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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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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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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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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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일론 마스크(3)

DUMMY

마스크는 원래 봤을때도 유독 흰자가 많이 보였는데, 내 말을 듣고나니 눈동자는 보이지도 않고 흰자만이 가득해보였다.


그는 나랑 똑같이 앞에 놓인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입 주변으로 흐르는 술을 손등으로 스윽- 닦고는 또렷한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게 대표님과 먼저 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2차 전지 쪽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혹시 그 내용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 그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그걸 저희 쪽에서 공급하게 해주시죠."


리튬이라는 단어에 마스크의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떠졌다.


"리튬? 하하하! 한국에 리튬이 어디있습니까. 리튬이면 오히려 저희 미국이나 중국에 대부분이 포진되어 있는데요."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에 리튬을 수급할 수 있다면 그 때는 계약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리튬 몽골 광산.

어차피 그 광산을 인수하더라도 결국에는 고객사를 찾는 것이 두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만일 티슬라를 고객사로 할 수 있다면 다른 업체들은 알아서 따라 붙겠지.

티슬라에 납품하는 리튬이 되는거니까.


마스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의심의 눈초리.


일론 마스크는 김민규에게 묘한 신뢰감을 갖고 있었다.

아까의 퀴즈.

그 퀴즈의 정답을 결코 운이 좋아서 맞출 수 없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민규란 사람을 우선 자신의 곁에 두고 지켜보고 싶었다.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볼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민규 킴은 혹시 한국의 오너가인겁니까?"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저 평범한 2차전지 회사의 인턴입니다."

"왓? 인턴이라고요?"

"뭐, 11월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니까 그 때부터는 사원이겠네요."

"오늘 제 귀를 여러번 의심하게 되네요. 민규 킴이 다니는 회사는 어디입니까?"

"에코포로입니다."

"에코포로라···"


마스크는 기억이 날듯말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아, 기억 났습니다! 일전에 리스트에서 한 번 본 적 있는 것 같네요. 그럼 리튬이라는 건 민규 킴이 다니는 회사에서 발굴하겠다라는 말인가요?"

"아니요. 회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왓?"

"대표님이 계약하게 될 주체는 에코포로가 아니라 제가 될테니까요."

"이게 무슨···"


아무리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김민규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 차있었다.


그 모습에 일론마스크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계약해달라는 것도 아니니까요. 민규 킴이 수급해온다면 고려해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저희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겁니다."

"부탁은 그거 하나로 충분하겠습니까?"

"네, 충분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잠시 담배 좀 한대 태우고 오겠습니다."


마스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옆에서 이나연이 말을 걸었다.


"리튬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술을 나름 먹은 것 같은데도 발음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나연이 옆에 있어서 말을 할지말지 순간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 비밀로 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비밀은 비밀인데, 궁금하잖아요."

"저도 아직 확정은 아니라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여기까지입니다."

"쳇, 하여튼 비밀이 많다니까. 알겠어요."

"하하, 죄송합니다."

"저는 아까 계약 이야기를 하시길래 에코포로와 계약해달라고 하시는 줄 알았어요."

"네? 제가 왜요?"

"그야, 민규 씨가 다니는 회사이기도 하고···"

"계약을 따내는 건 경영층이 해야할 일이죠. 저는 그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회사원에 불과하니까요."


수 많은 경쟁업체 중 계약을 따내는 일.

라스미디어에 있을 때부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남겨뒀다.

과연 에코포로에서는 어떻게 티슬라로부터 계약을 따올건지.


내가 배워야하는 건 그런거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법.


잠시 후.

마스크가 담배를 태우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 앉고는 명함을 한 장 내게 꺼내 건넸다.


"제 연락처입니다. 언제고 리튬을 구한다면 이 쪽으로 연락 주세요. 언제든 달려갈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의 명함을 받고는 함께 술잔을 부딪혔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데는 술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술 하나에 국적을 넘어서까지 이렇게 친해질줄이야.


마스크는 술이 꽤나 된 듯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2002년에 우주탐사기술회사 스페이스Z를 설립했습니다. 화성에 많은 사람들을 보내서 살게 하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어느 날 손가락질을 하더군요. 미친놈이라고. 크하하핫!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화성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느꼈죠. 말의 신뢰는 돈에서 나오는거구나. 참 돈이라는 게 웃기지 않습니까?"


아무리 돈이 많은 그였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왠지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어느 날, 마스크의 지갑에 돈 한 푼 없는 날이 오더라도 그 때는 제가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저도요!"

"하하, 고마워요."


미래시로 그의 꿈의 결말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는 정말 어느 미래의 한 시점에 화성을 갈 수 있을까?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마지막으로 잔을 부딪히며 식사를 마무리 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소주병만 하더라도 14병.


머리가 빙빙돌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설득하느라 술을 꽤나 먹었다.


나는 혹여 이나연이 취했을까 그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으세요. 민규 씨?"


또렷한 발음.

똘망똘망한 눈빛.

그리고 백옥의 피부.


멀쩡하구나.

나만 취했구나.


"이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방만 찍을 수 있을까요?"


사진이야 뭐 문제 없겠지.

설마 대표이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SNS에 평범한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겠나.


나는 반쯤 풀린 눈을 하고는 이나연과 함께 일론 마스크의 휴대폰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찰칵-!


***


지이잉-


뭐지.

