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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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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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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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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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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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힐링 여행(1)

DUMMY

오전 7시 30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마스크 트위터에 사진이 업로드된 지 얼마 안됐지만 눌러진 좋아요만 하더라도 어느 새 수십만개.

적어도 수십만명 이상이 내 얼굴을 봤다는 것이다.


‘돈은 많은데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어요’의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지이잉-

다시 한 번 휴대폰에서 울리는 진동소리.

이나연이었다.


[안 나오세요? 기다리고 있는데.]


아 맞다.

그러고보니 이나연과 아침 조식을 먹기로 약속했었지.


나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는 일층 로비로 향했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흰색 원피스를 가볍게 걸치고 있는 이나연이 나를 바라봤다.


"민규 씨···"


이나연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벌어트렸다.

그녀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해보였다.


하긴 그녀도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겠지.

어쩌면 이건 내 잘못이기도 했다.

일론 마스크와의 만찬 자리에 그녀를 끌어들인 건 엄연히 나였으니까.


나야 일반인이라 시간이 지나면 묻히겠지만, 재벌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죄송해요 점장님. 괜히 저 때문에···"

"얼굴이 왜 그러세요?"

"예-?"


숙취도 숙취인지라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새벽 4시부터 도통 신경 쓰여 잠을 자지도 못해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다.

피부도 답답했는지 겉으로 뾰루지를 톡-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신원이 노출된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 얼굴을 걱정하고 있는거지?


"아니, 안색이 오늘따라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요? 잠은 좀 자셨어요?"

"점장님은 기사 뜬 것 못보셨습니까?"

"기사? 일론 마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그 기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일을 한 두번 겪은 것도 아니라서요. 금방 떴다가 사라질거에요."


이나연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장착했다.


"정말 그럴까요?"

"네, 특히 민규 씨는 더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아마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가 제게 향해질테니까요."


본인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나대로 문제였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에코포로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였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앞으로도 안 일어날거지만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이나연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는 슬쩍 눈치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이동주 회장과 관련해 운을 뗐다.


"혹시, 이동주 회장님께서는 뭐라고 안하셨습니까?"

"아버지가요? 왜요?"

"딸이 외간남자와 여행을 간 것 처럼 생각하실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상황에서도 제 걱정을 해주시는건가요?"


네 걱정이 아니라 내 걱정이다.

이동주 회장이 정말로 나를 막내사위로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제 걱정입니다. 직원이 회장님 따님과 같이 여행을 갔다고 오해하시면 회사에서 제 입장도 꽤나 난감해지거든요."

"흐음, 그렇군요?"


뭐지.

저 의미심장한 눈빛은.

그리고 입맛은 왜 다시는건데.


"어서, 해명하세요."

"풉-! 안그래도 아침에 통화했어요."


이나연은 이 상황에서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재벌가의 여유, 그런건가?


"제 이야기도 하셨나요? 저는 여행이고 점장님은 출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고."

"네, 다 말씀 드렸어요."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저희 아버지가 민규 씨에게 한 마디만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회장님께서 한 마디요···?"

"누려라."

"예-?"

"배고파요. 어서 밥먹으러 가요."

"아니, 뭘 누리는지 말은 해줘야···"


그녀는 이미 발걸음을 식당으로 옮기고 있었다.


하하.

나는 반포기 상태로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누려라라는 말의 의미를 왜 이 때 깨닫지 못했을까.

그게 막내사위로 그냥 살아가라는 의미였음을···


***


힐링을 하러 온 여행인데 머리만 더 복잡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이 머리가 숙취때문인지 스트레스때문인지 분간도 가지 않았다.


힐링이 필요해.

나는 샐러드를 먹고 있는 이나연을 보며 결심했다.

배터리 데이도 끝났고 이제는 진짜 혼자만의 여행을 가리라고.


"점장님은 언제 귀국하세요?"

"그건 갑자기 왜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출장도 끝났으니 이제 귀국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이거 어떡하죠. 아쉽게도 저도 10월 30일에 귀국인데요."

"네?"


나는 조식을 먹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렸다.


"출장 끝나고 샌프란시스코 온 김에 조금 즐기다 간다고 했어요."

"어째서 그런 선택을···"

"민규 씨는 휴가로 여기 왔으면서 저는 휴가오면 안되는거에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저희 같이 돌아다녀볼까요? 어차피 민규 씨 차도 없고 불편하잖아요."


나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물을 삼키며 다시 집어넣었다.

'네가 제일 불편해.'


그녀는 같이 동행하기를 원하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도 이 쯤에서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같이 어울리다가 다시 사진이라도 찍히는 날에는 그때는 해명해도 아무도 안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점장님. 모처럼의 휴가다보니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같이 놀아주시면 아버지께는 확실하게 해명해줄게요. 그런 사이 아니라고."


그녀의 말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특출난 협상가.

상대방이 원하는 걸 내어주고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한다.


그래.

뭐 미국에서 더 이상 이상한 일에 엮이기야 하겠어.


“뭐, 그러시죠.”


내 대답에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샐러드를 먹었다.

그에 반해 내 앞에는 설렁탕 한 그릇이 놓여있었다.


해장에는 뭐니뭐니해도 한식이 최고지.

나는 떨어트린 숟가락을 내버려둔 채 그대로 그릇을 들어 한번에 들이켰다.


속이 풀린다.

내 인생도 부디 풀리길.


***


오늘 아침.

이나연은 티슬라 데이에서의 주요 사항을 작성하여 뽀르쉐 본사에 보고를 올렸다.


"본부장님. 자료 받으셨죠?"

- 하하, 그래. 완벽하게 정리했더라. 그런데 그 기사가 정말이야? 이 점장이 진짜 에코포로 막내 딸이었어?

