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진짜 황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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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작품등록일 :
2024.08.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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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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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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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아, 미로(5)

DUMMY

“아, 알았네! 빠르게 끝내주게!”

험상궂은 흉터남, 스카는 싸움에 휘말릴까 다급히 천을 걷고 침대로 사라졌다.

그가 천을 걷을 때 미로는 보았다.

검고 하얀 수녀복 사이에 흩어진 붉은 머리카락을.


까득.

‘참자. 참아. 놈들이 내 목적을 알고 누나를 인질로라도 삼으면 복잡해진다. 그러니 지금은 신경 쓰이면서도 가짜 목표를.’

“너희는. 여기서 죽는다. 너희의 목숨으로 너희에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명복도 함께 빌겠어.”

“하아~. 뭐야. 정의의 사도셨어? 그래. 용병으로 다니며 너 같은 놈들을 많이 봤지.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들!”


쌍둥이 중 동생이 낄낄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놈은 약이라도 한 듯 눈이 반쯤 풀려 있었는데 그것이 살기와 뒤엉키자 다가가기조차 싫은 광기로 변했다.


“착한 척이나 해대고 자기가 정의인지 알지! 캬핫! 하지만 아니야! 약한 놈의 죄인이고 강한 놈이 정의다! 안 그렇수, 형님!?”

“아아, 옳은 말이다. 동생아.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정의가 되겠지.”

“킥킥킥. 빨리 끝내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합시다. 내 밑에 달린 아들이 너무 참았다고 눈물을 흘리잖아? 아, 저 애송이는 어려서 모르려나? 키킥.”

“미친 새끼들.”

“오오, 아는가 본데?”

“동생아. 방심하지 말고.”

“알았수. 최강 기술로 끝내버립시다.”


그들은 데칼코마니처럼 칼을 겨눴다.

쌍둥이들은 방심하지 않는다.

1성급 투기사용자라는 애매한 경지를 가지고 용병으로 살며 온갖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목숨 구걸도 해보고 약자를 가차 없이 짓밟아도 봤다.

천재라 지껄이는 애송이를 죽여도, 막 검을 잡은 초짜에게 팔이 반쯤 잘려 포션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니 방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간신히 찾은 이 안락한 안식처를 부수게 두지 않는다!!


‘2성급의 적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후퇴하게 만든 기술이란 말이야! 갑시다, 형님!’

‘순식간에 끝날 거다. 가자, 동생아!’


탓!

둘은 눈짓조차 나누지 않고 동시에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파츠츠츠.

투기를 잔뜩 머금은 그들의 칼에서 푸른 번갯불이 튀었다.


‘승부는 찰나.’


미로도 피하지 않고 마주 달려나갔다.

그의 검에도 잿빛 번갯불이 번쩍였다.

세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그리고 이내.

쿵!

미로가 성큼 발을 디디며 건물이 흔들림과 동시에 세 사람의 모습이 교차했다.

툭. 투둑.

무언가가 떨어졌다.

어느새 셋은 서로를 지나쳐 움직임을 멈췄다.

번갯불이 사라진 세 사람의 무기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누가 승리했고 누가 패배한 건가.

먼저 움직인 쪽은 쌍둥이였다.

그들은 천천히 뒤돌아 미로의 작은 등을 응시했다.


“말도 안 돼. 형님. 이건··· 이상하지 않수?”

“···어떻게 한 거지? 애송이. 어떻게 우리의 비기를 간파한 거냐!!”


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소리질렀다.

푸슛!

동시에 그들의 복부에서 커다란 검상이 입을 벌려 피와 내장을 토해냈다.

쌍둥이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피 웅덩이에서 죽어가는 쌍둥이들.

그때가 되어서야 돌아선 미로는 담담히 말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너희들의 비기는 그 손목에 숨겨진 작은 석궁에서 발사되는 화살. 그것과 함께 시도하는 협공.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지만, 알고 있다면 피한 뒤 베어버리면 그만이야. 내가 너희보다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화살 한 발은 피하지 못했지만.”


어깨에 화살이 박혔지만, 그뿐이었다.

미로는 승리했고 쌍둥이는 패배했다.


“뭔··· 개소리야. 어떻게··· 알았냐니까.”

“씨발. 조금만 더. 조금만 더였는데. 스카의 돈을 뜯어 구매한 영약의 힘으로··· 2성급에 오르는 거였는데!!”


