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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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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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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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스킬(1)

DUMMY

더블 A. 본격적인 메이저 데뷔를 위한 리그로 진정한 프로 리그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곳이다.


또한 싱글 A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많은 유망주들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정체구간으로 전생에 나도 이 구간에서 1년 동안 정체한 경험이 있다.


아주 징글징글했었지.


보통은 루키가 3~4년 만에 도달하는 구간이며 여기서 1년 안에 AAA로 간다면 거의 확실하게 빅리거가 될 수 있고, 2~3년을 더 정체하면 데뷔에 실패하고 독립리그나 한국, 일본 등의 다른 나라로 이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지나가다 보면 전생에 KBO나 NPB에서 활약하던 얼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알을 깨지 못한 자들의 무덤. 그게 여기 더블 A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런고로 내가 지금 여기 와 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자 구단이 내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여기서도 이겨내야 하는 건 똑같다. 그렇지 못하면 저기 발에 채이는 유망주들처럼 도태되는 건 매한가지니까.


여튼 난 이곳 펜실베이니아 주 레딩에 위치한 레딩 파이팅 필스라는 팀의 주전 중견수이자 마무리 투수로 5경기째 뛰고 있는 중이다.


우리 홈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의 AA 팀인 빙햄튼 럼블포니스와의 정규 시즌 7차전, 9회 말 무사 1루. 이제 곧 내 마지막 타석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느긋하게 타석에 들어가 루틴을 하고 있으니 상대 마무리 투수가 나를 노려본다. 저 자식 저거 경기 전부터 나를 겨냥해 입을 털더니만 아주 그냥 독이 바짝 올랐네.


하긴 뭐 제 눈엔 별것도 아닌 아시아 놈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박 계약에, 한 달 만에 더블 A에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배 아프겠지.


루키 상대로 한방 먹여주고 내가 가진 관심을 독식하려는 심보가 아주 눈에 훤하다.


거기다가 한 점밖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실책으로 선두 타자가 나갔으니 지금 아주 짜증이나 미칠 거다.


나한텐 뭐 땡큐지. 이 상황에서 일부러 나를 걸러 주자를 쌓는 정신 나간 투수는 없을 거다. 심지어 나를 잡아먹을 듯 보고 있는 저 투수라면 아마 나를 무조건 잡으려고 하겠지? 웬만하면 더블로.


전력분석에서 본 바로는 저 마무리 투수의 주무기는 싱커와 슬라이더. 무사에 주자 1루, 아마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와도 같은 선택을 할 거다.


아무리 처음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상대가 나고 심지어 구종까지 알아챘다면..


휘이익


배터 박스 가장 앞쪽에서 바깥쪽으로 도망가려는 싱커를 변화가 시작되기 전에 때려냈다.


따아아아아악


그러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퍽!”


욕지거리를 내뱉는 투수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배트를 던져 버리고는 타구 감상을 하며 느긋하게 베이스를 돌았다.


이야 누가 때렸는지 아주 자알 간다!


끝내기 홈런이었다.


* * *


“안녕하세요, 리. 오늘 경기 수훈 선수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네, 같이 뛰어 준 선수들과 감독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팀이 승리해서 너무 기쁩니다.”


“네, 소감 잘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홈런 이후 보여주신 배트 플립이 아주 멋졌는데 혹시 생각해 둔 세리머니였나요?”


나는 경기 통쾌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벌써 부터 꼰대들한테 찍히면 곤란하지, 암.


“아니요,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뭘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근데 리포터님이 멋있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아 네.. 정말 최고였습니다!”


저기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게 이 리포터도 순도 100퍼센트 필리건이라는데 내 스킬을 건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리?”


오 이거야말로 준비된 멘트가 있지. 큼 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고는 양손을 들어 올리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상대 덕아웃을 향해 드라마 대사를 치듯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누가 애송이지?”


문제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내 카르마 스킬(악)의 경험치가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phils_EM

-요새 우리 팀이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하늘에 감사해.


*TOMAS

-뭔 소리야! 너 어제 던컨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면서 실책 한 건 못 본 거야?


*phils_EM

-그 빌어먹을 던컨 얘기는 하지도 마. 내 머릿속에서 우리 팀 중견수는 없으니까.


*hunter-T

-후훗, 그래서 난 어제 레딩에 다녀왔지. 거기서 내가 뭘 보고 왔는지 알아, 친구들?


*TOMAS

-보나 마나 또 거기서 거기인 외야수 유망주 얘기겠지. 그런 얘기라면 이제 그만해. 실망할 힘도 없으니.


*hunter-T

-아니야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니까? 가서 성적이나 좀 검색해 보고 오라고. 진홍 리. 어젠 걔가 글쎄 끝내주는 끝내기 홈런을 쳤다니까!


*TOMAS

-오우! 이 아름다운 스탯은 뭐야? 드디어 우리 팀에도 제대로 된 외야수가 생기는 거야? 근데 내 눈이 이상해졌나 봐. 얘한테 피처 기록도 있는데?


*hunter-T

-어 맞아. 걔가 이틀 전 경기에서는 102마일로 삼진을 잡았어.


*phils_EM

-오 주여. 저 헛소리하는 녀석에게도 산소가 필요한가요.


*TOMAS

-아니 진짜라니까!


