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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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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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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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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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속으로(1)

DUMMY

[녹음일지 3번]

-우리가 이곳에서 헤맨 지 벌써 3일이나 지났다. 이 좆같은 땅굴이 대체 얼마나 미로같은 지 상상할 수도 없을 거다.


[녹음일지 7번]

- 적습에 당했다. 현준이와 지민이가 사망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잘한 부상이 남았다. 젠장.


[녹음일지 15번]

- 이곳에서 헤맨지 벌써 15일. 겨우 드디어 좆같은 이 땅굴에서 □□□을 발견했다. 우리는 이곳에 진입한다.


[녹음일지 29번]

- ···---···.


[녹음일지 103번]

【손상된 기록】


**


삑-! 삑-!

물건들이 하나둘 바코드가 찍혀 계산대에 오르고 있었다.


“만 오천 원이요.”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편의점.

그곳에서 나는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다.


“지역화폐 돼요?”


“네.”


-띠딕-! 결제되었습니다!


결제된 물건들을 하나둘 다시 봉투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카드를 뽑고 나가는 손님을 따라 바깥으로 나간 나는 입에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피웠다.


“스읍···, 후우···.”


야간 알바, 정확히는 밤을 새우는 새벽 알바는 확실히 진상들이 적긴 하다만 피로가 누적이 돼서 힘든 면이 없잖아 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들어오는 음료수나 과자를 기사님을 도와 옮기면 그걸 또 정리하느라 바쁘고 손님 오면 계산해 주기 바쁘다.


그렇지만 손님이 가장 적은 타이밍이기에 대인기피증을 앓는 나로서는 좋은 알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야심한 새벽 시간.

갑자기 핸드폰이 시끄럽게 알람을 울리기 시작했다.


삐비빅-! 삐비빅-!


“뭐야?”


-[행정안전부]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집에 머무르시거나 대피소로 향해주십시오.


“대규모 소요 사태? 뭐지.”


뭔지 모를 사태에 다들 잠이라도 깬건지 하나둘 편의점 앞 아파트 창문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휴, 또 시위라도 하겠지. 뭐, 정리나 하자.”


나는 신선식품에 이어 들어온 음료수와 과자를 정리하려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그아아악-!”


아무 말도 없이 시작된 아포칼립스는 기어코 나에게까지 닿고 말았다.


**


“그렇구만.”


평소에도 웹소설이나 웹툰을 자주 보기에 이런 사태를 잘 알 수 있었다.


대규모 좀비 사태라던지, 수도에 탑이 생겨났다던지, 게이트에서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게 나온다던지 등등.


그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 방금 시작되고 있던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것은 내가 담배를 피고 있다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좀비를 마주 보았을 때였다.


“······.”


혐오스런 모습에 사백안까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피다 만 담배를 좀비 쪽으로 던지곤 재빠르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에 이어 편의점의 블라인드를 모두 내려 편의점 안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이어서 차단기를 내려 불을 끄자 단숨에 편의점 안은 고요하고 어두운 적막만이 감돌았다.


“······.”


나는 지금 편의점 앞에서 담배꽁초를 맞은 좀비를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블라인드 너머로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외부를 찍고 있는 CCTV를 통해서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역겹고 추악하기 그지없는 모습.

온통 잿빛인 데다 사백안인 눈은 영혼이 빠진 듯 멍해 보이기만 했다.


블라인드가 쳐진 유리창을 살짝 톡톡 치니 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는 듯 좀비가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앞은 잘 안 보이는건가···.”


조금 거리를 둔 채 유리창 앞으로 다가온 좀비를 관찰하고 있던 와중 좀비가 돌연 뒤를 돌아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


맞은 편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시끄러운 노래소리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보였다.


“으응? 어어···, 끄아악-!”


뒤이어 비명소리와 함께 처참하게 뜯어 먹히고 있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젠장···.”


시끄럽게 비명을 질러대며 죽어가는 아저씨를 보았지만 나는 그저 편의점 안에 숨어있을 뿐이었다.