죽음이 성큼 다가왔으나 투기사용자의 목숨은 질겼다.

그들은 피웅덩이에서 버둥거리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런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로는 그들에게 다가가 쪼그려앉아 시선을 맞췄다.


“한 가지 알려줄까? 너희의 정체된 그 실력.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야. 영약이 있어도 실패할 정도로 너희의 재능은 그뿐이라는 거지. 하늘도 공평해. 쓰레기인 너희의 본성을 알고 별다른 재능을 주지 않은 걸까?”

“!! 너. 그··· 말투. 뭐냐? ···설마? 그렇다면. 말이 되는···!!”


이미 죽은 동생.

사이 좋던 동생을 따라 눈을 부릅뜬 채 중얼거리던 형도 명을 다했다.

마지막에 미로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

미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향해 다가갔다.


“히익!?”


미로의 검이 커튼을 베자 화들짝 놀란 스카가 뒤로 기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 에나 누나가 보였다.


‘무사하구나.’


약에 취한 듯 잠들어 있었지만, 옷이 조금 흐트러진 것 말고는 멀쩡해보였다.

에나를 본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바로 스카에게 시선을 돌린 미로는 성큼성큼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에게서 저릿저릿한 살기가 뿜어져나왔다.

그것은 반드시 놈을 죽이겠다는 각오.

투명한 유리 같은 살기에 스카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스카의 본능에서부터 움직이면 죽는다는 직감이 몸의 근육을 굳게 한 것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로지 입뿐.


“이, 이봐. 여기까지 하자고. 응? 충분하잖아? 내가 부릴 수 있는 녀석은 거의 다 죽었어. 여길 봐! 여자들도 무사해! ‘오늘’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오, 오지마! 날 죽이면 후회해!”

“후회?”

“그래! 기사단장 카트가 내 편이야! 날 죽이면···.”

“자존심만 센 자격지심(自激之心) 덩어리가 날 죽일 거라고?”

“···어? 마, 맞아. 그러니까··· 컥!?”


퍽!

미로는 때려주고 싶게 생긴 스카의 어리벙벙한 면상을 후려쳤다.

날아가던 놈은 분홍 연기가 흘러나오던 항아리에 처박혀 부숴버렸다.

소란과 끊긴 연기에 잠들어있던 여자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미로는 신경쓰지 않고 끙끙대는 스카에게 다가갔다.


“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몰래 너와 쌍둥이만 죽이고 이 도시를 뜨려 했었지. 아무리 내가 당당해도 티토의 권력자인 기사단장 카트는 날 범죄자로 몰 테니까. 범죄가 맞기도 하고.”

“으으. 그, 그래. 맞아! 그러니 여기까지 하자고! 날 죽이지만 않으면 괜찮아! 용서해줄게!”

“용서라고?”

“맞아. 용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되돌아가는··· 푸케엑!?”


개소리를 지껄이다 한 방 더 얻어맞은 스카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녀석이 낑낑거리는 옆에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듯 쌍둥이의 시체가 있었다.

스카에게 걸어가던 미로는 밖에서부터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들을 느꼈다.

지금으로서는 절대 대항할 수 없는 강자들.


‘기사단이군. 놓친 녀석과 주민들의 신고인가. 예상은 했지만, 빨라.’

“그만 끝내자. 그 전에 네 실수를 이야기해주지.”

“으으.”

“솔직히 난 영웅 같은 게 아니야. 네가 에나 누나. 수녀님만 납치하지 않았다면 몇 달은 더 살았겠지. 그래. 넌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다. 그런 사람의 얼굴에 칼질하고 범해 죽이려 했어.”

“미, 미안. 살려···. 카트가 널··· 용서하지 않아···. 내 돈을 줄 테니··· 살려줘. 여자를 데리고 가.”

“이미 각오하고 있다. 오랜 계획이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넌 여기서 죽어.”


스카의 앞에 도착한 미로는 처형인처럼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멈춰라아아아!!”

“사, 살려···!”

서걱!


때마침 도착한 기사단과 깨어난 여자들, 에나 수녀가 보는 앞에서 티토의 암흑가를 지독하게 지배하던 남자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이런 미친 새끼가! 감히 기사단장의 앞에서 사람을, 티토의 시민을 죽여!? 넌 즉결처형이다!”


기사단장, 카트가 검을 뽑아 들었다.

썩어도 준치고 나태해져도 4성급.

