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상태창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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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빌런
작품등록일 :
2024.08.16 04:35
최근연재일 :
2024.08.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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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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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0%

DUMMY

#008화. 공감 200%






계획이 처참히 무너지고, 그 여파로 내 머리가 얼마나 복잡해졌든 간에, 밤은 찾아온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는 건, 눈에 불을 켜고 훈련병들을 감시하던 조교들 또한 생활관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니.


“처음 상태창 봤을 때 무슨 기분이었어요?”

“이중 특성이면 특성 쓰면 두 개 동시에 써져요?”


···이 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훈련병들의 시간이다.


“잉스타 아이디 뭐에요?”

“롤 해요?”


그리고 이 십새끼들.


젊음이 좋은 건지, 아니면 한국에서 말 많은 새끼들만 뽑아온 건지.


말을··· 멈추질 않는다.


‘이 개새끼들아··· 이 정도 씹었으면 그만 좀 포기해라.’


심지어는 아까부터 지금까지, 실패한 폐급 첫인상 대신 ‘거만하다’나 ‘재수 없다’ 등의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내가 꼭 필요한 대답 아니면 입꾹닫을 시전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저희 그래도 거의 두 달을 같이 있을 건데, 대답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이러한 상황에서 알 수 있듯, 폐급이 되기 위해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겠단 계획은, 무너졌다.


‘이정훈 조교 저 십새끼···.’


그에 이 일을 잊지 않을 거라 다짐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한다.


날 벌레 보듯 쳐다봐야 할 훈련병들의 눈에는 선망이 가득하고, 내가 입만 벌려도 인상을 찌푸려야 할 녀석들이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려 치근덕거리는 이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첫 만남이니, 오늘 안으로 어떻게든 이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면야··· 향후 계획이 훨씬 수월할 듯싶었으므로.


‘반드시 내 첫인상을 조져주겠어.’


나는 쉴새 없이 말을 거는 (어린) 놈들을 향해, 분노의 철퇴를 내릴 준비를 했다.


“그래에~ 어차피 우리 다 친구 아냐?”


때마침, 적당한 말을 꺼내는 옆자리 동기.


‘고맙다, 유달리 나대는 녀석이여.’


입대를 준비하며 짧게 친 머리의 그 녀석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젊은 녀석답게 이 오밤중에도 초롱초롱한 눈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입대 첫날밤은 다들 운다는 얘길 들었던 거 같은데, 그 얘길 처음 했던 사람의 멱살을 잡고 싶을 정도로.


“친구?”


그래도, 할건 해야지.


“어차피 요즘은 군대 다 성인 되자마자 강제로 가잖아. ‘상태창’ 때문에.”


그러자, 고맙게도 적당한 대사를 쳐주는 엑스트라 1.


“그렇지. 나도 그렇게 듣긴 했어.”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저놈과 내가 ‘친구’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엑스트라 1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긴 했으니.


‘상태창’이라는 건 그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각자 성인이 되는 해의 1월 1일에 활성화된다.


그리고 그 말은, 이제 갓 성인이 되는 어린 학생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상태창과 그 상태창 내의 ‘특성’으로부터 오는 이능력을 가진다는 얘기니··· 훈련소 스케줄에 따라 몇 달의 차이는 있더라도, 성인이 되는 해에 모든 이를 강제로 입대시키는 건 그 이유 때문이다.


개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 갓 성인이 된 이들의 경우 ‘아직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이들이 더러 있으므로.


즉, ‘특성’이라는 것을 통해 얻은 이능력을 별다른 경각심 없이 사용하여 타인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힌다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갖가지 교육을 진행하고, 모두를 강제로 군대에 몰아넣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갓 성인이 된 개인에게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특성’과 능력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국가의 입장에서는 게이트 공략 등의 임무 기록을 통해 그들의 특성과 능력 등을 자세히 수집하여 훗날을 위한 기록으로 남겨두는 거다.


‘이능력 범죄’가 일어날 시, 범죄자의 특성과 능력을 파악.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뭔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듯한 제도이긴 하나, 김유민 부국장에게 듣기론 꽤 많은 사건 사고 끝에 정착된 ‘꼭 필요한’ 제도라고.


“근데, 난 니들 친구 아냐.”


그리고 이 필요악에 가까운 제도는, 내게 호재다.


