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진짜 황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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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작품등록일 :
2024.08.06 22:16
최근연재일 :
20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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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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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잿빛 군단(2)

DUMMY

피의자가 사라지고 재판이 흐지부지되어버린 초특급 사건 이후 카론과 미로는 몰랐지만, 지금껏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던 영주가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피의자 미로는 죄가 있으나 사형 대신 잿빛 군단 복무로 대체.

결론은 이렇게 나며 재판은 끝났다.

영주는 이왕 나선 김에 주인을 잃은 뒷골목을 제대로 정리해버려 티토는 조금 더 살기 좋아졌다.

뒷돈이 들어올 커다란 구멍 하나를 잃고 오열한 기사단장은 이 분노를 수도원에 풀려 했으나 영주의 제지로 그것도 불가능.

이렇게 오랜만에 떠들썩했던 티토의 연쇄살인과 재판은 이렇게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시민들은 영주를 칭송하며 일상으로 되돌아갔고 기사단장은 울면서도 켕기는 게 있기에 영주 보라는 듯 발로 뛰며 뱃살 둘레가 조금 줄어들었다.

이 모든 것을 미로가 알게 되는 건 언제일까.

1천 년의 복무기간이 존재하는데 그런 날이 오긴 하는 걸까?

애초에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수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그는 지금.


짝짝짝.

“축하한다. 죽음을 피해 세상 가장 끔찍한 곳으로 향할 죄수여. 오늘이 바로 그대의 새로운 탄생일이다.”

“······그 말은 또 뭡니까?”

“야, 봐줘라. 애송아. 【처형자들】을 조직한 4대 황제께서 멋지다고 집어넣은, 【잿빛 군단】 가입자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전통적인 조언이라고. 그보다 【처형자들】보다 【잿빛 군단】의 역사가 더 오래됐지만.”


도로 어딘가에서 마차를 탄 채 카론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같이 온 건지 건장한 마부가 끄는 사두마차의 안.

용케도 몸을 구겨 넣은 카론은 불편하지도 않은지 마차에 놓여 있던 한 박스를 꺼내 풀었다.

그 안에서 나온 건 그에게는 매우 작아 보이는 초콜릿 케이크 하나.

이미 잘린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단번에 집어삼킨 그는 말했다.


“뭐, 괜히 하는 말은 아니다. 곧 죽을 자들에 대한 작은 감사의 표시지. 아, 먹을 거냐? 이것도 전통이다. 생일을 기념한다는 의미지. 조금 흔들렸다만 맛은 좋아.”

“······단거 좋아하는군요.(역시 같아)”

“크크. 사자 수인이라고 고기만 먹는 줄 알아? 잡식이라고 나는. 그보다 애송아. 하나 궁금한 게 있다만, 어떻게 날 알고 있지? 내 위치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잿빛 군단에 대해 알아서 입단 신청을 한 거냐? 딱히 기밀은 아니다만, 너 같은 고아가 알기는 힘든 정보인데?”


케이크를 능청스레 집어삼키며 묻는 카론.

사냥 후의 늘어진 사자를 보는 것 같아 절로 긴장이 풀린다.

다만, 그의 눈동자는 미로를 마치 먹잇감을 보듯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렇게 잠시.

카론은 파하! 하고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뭐, 됐어. 나는 꽤 유명하니까. 임무로 마경에 발붙이고 산 지 10년 가까이 되기도 했고. 퇴역 용병에게라도 들었나 봐?”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로는 속지 않았다.

미로는 카론이라는 인물을 알고 있다.


‘의심 가는 거 투성이겠지. 나에 대해서. 외견상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만사 철저한 사람이 당신이니까. 아, 즐겁네. 이런 상황임에도 카론과 대화를 나누고 즐거워해서 입꼬리 관리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웃어버리겠어.’


모니터 너머로만 봤던 등장인물이 이렇게 살아 움직이며 대화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즐거워 상황도 잊은 채 한바탕 웃어버리고 싶었다.

