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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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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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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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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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1)

DUMMY

다음 날 아침.


4소대 1분대 인원들에게 자연스레 말을 놓게 된 우리는 현재 대피소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대피소에 있는 민간인들은 대략 200명 가량.


거기에 연세대를 지키는 군 병력들을 포함하면 대략 400명 가량이었기에 물자 보급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일단 물자 수급을 최우선적으로 한다.”


“생존자 구출은 뒤로 미룹니까?”


“지금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자 구출을 목적으로 움직이면 오히려 물자가 더 부족해질 거야. 그래서 차라리 물자를 수급하면서 덤으로 생존자들을 발견하면 구출하는 게 나을 거고.”


“알겠습니다.”


군인들은 물자가 부족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눈에는 오로지 물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진호야. 애들 챙겨서 출발할 준비하자.”


“예, 알겠습니다.”


이강훈의 말에 김진호는 빠르게 우철우와 다른 병사들을 데리고 무장을 시작했다.


텅 빈 완전군장을 메고 방탄복을 입은 군인들이 K-2 소총을 들고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와 이강훈의 총기까지 따로 마련해놓았던 것인지 우리는 총기보관함에 있던 K-2 소총을 집어들 수 있었다.


“지금부터 작전 계획을 알려주겠다.”


나는 군에서 받아 온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현재로서는 연세대를 감싸고 있는 연희동과 신촌동 일부에는 물자가 가득할 거다. 이 두 곳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처음으로는 어디가 낫겠습니까?”


“일단 바로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향할거야.”


“알겠습니다.”


타다다닥-!

우리는 빠르게 대피소의 정문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고 정문 너머 바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피소 인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생존하며 들려오는 소음 탓에 대피소 주변에 둘러진 철조망에 좀비들이 매달려 있었다.


다리가 한 짝 없어 바닥에 쓰러져 기어다니는 놈과 내장이 다 흘러내린 채 텅 빈 복부 안을 보여주는 놈 등등 눈에 담기조차 역겨운 좀비들이 철조망에 달라붙어 군인들을 향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우욱···.”


결국에는 기어이 초소를 지키고 있는 이등병 하나가 헛구역질을 했지만 연신 참아가며 문을 열어주었다.




“일렬종대로 빠르게 돌파합니다.”


타다다당-! 타다당-!

앞을 가로막고 있는 좀비들의 머리에 평등하게 동그란 구멍을 하나씩 만들어주고 달리기 시작했다.


총성 때문일까 우리의 뒤를 잔뜩 따라온 좀비들에게 우리는 뜨거운 납탄의 맛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달렸다.


연세대학교 대피소에서 현대백화점까지의 거리는 대략 1km 정도.


어제 나와 일행들이 신촌 역을 통해 빠져나왔을 때 인근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나 오늘은 백화점이 있는 신촌 역까지 가는 길목에 다시 좀비가 득실거렸다.


콰직-!

앞에서 달려오던 좀비 한 마리의 눈깔에 칼을 찔러 넣어 뇌를 건드리자 놈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재빠르게 칼을 회수하기 위해 칼 손잡이를 잡고 좀비의 몸통을 발로 차 빼내었지만 나온 것은 부러져 있는 ‘칼이었던 것’이 되었다.


“강 뱀! 또 옵니다!”


타다당-!

빠르게 등에 메고 있던 K-2 소총을 든 나는 습관적으로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의 총탄을 꽂아넣고 일행들을 데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딱딱한 군화가 바닥에 부딪히며 딱딱한 소리를 내었다.


“전방에 좀비 다수 출현!”


“오른쪽 골목으로 빠져!”


앞뒤로 몰려드는 좀비들 탓에 고립된 일행들은 나를 따라 우측의 골목으로 도망쳤다.


골목 안쪽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좀비들의 머리에다가도 총구멍을 내준 우리는 골목의 코너를 돌아 한 빌라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건물 안에는 좀비가 없었던 것인지 텅 빈 건물 내부는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빨리 올라가!”


타다다닥-!

우리들이 신은 군화가 계단의 바닥에 닿으며 딱딱한 소음을 냈다.


“갸아아악-!”


기어이 좀비들이 건물 안까지 들어왔는지 밑에서부터 좀비들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삐비빅-!

