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구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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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삼공팔
작품등록일 :
2024.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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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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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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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속으로(2)

DUMMY

댕그랑-!

내가 돌을 담아 멀리 던진 깡통 소리에 길목에 있던 좀비들이 미친듯이 달려갔다.


“그아아악-!”


“기야아악-!”


소리의 진원지에서 열심히 사냥감을 찾는 좀비들을 뒤로 한 채 나는 빠르게 광명시청을 넘어 광명사거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경기항공고등학교로 가는 길목은 광명사거리에서 중간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나는 지체없이 몸을 움직였다.


언제 어디서 좀비가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 행위와도 마찬가지였지만 학교로 향하는 방법은 이 골목길을 통해 가는 것밖에는 없었다.


타다다닥-!

집에서 갈아신고 나온 군화가 지면을 박차고 움직이며 소리를 내었다.


“그아아.”


전방에 좀비 한 마리.

나는 출발 전 준비해 놓았던 간이 창으로 놈의 뒷덜미를 정확히 노려 베었다.


동규 아저씨에게 받은 총은 가방에 넣어놓고 쓰지 않았다.


사용하면 큰 소음으로 인해 좀비가 더 몰려올 뿐더러 자칫하면 탄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서걱-!

뒷덜미의 신경계가 베인 놈은 마치 사지가 마비된듯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콰직-!

놈의 이빨은 열심히 나를 물기 위해 딱딱거리고 있었으나 나는 발을 들어 놈의 머리통을 밟아 부술 뿐이었다.


머리가 깨져 뇌수를 흘리는 놈을 뒤로 한 채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계속 숨을 들이쉬며 달렸다.


이내 재개발 중인 주택 단지와 아파트 단지 사이의 길이 보였고 나는 빠르게 그곳으로 빠졌다.


“그억···.”


내 발소리를 들은 건지 뒤를 돌아보며 다가오는 좀비의 눈에 간이 창을 꽂아버리고는 대피소를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돌자 학교 앞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마트가 보이며 그곳에 쌓여 있는 모래주머니 바리케이트가 보였다.


“정지, 정지!”


“무전 듣고 왔습니다.”


“따라오십쇼.”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대피소 내부로 들어간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 수에 놀랐지만 천천히 군인을 따라갔다.


“C-31번 사용하시면 됩니다.”


내게 자리를 안내해주고 떠나간 군인은 따로 가방 검사나 간이 창 같은 것을 가져가지 않는지 그저 사라질 뿐이었다.


“일단 무사히 도착은 했네···.”


내가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앉아서 쉬고 있을 즈음 누군가가 내 옆에 다가왔다.


“아조씨, 거기. 내 자리인데.”


“응?”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아저씨 자리인데?”


“아닌데, 세아 자리인데···.”


곧 있으면 울음이 터질 듯 눈이 빨개진 아이를 한 남자가 데리러 왔다.


“세아야, 가자.”


“오빠, 저기 내 자리···.”


“세아 자리는 저긴데?”


“구래···?”


세아라는 아이를 데려다 놓고 온 남자는 내게 다가와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애가 아직 어려서요···.”


“괜찮습니다.”


사과를 하고 돌아간 남자는 연신 울먹거리는 그 아이를 달래주었다.


“후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앞에서 저런 아이를 보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저런 어린 아이라도 어떻게든 이 좆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대피소에 온 것이겠지.


타다당-! 타다다당-!

그때 학교 바깥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나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재빠르게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어?”


“으앙···.”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다들 놀란 것인지 우왕좌왕하는 민간인들과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바라보았다.


“울지 마. 괜찮아, 괜찮아.”


겨우 울음을 멈춘 아이를 연신 달래던 남자는 창문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좀, 좀비!”


그의 말에 나 또한 창가에 붙어 바깥을 쳐다보았다.


정문을 통해 대규모의 좀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또한 포함되어 있었고 마치 그들은 사냥꾼처럼 퍼져 근처에 있던 민간인들과 군인들을 씹어 먹었다.