나는 전지전능한 누군가처럼 그를 구원할 능력도, 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일개 민간인일 뿐이니까.


설령 그를 살릴 수 있었다 하더라도 내 목숨 보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를 살린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그저 운좋게 좀비를 먼저 마주치곤 편의점 안으로 도망쳐 살아남은 생존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하아···.”


드디어 통신망이 맛이 간 것인지 아니면 내 핸드폰이 병신이 된 건지 인터넷이 안되기 시작했다.


“시이발.”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


그래도 위성 통신망은 살아있는 것인지 긴급 재난 문자만 열심히 날라오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 발생. 안전한 실내에 머물러 주십시오.


“안전은 지랄.”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점에서 이미 끝났다.


안전한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되지 않나 싶었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가져 왔던 내 가방에 각종 통조림들과 레토르트 식품들을 쓸어 담았다.


‘일단 집으로 간다.’


내가 현재 알바하는 편의점과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


가는 길목 또한 큰 대로변이었고 새벽이었기에 차량 하나 없었다.


“혹시라도 모르니까···.”


나는 대걸레의 밑부분을 떼어내고는 식칼 하나를 가져와 테이프로 칭칭 감아 간이 창을 만들었다.


“됐다.”


편의점의 잠금 장치를 풀고 바깥으로 나선 나는 맞은편 세븐일레븐 앞을 어슬렁거리는 두 좀비들을 볼 수 있었다.


“······.”


침묵만을 지킨 채 조용히 빠져나온 나는 집이 있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댕그랑-!


“시발···!”


내가 사주 경계를 하며 천천히 집을 향해 가고 있던 와중 빈 음료수 캔을 발로 차고 말았다.


“그아아악-!”


“갸아아악-!”


맞은 편에서 두 좀비가 소리를 듣고 뛰어오는 모습에 나는 재빠르게 집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아악-!”


달려가던 와중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를 바라보았고 나는 간이 창을 들고서 놈의 눈을 노렸다.


콰직-!

창이 눈을 뚫고 들어가며 뇌를 건드렸는지 놈의 몸이 내 속도에 뒤로 밀려나며 쓰러졌다.


뒤에서 잡힐 듯 쫓아온 좀비들 때문에 나는 간이 창을 좀비에게서 회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전력으로 질주해 걸어서 10분 거리를 달려서 3분으로 만들어 낸 나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 잠겨 있는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아아악!


-갸아아악!


바깥에서는 놈들이 연신 나를 찾고 있는지 가래 끓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숨이 차는 나는 연신 깊은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후우···.”


갑작스레 혹사당한 폐에게 산소를 공급해주니 조금이나마 살 것 같았다.


“시이발, 진짜···.”


저 좆같은 것들을 냅둔 채 가방을 들고 침대로 온 나는 침대에 냅다 드러누웠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나는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


덜컥-, 덜컥-.

누군가 문을 열려는 소리에 나는 본능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주방에 꽂혀 있던 식칼을 들었다.


“···누구십니까?”


“총각. 나야, 나!”


문 구멍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나는 아랫집에 사는 동규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찰칵-!

문을 열어 준 나는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산탄총을 볼 수 있었다.


“괜찮냐?”


“네, 아저씨는요?”


“나는 뭐···. 괜찮아.”


워낙에 좁은 동네였기에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 중 하나였다.


어릴 적부터 고아였던 나를 잘 챙겨주기도 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말이다.


포수, 그러니까 유해 동물을 잡는 사냥꾼으로 활동하는 동규 아저씨는 집에 구비된 산탄총을 들고 내 안부를 물으러 온 것 같았다.


“일단 들어와요.”


“어, 그래.”


오동규를 집 안으로 들인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산탄총을 보았다.


“언제 가져오신 거에요?”


보통 이런 수렵용 총기는 지정 일자에 경찰서에서 보관하던 것을 가져와야 하는 것인데 아저씨는 대놓고 들고 다니고 있었다.


“이거? 반납 안했지.”


“아.”