“뭔소리야? 여기 다들 스무 살, 아니. 만으로 열여덟일 텐데? ‘빠른’은 아직 상태창 없잖···.”


동기들의 뇌리에 새겨진 ‘긍정적인 첫인상’을, 효과적으로 망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므로.


“나, 스물일곱이다.”


이놈들은 20살. 나는 50···아니, 27살.


“에이, 그게 무슨 소리야?”

“상태창 등록증 보여줘?”

“보여줘 봐.”


그렇다면 이 ‘나이 차’가 왜 첫인상을 조지는 데 한몫할 것인가, 하면··· 이들이 아직 ‘사회’를 겪어보지 않은 젊은이들이라는 데 있다.


“···진짜 스물일곱···이네?”


봐라, 내 나이를 확인하고는 대번에 눈빛이 바뀌지 않나.


‘좀 나이가 찬 뒤라면 모를까, 니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애들. 니들한테 7살 차이는 사실상 노인과 어린아이 수준이지. 니들 7살 밑은 아직 초등학생이거든.’


지난 1달간 수많은 썰과 쇼츠를 탐독하며 알아낸 사실이다.


대학가에서는 7살도 아니고 5살 차이만 나도 ‘화석’ 같은 거로 불린다며? 그러면 7살 차이는 석유지 석유.


“그러니까, 반말하지 말지?”


그런데, 실실 웃으며 지갑이라도 열어야 그나마 사람 취급받을 석유가 이렇게 재수 없는 태도로 말을 잇는다?


“어, 어어··· 으, 음.”


우리 풋풋한 20살 신병들로서는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


“예. 형, 반말한 거 죄송해요.”


그 패기에 짓눌린 엑스트라 1이 슬쩍 고개를 숙인다.


“제가 그 게이트 키퍼 얘기 듣고 너무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그의 사과가 끝남과 동시에, 그의 눈빛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의 눈빛 또한 실시간으로 바뀌었고.


‘느껴라, 너와 나의 거리를!’


참으로 만족스러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생과 조교가 띄워 놓은 내 이미지를, 나이 차를 통한 압박 스킬로 멋들어지게 망쳐버린 듯했기에.


‘적당히 개기는 녀석이 하나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건 나이 차로 자신을 찍어 누르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건데, ‘아니 그래 봤자 다 동기 아냐?’와 같은 말을 하며 대드는 놈이 있었다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미, 미안! 도, 동기 맞지!’라며 찐따 연기를 하든, ‘아니 이 새끼가 까마득한 형한테!’라고 외치며 분노조절장애 연기를 하든, 내 이미지를 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어··· 근데, 왜··· 지금 입대하셨는지 여쭤봐도 돼요?”


···요즘 애들, 생각보다 착하구나.


‘어쩐다?’


엑스트라 1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저 말에 대답을 할지 말지 잠시 고민을 이었다.


이대로 입을 닫으면, 여기 있는 동기들을 날 나이 많다고 나대는 재수 없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겠지.


그런데 내 과거에 대해 ‘적당히 양념’을 치고 알려준다면 어떨까.


10년간 식물인간으로 있었던 거야 자칫 잘못 말했다간 동정심을 살 수도 있는 얘기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얘긴 내 이미지를 망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양념까지 되어있는데?!


“···병원에 좀 있었어.”


답을 내렸으면, 행동은 빨라야 하는 법.


앞서 계획한 ‘나이 차이’ 전략이 반만 성공을 거둔 듯하여, 나는 ‘정신병력’ 전략까지 동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예?! 7년이나요?”

“아니, 10년.”

“에엑따! 10년?”


그 얘길 들은 엑스트라 1의 눈의 휘둥그레진다.


“10년이나?”

“10년이나 병원에 있었으면··· 와,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하셨겠는데?”


생활관 내의 다른 동기들의 이목도 확실히 끌었고.


“나 열일곱에 차 사고가 나서 식물인간이 됐었거든.”


그리고 그 이목은, 식물인간이 됐었다는 얘기에 폭발적인 관심으로 변모한다.


“식물인간요?”

“10년?”


몇몇 훈련병들은 아예 이불을 박차고 몸을 가까이할 정도로.


“아, 그 전부는 아니고···.”


그렇다면, 얘기 들을 사람이 다 모였으니 ‘적당히 양념을 친’ 얘기를 시작할 시간 아니겠나.


