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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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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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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수호가 몸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니 처음 게임을 시작할때 지급해 주는 기본 아이템이 있었다.


 마법사의 기본 무기인 나무 지팡이부터 다용도 나이프.

 허릿춤에 달린 가죽 물통 두병엔 각각 물과 점화용 기름이 들어있었다.


 “우선 마을부터 찾자.”


 일단 사람이 있을만한 곳으로 향하는게 우선이다.

 방향 하나만 잡고 그쪽으로 쭉 뛰어가다보면 뭐라도 나올거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런 울창한 숲에서 길을 잃겠지만, 수호의 기감은 인간과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 확실히 지치진 않는군.”


 만약 체력 수치가 다른 스텟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면 진작 주저앉아 숨을 헐떡거렸을거다.

 속도가 안날뿐이지 체력은 확실히 전성기와 다르지 않았다.


 “꺄아아!” 

 “...!”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고 있던 와중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명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발걸음을 멈추고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위치는 대략 500 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곳이다.

 이런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라 하면 보통 마물한테 쫓기고 있거나, 마물한테 쫓기고 있는거다.


 그러나 마물에게 쫓기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되든 수호 입장에선 별 문제 없는 일이었다.

 아직 스팩도 낮고 이곳에 서식하는 마물의 수준도 모르는 상황에 무턱대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나서다니 그것만큼 바보같은 일이 없을터.


 여기선 잠시 물러서는게 맞다.


 “...”


 ‘수호 형님... 소향이랑 형님은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스쳐지나가는 죽은 옛 아우의 얼굴 때문인지 수호가 이를 악 물었다.


 소리의 근원지로부터 고개을 돌리고 있던 수호의 얼굴이 다시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섰다.

 만약 이곳에서 자신이 발을 돌린다면 저 사람은 여지 없이 죽겠지.


 분명 물러나는 선택이 정답이다.


 분명... 그럴 터였다.


 “쯧...!”


 어차피 마을에 들르기전에 마물을 잡아 기초금을 얻어둬야 한다.

 압도적인 재생능력이 있으니 쉽게 죽진 않을거다.


 무엇보다 지금 쫓기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재빨리 합류해 협공을 노려볼수 도 있다는 이야기다.

 혼자 사냥하는것보다 지금 쫓기고 있는 사람에게 합류해 둘이서 때려잡는 편이 더 효율적일터.


 “제발 고랩존만 아니길...!”


 물론 이곳이 고랩존에 속해있는 숲이라면 마물한테 스치더라도 저세상 행이라 주의는 필요하다.

 회복력이 아무리 빨라도 보유 체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으면 죽으니까.


 생활 마법은 사용하나마나다.

 품에 넣어둔 나이프를 꺼내 정신을 집중시킨다.

 방심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 살려주세요!”


 크오오오오!


 드디어 수호의 시야에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는 소녀의 모습과 그 뒤를 뒤쫓고 있는 마물의 모습의 보였다.

 ...협공은 포기다.


 “플랜트 베어!”


 불행중 다행인점은 고랩존 마물이 아니다.


 “썩을! 늦겠다!”


 그러나 소녀와 마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수호가 뭘 하기도 전에 소녀의 목덜미가 저 곰탱이 새끼한테 뜯겨 나갈터.

 시간이 없다. 잠깐이라도 놈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휘릭!


 “...흐읍!”


 수호는 다리를 멈추지 않고, 재빨리 왼팔에 나이프를 내리 꽂았다.

 나이프가 피부를 파고들며 뼈를 으스러뜨리는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러나 수호에게 이정도 고통은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한 고통이다.


 푸욱! 꾸드득!


 “크으! 잘려...라!”


 저 미친 곰탱이의 시선을 1초라도 더 끌기위한 미끼는 당연히 인육일터.

 적어도 아프지 않게 한번에 잘려나갔으면 좋으련만 근력스텟이 너무 낮다.


 으드득!


 “크으윽!”


 촤악!


 “크아!!”


 이윽고 팔이 잘려나가자 피투성이가 된 나이프를 입에 물고 너덜너덜하게 떨어진 왼손을 쥐어 망할 곰탱이 아가리에 던졌다.


 크어?


 텁! 콰직! 으득!! 으드득!!!


 잠시 당황하면서도 눈앞에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본능이 놈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멈추었다.


 꿀떡!


 쿠어어어!


 이윽고 왼손을 전부 씹어 삼킨 놈이 시뻘건 핏물을 뚝뚝 흘리며 다시금 소녀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수호 또한 곰탱이와 소녀의 바로 앞까지 다다라 있었다.


 플랜트 베어의 약점은 불이다.

 그러나 생활 마법으론 놈을 태우긴 커녕 놈에게 수호를 익혀주는 따뜻한 가스불 정도밖에 안된다.


