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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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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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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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1)

DUMMY

바로 다음날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봤는데 역시나 임신이 맞았다. 선생님이 주의사항을 알려주시는데 임신 2주 차가 아니라 4주 차란다.


뭐 계산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나. 원래 임신을 인지하기 쉽지 않은 주 차인데 일찍 잘 오셨다고 몸 조리 잘하라 하셨다.


병원을 나와 자궁에 자세히 봐야 보이는 콩알만 한 게 붙어있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바로 가은이네와 우리 집을 찾아 속전속결로 허락을 맡았..으면 좋았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뵙는 아버님은 가은이가 미리 기름칠을 해둔 탓인지 언성을 높이시진 않았지만 탐탁지 않은 눈길으로 지켜본다고 하셨고 우리 부모님도 가은이 힘들게 하면 당장 미국으로 쫒아온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더랬다.


나만 동네 북이지. 뭐 그래도 이정도로 넘어간 게 다행이려나.


그렇게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고 가은이네는 가족이 다 미국으로 넘어오는 일 때문에 바쁜 모양이다.


아버님은 일 때문에 벌써 돌아가셨고 어머님이랑 가은이가 집이랑 짐이랑 정리하고 나중에 넘어온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도 틈틈이 도와주고 계셔서 내가 미국으로 간 뒤에도 큰 걱정은 없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마 3월 초 즈음에 넘어온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서 버텨야겠지?


큰소리는 빵빵 쳐놨는데 바로 마이너로 내려가면 쪽팔리잖아.


고개를 휘휘 저어 자꾸 드는 잡생각을 날려버린 뒤 다시 힘차게 공을 뿌렸다.


퍼어억


“으억!”


퍼어어억


“야! 손바닥 아파 이 자식아. 좀만 살살! 뭔 놈의 공이 이리 살벌해?”


“뭐래, 이 정도도 못 받아서 메이저는 어떻게 온대?”


“메이저 가면 이런 공 널렸냐? 흠.. 이건 좀 변순데.”


뭐 그건 아니긴 하지. 내 패스트볼이 곧 최고가 될거니까.


어디가서 고등학교 때 내 공 받았다고 자랑하고 다니라고, 넌 내가 특별히 허락해 줄테니.


그러니까 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단다, 친구야.


퍼어어어억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트레이닝 센터. 마지막으로 공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럽다.


집 나갔던 커맨드가 제대로 잡혀 이제 어느정도 컨트롤도 할 수 있게 됐고 컨디션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 구속도 올라가는 중이다.


아마 날 따뜻해지면 더 좋아지겠지.


“내일 이랬나? 미국 가는 거.”


“어. 투, 포수 조는 더 일찍 소집인데 난 가서 처리할 것도 있어서 미리 가려고.”


“그래, 가서 길 닦아 놓고 기다려라. 얼마 안 걸릴거야. 흐흐.”


“귀신 탭댄스 추는 소리하지 말고 수비 훈련이나 열심히 해라. 분석이랑 공부도 좀 하고 자식아.”


전생에서는 심란해하며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다 미국으로 넘어가서 신경도 못써줬었는데 이번엔 내가 멱살잡고 훈련시켰으니 이대로만 하면 정말 메이저 입성 가능할지도 모른다.


마음 속으로 조용히 친구의 앞날에 빡센 훈련이 가득하기를 기도해줬다.


* * *


필라델피아의 스프링 캠프는 플로리다 주 클리어 워터에 차려진다.


해마다 2월 말이면 이곳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는 선수들과 선별된 유망주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초청선수들까지 총 60명이 모여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다.


기간이 지날 수록 인원이 점점 줄어 시범경기가 끝나고 메이저리그가 개막할 때는 결국 26명의 선수만 로스터 남게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긴 시범경기 내내 얼마 없는 자리를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다투는 각축장이 된다.


지금 막 메디컬 테스트와 간단한 서류작업을 끝내고 캠프 숙소에 짐을 풀고 있는 내 목표는 최대한 오랜기간 여기서 살아남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하는 거다.


필요한 건 임팩트. 시즌을 치르다 주전이 너무 부진하거나 부상을 입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나일 수 있도록 하는 바로 그것이다.


메이저리그 직행?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하면 좋겠지만.. 이 보수적인 메이저리그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부터 전미를 떠들석하게 한 게 아니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아직도 아시아 선수 출신 최다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계신 박선배 님이 직행을 하시긴 했지만 그건 마케팅의 일환이었을 거라는 게 중론이고 그마저도 한 경기만에 털리시고 마이너에 내려가셨다.


심지어 그때보다 유망주 농사가 점점 중요해진 지금, 우리 구단이 600만 달러나 투자한 소중한 보너스 베이비를 험난한 메이저리그에 함부로 굴릴리도 없고.


최선은 빠르게 마이너를 씹어먹고 자격을 증명하는 거다.


생소한 이름의 룸메이트의 빈자리를 뒤로한 채 간단한 운동복을 입고 스프링 캠프가 치러지는 베이케어 볼파크에 도착하자 아직 소집일이 되지않아 한산한 경기장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도 드문드문 모여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어 가서 인사나 할까 하다가 그냥 운동을 시작했다.


“헤이 거기 애송이. 니가 이번에 들어왔다는 제 2의 오타니냐?”


