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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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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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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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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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속으로(3)

DUMMY

캠핑장을 빠져나가자 보인 것은 아수라장이 된 밤일마을이었다.


여기저기 깨진 유리창과 피가 퍼진 도로는 현재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젠장···.”


우리는 경찰차를 몰아 밤일마을을 빠져나가 안양천로를 타기 위해 구름산 터널을 지나 하안사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타다당-! 타다당-!

끊어서 쏘는 듯한 총성이 들려왔고 이내 경찰차 트렁크에 무엇인가가 튕기는 소리가 났다.


“이런 시발!”


나는 세아를 꽉 잡고 몸을 숙였고 운전대를 잡은 이강훈은 빠르게 엑셀을 밟아 차를 가속했다.


부우우웅-!

차는 빠르게 아수라장이 된 차량들을 피해 신촌사거리를 지나 안양천로에 도달했다.


타다다당-!

뒷쪽에서는 계속해서 총성이 들려왔지만 다행히도 차에 맞지는 않은 듯 했다.


“···위험할 뻔했습니다.”


“···그러게요.”


총을 든 사람.

누가 쏜 총인지는 불확실했으나 분명히 좀비들이 몰려들 것이 분명했다.


뻥뚫린 안양천로를 타고 이동하던 우리는 차를 몰고 여의도로 향했다.


아마도 중요한 국회가 있는 곳이었기에 분명히 주둔 중인 군인들이 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높으신 분들조차 탈출하는 모습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기를 본 적이 없었기에 아마도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대로 여의도까지 갑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이대로 차를 몰고 여의도로 가는 것은 나 죽여줍소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여의도까지 가는 길목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산재해 있을지 몰랐기에 나는 중간에 이강훈과 운전대를 바꿔 차를 몰고서 가산디지털단지 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왜 가산으로 가는 겁니까?”


“회사가 몰려 있는 곳이라 아마도 좀비들이 적을 게 분명할 겁니다.”


내 예상이 적중했는지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사람이나 좀비의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드문드문 있는 좀비들을 무시한 채 차를 몰고서 가산디지털단지 역 1호선 플랫폼 앞에 차를 세웠다.


“넘어갑시다.”


“예. 세아야, 여기 넘을 수 있겠어?”


“웅! 세아 넘어가!”


이강훈이 들어올려 준 세아를 먼저 넘어간 내가 받아주고서 뒤이어 이강훈 또한 울타리를 넘어 플랫폼 내부로 들어왔다.


달그닥-, 철컥-.

위급 상황시 열 수 있게 되어 있는 스크린도어의 문을 열고서 내가 먼저 내려와 주변을 살폈다.


선로 위가 한산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강훈에게 손짓을 해 세아를 선로 위에 넘어오도록 받아주고 또다시 뒤이어 이강훈이 넘어왔다.


과연 특전사 출신이라 그런 것일까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근데 진우 씨도 특전사 출신이셨습니까?”


“아닙니다.”


“체력이 좋아 보이셔서 당연히 그러신 줄 알았는데···.”


한산한 선로 위에 잠깐 앉아서 쉬며 잡담을 나누던 도중 세아가 이강훈의 소매를 당겼다.


“오빠. 나 오줌 마려워.”


“오줌 마려워? 가자.”


선로 한 쪽 구석에서 세아가 소변을 누러 간 사이 나는 총을 들고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한산하기 짝이 없는 플랫폼 내부.

평화로웠던 때라면 사람이 바글바글해 지옥의 1호선이라고 불리우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곳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인기척 하나 없이 황량하기만 했다.


그때.


쿠당탕-!

어디서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며 내 시선을 이끌었다.


“아야···.”


“야, 조용히 해!”


팍-!

교복을 입은 학생 하나가 또다른 학생 하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으으···, 아픈 걸 어떻···.”


나는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고 그들은 총을 겨누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마치 몸이 얼은 듯 가만히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


내가 들고 있는 것이 진짜 총이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들은 순순히 양손을 올렸다.


뒤늦게 소리를 듣고 온 세아와 이강훈은 저들이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인지 알겠다는 듯 내 총구를 천천히 잡았다.


