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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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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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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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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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2)

DUMMY

총구를 전방으로 향한 채 천천히 사방을 경계하며 10층 내부로 진입한 일행들은 손전등으로 주변을 분주히 비추기 시작했다.


“뭐가 보이는 게 없슴다.”


“그러게···.”


경계를 풀고 총구를 내린 우리는 빠르게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첫 번째로는 바로 눈 앞에 있던 일식집에 들어갔다.


“꽝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김진호와 이강훈이 이곳저곳을 다 뒤져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2인 1조로 움직인다. 김성민, 박승현은 1조. 안지후, 손민재는 2조. 그 다음은···”


분대원들을 2인 1조로 편성한 뒤 각자 수색을 맡겼다.


나는 우철우 상병과 한 조가 되었고 이강훈은 김진호 병장과 한 조가 되었다.


“여기 식당가인데 물건이 있어야 정상 아님까?”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길을 따라 천천히 10층 내부를 돌기 시작했다.


내가 곳곳에 붙여져 있는 구조도를 보고 있던 와중.


“강 뱀! 이것 좀 보십쇼!”


주변을 경계하며 수색하고 있던 우철우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나를 불렀다.


“왜. 뭔데 그래.”


이에 나는 우철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가리킨 장소는 어느 한 고깃집의 주방.


불을 피운 흔적과 물이 담겨 있는 냄비, 그리고 피다가 만 듯한 담배 한 개비가 떨어져 있었다.


현재 백화점 내부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따듯하군.”


냄비의 온도는 손으로 핫팩을 만졌을 때와 비슷한 온도였다.


그리고 불에 탄 잿더미에는 아직 불씨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여기에 생존자가 있었다는 증거였다.


“이거 생존자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물자 확보가 우선이야.”


가뜩이나 좀비 사태로 인해 물자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일단 그 장소를 수색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누군가 다 먹어버렸는지 있는 거라곤 썩어서 파리가 꼬인 고기들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달은 나와 우철우는 빠르게 고깃집을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도 텅텅 비었습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쌀국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점였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여기 또한 텅텅 빈 통조림 캔 만이 굴러다녔다.


“이거 뭐 더 수색해서 건질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 거 같네.”


“뭔가 이상합니다···.”


백화점 내부에는 분명히 누군가가 방금까지 있던 것처럼 선명한 증거들이 남아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고요했고 정작 사람은커녕 좀비 한 마리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허탕만 친 우리들은 랑데뷰 포인트인 10층의 비상계단 앞에서 나머지 인원들을 기다렸다.


삐비빅-!

때마침 조끼에 달아둔 무전기에서 이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 씨. 아무래도 여기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가보자.”


내 말을 따라 이강훈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던 나와 우철우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


다른 일행들조차 무전을 듣고 온 것인지 나를 포함한 일행들 모두가 한 음식점의 내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음식점 내부엔 피칠갑이 되어 쌓여져 있는 ‘사람’이었던 것들이 있었다.


군데군데 살점이 붙어 있는 뼈다귀와 두개골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우웁···.”


몇몇 군인들이 그 광경을 보고 심하게 나는 피비린내에 비위가 상했는지 연신 헛구역질을 해대며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산처럼 쌓여 있는 뼈들과 피칠갑이 된 음식점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피비린내에 이강훈조차도 극심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 탓인지 코를 부여잡고 있었다.


무엇인가 제대로 어긋난 듯한 기분에 빠진 나는 분대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간다.”


“···예.”


일행들이 모두 비상계단에 들어섰을 무렵 나는 문을 닫기 위해 뒤를 돌았을 때 순간 비상구의 문 틈새 너머로 빠르게 기어다니고 있는 ‘그것’을 보았다.


“······.”


짙은 어둠 속에서 놈의 움직임을 손전등을 비추어 유심히 관찰하던 나의 시선이 놈의 눈과 마주쳤고 이내 자신의 사냥감을 발견한 듯 기어다니던 ‘그것’이 번뜩이는 사백안을 치켜뜨며 우리가 있는 비상계단 쪽으로 빠르게 돌진해 왔다.


내 직감이 지금 당장 저 괴상한 놈과 마주하면 죽을 거라고 경종을 울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끼에에엑-!”


“······!”


일행들의 후미에 있던 나는 문을 빠르게 닫아 잠그며 말했다.


“달려요! 빨리!”