벌써 아침인가.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계속되는 진동소리에 잠을 설치다 그대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 시간은 고작 새벽 4시.


누가 이 새벽부터 문자질을···

나는 카톡을 보고는 잠이 그대로 달아났다.

아니, 달아날 수 밖에 없었다.


[너, 일론 마스크랑 밥먹었어?]

[민규 씨. 휴가 기간에 미국갔어? 그건 그렇고 일론 마스크는 또 뭐야?]

[이것 좀 봐바요. 기사도 떴어요. -링크-]

[야ㅋㅋ 잘 지내냐. 나 고등학교 동창 김우식. 우리 나름 친했는데 기억나지?]

[보고싶다.. 여보.. 우리 좋았잖아.]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마지막 김수영으로부터 온 문자는 뭐야.

나는 곧장 김수영의 카톡을 나가고는 그대로 차단시켰다.

새벽부터 기분 잡칠뻔했네.


정우용, 배준성 과장, 김현지 대리.

그리고 10년만에 연락 온 김민철까지.


나는 김현지가 보내온 링크를 눌렀다.

링크를 누르자 하나의 보도자료가 화면에 띄어졌다.


[에코포로 막내딸 이나연, 일론 마스크와의 만찬. 그런데 그 옆에 남자는 누구?]


그저 헤드라인 메시지를 읽었을 뿐인데 뭔가 잘못됐음을 단번에 직감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 밑에 내용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론 마스크가 올린 트위터 사진이 화제다. 그는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야'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편, 사진 속 한 여자는 에코포로 이동주 회장의 막내딸로 알려져.. 앞으로 그들의 행보가 티슬라가 국내의 첫 도약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해석은 누가한건데.

그 기사에는 이미 수백개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댓글창 열기라는 문구를 몇번 본 적 있었는데, 나도 그런 날이 올 줄이야.

나는 조심스레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읽어나갔다.


┗ 그럼 저 남자는 누구임? 설마 이나연 남친?? ㅈㄴ 평범해보이는데

┗ 나 저 사람 본 것 같은데. 몰카범이었나? 그랬던 듯

┗ 딕스패치 뭐하냐. 빨리 남자 신상 좀 알아내봐라.

┗ 에코포로 상한가 가즈아아아앗!

┗ 야 한국중학교 3학년 2반 이시헌. 내 돈 갚아라.


마지막 댓글은 또 뭐야.

글을 읽는 와중에도 댓글들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하하.

세상이 나를 억까하네.

진짜···


***


그 기사 하나로 김민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에코포로의 정치 싸움에 강제로 휘말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크하하하하하핫!!"


회장실에서는 모처럼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장님. 벌써 기자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웃기지 않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내 딸이랑 이렇게 신혼여행을 벌써 떠났을 줄이야."

"회장님. 신혼여행이 아닙니다. 아가씨는 뽀르쉐 출장차 미국에 갔다고 합니다."

"그게 그거지. 푸하하하핫!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 놈일세. 빨리 11월이 됐으면 좋겠구만."


회장실과는 다르게 사장실에서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신문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빈 사장.

그리고, 그 옆에서 정우식 부장은 긴장한 듯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난 번에 미행 붙였다는 건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당일 날부터 연락이 아예 안되버려서."

"그럼, 다른 사람을 다시 붙이면 되지 않습니까!"

"붙일때마다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미행을 막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우식 부장의 말에 이상빈 사장이 고개를 치켜세웠다.


"뭐라고요?"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회장님께서 손을 쓰신 게 아닐런지."

"설마··· 아버지가?"


***


한편, 김민규가 없는 홍보실에서는 일론 마스크의 SNS로 인한 기자 대응으로 정신이 없었다.


"저희도 누군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추정해서 글을 쓰시면 안 되죠 기자님. 저희가 확인해보고 팩트를 전달해 드릴테니까 그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 이 말입니다. 아니요. 화 낸게 아니고요. 하하, 네네. 다음에 술 한잔 하시죠."


탁-


배준성 과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 왜 우리 인턴이 회장님 막내딸이랑 같이 해외여행을 간거야?"

"이기영 실장이 홍보팀으로 보낸 게 정말 회장님 지시가 맞는 것 아닐까요?"


배 과장과 주 대리가 김민규에 대해 이야기하며 요란을 떨자, 서 팀장은 그들을 중재했다.


"다들 조용히 해! 지금은 기사 막는 게 우선이다. 광고비 예산 받아왔으니까, 강성 기자들에게는 광고비 분배해서 적정선에서 합의 해."

"알겠습니다!"


주 대리는 서 팀장의 눈치를 보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배 과장에게 속삭였다.


"팀장님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팀에 회장님 막내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건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줄이야."

"괜히 팀장이겠냐. 팀장님 말대로 우리 업무가 우선이다."


서 팀장은 창가를 바라보며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X발. 내가 민규한테 뭐 실수한 거 없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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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8,273 165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3 24.09.15 8,838 185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2 24.09.14 9,462 179 12쪽
»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606 18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10,169 182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1,068 210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2,038 214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2,492 219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3,097 218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3 24.09.07 13,299 213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768 232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4,352 220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435 234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769 239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5,211 221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459 23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817 221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5,031 244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5,342 243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5,602 243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4 24.08.28 15,978 240 12쪽
12 12화. 이렇게 만나네?(2) +16 24.08.27 16,419 2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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