타당-! 타다다당-!

몇몇의 군인들이 계속해서 항전을 벌여갔지만 결국에는 탄이 다 떨어진 듯 총알이 나가지 않는 총구를 멍하게 보다가 잡아먹히는 군인 또한 있었다.


혼란한 민간인들 속에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아니, 이탈하려고 했을 때.


세아라는 아이가 내 바지를 붙잡았다.


“아조씨···, 같이 가···.”


아이의 본능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능적인 판단이었던 것일까.


학교의 지리를 이곳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를 붙잡은 것은 천운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세아야, 이리 와.”


“시러! 아조씨 따라 가!”


“···빨리 따라오세요.”


빠르게 아이를 업은 남자는 도착하자마자 다시 나가게 된 나와 함께 학교 옆의 산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점점 숨이 차는 듯한 남자를 데리고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뒤에서 따라오던 좀비들이 보이질 않았다.


“후우···.”


“오빠. 세아 내려줘.”


“응, 알았어.”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듯한 남자에게 물을 건네주자 그가 물을 한모금 마시곤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는 물병을 입에 댄 채 물을 마셔댔다.


“이름이 뭡니까?”


“이강훈입니다.”


“저는 햇님유치원 이세아입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한 것인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 준 아이의 머리를 이강훈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우라고 합니다. 잘 따라오시는군요.”


“아, 제가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서요.”


그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짧은 머리를 보아하니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디 출신이십니까?”


“올해 초에 특전사에서 전역했습니다.”


특전사 출신이었던 것인가.


특전사에서 전역한 것이 사실이라면 체력 쪽으로는 문제가 없을 터.


다만 문제는 이 이세아라는 아이인데···.


“세아···, 라고 했나? 따라올 수 있겠어?”


“웅! 나 아조씨 잘 따라 가!”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면 자칫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을 만한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나를 따라온다는 것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럼 갑시다. 세아도 가자.”


“네.”


나와 이강훈, 이세아.

이 3명이서 시작한 등산은 체력을 급격하게 깎아먹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내가 완만한 경로로 이동한 덕에 우리는 안전하게 산의 중턱에 오를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도덕산 공원이 나올 겁니다. 거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할 겁니다.”


대략 20분 쯤을 걸어 올라왔을까.

도덕산의 인공폭포 너머 도덕산 공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숨 좀 돌릴 겸 공원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나는 이강훈과 세아가 쉬고 있는 사이 가방에서 산탄총을 꺼내어 탄을 집어넣었다.


찰칵-.

총열을 꺾어 탄을 장전한 뒤 총열을 닫아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둔 나는 총을 등에 메고선 집에서 만들어 두었던 간이 창을 집어들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고 차가운 날씨를 피해 머물 곳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방문자 센터’라고 적힌 건물에 들어섰다.


다행이게도 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추위에 나는 일행들을 화장실로 데려가 가져온 라이터를 이용해 종이뭉치에 불을 붙였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고 최대한 가지고 있던 핫팩을 이용해 몸을 데웠다.


“하아···.”


불 가까이에서 차가운 몸을 녹이고 있던 우리는 어느 순간 이내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


달그닥-!


“······!”


누군가가 동규 아저씨가 내게 건네 준 유품과도 같은 총을 건드리려는 시도를 하길래 잠에서 깬 나는 주머니에 있던 칼을 재빠르게 빼내어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겨누었다.


“으, 으앙···.”


총을 건드리던 것은 세아였다.


내가 총을 품에 안고 자는 것이 불편해 보였는지 연신 내게서 총을 뺼려고 부단히도 노력한 것 같았다.


“세아야. 괜찮아.”


“으웅···.”


울먹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달래주니 빠르게 눈물을 멈추는 세아였다.


“아저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걸 들고 있어야 해. 알았지?”


“웅···.”


나에게는 아빠와도 다를 바 없었던 동규 아저씨의 유품이자 생존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기에 누군가에게 빼앗길 위험성 또한 생각해야했다.