미로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는 이미 짜놓은 레퍼토리대로 설명을 해줬다.


“펩? 와하하하! 그 덩치 큰 놈 말이지! 더럽게 못 싸우면서 살아남기는 또 잘 살고 술은 더럽게 잘 처먹었지! 아직 살아 있었나보군!”

“어떻게 용병 일을 하나 궁금할 정도였죠.”

“크크크. 맞아, 맞아. 돼지였으면 한입에 잡아먹었을 뚱보 녀석. 아, 이건 농담이다? 그보다 그 녀석에게 들었던 거군. 제 자랑이나 뻔질나게 하는 녀석이라면 그럴만해.”


펩이란 엑스트라를 알고 있고 다행히 그에 대한 신상도 알고 있기에 의심은 빠르게 풀렸다.

꼬르륵~.

긴장이 풀리자 5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성장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몸이 영양분을 원하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한 미로는 초콜릿 케이크에 달려들었다.

물과 함께 초콜릿 케이크를 순식간에 도륙하는 그를 보며 카론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슬쩍 밀어줬다.


“맛있냐?”

“우으응(끄덕끄덕).”

“많이 먹어라. 어차피 죽을 운명. 조금의 연민은 황제 폐하도 허락해주시겠지.”

“···! (꿀꺽) 죽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그리 말하지. 지키는 녀석은 못 봤지만. 됐다. 말싸움할 생각은 없어. 나는 내 임무나 하면 그만이니. 일단 먹어라. 이 마차는 특제라서 목적지까지 몇 시간 안에 도착할 거니까. 네가 어디 소속될 것인지 제대로 설명을 해줘야 하거든. 이것도 잿빛 군단 가입식의 일부라.”


미로의 굶은 몸은 영양분을 원했다.

이빨은 케이크를 부수고 목구멍은 잘게 부서진 케이크를 물과 함께 위장으로 넘겼다.

순식간에 케이크를 해치우자 카론은 구부정한 거구를 움직여 마차를 뒤지더니 하나의 편지를 꺼냈다.

미로도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네가 보낸 편지다. 자신이 저지를 죄명과 잿빛 군단에 들어가겠다는 혈서가 찍힌. 이젠 되돌릴 수 없어.”

“알고 있습니다.”

“···좋아. 이런 편지를 보낸 걸 보면 어느 정도는 알겠다만, 그래도 잿빛 군단에 대해 설명하지. 규칙이라.”


편지를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은 카론은 벽난로 앞에서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처럼 운을 뗐다.


“지금으로부터 500년도 더 전, 역사서는 당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혼돈의 시대.”

“···말 끊지 마라, 애송아. 그래, 맞다. 혼돈의 시대. 선과 악이 뒤엉켜 서로를 죽였고 인간들조차 분열되어 수많은 왕국이 난립했지. 그들 중 어떤 왕국에서 한 왕자가 태어났다.”

“초대 황제이지요.”

“···역사서 좀 읽었나 보구나. 그래, 뭐. 어디 덧붙여봐라.”


카론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미로의 심정을 아는 건지 사자 수인은 험악한 표정(무표정)으로 허락했다.


“왕국의 이름은 모른다. 기억 안나. 제국이 그저 제국인 것처럼 왕국이라 부르지. 왕자는 모든 방면에서 천재였다. 왕국을 부강하게 만들고 스스로도 대륙 최강이었지.”

“해서 대륙을 통일하고 제국을 만들었다. 역사서에서는 여기까지죠.”

“여러 왕국을 평정하고 악(惡)을 일소하고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만, 완전히 옳은 것도 아니지.”

“3대 마경입니까.”

“옳다.”


카론은 으르렁거리며 웃었다.


“초대 황제는 아인을 포함한 인간을 통일했을지언정 악마와 싸워 이기지 못했다. 그저 세 곳에 몰아 봉인했을 뿐.”

“그것이 3대 마경.”