이미 세상이 이렇게 망해버렸으니 법률 따위는 상관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니 동규 아저씨가 이렇게 대놓고 총기를 들고 다닐 수 있는 거겠지.


“아저씨 탄은 몇 게이지에요?”


“이거? 슬러그 탄이야.”


슬러그라···.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일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탄을 개조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동규 아저씨도 그 중 하나인 듯 했다.


“담배 좀 있냐?”


“여기요.”


“스읍, 후우···.”


방 안에 나란히 앉아 나와 같이 맞담배를 피던 동규 아저씨는 어느 순간부터 어렸을 적의 추억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기억나냐?”


“그럼요. 부모님 잃고 나서 아저씨가 저를 얼마나 데리고 다녔는데요.”


“하하. 이 놈 자식아. 니가 군대갈 때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냐?”


“다 큰 아저씨가 찔찔 울고 있던 건 기억나는데요.”


“이 놈 자식이.”


뒤통수를 가볍게 한 대 맞은 나는 웃으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담배를 아슬아슬하게 필터 앞까지 태운 나와 동규 아저씨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우야.”


“네.”


“이 총은 니가 써라.”


“예?”


“내 집에 내려가면 탄약도 잔뜩 있을 거다.”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그는 갑자기 자신이 죽을 것같이 말을 했다.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나를 보며 동규 아저씨는 한쪽 팔을 걷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


“나는 네 손에 죽어야겠다.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서도 내가 키우다시피 한 놈이니까.”


동규 아저씨의 팔에는 무엇인가에 물린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말인즉슨 그는 곧 좀비로 변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언제 물리신 거예요···.”


“아까.”


그의 눈이 촉촉하게 젖으며 기어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진우야. 고마웠다.”


“아저씨···.”


나는 동규 아저씨로부터 총기를 건네 받아 침대 위에 올려놓았고 손에 들고 있던 식칼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


“끄으윽-!”


“······.”


“그아아악-!”


콰직-!

동규 아저씨가 좀비로 변하고 난 뒤.


나는 들고 있던 식칼을 일어서려던 그의 눈에 찔러넣었고 이내 식칼이 뇌를 찔렀는지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그의 눈에 있는 식칼을 빼내곤 침대에 눕혀 사망한 사람에게 흰 천을 덮어주듯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는 이내 그에게서 받았던 더블 배럴 산탄총과 그의 집 열쇠를 들고서 아랫 집으로 향했다.


자주 왔었던 곳이었기에 익숙하게 열쇠로 그의 집 문을 따고 들어간 나는 그가 미리 준비해놓은 듯한 물건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전기 하나와 조끼, 그리고 탄이 가득 들어있는 탄박스들.


나는 조끼를 입고 무전기를 조끼 주머니에 넣은 채 탄들을 가방에 챙기기 시작했다.


“하아···.”


하나하나 동규 아저씨의 방을 둘러보며 그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어찌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겨우 눈물을 멈춘 나는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에 대···다···니···습···


무전기의 주파수를 이리저리 조정하며 겨우 무전을 맞춘 나는 들려오는 무전 소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항공고등학교에 대피소가 있습니다! 빠르게 피난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계속해서 누군가 라디오 주파수로 대피소에 대한 정보를 퍼트리고 있었다.


아마도 군대나 경찰 쪽이겠지.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군대 쪽이었다.


이런 좆같은 상황에 군대가 나서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털로 된 후드집업 위에 입은 조끼에 탄띠를 메고 나서 탄을 채워넣었다.


“대피소로 가자.”


살기 위해서는 군대가 주둔하고 있을 대피소로 가야 된다.


내가 총을 들었다고 해서 만능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가방을 들쳐메고 대피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피소가 된 경기항공고등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였기에 가는 길목은 잘 알고 있었다.


대피소로 가는 길목은 크게 두 가지.


큰 길을 따라 갈 것이냐 아니면 골목길을 따라 갈 것이냐 둘 중 하나의 선택이었다.


그중 나는 조금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큰 길을 통해 대피소를 향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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