그날 오후 필리스 팬들의 SNS 발췌 글.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ㅡ


내 MBTI는 ENTJ이다. 그래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타고난 통솔자, 리더형 성격유형 그거 맞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가 T와 J라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질 못했고, 하다못해 레고 조립도 시작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고 자야 했던 내 지랄맞은 성격은 과거로 회귀한 첫날부터 저 카르마 스킬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근데 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특히 금강불괴라는 괴랄한 이름의 악명 카르마 스킬은 더더욱.


확실한 방법은 욕을 먹는 거긴 건데.. 이상하게 준혁이 녀석과 욕을 주고받아봤자 경험치가 1도 오르지 않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몇 가지 사실들로 가설을 세우고 추론을 하는 것뿐이었다.


첫 번째 가설. 욕을 아주 많이 먹으면 악명이 오른다.


이건 아마 확실한 사실일 거다. 내가 내세울 건 저것밖에 없었으니. 아니었으면 내가 이 빌어먹을 유희 대상자에 뽑힐 이유도 없었겠지.


하지만 이 가설이 설사 맞는다고 해도 이번 생에는 별로 써먹고 싶지 않은 방식이다. 욕먹으면서 즐기는 특이 취향은 없거든.


두 번째 가설. 내 성적이 좋으면 악명이 오른다.


나는 분명히 그 악마 비서가 하는 말을 들었었다. 최근 10년 기준 첫 1,2년의 악명이 순도 높고 향기롭다고.


분명 저 첫 1,2년은 계산상으로 내가 백투백 MVP를 타냈을 땐데.. 성적이 좋아도 악명이 오르나? 그렇다면 왜?


음.. 그럼 이런건가?


세 번째 가설. 사람들로 하여금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들도록 하는 명성이 악명이다.


자 생각해 보자. 준혁이에게 들은 욕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껍데기 욕이었고, 내가 잘했던 연도엔 분명 우리 팀을 제외한 상대 팀 팬들 모두에게 악플을 받긴 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함으로써 다른 팀의 팬들이 나에게 두려움이든 미움이든, 어쨌든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내 악명이 증가하진 않았을까?


이렇게 대강 가설만 세워놓고 그에 맞춰 팀을 고르고 계약을 했지만 그 가설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계약 후 여기 오기 전까지는.


여기에 와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대부분의 가설을 확신하게 되었고 추가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도 있다.


일단 내 계약 기사가 났을 때, 첫 번째 시범경기가 끝나고 난 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프리뷰 기사가 났을 때, 마지막으로 어제 내 수훈 선수 인터뷰 기사가 났을 때가 경험치가 눈에 띄게 오른 시점들이다.


여기서 난 3번 가설이 맞는다는 걸 거의 확신했다. 두려움이나 미움뿐만 아니라 질투 부러움 욕망 등의 모든 마이너스적인 감정까지 모두 악명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걸..


그리고 여기서 몇 가지 조건을 더 알 수 있었는데, 유명세와 감정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악명이 커진다는 점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농도 짙게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느낄수록 내 악명 수치, 즉 카르마 스킬의 경험치가 빠르게 채워졌다.


아직 알아내지 못한 조건들이 있을 것 같지만 뭐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되고.. 그나저나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악명을 올리기에 이 필리스라는 팀은 딱 맞는 팀이다 싶다.


내가 잘하면 상대편 팬에게, 못하면 우리 팬들에게 아주 확실하게 악명을 끌어낼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못하는 날 악명이 더 오를지도..


어쨌든 인터뷰 기사가 난 뒤 확인한 경험치 수치로 인해 다소 뿌옇게 보이던 내 계획이 선명해졌다.


그냥 내가 좀 더 야구를 잘 해서 전생의 전성기보다 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 된다. 그러면 못해서 욕먹는 것보다 순도 높은 악명을 더 빨리 채울 수 있을 거다.


저 옛날의 베이브 루스나 배리 본즈처럼 그냥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선수가 되면 충분하려나?


아니 그냥 더 완벽한 선수가 되면 된다. 내겐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두 개의 카르마 스킬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동기가 있으니까.


그래 까짓것 하면 되지. 이 메이저리그의 GOAT.


*카르마 스킬(악) - 금강불괴 Lv. 1 (32.56%)

1. 인대와 관절이 강화되고 손상, 마모 정도가 감소합니다.

2. 미개방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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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EVEL UP! +2 24.08.21 2,754 62 10쪽
16 유망주 +2 24.08.20 2,791 63 10쪽
15 주드 로저 +1 24.08.19 2,800 61 10쪽
14 카르마 스킬(2) +1 24.08.18 2,888 60 11쪽
» 카르마 스킬(1) +1 24.08.17 2,940 61 10쪽
12 콜업 +1 24.08.16 3,028 68 12쪽
11 스프링 캠프(3) +1 24.08.15 3,018 66 10쪽
10 스프링 캠프(2) +2 24.08.14 3,036 66 9쪽
9 스프링 캠프(1) +1 24.08.14 3,114 67 10쪽
8 1년만 꿇자 +3 24.08.13 3,153 70 9쪽
7 포심 패스트볼 +1 24.08.13 3,191 61 11쪽
6 계약 +1 24.08.12 3,248 66 9쪽
5 회귀 +3 24.08.12 3,287 65 10쪽
4 유희 작당(2) +3 24.08.11 3,367 55 11쪽
3 유희 작당(1) +5 24.08.11 3,596 61 9쪽
2 가은 +1 24.08.10 3,692 58 8쪽
1 절망 +2 24.08.10 3,980 6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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