 “후우...!”


 진즉 재생된 왼손으로 가죽 주머니를 열고, 나이프를 들고있는 오른손에 기름을 부었다.

 이윽고 점화를 주창해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검면에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피어오른 불꽃이 수호의 오른팔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화르륵!


 “크으으아악!”


 오른팔이 통채로 익어가는 고통에 시야가 흐려지는것을 느꼈지만 수호는 이를 악물고 놈의 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기회는 한번.


 그거면 충분하다.


 쿠어!?


 “이미 늦었어 이 새끼야악!!”


 화륵! 서걱!


 거대한 불꽃을 보곤 당황하는 놈의 목에 나이프를 박아넣자 놈의 단단한 가죽이 두부처럼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불꽃에 닿은 부위가 연해지는 특성을 가진 플랜트 베어의 전통적인 공략법중 하나였다.


 보통 손에 불을 붙이지는 않지만... 뭐가 되었든 성공하면 그만이다.


 “크으으악!”


 이를 악문 수호가 제빨리 물주머니를 꺼내 타고있는 오른팔에 들이 부었다.

 치이익- 거친 기화음과 함께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옅어진다.


 “허억... 허억... 존나 아프네...”


 이놈의 작열통은 느끼고 느껴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체력 성능 확실하구만...”


 불꽃에 의해 흉측하게 타들어간 오른손이 서서히 깨끗한 피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독한 고통때문인지 얼굴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저! 괜찮으세요!? 제가 빨리 치료를... 어?”

 “아... 너 사제냐?”

 “네? 네...! 저 그... 분명 손이...”


 황급히 달려온 소녀가 그의 양손이 멀쩡한것을 보곤 얼어붙어 버렸다.

 원래라면 고위 사제의 치료를 받지 않는 이상 고칠수 없는 수준의 중상이었겠지만, 즉사급이 아닌 데미지는 수호에게 그저 잠시 아픔을 줄 뿐이었다.


 “후욱... 내가 좀 특이 체질이라 상처 재생이 빨라.”

 “그럴수가 있... 나요?”

 “어.”

 “그, 그렇군요?”


 그나저나 사제가 이런곳에서 단독행동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정상적인 상황은 절대 아니다.


 사실상 전투 능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사제는 혼자 이런 숲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교단 소속이기 때문에 규제도 심할터.

 그런 사제가 왜 홀로 이런 숲속까지 온것일까.



 “...”

 “아...저...”


 수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소녀가 우물쭈물 거리다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방금까지 수호를 비추던 푸른 벽안이 백금발 머릿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음.”


 딱히 추궁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를 제지하려는 순간, 청아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친구... 가 만나고 싶어서 나왔어요.”

 “친구?”

 “네... 원래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다른곳으로 가버려서... 그 도망... 쳤어요.”

 “...교단에서?”

 “...”


 교단에서 무턱대고 도망쳤다니?

 걸리면 단순 징계로 끝나진 않을텐데 겉보기와 다르게 담이 상당히 크다.


 “저...”

 “여기 근처 어디에 마을이 있는지 알아?”

 “네? 아 네!”

 “거기까지 같이가자, 하나보단 둘이 더 나으니까.”

 “아... 넵!”


 수호가 급수로 물통을 체우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러나 약간의 위화감을 놓치지 않은 수호가 소녀의 어깨를 가리키며 물었다.


 “음? 너 그 문양 교단 상징이야?”

 “네? 아 네 맞아요.”


 소녀의 어깨에 그려져 있는 문양이 다소 낯설다.

 분명 교단 소속임을 나타내는 문양일텐데 수호가 기억하는 문양과 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원래 십자가가 세개나 그려져 있었나...?’


 “그 문양 원래 십자가가 하나만 있었던거 아닌가?”

 “네? 그게 무슨... 아! 예전 교단의 문양이 좀 달랐다고 들었어요.”

 “...예전?”


 소녀의 말을 들은 수호가 미간을 좁히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설마 후속작이라는게 이런 의미였나?


 이윽고 적당히 떠올린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 년도가 어떻게 되냐?”

 “펠리스력 1423년도에요.”

 “...!”


 ‘역시나 그런건가...!’


 수호가 플레이했던 제라니아의 년도는 펠리스력 1252년도였다.

 한마디로 이 세계는 수호가 아는 제라니아에서 대략 20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는 의미다.


 ‘어... 200년?’


 문뜩 생겨나는 의문에 수호가 다시한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족은 어떻게 됬는데?”

 “아! 그... 마,마족! 네! 그...”

 “...”

 “저도 잘 모르겠네요! 최근 마족들은 대부분 숨어버려서 보기 힘든것만 알아요! 전 마족을 본적이 없... 어서...”