‘이걸 첫날부터 꺼낼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지. 어떻게든 오늘 내 이미지를 조져놔야 할 거 아냐.’


그리고 그 ‘적당히 양념된’ 비장의 무기란 바로···.


“막판엔 정신병원에 좀 입원해 있었어.”


정신병원 입원 사실을 부풀리는 것이다.


“저, 정신병원요?”

“그것도, 개방 병동이 아니라 폐쇄 병동에.”


그것도, 듣는 상대방이 꺼림칙한 기분을 느낄 정도로. 적당한 거짓말을 섞어서···!


“폐쇄 병동?”

“그게 뭐야?”


물론 이제 갓 성인이 된 녀석들 답게, 개방 병동과 폐쇄 병동의 차이를 모르는 녀석들이 대다수였으나.


“개방 병동은 정해진 시간 내에는 병원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거고, 폐쇄 병동은··· 말 그대로 갇혀 지내는 거야.”


어딜 가든 똑똑이 한두 명쯤은 꼭 있는 법.


“···상태가 굉장히 안 좋거나, 공격성이 너무 심하거나. 그런 이유로.”


까까머리 안경남의 훌륭한 어시스트와 함께, 생활관 내 동기들이 크게 놀란다.


“상태가 안 좋아?”

“공격성?”

“···그럼 되게 심각한 거 아냐?”


그리고 그 반응을 보아하니··· 계획이 성공한 듯하여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힌다.


‘그래. 니들 나이에 정신병자 얘길 들으면 무서울 만하지. 흐흐흐.’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했냐면···.”


여기서부터는 새빨간 거짓말을 팍팍 첨가해서.


“···그런 이유로 정신병원에 좀 있었지. 언제 재발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걱정이야.”


이세계 빙의 얘기 같은 건 당연히 안 했다.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매사에 ‘공격적인’ 미친놈이라고 나 자신을 포장했을 뿐.


“의사 말로는 내가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공격성’이 짙어진다고 했거든.”


거기에 공신력을 더하기 위해,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거짓말을 덧붙이기까지 했고.


어차피 얘들이 내 정신과 진료 기록 같은 걸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매운맛 양념을 좀 쳐도 상관없을 거 아닌가!


그러면 이 매운맛 양념의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강제 입원?”

“공격성?”


정신병력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통원 치료나 약물치료도 아닌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병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느낌이 싸할 텐데, 그 정신병자가 ‘공격성’이 있다는 말까지 듣는다면, 평범한 반응이 어떻게 되겠나···!


“어···.”

“그런 일이···.”


당연하게도, 제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떨떠름해질 수밖에 없는 거다!


‘됐다! 이 새끼들, 표정이 변했어!’


나는 이불 밑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동생과 빌어먹을 헌덕 조교 새끼 때문에 오늘 하루, 얼마나 맘을 졸였던가?


‘이제 됐어. 다들 날 거들떠도 안 보려고 하겠지.’


하지만 그 맘고생도 이제는 끝···.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고생 많으셨네요.”


인 줄 알았는데···.


훌쩍-


···뭐지 이건?


“저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해요, 저희가 말이 너무 많았죠?”


이 새끼들 왜 착해?


니들, 성인이 되자마자 군대에 끌려왔는데··· 뭔가 속에 울분이 좀 차있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잠깐만, 그래서 이중 특성이신가?”


···그런데, 안 그래도 이상한 상황이 더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런 거 같은데?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고급 탐지]로 변한 거고··· ‘난 식물 인간이 아니었다. 일상은 바뀌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는 걸 말하기 위해 변명거릴 찾고자 하는 마음이 [치명적 약점 파악]이 된 거 아냐?”


이 미친놈들이 갑자기 이중 특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이건 대체 무슨 전개란 말인가?


“아, 형님은 모르실 수도 있겠구나.”


갑작스러운 전개에 놀라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자, 옆자리의 엑스트라1이 설명을 잇는다.


“사람마다 누구나 [특성]이 있잖아요? 확실히 밝혀진 건 아닌데, 그게 개개인이 무의식적으로 가장 바라는 거나, 개개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명문화된 거란 설이 엄청 유력하거든요.”

“···그런 설이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궁금증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궁금증이 짙어졌다. 그런 ‘학술’적인 지식을 갓 성인이 된 애들이 어떻게 아나 하는 마음이 커져서.


“아무래도 저희는 1년 전만 해도 상태창이 열리기 전이었잖아요.”

