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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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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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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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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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재벌의 품격

DUMMY

나와 이나연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맞춰지는 퍼즐들.


"하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엮인 것 같아서."


이나연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습니다. 꼭 회장님 때문은 아니라서요. 제 의지도 있었거든요."

"민규 씨의 의지요?"

"이동주 회장님을 처음 봤을 때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입사하면 회장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간거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제 선택이었으니 점장님은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그런데 휴가는 갑자기 왜 이주일 씩이나?"

"정규직 전환 발령 일자가 11월 1일이라 그 전까지 조금 쉬다 나오라고 하던데요?"

"정규직 전환이라면··· 인턴으로 입사를 하신거에요? 경력도 아니고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보팀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다니던 곳이 광고업이고 여기는 제조업이다 보니 경력 인정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원래 제가 광고 쪽 분야에서 일을 했었어서 가장 유사한 직무인 홍보팀으로 배치한 것 같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이 실장님에게는 따로 말씀 드려야겠어요."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왕 하실거면 시원하게 조져주시면 더 좋고요."


이 실장을 보면 사람을 약오르게 하는 데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거기도 정상은 아닌 것 같고.


"조져···요? 푸흡!"

"왜 웃으시죠?"

"그런 표현을 쓰시니까 저희 뭔가 더 친해진 것 같지 않아요?"

"네, 아닙니다."


뭐 여기도 정상은 아니네.

내가 와인잔을 들어 목을 축이려 하자 이나연이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미국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딱히 정해놓고 온 건 없습니다.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녀보려고요."

"잘 됐다!"

"네?"

"그럼 저랑 같이 티슬라 배터리데이에 가보는 건 어때요? 어차피 에코포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아까 이야기를 듣고 배터리데이에 관심은 생겼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가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나연과 함께 동행이라···


나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답변을 기다리듯 이나연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래도 이나연이 동행해주면 도움은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휴가는 안될 것 같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캘리포니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


퍼스트클래스.

그 안으로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와 착석했다.


다들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공통으로 느껴지는 점은 있었다.

사람들이 참 고급스럽고 점잖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유는 돈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여유가 사람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그리고 점잖게 만들어 간다.


"자리도 바로 옆이네요?"

"하하, 그러네요."


이나연은 벨트를 메고는 신난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렸다.


저런 것만 보면 애같다니까.

이내, 그녀의 시선이 들어오는 한 승객을 향했다.


"어?"

"누군지 아십니까?"


이나연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갔던 기업가 모임에서 한 번 뵙던 분 같아요. 한국항공 조한아 부사장님인 것 같은데."

"한국항공이면 지금 타고있는 비행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죠."

"대단하신 분이네요."


조한아 부사장의 얼굴을 보니 눈꼬리가 길게 올라온 것이 성격이 꽤나 있어보였다.

직원들이 고생할 팔자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한 승무원이 간식을 들고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승객님. 이륙을 기다리시는 동안 간식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순차적으로 견과류 간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조한아 부사장의 자리.

그 부근에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가 VIP에게 승객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땅콩을 내옵니까!"

"죄송합니다."

"그리고 접시에 담아오지도 않고 이렇게 봉지째로 내오면 우리보고 까라는 겁니까?"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여기 사무장이 누구죠?"

"그게···"

"누구냐니까!"

"박상진 사무장입니다."

"당장 호출하세요."


상황을 살피기 위해 얼굴을 빼꼼 내밀어 소음이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승무원은 안절부절 못하며 애꿎은 손만 계속해서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회사 직원이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질책을 할 정도인가.

고작 땅콩인데.


상황을 말린다면 지금 순간은 모면할 수 있겠지만 악습은 반복될 것이다.

그냥 끝날 것 같지는 않은 상황에 나는 우선 휴대폰을 켜 몰래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다다다닥-

이내, 사무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퍼스트클래스석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지금 서비스 태도가 이게 뭐죠?"


그녀는 땅콩이 담긴 봉지로 박상진 사무장의 머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교육 시키겠습니다."

"죄송하다는 사람 태도가 그게 다입니까?"

"네?"

"죄송하면 무릎이라도 꿇어야죠."

"부사장님. 그건···"

"잘리고 싶어요?"


사무장은 천천히 오금을 굽히기 시작했다.

이내, 조한아 부사장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고객 대응 매뉴얼 어디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사무장은 패드에서 매뉴얼을 켜서 조한아에게 건넸다.

조한아는 패드를 집어들고는 승무원을 노려봤다.


"이렇게 떡하니 명시되어 있는데 이걸 숙지 안해?"

"죄송합니다."


승무원은 하염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한아는 분이 덜 풀렸는지 패드로 그녀의 가슴을 계속해서 밀어냈다.


처음에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그 다음은 두 걸음.

이내, 패드를 맞으며 승무원은 벽까지 내몰렸다.


"너 내려."

"네?"

"아니면 비행기 못 띄운다. 내려서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갑질.

어느정도의 훈계였다면 참고 넘어갔겠지만 저건 이미 그 선을 넘었다.


나는 영상 촬영을 마치고 정호석에게 해당 영상과 문자 한 통을 전송했다.

