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최근연재일 :
2024.09.06 20:2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45
추천수 :
0
글자수 :
45,605

작성
24.08.12 18:20
조회
18
추천
0
글자
13쪽

죽음 속으로(4)

DUMMY

-···거기 요트 타신 분들, 저희도 데려가 주십쇼!


누군지 모를 사람이 내게 무전을 걸었다.


“누구십니까?”


삐비빅-!


-우철우 상병이라고 합니다!


“일단 위치를 알려주십쇼.”


삐비빅


-지금 거기서 보일 겁니다!


그의 말에 나는 운전하던 요트를 잠깐 멈추고 여의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여의도 쪽에는 두 명의 군인이 점프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다들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거기로 가겠습니다.”


삐비빅-!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뒤, 나는 요트를 몰아 군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군인들은 소총을 소지한 채 완전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탈영했거나 본대와 떨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우철우 상병입니다.”


“김진호 병장입니다.”


두 군인들은 요트에 탑승해 자신들을 소개했다.


우리 또한 그들에게 이름을 알려주었고 이내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대가 좀비들에게 당해서 저희라도 도망친 겁니다···.”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두 군인들은 아마도 자신의 선임이나 후임이 좀비가 되는 걸 눈앞에서 목도했겠지.


나는 요트를 몰아 한강을 가로질렀다.


“근데 어디로 향하는 겁니까?”


“아직까지 정해진 곳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연세대로 가는 거 어떻습니까?”


“연세대요?”


그는 곧 연세대학교에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가는 게 쉽지가 않을 텐데요.”


“제가 이곳 지리는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길찾기는 저한테 맡겨 주십쇼.”


“일단 알았습니다.”


연세대와의 거리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밤섬을 우회해 강변북로에 요트를 정박시킨 우리는 김진호 병장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 뱀. 저쪽에 좀비 있지 말입니다.”


“나도 눈깔은 있다, 이 새꺄.”


서로 티격태격 말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을 따라 일행들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좀비가 너무 많습니다.”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임다.”


“차라리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게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 선로로 향하기 위해 마포역으로 향했다.


마포 역에도 좀비가 그리 많지는 않았기에 모두 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좀비 잡는 프로십니다.”


“하하···.”


머쓱하게 웃은 나는 일행들과 함께 선로로 향했다.


지이잉-, 철컥-.

스크린 도어를 열고 어두컴컴한 선로를 향해 들어온 나는 손전등을 켰다.


우철우와 김진호는 따로 손전등을 보급받은 것인지 애초부터 손전등을 들고 있었기에 어둠 속에서의 위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전등 세 개로도 광량이 부족한 지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는 선로를 걷고 있자니 세아가 겁을 내며 이강훈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그르르륵.”


공덕역에 다 와갈 때 쯤.


앞에서 좀비들 특유의 가래끓는 소리가 났다.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어 보니 좀비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이런 데도 좀비가 있군요.”


“아마도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듯 합니다만···.”


콰직-!

나를 쳐다보는 좀비의 눈에 빠르고 정확하게 칼을 꽂아넣은 나는 이내 죽어버린 좀비를 발로 차 칼을 빼내었다.


내 생각은 조금씩 안좋은 쪽으로 치우쳐져 가고 있었다.


“공덕 역에 좀비가 몰려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예? 그러면 어떻게 가야 되는 겁니까···?”


연세대학교로 가기 위해선 2호선의 신촌 역이나 경의중앙선의 신촌 역으로 향해야 한다.


그러나 연세대 바로 앞에 있는 경의중앙선 신촌 역은 5호선 라인과 겹치는 곳이 없었기에 불가능했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5호선과 2호선이 가까이 있는 애오개 역과 아현 역을 향해야 했다.


“이대로 애오개 역까지 가서 2호선 라인인 아현 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그렇다는 건···.”


“예. 2호선인 아현 역에서 출발해 신촌 역에서 연세대를 향해 갈 겁니다.”


“일단 공덕 역의 상황부터 살펴보시죠.”


“일단 그래야겠습니다.”


우리는 총을 든 채 공덕 역 플랫폼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르르륵···.”


“그아아악···.”


내 예상이 맞았는지 수많은 좀비들이 플랫폼 내부에 산재해 있었다.


달칵-.

내가 손전등을 끄자 순차적으로 김 병장과 우 상병이 손전등을 껐다.


후욱-.