쾅-! 쾅-!

튼튼한 비상구의 계단이 놈을 얼마나 막아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명령과 큰 소음을 들은 일행들은 내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서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타다다닥-!

높디 높은 10층에서 빠르게 내려가던 우리는 곧 큰 소음과 함께 괴상한 ‘그것’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빨리!”


빠르게 지하 주차장으로 나온 우리는 내 명령에 따라 모두가 손전등을 끄고 흩어져 콘크리트 기둥 뒤로 숨었다.


“······.”


조용한 적막만이 감도는 와중 내가 마지막으로 나오며 닫아 놓았던 비상구의 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질 듯이 열렸다.


“끼에에엑-!”


어두운 지하 주차장 내부로 ‘그것’이 들어왔다.


나는 콘크리트 기둥 뒤에 숨어 놈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흐릿하게나마 느껴지는 놈의 기척을 느끼며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내 옆에 있던 이강훈이 내게 수신호를 보냈다.


-격발.


콘크리트 기둥에서 살짝 빠져나와 지하 주차장에서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것을 본 나는 그대로 손전등을 키곤 놈을 향해 총을 갈겼다.


타다다당-! 타다다당-!

내가 쏜 총이 신호가 된 것인지 서로 다른 위치에 숨어 있던 일행들 또한 손전등을 킨 채 일제히 놈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기괴한 소리를 내며 기다란 팔과 다리를 휘젓고 다니는 놈을 향해 나는 놈에게 사격을 하며 명령을 내렸다.


“사격하면서 출입구로 이동!”


집중된 손전등의 불빛 덕분에 보인 ‘그것’의 모습은 도무지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기다란 팔과 괴상하기 짝이 없게 거꾸로 꺾여 있는 다리를 볼 수 있었다.


타다당-! 타다다당-!

계속해서 총을 쏘았지만 놈은 죽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몸부림만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람에게 밟힌 지네마냥 꿈틀거리며 발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 명씩 바깥으로 이동해!”


내 명령에 하나둘 지하 주차장 바깥으로 나갔고 마지막으로 나와 이강훈이 놈을 견제하며 바깥으로 나왔다.


“끼에이엑-!”


아무래도 빛에 약한 놈인 것인지 햇빛이 비춰지는 공간까지 ‘그것’은 올라오지 않았고 되려 놈은 다시금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 안으로 도망쳤다.


물자 수급 실패와 더불어 생존자 구출에 실패한 것에 대해 이강훈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저런 놈이 백화점 안에 있다니···.”


이강훈을 포함한 다른 일행들조차 직접 보았음에도 믿기지 않는 것인지 다들 얼굴을 찡그렸다.


“어떻게 할 겁니까?”


한창 일행들의 표정이 안좋아져 있을 때 김진호가 내게 다가와 질문했다.


“일단 여기는 포기한다.”


“옛슴다”


“일단 대피소로 돌아간다.”


일행들은 소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다시금 천천히 대피소를 향해 나아갔다.


“강 뱀. 저기 있는 약국에 들렀다 가는 거 어떻슴까?”


“약국도 약국이지만 편의점부터 뒤져보자.”


“옛슴다.”


“제가 1팀, 그리고 강훈 씨가 2팀으로 분할해서 각각 약국과 편의점에서 물자를 구해옵시다.”


“예. 그러죠.”


주변에 서 있던 일행들은 5명 씩 한 팀을 이루어 각자 맡은 구역에서 물자를 구하기 위해 흩어졌다.


내가 팀장을 맡은 1팀은 약국에서 의약품을 챙기는 것이었고 이강훈이 팀장을 맡은 2팀은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떠났다.


18시를 앞두고 있는 현재, 겨울이라 그런지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보며 나는 일행들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저쪽 약국부터 빠르게 뒤져보자.”


우리는 빠르게 백화점 인근의 약국들을 찾아다녔다.


“강 뱀. 저기 약국 하나 있슴다.”


“착검.”


“착검!”


빠르게 소총에 대검을 장착한 우리는 조심스레 약국의 문을 열었다.


내가 선두를 섰고 김진호를 포함한 네 명의 군인들이 약국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르륵···.”


약국 내부는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가게를 보고 있었을 약사는 좀비가 되어 있었고 그를 찾아왔던 고객들 또한 좀비가 되어 가게 안을 좀비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서성이고 있었다.


