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상태창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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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빌런
작품등록일 :
2024.08.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8.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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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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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없는 귀환

DUMMY

#001화. 쥐뿔도 없는 귀환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 억울하다.


정신병원에 갇힌 지도 어느덧 한 달. 개인적으로는 이쯤 하면 충분하다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이 날 내보내 줄 거 같지 않다.


말귀를 못 알아쳐먹은 건 지들인데, 반대로 멀쩡한 나를 잡아다 정신병원에 가두더라고.


대체 내 설명 중 어디가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던 걸까.


* 뺑소니 사고를 당했던 17살에 판타지 세상 속 하급 용병의 몸에 빙의, 거기서 30년을 살았다.

* 그러다 마족의 침공을 막아내며 세운 공을 인정받아 여신의 축복을 받고 지구로 돌아오게 됐다.

* 돌아와 보니 시간이 30년이 아니라 10년만 흘렀고, 내 몸은 그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다고 한다.

* 앞선 사실을 종합해볼 때, 내가 식물인간이었던 이유는 내 영혼이 이세계에 빙의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나한테는 상태창이 없다. 사람들에게 상태창이 생겼던 ‘각성의 밤’에, 내 영혼은 판타지 세상에 있었으므로.


이 설명이 그렇게 어렵나?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가?


아, 물론 예전이었다면 이세계 빙의니 하는 내용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의 지구’는 그런 얘길 마음껏 해도 괜찮아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여긴 ‘게이트’라는 게 생겨서 그걸 일정 시간 안에 클리어 안 하면 안에 있던 몬스터가 떼거지로 몰려나온다며? 거기다 ‘모든’ 사람들한테는 ‘상태창’이라는 게 생겨서 이제 막 마법도 쓰고 초능력도 쓴다며? 이건 내가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의사들이 지들 입으로 한 말이잖아.


그럼 씨발, 다른 차원에 빙의해 있다가 귀환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런 사람은 상태창이 없을 수도 있잖아?!


근데 왜 내 말은 안 믿는 건데.


심지어 내가 상태창이 없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상태창이 생겼다는 ‘각성의 밤’에 내 영혼은 지구에 없어서 그렇다]라고 자세히 설명하기까지 했잖아···.


근데 왜··· 내가 설명을 하면 할수록 날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 거냐고···.


왜 자꾸 내가 설명을 할 때마다 [갑자기 27살이 된 데다 세상이 바뀌어 있고 부모님까지 돌아가신 것에 심한 충격을 받아 실성한 사람] 취급을 하는 건데?


아니, 차라리 그런 이유면 몰라··· [군대 가기 싫어서 미친 척하는 사람] 취급하는 놈들은 또 뭔데?


애초에 게이트가 생긴 뒤 세상이 좀 흉흉해졌기로서니, 10년이나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던 사람이 군대를 가야 하는 이유는 또 뭐고.


이거 진짜 내가 아는 지구 맞아? 사실, 나 귀환을 잘못한 거 아니···.」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들어오자, 나는 재빨리 노트를 덮었다.


“강민우 환자분~ 약 드세요, 약.”


노트에 적힌 내용을 안 들킨다고 퇴원이 빨라지진 않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입원 기간이 늘어날 테니.


꼴깍-

“아- 하세요, 아.”

“···그거, 진짜 꼭 해야 합니까?”


간호사의 말에, 표정이 확 굳어진다.


세상 멀쩡한 정상인으로서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


“저희 병동 특성상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드렸었잖아요. 자, 빨리. 아~ 해요. 아-.”


···애초에, 잠자는 시간을 물론이고 약 먹는 것까지 철저히 통제당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거다.


“···아.”


하루하루가 진심으로 좆같다···.

그 좆같음이 만든 탈출 욕구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인간계를 침공한 마왕군에게 포위당했을 때보다 더 탈출하고 싶을 정도니.


적어도 거긴 탈출하는 방법이라도 깔끔하지 않았던가!