누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포수장비를 덕지덕지 두른 포수가 나를 보며 말하고 있다.


내 계약이 여기서도 어지간히 떠들썩했나 보네, 저 괴물도 나를 알아보고 말이지.


“네. 당신은 조 그라함. 맞죠?”


나보다 조금 작은 키에 딱 봐도 다부진 체격, 무성한 수염을 정리도 안한 저 우락부락한 인상의 남자의 이름은 조 그라함. 필리스의 괴물이라 불리는 안방마님이다.


보스턴에서 데뷔했지만 FA로 필라델피아에 와 7년 중 4년만 뛰고도 이미 성공한 계약이라는 평을 듣는 이 34살의 남자는 현재 필리스 선수단 중에 감독과 코치 다음으로 입김이 센 선수.


그 말인즉슨 내가 아주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핵심 인물이란 뜻이다.


“흐흐. 애송이 주제에 답지 않게 귀여운 짓을 하는구나. 소집일도 아닌데 일찍 와서는 얼타지도 않고 말이야.”


내가 이래 봬도 스프링 캠프만 13년을 다녔어요, 아저씨. 뭐 여긴 시범경기 때만 와봤지만 캠프야 뭐 거기서 거기니까.


어깨를 으쓱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자 포수 아저씨가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어깨동무를 해온다.


벌써 내가 마음에 들었나?


“으하하. 너 아주 재밌는 애송이구나. 아주 맘에 들었어. 그런 의미로 넌 내일 내가 특별히 공을 받아주마.”


“내일이면 소집일 첫 훈련때요? 진짜죠?”


오우 나이스. 이건 정말 대박이다. 보통 순번대로 돌아가지만 저 아저씨 정도면 첫날엔 에이스급 투수의 공만 받을텐데 내 공을? 아주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주겠어.


“그래. 난 한입으로 두말은 안 해. 대신에 네 공도 그 입 만큼이나 좋아야 할거야. 난 입만 산 놈들을 아주~ 싫어하거든.”


역시 호락호락한 아재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다. 기대를 넘어서면 넘어섰지.


그러니까 놀랄 준비나 하라고요 조.


* * *


삐걱


베이케어 볼파크의 감독실로 한 뚱뚱한 남자가 들어섰다. 남자의 이름은 알렉스 코라.


휴스턴과 보스턴에서의 연속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명장 소리를 들었던 감독이었지만 그건 이제 옛말이고, 추락하는 성적에 지난 시즌 도중에 경질당한 신세다.


그래도 여긴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추락해도 보스턴보다 아래있던 팀. 경기에 져서 기분 나쁠때마다 항상 내게 위안을 줬던 이 팀으로 오게 될 줄은..


이런 젠장. 지금 이 구장의 3층에 앉아 있을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울고불고 매달릴 때 못 이긴 척 수락했던 과거의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와서 상황을 보니 더욱 가관이다. 없는 거나 다름없는 외야에 심각한 수준의 불펜.


그나마 리그 평균을 웃도는 선발진에 돈만 받고 퍼져있는 1루수와 지명타자라니. 믿을 건 내야밖에 없는 이 현실이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한번 더 절망하고 후회하는 까닭이다.


얼마 전 그 단장이 슬그머니 와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명단에 유망주 한 명을 끼워넣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정말이지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이 날아가 버릴 뻔했다.


안 그래도 확인해 볼 유망주가 쎄고쎘는데 뜬금없는 아시아 출신 고졸 루키라니.. 성적과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고 허가는 했지만 아직도 의심스런 시선을 거둘 생각은 없다.


여긴 아마추어때 찬란하게 빛나던 재능들이 수없이 스러져 나간 메이저리그니까.


뎅 뎅 뎅


벽에 걸어놓은 시계에서 3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코라는 시계를 힐끔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지금쯤이면 아마 투수 코치 지도 하에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피칭을 하고 있을 시간이겠다.


서둘러 준비하고 훈련장으로 가고 있는 중에 저 앞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또 누구 부상당했나? 선발이면 진짜 큰일나는데.


별의별 생각을 하며 헐레벌떡 달려온 피칭 훈련장에선 한 선수의 피칭을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는 선수들과 코치를 볼 수 있었다.


이것들이 하라는 훈련은 안하고.. 한마디 하려는 찰나에 옆에서 뭘 적고있던 투수 코치가 눈치없이 해맑은 표정을 하고선 이쪽으로 달려온다.


“감독님 이번 유망주 중에 아주 물건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물건은 뭔 놈의 물건! 훈련하랬더니만 훈련은 안 하고 모여서는···.”


파아아아앙


“오오오”


미트가 찟어질듯한 소리와 구경꾼의 감탄 속에 알렉스 코라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앞에 보이는 구속 측정기에 그 이유가 다 적혀 있었으니까.


-100.1 mi/h, 2812 rpm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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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스프링 캠프(3) +1 24.08.15 3,017 66 10쪽
10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35 66 9쪽
» 스프링 캠프(1) +1 24.08.14 3,114 67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152 70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90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47 66 9쪽
5 회귀 +3 24.08.12 3,286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65 55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93 61 9쪽
2 가은 +1 24.08.10 3,689 58 8쪽
1 절망 +2 24.08.10 3,978 6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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