손짓으로 쭈그려 앉으라는 수신호를 보낸 나는 쭈그린 채로 공덕역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르르륵···.”


“갸아아악···.”


머리 바로 위에 좀비들이 잔뜩 몰려 있는 상황.


그렇기에 공덕 역을 조심스레 지나가야만 했다.


“그르으악···?”


우리가 쭈그려 앉아 선로를 따라 이동하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몇몇 좀비들이 우리 쪽을 쳐다 보았다.


“······.”


그러나 어둠 때문에 우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좀비들은 그저 가래 끓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


철푸덕-!

좀비 하나가 플랫폼을 배회하다가 발을 잘못 디뎠는지 열려 있는 스크린 도어 너머 선로 위로 떨어졌다.


그에 일행들은 움직임을 멈췄고 나는 재빠르게 움직여 놈의 목을 그어버렸다.


바람빠지는 소리만 내는 쓰러진 좀비의 눈깔에다 칼을 박아주고 나니 다시금 어둠 속의 선로는 조용해졌다.


달칵-!

무사히 공덕 역을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금 손전등을 키고 지하철 선로 위를 걷기 시작했다.


“식겁했습니다.”


“좀비가 많긴 많더군요.”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공덕 역에는 좀비가 많았다.


공덕 역사에 그렇게 좀비가 많았다면 이해가 갔겠으나 플랫폼에 그렇게 많은 좀비가 있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일단 빨리 이동하죠.”


공덕 역을 지난 우리는 빠르게 다음 역인 애오개 역으로 향했다.


“여기는 또 좀비가 없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애오개 역에 도착한 우리는 플랫폼 위에 쓰러져 죽어 있는 몇몇 좀비들을 볼 수 있었다.


손전등으로 시체들을 하나하나 비춰보다 모두 하나같이 다 깔끔하게 머리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군인들이 여기까지 온 것 같군요.”


“그렇단 건 이 위쪽도 안전하단 소리입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올라가보죠.”


업고 있던 세아를 땅 위에 내려 놓으며 먼저 앞장서기 시작한 이강훈은 이내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장난 아니네···.”


“김 뱀. 이거 솜씨가 장난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말야.”


역사 내부에 있는 좀비들조차도 역시 머리에 정확히 구멍이 뚫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수를 세어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좀비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동합시다.”


멍을 때리고 있던 일행들을 재촉한 나는 빠르게 애오개 역 2번 출구로 나와 아현 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부터 점차 속도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 거의···. 청소 수준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아현 역으로 향하는 길목의 좀비들이 다 하나같이 머리가 무언가에 꿰뚫려 죽어 있었다.


“아무래도 군 쪽에서 움직인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머리에 나 있는 구멍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딱 5.56미리 탄환을 사용하면 보이는 총상과 일치했다.


“일단 긴장은 풀지 마시고 경계하면서 이동하죠.”


“예.”


총을 든 김 병장과 우 상병이 좌우를, 슬러그 탄이 장전된 산탄총을 든 내가 선두에 서서 길을 나섰다.


우리는 아현 역에 도달할 때까지 골목 어귀에서 튀어나온 몇 마리의 좀비들을 죽인 것 빼고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쪽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군에서 나선 건 확실한 듯 보입니다.”


“확실히 그래 보입니다.”


아현 역사 내부의 좀비들까지 청소되어 있자 우리는 긴장을 잠깐 풀고서는 플랫폼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우 씨는 도대체 어디 출신이신 겁니까?”


“저는 비작사 수색대 출신입니다.”


“비작사? 그게 어딥니까?”


“아···!”


김 병장과 우 상병은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지만 이강훈은 혼자 내 출신을 알아들은 듯 옅은 침음을 흘렸다.


“그렇군요···. 확실히···.”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모습들에 이상하리만치 일개 민간인이 무언가를 죽이고 총을 쏘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이강훈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작사가 어딥니까?”


“있습니다. 알려드릴 순 없고요.”


나 대신 대답한 이강훈은 철저히 내 출신을 숨겨주었기에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최전방 수색대 출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하.”


내가 대충 대답해준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 병장이 우 상병에게 물었다.


“수색대가 빡세냐?”


“제가 그걸 어케 압니까.”


“하긴 그렇지?”


“김 뱀도 모르시잖습니까.”


또다시 티격태격하는 둘을 바라보다 휴식을 끝내기 위해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이제 갑시다.”


신촌 역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다.


