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진 그 시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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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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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빵
작품등록일 :
2024.08.15 21:17
최근연재일 :
2024.09.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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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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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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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VVIP

DUMMY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돌 PMB그룹의 5집 미니앨범의 쇼케이스 촬영이 끝났다.


“엘런! 이토!”


PMB그룹의 매니저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토와 엘런을 불렀다.


“형.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아까부터 계속 찾았는데.”


엘런이 매니저에게 말했다.


“전화 받으러 잠시 나갔다 왔어. 하···.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무슨 일인데요, 형.”


착한 이토가 안절부절못하는 매니저에게 다정히 물었다.


“사장님이. 오늘 또 자리를 마련하셨대. 너희 둘, 가봐야겠어.”


“후······.”


엘런은 매니저가 말하자마자 한숨을 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얘들아. 나도 사장님께 안된다고 말해봤는데···. 오늘 꼭 만나야겠다고 그분이 말씀하셨대. 사장님도 힘이 없잖냐. 이해해라, 너희가.”


“알았어. 사장님과 형이 미안할 일은 아니야.”


엘런이 어찌할 줄 모르는 매니저를 다독이며 말했다.


“차는 밖에 대기시켜놨으니 옷 갈아입고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엘런은 연습생 때부터 각별히 지낸 PMB그룹 중 한 명인 이토와 그분을 만나러 차에 탔다.


“엘런! 내일부터 스케줄 빡빡한데 괜찮겠어?”


이토가 엘런을 걱정하며 물었다.


“어쩔 수 없지, 뭐. 조금만 앉아있다가 나가야지. 그나저나 넌 안 가도 되는 건데. 나 때문에 어쩌냐? 그 여잔 나한테 볼일이 있는 건데. 내가 안가니까 나와 제일 친한 이토 널 볼모로 잡는 거 아냐.”


“나라도 따라가야 네가 맘 편하지. 넌 드라마도 이제 거의 엔딩 아니야? 이번에 드라마 끝나면 좀 쉬면서 해, 무슨 일만 하는 기계도 아니고.”


“쳇. 고맙다!”


이토가 16살, 엘런이 15살 때부터 둘은 작은 기획사 연습생으로 뽑혀 들어갔다.


엘런이 일본인 이토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는 평범한 얼굴에 한국말이 매우 서툴렀었다. 그래서 다른 연습생과 친해지지 못하고 항상 혼자 다니던 그였다.


그러나 이토는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했다.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혼자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에 비교해 키도 크고 잘생기기까지 한 엘런은 어딜 가나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연습생으로 뽑혔을 때도 오로지 우월한 기럭지와 빛나는 외모 덕에, 작은 기획사지만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3년간의 연습생 시절 동안 엘런은 주인공의 아역으로 몇 번 드라마에 출연해서 대중들에게 이미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던 터라 꽤 인지도가 있었다.


기획사에선 이런 엘런을 메인으로 야심 차게 PMB그룹을 준비하였다. 사실상 엘런을 위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PMB의 다른 멤버들은 그런 엘런이 눈엣가시였다, 아무리 몰라도 자신들이 엘런의 들러리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만은 엘런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그에게 엘런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자신 넘치고 언제나 눈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 얼굴이었으니···.


“다 왔어. 그분은 도착하셨대. 이제 마스크 쓰자.”


매니저가 강남의 제일 유명한 클럽 앞에서 이토와 엘런에게 마스크를 주며 말했다. 이토와 엘런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뒤, 클럽의 꼭대기 층, VVIP 룸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엘런. 이토도 왔네.”


룸으로 들어가자 모델같이 늘씬하고 예쁜 한 여자가 일어서서 그들을 반겼다.


“브리아나, 오랜만이네.”


이토가 브리아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같은 동년배이지만 그의 손동작은 마치 어른을 대하듯 어색하고 깍듯했다.


엘런은 언제나 그랬듯, 침묵하고 룸의 푹신한 소파 중앙에 털썩하고 앉았다.


“배고팠지? 애피타이저 좀 시켜놨는데. 먹어봐. 여기 쉐프가 미슐랭 출신이야.”


오늘따라 가슴이 훤히 다 보이는 몸매가 부각되는 빨강 원피스에 글로시한 블랙 롱부츠를 신은 브리아나는 엘런과 이토에게 화려하게 차려진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됐고.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내가 내일부터 좀 바쁘거든.”


“풋! 또 시작이네. 이토. 넌 잠시 나가 있을래?”


브리아나가 이토를 바라보며 문을 열고 나가라는 고갯짓을 했다.

이토는 엘런을 바라보았다. 엘런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토는 이내 문을 열고 VVIP 룸을 나갔다.


“엘런, 매번 이러면 재미없잖아. 내가 이번에 우리 아빠한테 얼마나 아양을 떨었는지 알아? 네가 우리 회사 광고모델 되게 하려고 얼마나 힘썼는데. 네가 이러면 내가 힘 빠지잖니?”


브리아나는 소파에 앉아있는 엘런 옆으로 가서 앉아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엘런의 넓은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엘런의 목을 파고들자 진한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너,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난 네 도움 바란 적 없어. 너희 회사가 아니어도 난 꽤 잘나간다고.”