일행들이 3층을 넘어 4층에 막 올라가려고 할 때 갑자기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뛰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


재빠르게 남자아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잠시나마 우리를 쫓던 좀비들과의 추격전을 멈출 수 있었다.


“허억···, 허억···.”


나와 이강훈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병사들은 텅텅 비어있어도 무거운 완전군장을 메고 달리느라 기진맥진해서는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버렸다.


“아저씨들, 군인이예요?”


“응. 맞아. 아저씨들은 군인이야. 엄마랑 아빠는?”


아이가 묻자 내가 대답했더니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엄마가 방 안에만 있으라고 했어요···.”


“···그래?”


“엄마랑 아빠 좀 찾아주세요···, 네?”


아이의 말을 들은 우리들은 일단 최대한 털어먹을 게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잠겼네?”


이강훈은 잠겨져 있는 방을 보다 나를 불렀다.


“부수죠.”


“그럽시다.”


어짜피 문은 나무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가정집 문이었기에 문을 부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쾅-!

발로 세게 문을 차자 손잡이가 파괴되며 문이 열렸다.


“······.”


잠겨 있던 방 안에는 천장에 목을 메단 한 여자의 시체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빙글빙글 돌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광경을 같이 본 아이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신의 엄마 앞에 서서 그저 한참을 울 뿐이었다.


**


바깥이 조금 잠잠해진 듯 하자 우철우가 창문을 통해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강 뱀. 바깥에 좀비 얼마 없슴다.”


“일단은 기다려.”


“옛슴다.”


우철우를 대기시킨 나는 아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죽어버린 엄마의 시체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기에 결국 나는 이 아이를 대피소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이름이 뭐니?”


“······.”


“친구야. 아저씨랑 같이 가자, 응?”


“···는요?”


어린 아이가 작게 속삭였다.


“엄마는요···? 어떻게 해요···?”


그 아이의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의 답답함이 턱 끝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우리랑 같이 갈 수가 없어···.”


그렇지만 감염이나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체였기에 대피소에 시체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좀비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알려준 우철우의 말에 나는 이동을 준비했다.


“다들 잔탄 확인해.”


“탄창 4개에 잔탄 13발 남았습니다!”


“저도 탄창 4개에 5발 남았습니다.”


실탄을 수령할 때 탄창을 인당 5개씩 받았으나 다들 저마다 총을 많이 쏘진 않았는지 탄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럼 일단 대피소로 먼저 이동하자.”


이 아이를 그대로 여기에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우리는 대피소를 한번 경유해 다시 현대백화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


모두가 재정비를 마치고 빌라의 바깥으로 나왔다.


혹시 모를 좀비들을 경계하며 일행들은 K-2 소총에 대검을 착검해 두었고 나는 내 옆에 있는 아이, 최수호의 집에서 식칼을 몇 개 꺼내 왔다.


“가자.”


다시 한 번 연세대 대피소를 향해 움직이던 우리는 곧 좀비 무리와 또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곤 우리가 좀비 무리를 상대하기 위해 총을 들었으나 앞에 있던 좀비들이 도망친다는 것이었다.


“강 뱀. 저 녀석들 도망가는뎁쇼?”


“음···.”


우리를 보고 좀비들이 도망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은 마치 공포의 대상을 만난 듯 빠르게 흩어졌다.


“뭐지···.”


도망가는 좀비들을 보며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은 빠르게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우리들은 빠르게 연세대를 향해 달려갔다.


“허억···, 허억···.”


우리와 함께 대피소까지 계속 달린 수호는 숨이 차는지 가쁜 숨을 내뱉었다.


“새로운 생존자입니다.”


“이름이랑 성별, 나이랑 집 주소 적어서 주십쇼.”


한 군인이 수호에게 종이를 건네었다.


이름과 성별, 나이는 잘 썼지만 집 주소를 적지 못하는 수호를 본 나는 수호의 집 주소를 기억해 내어 대신 적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와 일행들은 먼저 수호를 다른 군인들에게 맡겨 두고 다시금 현대백화점을 향하기 위해 움직였다.


탕-! 탕-! 탕-!

명중률 99%의 내 사격 실력으로 정확히 좀비들의 머리통에만 구멍을 내버렸다.


