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진짜 황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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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작품등록일 :
2024.08.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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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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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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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아, 미로(2)

DUMMY

땡땡땡.

종소리가 수도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뭐, 누가 쳐들어와서 울리는 공습경보냐고?

그건 아니다.


“얘들아 아침먹자! 큰애들은 동생들 깨우고! 어서어서 일어나! 하루의 시작이야!”


수십 명이 함께하기에 생기는 아침의 혼란함을 어느 정도 타파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랄까.

뇌를 흔드는 종소리에 아이들은 하품하며 일어났다.

이부자리를 개고 물을 떠 세안과 양치, 식탁에 앉아 기도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기까지 너무나 익숙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 뒤는 자유시간이었다.

전생인 현대에 비해 마법이라는 기술이 있지만, 분명 낙후된 이곳 세상.

어린아이의 인권이라는 건 현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아무리 기부를 받아도 부족한 수도원의 상황상 용돈이라는 건 꿈도 꿀 수 없기에 아이들은 각자 선배들(다 커서 졸업한 형과 누나들)의 추천으로 적은 돈을 받고 일했다.

물론 그 와중에 불량한 길로 빠지는 몇몇이나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며 미래를 꿈꾸는 몇몇, 마지막으로 일하지 않고 어디서 돈을 벌어오는 극소수의 인원도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지.”


특히나 혼잡한 도시의 길거리, 투기로 일반인의 신체 한계를 넘어서고 보법을 밟는 미로에게 소매치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잘못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만 털었고 미래를 위해서라도 성장기에 잘 먹어야 하니 소매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를 사용하며 주는 쥐꼬리만 한 돈으로는 제대로 먹기도 힘드니까. 이 세계는 특히나, 쓰레기 같은 음식이 넘쳐난다고. 혹시나 상한 거라도 먹고 식중독으로 꽥 죽어버리면 그 무슨 허망한 죽음인데?”


뭐, 자기변명은 여기까지.

훗날 강해져 티토에서 전운을 걷어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으로 갈음할 테니까.

어쨌든, 그래서 지금도 소매치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냐? 그건 아니다.

소매치기는 이미 며칠 전부터 폐업했으니까.

지금 미로는 건물 그늘에 숨어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험악한 얼굴에 칼자국 몇 개는 기본으로 난 남자들이 돌아다니는 저택이 나타났다.

그렇다.

그곳이 바로 스카의 저택이었다.

술.

마약.

여자.

도박.

인간이 몰리면 반드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대놓고는 할 수 없는 요소들.

티토에서 그것을 쥔 마피아 보스, 스카의 근거지.

그는 대저택에 살며 칼을 찬 부하들을 수십 명 거느렸다.

제 목숨 하나 지독하게 아끼는 악당답게 매사 철저하기 그지없었다.

웬만해서는 나가지 않고 나가면 부하를 잔뜩 대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게다가 저택도 마찬가지.


“트레져 헌터의 눈은 속일 수 없지. 함정들이 쫙 깔렸네. 멋모르고 쳐들어갔다가 죄다 몰살하기 딱 좋은 구도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저택을 탐색한 미로는 결론을 내렸다.

「공략 불가능」!!


“내가 2성급만 되었어도 죄다 죽이고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다’를 시전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러려면 목숨을 걸어야겠지.”


저런 조무래기 악당(악질이지만)에게 목숨을 거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결국, 답은 암살뿐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제 몸 하나는 철저히 챙기는 놈이니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겠지.


“예정대로 힘을 키워야겠군. 여행이 조금 미뤄지더라도··· 수도원에 해가 될만한 것들은 모두 치우고 가야지.”


미로는 섬뜩한 눈빛을 발한 뒤 사람이 오지 않는 자신만의 수련 장소로 향했다.

그리 높지 않은 성벽을 슬쩍 나서 뒷산을 오르길 조금,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산양처럼 산을 타던 미로는 이내 풀숲으로 입구가 가려진 동굴에 들어갔다.

이곳은 옛날 근방에 이름을 날렸지만, 자식도 후계자도 없던 한 기사가 자신의 전승이 사라질 것을 안타까워해 만든 기연의 장.


“뭐, 그렇다고 해도 초반에야 조금 쓸모가 있지. 나중에 파워 밸런스가 박살 나면 꺼내지도 못할 거지만.”


신체를 깨워 투기에 입문하게 만들어주는 영약, 기골단과 한 자루의 검, 풍월검술, 풍월보법이란 기초와 속도에 치중한 물건들이 놓여 있던 단상과 넓은 공동이 다인 단출한 공간.

하지만 미로에게만큼은 너무나도 소중한 공간이었다.

8살 때 이 세상이 진짜 【킹덤】속 세상이고 쌓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몸이 성장해 기골단의 반동을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 되자 투기를 각성하고 수련하던 피와 땀이 묻은 곳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 처음으로 생긴 그의 공간.

도시에서 차고 다닐 수 없기에 단상에 놔둔 검을 뽑아든 미로는 이내 바람처럼 공동을 움직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고 찌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기쁘고 재밌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이 세상의 최정점에 달한 존재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지 알기에 희열에 차올랐다.

비오듯 떨어지는 땀방울이 하나도 찝찝하지 않았다.

짜릿하게 올라오는 근육통은 성장의 신호라는 걸 알기에 즐겼다.

거세게 뛰며 투기를 만들어내는 심장은 더욱 진하고 강한 투기를 빠르게 생산해냈다.