"네, 말하자면 긴데 그 부분은 한국 복귀하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 그래. 이 점장도 심란하겠지. 그나저나 내일 바로 복귀하는거지?

"아니요. 10월 30일까지 연차 좀 쓰려고요."

- 뭐? 아무말도 없다가 이렇게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겼거든요."

- 지금 우리도 신차 출시 때문에 정신 없는 것 몰라? 용산점을 그렇게 길게 비우면 어떡하라고. 이러면 진짜 곤란해

"매출 빵꾸나는 만큼 제가 채워 넣겠습니다. 그럼."

- 아니, 이 점장! 이 점···

"여기가 미국이라 그런지 통신이 잘 안터지네요. 그럼 끊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고는 이나연은 휴대폰을 침대에 툭 던졌다.


그녀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창가 밖으로 점차 밝아지고 있는 일출을 바라봤다.


"그럼, 본격적인 데이트를 해볼까나."


***


조식을 마치고 간단히 챙겨 그녀의 차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진동이 울려오고 있었다.


이정도로 요란하게 휴대폰이 울리는 건 인생 통틀어 처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게 흔히 말하는 인싸의 삶 그런건가.

그 인싸라는 것도 꽤나 고달프겠구나 생각했다.


[미국이라 그런지 답장이 없네?ㅎㅎ 시간 될 때 연락줘. 참 11월에 우리 고등학교 동창회 하기로 했거든? 그 때 꼭 나와]

[야! 오랜만이다ㅋㅋ 잘 지내지? 나 대학교때 너랑 같이 조별과제 했던 하슬이. 기억 나?]

[여보.. 나 수영이야. 우리 좋았잖아. 나 차단한 것 같아서 다른 폰 빌려서 이렇게 카톡 보내.]


마지막껀 또 뭐야.

김수영은 얼굴에 철판을 얼마나 깔았는지 아마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목이 잘려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 번호를 마저 차단하고는 휴대폰을 차 서랍 안에 넣어버렸다.


여행까지 와서 계속 휴대폰을 붙들며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고작 사진 한 방 찍혔을 뿐인데.

연락을 아예 끊고 살았던 지인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연락이 들어와 있었다.


문득 어제 일론 마스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말의 신뢰는 돈에서 나온다.'


나는 그거에 한 술 더 떠서 말하고 싶다.

'모든 건 돈에서 나온다.'


동창회 카톡을 보며 옛 생각이 났다.

우리는 남녀 공학이자, 합반이었다.

나는 연애 한 번 못해본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학교에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름대로 꾸미고 갔던 동창회 날.

나는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장소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그 순간.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동창회에 나와있던 친구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봤었다.


나를 어찌나 빤히 쳐다보던지.

얼굴이 그렇게 달라졌나.

하긴 두꺼운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다.

미용실에서는 거금 5만원을 들여 머리를 볶았다.


스스로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릴때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연상되고는 했다.

내 스스로에게 취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역시 남자는 꾸며야하나보다 생각하려던 찰나.


"누구야?"

"쟤 누구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머리는 왜 저래? 지가 구준표야? 그냥 소라빵인데"

"아아- 기억났다. 이민규 맞지?"

"아니야, 뭔 이민규야 병신아. 김성규지."

"아, 김성규! 그래, 그래. 야 반갑다. 빨리 앉아."


나를 제대로 불러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인생을 살며 그렇게 무시 당한 적도 없었겠지.

동창회 가장 끝에 앉아 하염없이 술 몇잔만 홀짝거리고는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내 이름을 이렇게 정확히 알면서.

고작 사진 한 장에 찍힌 내 취기어린 얼굴을 보면서도 알면서.

그 때는 왜 그랬던걸까.


과거 회상에 빠진 사이.

그녀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것 좀 받아주세요."


그녀는 어디서 사왔는지 파란색 병의 로고가 그려진 커피를 내게 건넸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그녀는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쓰고는 엑셀을 서서히 밟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머릿결에서 샴푸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


차로 몇 십분을 달렸을까.

눈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이 예뻤지만, 유독 한 다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빨간 다리는 대체···"

"금문교에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빨간 다리죠. 평소라면 바닷가를 끼고 있어 운무가 끼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날이 좋아서 그런지 선명하게 보이네요."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힐링 그 자체였다.


"너무 좋아요."

"제가요?"

"예-?"


나는 금문교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그녀의 소리에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휙 돌렸다.


"흠흠. 농담이에요. "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나연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연신 뱉어댔다.


달리는 차 안.

나는 다시금 탁 트인 바닷가를 바라봤다.


서울의 특성상 어딜 가든 탁탁 막혀 있어 답답했는데.

아니 어쩌면, 답답한 건 서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 그 자체가 답답했기에 모든 게 답답해 보였겠지.


따지고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이 입주했을 때.

그리고 그 곳에서 한 눈에 탁 트여 보여지는 전망을 바라봤을 때.

나는 더 이상 답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결심했다.


그래.

더 올라가는거다.

누구도 내 앞을 막아 답답한 일이 없도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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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도박의 눈(2) +17 24.09.17 7,513 164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8,270 165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3 24.09.15 8,833 185 12쪽
» 31화. 힐링 여행(1) +12 24.09.14 9,457 179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603 18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10,168 182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1,067 210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2,036 214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2,489 219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3,092 218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3 24.09.07 13,292 213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763 232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4,350 220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433 234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767 239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5,210 221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456 23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815 221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5,028 244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5,338 243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5,598 242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4 24.08.28 15,971 239 12쪽
12 12화. 이렇게 만나네?(2) +16 24.08.27 16,412 244 13쪽
11 11화. 이렇게 만나네?(1) +50 24.08.26 17,304 2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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