[과장님, 늘 하던대로 부탁드립니다.]


문자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이나연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뭐하시려고요?"

"저걸 지켜만 보라는 겁니까?"

"괜히 건들어서 좋을 건 없잖아요."


나는 이나연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당신이 갑의 위치라는 겁니다. 을의 위치에 있어본 사람들은 저 행동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거고요. 그 마음을 아니까."


이나연의 손목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한아 부사장에게로 향했다.


"저기, 아줌마."


아줌마라는 단어때문인지 조한아 부사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봤다.

모든 분노가 내게로 전가 된 기분이었다.


"뭐, 뭐요?"

"VIP들이 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해도 되는 겁니까?"

"지금, 직원들 교육 시키고 있는 것 안 보입니까!"

"직원 교육보다 그 쪽이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하- 당신 뭐야?"

"뭐긴 그 쪽이 말하는 VIP지."

"우리 한국항공 비행기 영영 못 태우게 만들어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잘못한 건 그쪽 아닌가?"

"잘못? 내가?"


그 때 정호석에게 문자가 들어왔다.

[완료하였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 탓에 광대가 훤히 드러났다.


그 모습에 조한아 부사장은 흠칫거렸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미친놈 아니야?'


보여주마 코리아 조커를.

나는 곧장 휴대폰에서 너튜브를 켜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 이게 뭔데요?"


그녀가 갑자기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행동이 잘했는가 못했는가는 대중들이 판단하겠죠."

"뭐?"


조한아 부사장은 휴대폰을 낚아채고는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호석 과장님이 영상 편집에도 재능이 있으셨나?

너튜브 제목은 [A 항공 임원, 땅콩 갑질?]로 업로드 되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과 직원들의 얼굴은 흐릿해보이도록 모자이크 처리까지.


그녀의 손이 떨려온다.

휴대폰이 저리 무겁나.


그녀의 동공이 떨려온다.

눈꺼풀이 그리 무겁나.


이내, 그녀의 시선은 다시 내게로 향했다.


"이 미친새끼가!"

"거기까지 하시죠."


다른 한 켠에서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건 항공보안법 위반 행위입니다."

"하, 당신은 또 뭐야?"

"저 그저 지나가던 변호사입니다."

"벼농사? 농부가 뭘 잘났다고 소개를 해"

“벼농사가 아니고 변호사입니다!”


그녀의 말에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당신의 행위는 지금 엄연히 항공보안법 위반입니다."

"항공보안법? 그건 운항중일때 이야기인 것 몰라?"

"항공보안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운항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 즉, 지금도 포함이라는 이야기죠. 당신은 지금 항공보안법 제2조 1항에 1조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와 4조 '다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조한아가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그러는 사이 조한아 부사장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 통 들어왔다.


휴대폰을 바라본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원래도 피부가 쿨톤이었는데 더 쿨해질 수 있구나를 새삼 느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지."


휴대폰 너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확실한건 쩌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순간순간 표정을 찡그리고 있으니까.


"아버지, 아니 회장님. 지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해는 무슨.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고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던 조한아 부사장은 손을 덜덜 떨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당신··· 내가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만두지 않을거야."


뭐, 영상을 올린 순간 각오는 했다.

대기업을 건드리는 거니까.


그런데 그게 뭐?

이제는 겁먹지 않는다.

내게는 필요하다면 최고의 로펌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할 '돈'이 있으니까.


나는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얼마든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조한아 부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나를 응시하고는 퍼스트클래스에서 사라졌다.


"멋있었습니다."


그녀가 사라진 직후 옆에 서 있던 변호사라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제 명함인데 받아두시죠. 언제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시고요."


명함에는 김·정 법률사무소 도경수 변호사라고 적혀 있었다.

이혼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저는 뭐 그렇다할 명함이 없네요. 김민규입니다."


나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우고는 악수를 받았다.


“언제고 한국에서 마주한다면 소주 한 잔 하시죠.“

“좋습니다.”


***


그렇게 비행기가 이륙하고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쳤다.

퍼스트클래스라도 몸이 찌뿌둥한 건 어쩔수가 없나보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쭉 켰다.


"숙소는 잡으셨나요?"

"그냥 발길 닿는 곳에서 자려고 하다보니 따로 예약은 안했습니다."


휴가가 갑자기 주어지다 보니 별다른 계획을 짤 시간도 없었다.


"그럼, 제 차로 우선은 이동하시죠."

"신세 좀 지겠습니다."


캘리포니아.

드넓은 대지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교차하며 조화를 이뤄냈다.

끊임없는 해안이 펼쳐지며 어느 한 점에서는 하늘의 구름이 맞닿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재벌의 품격.

남들보다 더 가진 만큼, 남보다 더 베푸는 것.


인생은 운칠기삼이 아닌 운구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남들보다 좋은 운을 타고났을 뿐.


조한아 부사장을 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조금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머리를 흘려넘겼다.


"좋네요.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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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8,453 163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9,364 185 11쪽
»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0,362 192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0,860 195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1 24.09.08 11,472 19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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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최고의 복수 +13 24.09.01 13,737 217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3,148 202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3,344 2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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