“저 아이들도, 살아야 하잖아요.”


“······.”


그의 말에 나의 인간성이 살아나며 천천히 총구를 내리고선 학생들에게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들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내게 다가왔고 하나둘 선로로 내려왔다.


“아저씨 군인이예요?”


“병신아, 군인이면 이런 곳에 안 있겠지.”


맞는 말이다.

내가 군인이었으면 이딴 좆같은 도시 속에 있지는 않았겠지.


“니들은 뭐냐.”


“저희 그냥 고등학생인데요.”


여자 아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좀 막나가던 여자아이였는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귀에 꽂힌 피어싱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희는 광명고 학생이예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한번 흘겨보고는 나에게 대답했다.


광명고등학교라면 광명시청 바로 아래에 있는 고등학교일텐데 용케 이곳까지 도망쳐 온 것 같았다.


피가 살짝 묻어 있었지만 둘이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아하니 그 말이 거짓일리는 없어 보였다.


“일단 같이 가자.”


나는 이강훈과 세아, 그리고 두 학생들을 데리고서 선로 위를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 위로 깔린 철도 너머로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


두 학생들은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서는 묵묵히 나를 따라 걷기만 했다.


이강훈은 이제야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세아를 업고서 따라왔다.


잿빛의 도시, 여기저기 깨져나간 아파트의 유리창.


그 모든 게 눈에 들어와 종말이 시작되었음을 나에게 여실히 알려주었다.


“너희들은 이름이 뭐야?”


이강훈이 옆을 나란히 걷던 두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저는 유지훈이고요. 옆에 있는 쟤는···.”


“배가연이요. 오빠랑 얘는요?”


“나는 이강훈이야. 얘는 내 동생이고.”


“햇님유치원 이세아입니다!”


이강훈의 등에 업혀 있던 세아가 밝게 대답했다.


“아저씨는요?”


왜 이강훈은 오빠고 나는 아저씨인지 모르겠지만 배가연의 물음에 내 이름을 말해주었다.


“강진우.”


선로를 따라 걷던 우리는 중간의 구로역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유동인구가 많았던 지라 플랫폼 내부를 어슬렁거리는 좀비들을 몇 마리 볼 수 있었다.


“빠르게 달린다.”


“네?”


타다다닥-!

양측 플랫폼 사이에 있는 선로를 따라 빠르게 달린 우리를 본 좀비들이 스크린도어에 몸을 부딪혔다.


쾅-! 쾅-!

그러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튼튼히 만들어진 스크린 도어가 겨우 몸으로 박치기를 한다고 부서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예외가 있는 법.


달려가던 우리의 뒤로 플랫폼의 빈 공간으로 뛰어내린 좀비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달려!”


투쾅-! 투쾅-!

슬러그 탄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박살낸 나는 재빠르게 재장전을 마친 다음 다시금 몰려오는 좀비들의 머리를 부쉈다.


투쾅-! 투쾅-! 철컥-!

좀비는 다여섯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소리를 듣고 좀비들이 더 몰려올 것이 뻔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가까이 온 좀비들의 머리통만을 부숴주고는 나 또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체력이 약한 것인지 앞서 달리던 남학생은 금새 지쳐 걷고 있었고 세아를 업은 이강훈과 여학생은 이미 저만치 멀리 가 있었다.


“그아아악-!”


투쾅-! 투쾅-!

마지막 두 마리의 좀비를 죽여버리고서는 나는 남학생의 팔을 잡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시발···.”


겨우 이강훈과 배가연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다다른 우리는 헐떡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유지훈은 내게 이끌려 달려온 것이 힘들었던 탓인지 선로 위에 쓰러지듯 앉아 쉬고 있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남긴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저 평범한 민간인일 뿐이다.


군인도 뭣도 아닌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군필 만기 전역 대한민국 남성.


그러나 지금 내가 데리고 있는 일행은 4명이나 되었다.


“하아···.”


어지러움과 두통에 나 또한 잠깐 선로 위에 앉아 쉼을 청했다.


“이대로 가면 여의도겠군요.”