신촌 역에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부지까지는 말도 못하게 멀었고 말이다.


아무리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정리를 해놨다 하지만 긴장을 풀 수 없는 게 이 아포칼립스 세상이었다.


이 종말 속에서 구원은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현 역의 스크린 도어를 열고서 또다시 선로 위로 뛰어내렸다.


먼저 세아를 넘겨받아 선로 위로 올려준 뒤 나머지 일행들이 하나둘 넘어왔다.


“아저씨. 근데 얼마나 더 가야 되요?”


그동한 묵묵히 우리를 따라 오던 배가연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1시간 정도?”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어두운 지하철 선로 위에서 앞을 경계하며 가야 되기도 했고 지상에 나가서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좀비들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잠깐의 휴식으로 지친 몸을 회복했는지 일행들이 필사적으로 따라 왔다.


현역 군인인 김 병장과 우 상병은 말할 것도 없었고 특전사 출신인 이강훈과 두 학생들, 그리고 아직 어린 아이일 세아조차도 군말 없이 잘 따라와주었다.


스크린 도어에 가로막혀 선로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이대 역의 좀비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신촌 역을 향해 계속해서 걷고 걸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우 상병이 총을 등에 멘 채 따라오고 있었다.


“야, 철우야. 총 들어라.”


“김 뱀. 솔직히 좀비도 없잖습니까.”


“어디서 나올 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케 아냐, 임마.”


김 병장의 잔소리에 다시 총을 들고서 따라오는 우철우에게 손전등만 제대로 비추면 괜찮다고 말한 나는 드디어 보이는 신촌 역의 플랫폼을 향해 손전등을 비춰보였다.


“······.”


확실히 누군가가 신촌 역을 이용했는지 신촌 역의 스크린 도어가 열려 있었다.


“누가 다녀간 건 확실한 듯 합니다.”


“올라갑시다.”


내 말을 따라 플랫폼에서 역사 내부로 올라간 우리는 이전의 아오개 역과 아현 역에서 본 것처럼 좀비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촌 역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간 것이라면 분명히 바깥 또한 어느 정도 청소가 되어 있을 게 뻔했다.


연세대로 가는 길목으로 나 있는 신촌 역 2번 출구로 조심스레 나온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걸었다.


좀비는커녕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것은 가산디지털단지 역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였다.


“강훈 씨가 후미로 가고 제가 선두로 갑니다. 김 병장님과 우 상병님은 좌우를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강훈에게 내 칼을 건네주며 후미를 맡겼고 나는 총을 든 채 선두에 섰다.


세아와 두 학생들을 가운데에 놓아 마름모꼴 대형을 형성했다.


좀비로부터 취약한 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지하철과는 공기부터가 다른지 김 병장과 우 상병 또한 긴장한 얼굴로 총을 들고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아아악···.”


“전방에 좀비 한 마리.”


빠르게 여분의 칼을 들고서 좀비를 처리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잿빛의 도시에서 좀비들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뒹굴러다니고 있었다.


모두 다 머리에 관통상을 가지고 있었다.


“······.”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길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씩 보였던 좀비들이 무더기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갈 만한 길목은 저곳 뿐인지라 딱히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어그로를 끌 테니 다들 연세대 쪽으로 달려가세요.”


“···괜찮겠습니까?”


내가 어그로를 끈다고 하자 걱정이 된 것인지 이강훈이 물어왔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았다.


“특공 한번 하면 되죠, 뭐.”


“···부디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일행들과 갈라져 좀비들을 모으기 위해 한쪽 골목으로 향했다.


투쾅-! 투쾅-!

좀비 두 마리를 박살낸 나는 소리에 이끌린 좀비들을 피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행들 또한 좀비가 내게 몰린 틈을 타 연세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종말과 구원 사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24.08.20 9 0 -
공지 24년 8월 15일 연재안내 24.08.15 5 0 -
공지 연재 시간 안내 24.08.14 6 0 -
8 대피소(3) 24.09.06 7 0 13쪽
7 대피소(2) 24.08.19 11 0 13쪽
6 대피소(1) 24.08.14 18 0 13쪽
5 죽음 속으로(5) 24.08.13 18 0 13쪽
» 죽음 속으로(4) 24.08.12 18 0 13쪽
3 죽음 속으로(3) 24.08.11 18 0 12쪽
2 죽음 속으로(2) 24.08.10 16 0 13쪽
1 죽음 속으로(1) 24.08.09 3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