그땐 그냥 앞길을 막는 건 마족 새끼든 마물이든 모가지를 뜯어버리면 됐었으니까. 그러면 탈출할 길이 열렸으니까···!


“잘 삼키셨네요~ 잘했어요.”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가.


마치 길 잃은 꼬마 아이를 돌보는 듯, 상냥한 미소를 띠는 간호사의 모가지를 돌려버릴 수 있을까? 그걸 보고 놀라서 달려오는 보호사의 모가지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달려올 의사의 모가지는?


“···감사합니다.”


물론 걔들 모가지를 죄다 돌려버리면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안 될 일이다.


여긴··· 라가이아 대륙이 아니라 지구니까.


길 가다 싸움이 나면 말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고, 그걸 말려야 할 경비대는 옆에서 누가 이길지 싸움 내기를 하는 라가이아 대륙이 아니라··· 그딴 짓을 했다간 대번에 경찰서에 갇히는 지구니까.


“헷, 그럼 불편한 거 있으시면 저 불러주세요. 아셨죠?”


그렇다면, 내 앞을 막아서는 의료진의 모가지를 돌리지 않고도 이 병원을 나설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가···?


“···저, 간호사님.”


나도 어느덧 지구로 귀환한 지 한 달 차다.


그래서, 이제는 확실히 안다.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

“의사 선생님 좀··· 불러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그 한 달간의 고뇌 끝에 알아낸 방법이란, 이러하다.


“어, 혹시 어떤 일 때문에 그러세요?”


그저, 덫에 걸린 사슴 같은 눈망울로···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픈 길 잃은 아이의 마음으로! 그런 처연한 눈으로 간호사를 올려다보며!


“···저, 상태창이 보이는 거 같아서요.”


양심을 팔아먹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다···!


주륵-


좆같은 중세 판타지 세상에서 살면서도 단 한 번도 팔아넘긴 적 없는 양심을 여기서 팔다니··· 그 사실이 참으로 좆같긴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없다.


“어머. 정말이에요?”


물론, 상태창이 없다는 현실이 슬퍼서 그런 건 아니다.


절대로··· 남들 다 있는 상태창이 나만 없는 게 슬퍼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화, 환자분. 울지 마시고.”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다 있다는 그 상태창.


탱자탱자 놀다 길 가던 몬스터 몇 마리만 때려잡아도 강해지고, 힘들게 기술을 익힐 필요 없이 스킬북을 톡- 건드리고 스킬명만 찔끔 내뱉어도 갖가지 기술을 제 것처럼 쓸 수 있는 그거.


이젠 헌터 관리국에서 상태창을 측정한 후 발급받는 [상태창 등록증]을 민증 대신 이용한다고 할 만큼, 이 세계에 넓게 퍼진 그거.


어린 시절 수없이 많은 웹소설을 읽으며, 그 웹소설들의 내용처럼 이세계 빙의를 겪으며··· [나도 상태창이 있었으면···]이라고 무려 50년이나 바랐던 그 상태창이! 온 세상 사람 중에 나만 상태창이 없어서, 그게 서러워서 우는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그거 없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그냥, 강해지려면 힘들게 노력해야 하고··· 기술이라도 하나 제대로 익히려면 밤낮으로 온갖 고생을 해야 하고··· 상태창 등록증을 받을 수 없으니 평생을 불법 체류자처럼 통장 하나 개설하지 못하고 살아야 할뿐인데 뭐···.


“네, 똑똑히 보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양심을 팔아먹어야 하는 현실이 저주스러울 뿐인 거다··· 정말로.


“저도, 상태창이 있어요.”


그래도, 씨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여기서 못 나가면··· 그때부터 난 환자가 아니라 의료진의 모가지를 모두 돌려버린 범죄자가 되리라···.


주륵-


하··· 인생이 진짜 좆같아서 눈물까지 나오네.


···괜히 돌아왔어, 지구.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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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태창 없이 시작하는 귀환 생활 24.08.16 85 3 16쪽
» 쥐뿔도 없는 귀환 24.08.16 10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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