“으음. 세아야, 무슨 일이야?”


이강훈이 잠에서 일어났는지 붉은 세아의 눈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세아가 울어서 달래줬습니다.”


“아···.”


“일단 이동하죠. 여기는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니깐요.”


“알겠습니다.”


내가 가방에서 꺼낸 에너지바와 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금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주택과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곳은 그리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있는 이 곳은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한 곳이기에 계속해서 머무르기에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었다.


터벅-, 터벅-.

얼마나 걸어왔을까 등산로를 올라가며 도덕산의 정상에 올라온 우리는 저만치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잠깐이나마 감상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은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면 분명히 시끄럽지만 듣기 좋았을 소음으로 가득했을 도시는 그저 조용한 침묵과 잿빛으로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가시죠.”


이강훈과 세아를 데리고 나는 다시 등산로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송전탑을 기준삼아 내려가자 송전탑 관리시설로 보이는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머무는게 어떻습니까?”


“조금만 더 내려가면 비닐하우스가 나올 겁니다. 오히려 그쪽이 더 안전할 거고요.”


고립된 산 속의 건물에서 좀비라도 마주친다면 도망치기 힘들 수도 있었다.


나는 조금 이해가 안가는 듯한 표정을 짓는 이강훈을 뒤로 한 채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산로를 타고 얼마나 내려 왔을까 우리는 비닐하우스가 잔뜩 있는 농사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동안 걷느라 힘든 기색을 내보였던 세아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체력을 부모님께 타고 난 것일까 거친 등산로였지만 둘 다 힘든 기색만을 내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참 대단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서 다시 풀숲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내가 가려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리자 의문이 생겼는지 물어보는 이강훈에게 나는 앞에 보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도덕산 캠핑장으로 향할 겁니다.”


아마도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어도 이 산 속에 쳐박혀 있듯이 존재하는 캠핑장까지는 퍼지지 않았으리라.


캠핑장에 도착한 우리는 캠핑장을 여기 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주차되어 있는 경찰차 한 대를 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달그닥-, 철컥-.

내가 열려 있는 캠핑장의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있습니까?”


이강훈과 세아를 바깥에서 대기시킨 나는 어두운 관리실 내부에서 부스럭거리던 소리가 멈추자 혹시 모를 상황에 간이 창을 빼어들었다.


창에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는 칼날을 앞으로 향한 채 조심스레 앞을 향했다.


“그아아악-!”


창고 비스무리한 곳 내부에서 튀어나온 좀비는 경찰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까지 신고받고 와서 감염되었겠지.


콰직-!

나는 재빠르게 놈의 눈을 노려 창을 내질렀지만 놈이 달려오는 탓에 창날이 애꿎은 목젖을 찔러버렸다.


“하아아악.”


바람빠지는 소리만을 내는 좀비를 앞에 두고서 나는 주머니에 있던 칼을 빼들어 놈의 눈에다 칼을 박아넣었다.


철푸덕 쓰러지는 놈의 모습을 본 나는 목젖에 꽂힌 창을 회수한 뒤 관리실의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하반신이 처참하게 뜯어 먹혀져 있는 좀비 한 마리가 팔을 기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콰드득-!

나는 그런 놈을 바라보다 발로 머리통을 밟아 으깨버렸다.


“······.”


경찰이었던 좀비에게서 경찰차의 차키와 권총을 회수한 나는 아이가 문 안쪽을 보지 못하게 관리실의 문을 닫고서 나왔다.


“···다 된 겁니까?”


“예, 일단 가시죠.”


경찰차를 향해 다가간 우리는 경찰차 뒷좌석에 있는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강훈은 세아의 눈을 가렸고 나는 뒷문을 열고 좀비를 죽였다.


좀비의 시체를 꺼내어 풀숲에다 던져버리는 사이 차키를 받은 이강훈은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시죠.”


우리는 경찰차를 타고서 캠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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