깨져 있는 유리창과 바닥에 흩뿌려진 피.


넘어져 있는 약품 진열장과 날라다니는 벌레들.


모든 것이 나에게 인류의 종말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처리하자.”


“예.”


대략 3마리 정도 되는 좀비들이 가게 안에 있었기에 나를 선두로 일행들은 깨진 유리창을 넘어갔다.


콰직-!

정확하게 나를 바라보던 눈에 총검술로 대검을 찔러넣은 나는 그 상태로 좀비를 발로 차 넘어뜨리고 대검을 빼내었다.


다른 2마리의 좀비들 또한 다른 군인들이 조금은 서툴렀지만 착실히 제압한 뒤 목을 대검으로 베었다.


“으, 으악-!”


그러나 목을 베어도 죽지 않고 일어난 좀비를 보고 군인들이 겁에 질린 것인지 비명을 질렀다.


아직 좀비를 죽이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목을 덜렁거리며 쫓아오는 좀비를 피해 군인들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목을 덜렁대고 있는 놈의 정강이를 걷어 차 넘어뜨리고는 신고 있던 군화로 머리통을 강하게 짓밟아 터뜨렸다.


“강 뱀.”


때마침 우철우와 다른 한 군인 또한 좀비 하나를 잡고 왔는지 피가 묻은 대검을 총에서 빼고 있었다.


“저 놈들 좀 잡아 와라.”


“야!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빨리 튀어 와!”


소심한 성격의 백예찬 일병과 겁 많은 강철민 일병이 덜덜 떨며 안지후 상병에게 갈굼을 당하고 있을 때 나와 우철우는 약국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이미 다른 생존자들이 약국에 들렀던 것일까 약품의 수량은 많지 않았다.


“강 뱀. 이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이 쪽도 그래.”


그나마 남아있던 약품들을 모조리 가방에 쓸어 담은 우리는 아직도 두 군인을 갈구고 있는 안지후 쪽으로 돌아갔다.


“그만 갈구고 가자.”


겨울이라 그런지 일찍 사라져가는 햇빛 탓에 빠르게 랑데뷰 포인트로 이동해 다른 팀과 합류해야 했다.


“옙.”


**


【손상된 기록】


【복구 중······】


【복구된 기록】


[녹음 일지 91번]

-▢▢▢ 병장님. 저 새끼들 싹 다 납탄 맛 좀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다려. 아직 ▢▢▢ 도착 안했잖아.


-그래도···!


-▢▢▢, 가만히 있어 봐. 새꺄.


**


짧막하게 대답한 안지후는 가볍게 강철민과 백예찬을 흘겨보곤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점점 해가 떨어져 노을만이 우리를 비출 때 우리는 먼저 랑데뷰 포인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강훈 팀과 합류할 수 있었다.


“출발.”


다시금 나를 선두로 대피소를 향하게 된 일행들은 모두 총을 들고 사주경계를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어억···”


긴장감을 잃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경계하며 좀비들이 있는 곳을 우회해서 움직인 우리는 이내 곧 대피소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충성.”


정문에 서서 경비초소를 지키고 있던 병사 하나가 우리 쪽을 향해 경례했다.


“어어, 충성.”


대충 경례를 받아 준 이강훈은 나와 일행들을 데리고 대피소 내부로 들어왔다.


물자가 들어 있는 군장을 멘 우리는 물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보급관을 찾아갔다.


“물자 가지고 왔습니다.”


“수고했네.”


행보관은 따라오라는 듯 물자들을 비축해 놓는 창고를 향해 우리들을 데려다 놓고는 도망가버렸다.


“종류별로 분류해주면 되네.”


의약품과 식료품 등등이 잔뜩 쌓여 있는 창고에서 1시간 동안이나 물건 분류를 마친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창고 바깥을 나섰다.


“와···. 이걸 어떻게 분류해놨지···?”


투덜거리며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강진우 병장님.”


누군가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


“중대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내 뒤에 서 있던 것은 K-2 소총을 들고 있는 한 병사였다.


“갑시다, 가요.”


나는 나를 안내해주는 군인을 따라 중대장이 있는 연세대학교 대우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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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죽음 속으로(4) 24.08.12 19 0 13쪽
3 죽음 속으로(3) 24.08.11 18 0 12쪽
2 죽음 속으로(2) 24.08.10 17 0 13쪽
1 죽음 속으로(1) 24.08.09 3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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