“중간에 신길역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1호선과 5호선이 만나 여의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 그곳뿐이 없었다.


잠깐의 지침을 풀기 위해 바닥에 앉아 쉰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음 신도림 역과 영등포 역에서도 좀비를 마주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그야 신도림 역은 2호선과 합쳐져 있는 곳이었고 영등포 역을 포함해 두 곳 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인 탓이었다.


그만큼 많은 아파트들과 상가가 있겠지만 그 소리는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좀비들 또한 지나치게 많을 수도 있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시발···.”


“가연아, 욕 좀···.”


“어쩌라고, 병신아···.”


둘 다 힘든 기색을 내비쳤지만 나와 일행들은 묵묵히 신길 역을 향해 나아갔다.


신도림 역과 영등포 역을 통과해 겨우 다다른 신길 역은 좀비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신길 역까지 오는데 신도림 역과 영등포 역을 통과하며 많은 좀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동 인구가 가득했던 곳이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스크린도어에 가로 막혀 좀비들과 싸우는 일은 없었다.


“여기도 환승 구간이라 꽤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군요.”


“혹시 모르니 조심하죠.”


내가 선두로 서서 신길 역의 역사 내부로 올라갈 수 있는 플랫폼의 계단을 타고 일행들과 함께 올라갔다.


조용한 침묵만이 감도는 역사 내부를 통해 우리는 조심스레 진입했다.


다행히 신길 역에선 좀비들은 보이지 않았기에 우리는 빠르게 5호선 환승 라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달칵-!

스크린도어를 열어 어두컴컴한 지하철 선로 내부를 손전등으로 비춘 나는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지 이강훈에게 안겨 있는 세아를 한 번 보고는 두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가죠.”


어두운 지하철 선로를 걷기 시작한 우리는 이내 여의도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키고 군인들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다들 탈출은 한 듯 싶습니다.”


낭패였다.


나는 이곳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을 줄 알았건만 여의도 역 플랫폼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없었다.


“일단 올라가보죠.”


여의도 역 플랫폼에서 역사 내부로 올라가니 몇 마리의 좀비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거 힘들겠는데요.”


“···일단 다시 내려가죠.”


우리는 다시 여의도 역을 내려가 조금 더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몇 분을 걸었을까 금새 여의나루 역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역사 내부로 올라가보았다.


“그어어어···.”


있는 좀비라곤 달랑 한 마리 뿐이었기에 나는 빠르게 칼을 꺼내들어 좀비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콰직-!

좀비의 뒷덜미를 베어 신경계를 끊어버린 뒤 인형처럼 쓰러진 좀비의 눈에 칼을 박아넣었다.


곧 움직임을 멈춘 놈을 뒤로 한 채 일행들을 데려 왔다.


“우웁···.”


좀비를 죽이는 것은 처음 본 것일까 헛구역질을 하는 유지훈의 등을 배가연이 토닥여주었다.


“아우, 병신. 진짜···.”


얼굴을 한껏 찌푸린 배가연은 겨우 진정된 유지훈을 향해 욕을 내뱉었지만 안색이 안 좋아진 유지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일단 올라가 봅시다.”


여의도라고 하면 국회와 한강 공원이 먼저 생각날 정도로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그만큼 여의나루 역은 한강공원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이었던 만큼 더욱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천천히 여의나루 역의 출구로 빠져나온 우리는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군요.”


이강훈의 말대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좀비도, 사람도, 차도.


“이상하네요.”


그러나 한 차례 좀비가 휩쓸고 지나갔던 것일까 도로의 핏자국은 그대로 눌러붙어 있었다.


“일단 가죠.”


“예. 근데 어디로 갑니까?”


“저기로 갈 겁니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본 이강훈과 학생들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배 몰 줄 아십니까?”


“네.”


내가 군대에서 좆빠지게 훈련으로 구를 때 했던 것 중 하나가 강습 훈련이었다.


그러니 요트 정도야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


빠르게 달려 요트에 탑승한 일행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요트의 밑창을 뜯어 시동을 건 나는 요트의 운전대를 잡았다.


그때 내가 조끼에 달아 놓았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삐비빅-!


-치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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