어!!”


호스를 위아래로 마구 휘젓자 계단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계단.

미로는 호스를 휙 던져버리고 위층을 향해 내달렸다.

그는 검을 양손에 쥐고 힘있게 배어나겠다.

몸에 불이 붙어 뭔가를 할 정신이 없는 자들과 간신히 화염을 피했던 자들은 미로의 검에 팔다리가 날아가고 치명상을 입어 쓰러졌다.

순식간에 포위망을 돌파한 미로는 위를 향해 내달렸다.

그 뒤를 반으로 줄어버린 부하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쫓았다.

하지만 수월할 줄로만 알았던 추격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저택의 함정을 마구 발동시키며, 그것도 자신은 다치지 않고 추격자들에게 피해를 돌리는 미로의 기술은 이름난 트레져헌터라 해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세련된 기술이었다.

물론 무식한 암흑가의 졸개들이 그런 걸 알 수 있을 리 없다.

몇 층을 오르기 전에 그들의 대다수는 미로의 검과 함정에 휩쓸려 리타이어됐다.

남은 몇몇은 두려움에 떨며 그를 추격하기를 포기했다.


“전직 황제 겸 트레져헌터를 얕보지 말라고.”


우왕좌왕하면서도 추격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린 미로는 최상층의 가장 화려한 방의 문을 열었다.


킁킁.

‘짙은 향내. 몽환약을 탄 연기.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 커튼으로 가려져 안이 보이지 않지만, 잠에 빠진 듯한 기척이 여럿 느껴지는 침대. 그리고···.’


미로의 검지가 복사한 것처럼 똑같이 생긴 두 검객과 얼굴의 흉터가 인상적인 남자를 하나씩 가리켰다.


“하나. 둘. 셋. 분리수거도 못 할 인간쓰레기가 세 놈.”

“어쩌다 각성한 애송이 주제에. 그보다 형님. 분리수거가 뭐요?”

“헛소리 말고 방심하지 마라, 동생아.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 놈이다. 그러니.”


스르릉.

“진지하게 죽일 각오로 싸워. 천재란 족속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지 않냐.”

카각.

“뭐, 저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알겠수. 형님의 말이라면 따라야지. 이보소, 보스! 뒤로 가계쇼! 우리 형제의 합격으로 후다닥 끝내버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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