나머지 1%는 어디 갔냐고 물어본다면 그 1%는 운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아무튼 나와 일행들은 빠르게 좀비들을 총으로 잡으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아아악-!”


골목 어귀에서 갑작스레 나온 좀비는 총을 쏘지 않고 총검술로 눈깔을 찔러 버렸다.


탕-! 탕-!

발로 시체를 밀어 찬 뒤 앞에서 달려오는 두 좀비 놈들의 머리통을 총을 쏴 납탄의 맛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학살과도 같은 좀비 사냥을 펼치며 전진하고 있으니 드디어 현대백화점 건물까지 와 있었다.


“지하로 진입한다.”


나는 일행들을 데리고 조심스레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군요.”


“아무래도 좀비가 여기까지 들어올 일은 없으니깐요.”


“혹시 모르죠.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이강훈과 대화를 나누던 나는 군인들을 데리고 지하 1층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이강훈이 4명의 군인을, 내가 4명의 군인들을 데리고서 어두운 지하를 손전등 불빛으로 수색하고 있던 와중.


“그르르륵···.”


지하 1층의 푸드코트에서 좀비들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좀비 소리 아닙니까?”


“맞는 거 같습니다.”


손전등으로 푸드코트 안을 비추어 보니 식량을 구하러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되려 좀비가 되어 있는 듯 했다.


휘익-, 콱-!

한 좀비의 눈깔에 칼을 투척해 명중시킨 나는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녀석에게 달려가 칼을 빼고 군화로 뒷목을 아작내버렸다.


다른 분대원들 또한 조금은 어설펐지만 훈련 때 배웠던 총검술로 좀비들을 죽이고 있었다.


지하의 좀비들을 모두 처리한 일행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식료품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슴다.”


“아예 텅텅 비었네···.”


“10층에 식당가가 있습니다. 거기로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하로 오면서 보았던 안내표에는 분명히 10층에는 ‘식당가’와 ‘고객서비스라운지’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10층에 있는 식당가에 간다면 통조림이나 레토르트 식품같은 장기보관 식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10층으로 올라가죠.”


“근데 어떻게 가죠?”


“일단 올라가 봅시다.”


지하의 푸드코드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유리벽에 붙어 1층의 전경을 살폈다.


“그으으윽···.”


“캬아악-!”


수많은 좀비들이 백화점 1층 로비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나 포함 10명이었고 좀비들은 대략 50마리 정도 되었다.


아마도 다른 층에도 좀비들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나는 일단 지하로 다시 내려가자고 수신호를 보냈다.


아래로 내려온 일행들은 푸드코트에서 잠깐 쉬고 있었고 나와 김진호는 조금 멀리 떨어져 담배를 태웠다.


“스읍···, 후우.”


“강 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계단.”


“계단···, 계단 말입니까?”


“어. 비상구로 올라갈 거야.”


평소엔 관리자들 외에는 들락날락거릴 일이 없는 곳이었기에 아마도 좀비가 비상구에까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운 뒤 나는 일행들을 데리고 지하에 있는 비상구로 향했다.


철컥-, 끼기긱-!

관리가 제대로 되지는 않았는지 녹슨 경첩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올라가죠.”


지하 1층인 이곳부터 목표지점인 10층까지 가야 됐다.


다들 운동 좀 한다는 놈들이 자원해서 뽑힌 만큼 체력적으로 지치는 일이 없었기에 우리가 비상계단을 통해 10층에 도달하기까지는 좀비를 만나지 않아 수월했다.


철컥-.

아무래도 10층은 관리가 잘 되었는지 문이 조용히 열렸고 우리는 현대백화점 10층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린 공간을 각자 가져온 손전등으로 비추며 식당가를 향해 경계를 철저히 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작가의말

앞으로 매일 20시 20분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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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피소(2) 24.08.19 11 0 13쪽
» 대피소(1) 24.08.14 18 0 13쪽
5 죽음 속으로(5) 24.08.13 18 0 13쪽
4 죽음 속으로(4) 24.08.12 18 0 13쪽
3 죽음 속으로(3) 24.08.11 18 0 12쪽
2 죽음 속으로(2) 24.08.10 16 0 13쪽
1 죽음 속으로(1) 24.08.09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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