집채만 한 맹수가 달려드는 듯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영혼을 옥죄는 공포를 이겨내며 미로는 검을 놓고 양손을 들었다.


“항복. 자수하겠습니다.”

“뭐!? 지금 이게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느냐! 사람이 죽었어! 그것도 수십 명이나! 너는 극악한 죄인이다!”

‘애송이가. 감히 내 돈줄을 끊어!? 여기서 조각내 죽여주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위험한 순간.

미로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인지 가만히 있었다.

그 믿음에 부응하듯.


차차창.

“······뭐하는 거지?”

“진정하시지요. 아무리 죄인이라고 항복한 자를 여기서 처형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부단장이 앞에 나서 검으로 진로를 차단했다.

단장과 부단장, 둘의 눈이 서로를 응시했다.

기세가 맞부딪쳐 실제로 그들 사이 공간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망할 새끼. 이럴 때 초를 쳐? ···그렇다고 싸우기엔 체면이 안 선다. 놈의 말이 옳기도 하고.’


부단장은 성급에서는 하나 차이가 나지만, 나태하고 늙은 기사단장이 이기기엔 젊은 범.

그렇기에 부담을 이기지 못해 단장은 먼저 기세를 거뒀다.

이어 기세를 거둔 부단장이 손짓하자 기사들이 달려들어 미로를 포박했다.

팔다리를 묶이며 미로는 차분하게 말했다.


“제 이름은 미로. 이곳 티토에서 나고 자란 시민입니다. 여기 온 이유는 제가 자란 수도원의 수녀님이 저 남자에게 납치당했기 때문입니다. 선처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을 본래 자리에 바래다주십시오. 원하는 건 그뿐입니다.”

“원해? 범죄자가 뭘 그리···!”

“그러도록 하지. 살인자이기는하나··· 수녀님과 여자들을 구한 점은 감사를 표하겠다.”

“부단장!”

“옳은 일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뿐입니다. 죄인도 시민이니 죄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요.”


일그러지는 기사단장의 얼굴을 무시한 채 부단장은 기사들에게 여자들을 바래다주라고 명령했다.

미로는 그 모습을 기사들에게 포박당해 끌려가며 볼 수 있었다.


“미로!? 꺅! 이건···!? 미로. 미로! 네가 한 거니!? 미로! 기사님들! 어째서 우리 미로를···!”


뒤에서 정신을 차린 에나가 소리쳤으나 미로는 돌아보지 않았다.


‘···미안해 누나. 작별인사도 못 하고 떠나겠네. 더 나를 부르지 마. 저 속좁은 기사단장이 수도원을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

“쳇. 제길. 빨리빨리 수색해! 있는 모든 건 증거품으로 몰수다! 내가 관리하지!”

“······그러시지요.”


이럴 때도 샅샅이 긁어 재물을 탐하는 기사단장을 싸늘하게 쳐다본 부단장은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미로의 기척을 느꼈다.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혼자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 찬란한 재능은 종자로 받아주고 싶을 정도다만··· 안타깝군. 죄는 죄. 수십 명을 죽이고 붙잡힌 이상 사형뿐이다.”


한숨을 쉬던 부단장은 문득 하나를 떠올렸다.

그 어떤 극악인이라도 단 1번, 조금이나마 더 생을 연장할 방법을.

하지만······.


“그건 선택받기조차 힘들지. 애초에 작은 도시인 티토에서는 받을 방법조차 없고. 안타깝군. 도시의 쓰레기를 처리해준 영웅을 이리 보내야 하다니.”


부단장은 고개를 저은 뒤 단장의 욕심을 제어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의 생각대로 미로는 감옥에 갇힌 뒤 며칠 후의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죄목이 너무 뚜렷하고 어째서인지 열정적인 단장의 쪼잔함이 그를 100% 사형으로 몰고 갈 테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기적이 일어난다면.

만약.

미로가 저택에 쳐들어가기 직전, 우체국을 통해 어딘가로 우편을 보냈고 그것이 제때 도착했다면.


‘도박이지만, 승산은 있어. 원장 수녀님의 말대로 나도 죽을 생각은 없으니까. 두 번이나··· 어머니보다 먼저 가는 불효자가 될 수는 없잖아? 누나를 구하고 나도 사는 방법은··· 이것뿐이야.’


어떤 노림수를 간직한 채 끌려가던 미로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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