“【뒤집힌 산】 【울부짖는 숲】 【불가해의 바다】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악마의 땅이다. 그리고 여기서 잿빛 군단이 창설되지. 생명의 ‘투기’와 자연의 ‘마나’를 통칭하는 【신비】를 보유한 이들 중 ‘범죄자’를 동의하는 이들에 한해 차출한 부대. 그것이 바로 잿빛 군단이다.”


그랬다.

잿빛 군단이란 신비를 다루는 범죄자의 자원을 받는 형식으로 충당되는 군단.

시작부터가 평범한 군단이 아니었다.

그리고 초대 황제가 이런 독특한 군단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일손이 달리기 때문이지. 범죄자 쓰레기들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물론 아무나 받으면 자살행위니 신비 보유자들만.”


카론의 사자 얼굴은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조소를 담고 있었다.


“우습지? 그 정도로 마경은 두렵다. 끝없이 악마와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그들은 다시 대륙에 나서려 하지.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마경에 들어간다. 그 이유를 아냐, 애송이?”

“예. 마경의 안은 태생부터가 신비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세상. 거기서 수많은 인간과 악마가 죽고 죽이며 투기와 마나는 모이고 고여들죠.”


뒤적뒤적.

카론은 코트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정교하게 만들어진 금빛 회중시계였다.

두툼한 손으로 솜씨 좋게 작은 태엽을 감자 회중시계는 째깍거리며 작동했다.

동시에.


“읏!?”


휘이잉!

창문을 닫아 밖과 격리된 마차 내에 시원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눈을 뜨기 힘든 바람 속에서도 카론의 목소리는 똑똑히 뇌리에 틀어박혔다.


“아이템(Item). 신비가 고이면 인간이 만들기 힘든 온갖 아이템이 만들어지지. 대부분은 꽝이지만, 그중 정말로 굉장한 건···.”

“공간을 이동하거나 시간을 멈추기도 하죠.”

“크큭. 맞다.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도 힘든 신비의 물품, 아이템! 그걸 탐내지 않고 배긴다면 탐욕스러운 인간이 아니지! 그렇기에 인간들은 마경에 들어간다! 그렇기에 일손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잿빛 군단이 탄생했다! 그러니 너는!”


명검처럼 빛나는 손톱이 가슴을 찌를 듯 파고들다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곳으로 가는 거다. 아이템이 나오고 초인과 악마와 몬스터가 날뛰는 인세의 지옥. 그중에서도 가장 격렬하다는···.”


겁을 주려는 듯 말을 잠깐 멈춘 카론은 이내 미로의 머리를 집어삼켜도 남을 정도로 아가리를 벌려 크게 웃었다.


“【뒤집힌 산】이다! 이봐, 애송이. 내기할까? 나는 네가 최대 1달 만에 죽는다는데 걸겠다. 하지만, 그래. 네 잘난 말처럼 살아남는다면···. 크크크. 괜찮은 아이템을 하나 주도록 하지. 비싼 거로. 그러니까 애송아. 살아봐라, 어디. 너 같은 애송이. 내가 괜히 죽을 자리에 안내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카론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겁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축소해서 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외모로는 악마도 씹어 먹을 것만 같은 야만적인 사자 수인.

그러나 실제로는 단 걸 좋아하고 의외로 정이 많은 남자인 카론.

그는 내기를 핑계 삼아 미로에게 죽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대로 말하면 민망하니까 돌려 말하는 거다.

이미 ‘어머니’에게도 살아남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약속 하나가 더해지는 것뿐이다.

덤으로 괜찮은 아이템이라면 다다익선이지.

그러니까.


“살아남아 주죠. 아니, 그것을 넘어 1천 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해 보이겠습니다. 당신이 끌어들인 애송이가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즐겁게 구경하시죠.”

“···!! 크크. 와하하하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해봐라! 해보자고! 내기!”


뻐─억!

둘의 사이즈 다른 손이 힘차게 부딪쳤다.

덜컹대는 그들의 움직임을 버티며 마차는 빠르게 마경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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