 “음... 한마디로 멸족에 가까워진거구나?”

 “네... 아마도 그럴거에요...”


 그렇다면... 지금쯤 제국이 이 대륙을 꽉 휘어잡고 있을터.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머리아프게 적대해야 할 놈들이 줄어든 상황이니까.


 “...”


 우선은 이 당돌한 소녀부터 도와주는게 좋을거 같다.

 어차피 지금으로선 수호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아까 얼핏 본 그녀의 목걸이가 낯이 익다.


 “나는 이수호, 수호라 불러.”


 저 목걸이가 그 물건이 맞다면, 그녀를 돕는 일은 막대한 가치를 지닐거다.


 “아! 저는... 그... 카린이에요!”

 “흐음? 카린?”

 “...네!”


 어쨌든 지금 바로 친구 찾는걸 도와준다 하면 수상해 보일거다.

 빠르게 근처 마을까지 이동해 잔뜩 친해져 놓자.


 *


 타닥...타다닥...


 그렇게 생각했건만 상상이상으로 마을은 거리가 있었다.

 이미 어두워 질대로 어두워진 상황에 수호는 카린과 상의 후 이 숲에서 야영을 했다.


 “이렇게 멀줄은 몰랐는데.”

 “아마 거의다 오긴 했을거에요.”

 “요 앞이 루퍼트 마을이라 했나? 거기에 네 친구가 있는거야?”

 “아뇨 제 친구가 있는곳은 좀더 멀어요.”

 “으음... 그래?”


 루퍼트 마을, 들어본적은 있다.

 게임에선 직접적으로 갈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용병 마을이라 했다.


 일단 기초 자금은, 확보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플랜트 베어의 어금니와 손톱은 제법 가격이 나가는 재료 아이템이니까.


 적당히 길드에 팔아서 기본적인 정비는 해두는게 좋을것 같다.


 “저... 수호씨는 혹시 용병인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일단 먹고 살려면 해야지, 나야 뭐 몸을 아무리 막 써도 문제 없으니까.”

 “아.”


 직업이 마법사라 기초 전투스킬 말고 다른 전투스킬은 베울수 없다.

 그러나 일단은 근접무기 위주로 맞추는게 우선이다.

 마력이 마법사 치곤 너무 낮아서 위력도 안나오고 사용할수 있는 마법도 거의 없다.


 덤으로 ‘이수호’는 근접전을 좋아하던 신령이었다.

 마법을 잔뜩 사용할수 있기 전까진, 검을 휘두르는게 훨씬 강할테니까.


 게다가 적당히 구르다 보면 생기는 전투스킬과 다르게 마법은 마법서를 구입해 마법을 ‘익혀’야  한다.

 애초에 전투마법을 베울수 있는 마법서는 가격도 제법 있는 편이니 선택지는 없었다.


 “불침번은 내가 할게 자라.”

 “네? 아니 그럼 수호씨는 언제 주무시려고요?”

 “걱정마 다 방법이 있어.”


 체력수치 덕인지 피곤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평소처럼 일주일에 한두번 자는걸로 충분히 피로를 회복할수 있을거다.


 “그, 그래도.”

 “됐고 자, 지쳤을거 아니야.”

 “...”


 나뭇잎으로 대강 만든 잠자리 옆에서 모닥불을 휘적거리고 있으니,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린이 눕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진짜 고마워요.”

 “아냐, 나야말로 돈이 필요했는데 사냥감을 물어와줘서 고맙지.”

 “하하... 그렇게 말해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이윽고 얼마 채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소리와 함께 카린이 잠들었다.

 모닥불이 있어도 밤 공기가 차가운듯 몸을 잔뜩 웅크린채 자는 모습이 고양이 같다.


 “...”


 스륵.


 숨겨두었던 꼬리를 꺼내 그녀의 몸을 살포시 덮어주었다.

 그래도 종족 특성까지 없어진게 아닌 모양이라 여우 귀나 꼬리는 자유자제로 숨기고 꺼낼수 있었다.


 세삼 당연한 일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에 픽 헛웃음을 흘린다.


 “으웅...?”

 “따뜻할거야.”

 “으음...”


 이래봬도 수호의 꼬리는 최상급 모피다.

 심지어 자체 온열기능 까지 있으니까 춥지도 않을터


 “음냐...”


 아니나 다를까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카린이 편안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십대 후반이나 됬을법한 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교단이라는건 생각보다 청렴한 조직도 아니고, 내부 규율이나 분위기가 빡센걸로 알고있다.


 물론 카린 애는 제법 널널하게 살았을테지만... 어쨌든 답답하긴 했을거다.


 “Zzzzz"


 일단은 도와주고 생각하자.


 “흐음... 이런 애가 말이지?”


 얻을수 있는 이득은 재대로 취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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