“그렇지만 네 사장은 생각이 다를걸? 너를 이렇게 거물로 키워준 게 누군데? 대형 기획사도 아니면서. 우리 아빠가 너한테 이런 큰일을 안 주면 너희 기획사는 그냥 망하는 거 몰라?”


물론 알고 있었다.

내가 아니면 우리 작은 기획사는 망할 거란 걸.

더럽지만. 나 하나만 이들에게 잘 보이면 작은 우리 기획사의 모두가 편할 수 있다는 것도.


브리아나는 엘런의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그에게 술잔을 권했다.

차라리 얼른 마시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픈 엘런은 사양 없이 그녀가 주는 술을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


대한민국에서 꽤나 잘나가는 대기업 가문의 외동딸.

브리아나는 애절한 눈으로 엘런을 바라보았다.


그냥 엘런을 인형처럼 자신 옆에 두어도 좋았다.

이용당해도 좋았다.

다만 언젠가, 그의 의지로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취해줬으면.


“엘런···. 넌 그냥 날 이용하면 되는 거야. 나도 널 원할 때마다 이렇게 널 이용하듯, 너도 날 마음껏 이용하란 말이야···.”




*

밤늦게 집에 돌아온 엘런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 많은 양의 술을 한꺼번에 들이켰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몇 번이나 화장실 변기를 잡고 속을 게워내고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엘런···. 나 잊지 마.」

「네가 날 잊을까 봐 두려워···.」


누구야! 날 알아?

넌 누군데 왜 계속 내 꿈에 나오는 거야······.


엘런은 꿈속 여자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목이 멨다.


그는 가슴이 아려 눈을 떴다.

꿈을 꾸며 울었는지 코가 맹맹했다.

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화장실에 다시 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은 새벽 2시.

까맣게 어두운 밤, 엘런은 눈이 부신 게 싫었다.

그는 억지로 일어나 눈을 반쯤 감은 채 더듬더듬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


공중에 허연 것이 매달린 것 같은 이상한 형체···.


‘헛것이 보이나.’


눈을 조금 더 크게 뜬 엘런은 점차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갔다.


공중에 허연 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자신보다 키가 10cm는 더 커 보이는 유령 같은 남자가 화장실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엘런 씨?”


“씨X!&*#%&!!”


엘런은 너무 놀라 혼비백산하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얼굴을 팔꿈치로 강하게 쳤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생각보다 여리여리한 키 큰 남자는 갑자기 엘런에게 얼굴을 맞자 쓰러지며 세면대 모서리에 이마를 찍고 기절했다.

술이 확 깨버린 엘런은 얼른 화장실의 불을 켰다.


바닥엔 신비한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누워있었다.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화장실을 들락날락 몇 번을 했을 때도 없던 사람이 언제 들어왔단 말인가!


“저기···. 일어나보세요! 저기요!”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일단 119를 불러야 한다,

엘런은 핸드폰을 찾아 긴급통화를 하려고 하였지만, 핸드폰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하필 지금!”


밖에 나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한 엘런은 대문을 열었다.


“뭐야! 왜이래!”


대문은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마치 밖에서 잠근 것처럼.


이 사람을 여기 두면 죽을지도 모른다.

매스컴을 타게 되면 큰일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아이돌 인생은 쫑나는거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회사 사람들은 또 어쩌나.


엘런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어찌할 줄 모르고 있던 찰나.

갑자기 화장실 한구석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엘런은 영문도 모른 채 화장실의 구석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건··· 또 뭐야······.’


화장실 구석에 작은 창문이 생겼다. 조금 몸을 숙이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창문이었다.


‘지금 내가 환각을 보는 건가? 아까 브리아나가 내 술에 약을 탔나?’


엘런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창문을 넘었다.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바다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인가?


바다 뒤편을 바라보던 엘런은 오두막집 한 채를 발견했다.


그래,

꿈이든 아니든 일단 이 사람은 살려놓고 보자.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 엘런은 은빛 머리 남자를 질질 끌어 창문을 다시 넘었다.


그러자 그 창문은 사라지고 어두운 바닷가에 은빛 머리를 한 남자와 함께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젠장···.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이야.”


엘런은 머리에 피를 흘리는 남자를 둘러매고 힘겹게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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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15: 1928년 7월 7일 24.08.31 4 0 10쪽
14 EP14: 임옥호텔 24.08.30 5 0 9쪽
13 EP13: 지킬 수 있는 남자 24.08.29 4 0 10쪽
12 EP12: 모갈 1호 24.08.28 4 0 10쪽
11 EP11: 잃어버린 시간 24.08.27 5 0 9쪽
10 EP10: 넌 친구니까 24.08.26 5 0 9쪽
9 EP9: 비밀을 지켜 줄게요 24.08.24 5 0 10쪽
8 EP8: 라메탈 별에서 온 아스트론 24.08.23 4 0 9쪽
7 EP7: 은빛 머리 남자 24.08.22 4 0 9쪽
» EP6: VVIP 24.08.21 6 0 10쪽
5 EP5: 당신이 왜 여기에 24.08.20 5 0 9쪽
4 EP4: 지금은 몇 년도? 24.08.19 7 0 9쪽
3 EP3: 여긴 도대체 어디 24.08.17 7 0 10쪽
2 EP2: 늙은 여우 24.08.16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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