“그렇···겠지? 상태창은 성인이 되는 해에 열린다고 들었으니까.”

“그래서 다들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자기 특성이 뭐가 뜰지 아무도 모르니까, 특성에 대한 이런저런 얘길 찾아보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특성이 뜨길 바라는 거죠.”


근데, 엑스트라1의 설명을 듣고 나니 뒤통수를 해머로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씨발?’


아니 뭐 이런 좆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답게 적당히 공부 좀 하고 남는 시간엔 너튜브나 띡똑 같은 거에나 매달릴 것이지, [특성]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본다···?


‘아··· 요즘 애들이 그런 쪽에 관심이 많으면, 그것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보 너튜버도 있겠구나.’


하··· 씨발. 이제 이해되네.


앞뒤 사정을 듣고 나니 이제 막 성인이 된 고3들이 [특성]에 미쳐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듯도 같아서.


희귀한 특성이 뜬다? 그럼 요즘 애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거대 길드 들어가서 돈 많이 받고 살 수 있는 거고, 평범한 특성이 뜨면··· 좀 더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뭐, 그런 인생 복권이 [특성]인 느낌이잖아.


그러니까, 상태창이 열리길 앞둔 고3 애들 입장에서는 그런 데 미쳐있을 수밖에 없겠지.


‘아냐,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


나는 고개를 털어 잡생각을 없앴다.


이놈들이 갑자기 특성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이어가는 바람에 당황하긴 했으나, 따지고 보면 정신병원 얘기와 특성 얘기는 별개.


내가 말한 정도의 심각한 정신병 이야기라면, 이 어린 애들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심어 주···.


훌쩍-

“하, 진짜 힘드셨겠구나.”

“내 말이! 와···. 형님, 혹시 대화 상대 필요하심 저한테 얘기하세요. 뭐든 들어드릴게요.”


어야 하는데··· 얘들 왜 이러지 진짜.


‘아니 이 새끼들··· 좀 심하게 착한···.’


그런데 그때.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덮으며 자라나는, 하나의 생각.


“···야.”

“네, 형님.”


나는 곧바로 엑스트라1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고 보니, 각 소대는 [각성 계열] 별로 나뉜 거지?”

“네. 1중대부터 3중대까지는 전부 [물리계], 4중대 1소대는 [보조계]에서도 비전투, 2소대가 전투, 3, 4소대가 [방출계]죠. 저희 4중대 1소대는 보조계고요.”


그리고 얘길 듣고 나니, 벌써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그냥 묻는 건데, 넌 특성이 뭐야?”

“저요? [수납]요.”

“···웬만한 보조계 특성은, 다 너 같은 거겠지? 보조계라면··· 뭔가 서폿 역할이잖아. 게이트 공략 시에도 버프나 요리 같은 걸로 남을 돕는 것처럼.”

“네, 뭐. 저희 소대에서는 아마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보조계 중에서 전투 관련 특성 보유자는 2소대니까?”


그 다음엔, 심장이 조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바닥으로 쿵- 떨어진 느낌이 들었고.


‘만약 [특성]이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거나, 무의식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걸로 결정나는 게 맞으면··· 잠깐만. [보조계]에서도 비전투 소대인 여긴···. 존나 착한 애들만 있단 얘기잖아. 남 얘기 잘 듣고, 남 잘 도와주는 애들만···.’


그리고 그 괴로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자, 나는 밀려드는 허탈감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훌쩍-

“그나저나, 형님. 이렇게 옆자리가 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잘 모실게요. 예전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 여기서 다 흘려보내세요.”


···그리고, 뒤이어진 엑스트라1의 위로와 함께.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망했구나···.’


동기들에게 께름칙함을 심어주기 위해 꺼냈던 ‘매운맛 양념을 친’ 정신병원 얘기.


그것 때문에··· 내 이미지가 더 좋아질 게 분명하다는 것을.


“파이팅입니다, 형님.”

“힘든 일 있으면 저희한테 말씀하세요.”


하, 씨발···.


내가 이놈들에게 한 얘기. 그걸 다시 떠올려 보자면···.


나는, 전국에서 긁어모은 공인된 착한 녀석들. 공감 능력 200%의 진성 F들한테 슬픈 얘기를 떠든 셈인 것이다···.


동기들 사이에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져버렸어야 할 첫인상이, 더욱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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