그럴수록 그의 발걸음은, 검력은 더욱더 빨라지고 강력해졌다.

어떤 기사의 검술이 점점 그에게 맞는 옷처럼 익숙해졌다.

게임에서는 이런 과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저 익히고 자동수련을 켜놓으면 재능에 따라 숙련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다칠 수도 있게 할 위험한 검술을 배워야 한다.

그걸 ‘제 몸에 맞는 옷’처럼 ‘생각하면 자동’으로 펼칠 수 있게 수련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반드시 실수가 나온다.

그리고 실전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미로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련을 하는 거지! 난 최고가 될 거니까!!”


파─앙!

소리 지르며 찌른 마지막 공격에 공기가 터져 나갔다.


“하아. 하아. 하아.”


이내 동굴은 조용해졌다.

촛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그의 거친 숨소리, 땀방울이 떨어져 흩어지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렸다.

미로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처음으로 느낀 만족스러운 수련이었다.

따로 놀던 검술이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남에게 분양받아 친하지 않았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처 다 성장하지 못한 몸에 맞지 않는 기다란 검이 노련하게 움직였다.

생각하며 밟아야 했던 보법이 무의식적에 펼쳐졌다.

쉬쉬쉭!

그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마치 바람을 밟으며 노니는 매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나아갈 때는 강하게, 후퇴할 때는 경쾌하게, 옆으로 돌아 상대의 빈틈을 노릴 때는 은밀하게.”


전신을 뜨거운 투기가 채워나간다.

그것도 모자라 체외로 조금씩 배출되며 번갯불의 형태로 작게나마 명멸했다.

투기로 신체를 강화하는 1성급.

그리고 체외로 투기를 배출해 갑옷처럼 둘러 공격력과 방어력을 더욱 드높이는 것이 바로 2성급!

번갯불의 모습은 조금씩이나마 미로가 2성급 투기사용자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을 느낀 미로는 희열을 참을 수 없어 광소를 토해냈다.


“아하하하하! 즐겁네, 즐거워! 이게 사는 거지! 영원히 이러고만 있어도 재밌을 것 같잖아! 고작 중하급 정도에 불과한 풍월검술과 보법도 이 정도인데 더 좋은 건내게 어떤 쾌감과 힘을 가져다줄까? 기대돼!”


콰콰콰쾅!

신체와 투기의 극한을 끌어내는 미로의 수련에 동굴은 소리를 내며 몸살을 앓았다.

바닥에는 그의 발자국이 찍혔고 벽에는 온통 칼자국이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징그럽게 입을 벌렸다.

이것이 투기사용자의 위용이었다.

고작 1성급임에도 평범한 병사 1백은 족히 상대할 수 있는 강함!

마법사와 함께 기사가 어째서 세상의 주인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콰광!


“하아. 하아.”


10여분, 짧지만 밀도 높은 시간이 흐르고 모든 투기를 다 소모한 미로가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처음에는 재능이 평범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이몸의 재능은 꽤 뛰어난 모양이었다.

게다가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못 이긴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금 미로는 수련을 즐기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그 자신의 성장은 상정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숨을 고른 미로는 수련을 끝내고 검을 다시 단상에 놓은 채 동굴을 나왔다.

아직 그의 나이는 13살에 불과했다.

미성숙한 육체로 하는 과한 수련은 오히려 성장에 독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적당한 피로가 덮치는 선에서 수련을 그만뒀다.


“오늘의 저녁밥은 무엇일까~요. 하하.”


동굴 인근의 개천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티토의 성벽을 슬쩍 타넘어 귀가하는 길.

아저씨로 접어들던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슬슬 어두워지는 거리를 걸었다.

뒷골목과 가까운 거리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과 일을 시작하러 가는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그들 사이를 솜씨 좋게 파고들며 미로는 수도원으로 귀환했다.

오면서 사온 과자를 애들에게 풀자 받은 환영은 덤.

식사 전에 애들한테 과자를 주면 어쩌냐고 원장 수녀님께 등짝을 맞은 건 이자였다.


“좋네. 이대로만 가면. ···응. 성장이 예상을 넘었으니. ···내일부터 스카의 빈틈을 노려볼까. ···암살을. ···그보다 어리니까 좋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전생이었으면 100% 위산역류······.”


밥을 먹고 씻자 수련의 피로와 성취감이 겹쳐 수마가 밀려 들어왔다.

비몽사몽에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그는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여행의 날은.

···음.


콰광!

대포를 실은 거대한 고래가 하늘을 난다.

그 위에 해적 모자를 쓴 미로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래를 움직여 적을 섬멸했다.

하늘은 황홀한 무지갯빛!

삐죽삐죽 솟은 형형색색의 산맥, 보랏빛의 출렁이는 망망대해, 움직이는 거대로봇과 괴수를 스쳐 지나간······.


“···나. ···어나. 일어나봐!”

“헉!?”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던 미로가 번쩍 눈을 떴다.

멍한 표정으로 돌아보니 룸메이트 중 한 명이 급히 그를 깨우고 있었다.

그가 뭐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룸메이트의 입에서는 그의 정신을 번쩍 깨울 말이 튀어나왔다.


"뭐야. 도니. 하아~암. 나 피곤하니까 깨우지 말···."

“큰일났어! 지금··· 지금 에나 수녀님이 실종됐어!”

“······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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