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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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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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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서서히 벌어지는 상자의 틈 사이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이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정화할수 있을법한 수준의 신성력이 흘러나오는 돌... 아니 보석인가?


 “이건... 뭐지?”


 제라니아에 있는 아이템중에 수호가 모르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펠리스의 수호석부터 시작해 별의별 잡템까지 전부 외우고 있던 수호였건만 이렇게 밝은 빛을 내며 신성력을 내뿜는 보석이 관한건 듣도 보도 못했다.


 “간단해요. 펠리스의 수호석에 신성력을 극한으로 응축시킨거에요.”

 “응축? 그건... 효율이 너무 나쁠텐데.”


 검에 마력을 두르는건 쉽지만 검에 마력을 담아두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마력이나 신성력을 따로 응축하는 일은 효율이 매우 안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수호의 눈 앞에서 빛나고 있는 저 보석은 수호가 온전히 느끼는것도 힘들정도로 강렬한 신성력을 내뿜고 있었다.


 거의... 성녀와 동급의 신성력을 지녔다. 한낱 보석따위가.


 “...이걸로 뭘 어쩌려는거냐?”

 “성녀님을 제물로 바치는 마법진의 원리가 뭘까요?”

 “그건 모르겠는데?”

 “간단해요.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지닌 이에게 반응하도록 만드는거죠.”

 “아! 그럼 이 보석을 제물로 사용하는건가?”


 그러나 그런 수호의 말에 세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보석은 생명이 깃들어 있지 않아요 제아무리 보석에 강력한 신성력을 때려박아도 마법진은 보석을 타겟으로 삼지 않죠.”

 “그럼 뭘 어쩌려고.”

 “그거 아시나요? 마력이나 신성력이 가득 들어찬 물건을 삼키거나 흡수하면 잠시나마 그 힘을 몸에 붙잡아 둘수 있다는거.”

 “...!!!!”


 마력이 가득 들어찬 마석은 마법사들이 임시 마력 보충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부작용이 심하고 순식간에 그 마력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비상용으로 하나씩은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면 제물이 되는건 분명 누군가의 몸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 이 계획을 알고있는건 대사제 클라릭과 세리나 마지막으로 이수호 자신이었다.


 수호가 없을때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했을터인 그녀들이니 분명 희생양은 둘중 하나일터.

 그리고... 매우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세리나와 다소 껄끄러운 표정을 한 클라릭의 모습이 보인다.


 “야... 너 설마?”

 “맞아요.”


 애초에 희생 없이 카렌을 구하는건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둘이었다.


 “성녀님 대신 제가 성녀로서 제물이 될거에요.”


***


 “뭐야 오늘도 여기에 있는거야?”

 “아이... 정말 제수가 없으려니까! 뭐하는거야 노예상놈들은 저런년을 잡아가지 않고.”

 “잡아갈리가 없잖아. 저리 빼빼 말라가지고 곧 죽을것 같은년을 누가 잡아가? 관리비만 더 들겠다.”


 마족.


 약 200년전에 일어난 전쟁에서 인간에게 패배한 종족이자, 그로인해 멸족에 가까울정도로 보기 힘든 종족.


 인간과 크게 다를바 없는 특징과 외형을 지녔지만, 수명이 매우 길고 두쌍의 뿔을 지니고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세리나는 그런 마족과 인간 사이에서 테어난 혼종이었다.


 뿔의 길이가 짧아 자세히 보지 않는한 크게 티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뿔을 가릴 힘조차 없었다.

 자신을 낳은 어미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인간들의 질타와 차별로 인해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6살일때 벌어진 일이었다.


 세리나의 아버지는 마족이었다.

 그 사실 이외에는 그 어떤 기억도 단서도 없다.

 그저 그녀의 어머니가 ‘네 아버지는 무척이나 자상하신 분이었단다.’ 라고 말해주었을 뿐이었다.


 까득...


 세리나가 자신의 머리에 달린 뿔을 움켜쥐었다.

 이것만... 이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은 없었다.

 그놈의 종족이 뭐라고.


 그녀가 움켜쥔 손에 힘을 꽉 주어보았다.

 이 가증스러운 뿔을 부숴버리기 위해 없애버리기 위해.

 그러나 마족의 뿔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마치 그녀에게 ‘발버둥 쳐봐야 달라지는건 없다.’ 라고 말해주듯이 그저 굳건하게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꼬르륵...


 뿔을 움켜쥔 손에 힘이 풀린다.


 무언가를 먹어본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더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서서히 눈에 힘이 풀려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느껴지던 고통이... 감정이 점점 옅어지는걸 느낀다.


 아... 드디어 해방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스륵... 슥...


 정신이 몽롱한 와중 이마에 시원한 감촉이 느껴져 눈을 떠본다.


 “아...! 일어났다!”


 슬며시 뜬 눈에 제일 먼저 비춘건 밝은 백금발 머리카락 이었다.

 이윽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푸른 벽안을 한 소녀가 자신을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괜찮아? 말... 할수 있어?”

 “...파...”

 “응? 뭐라구?”

 “배...파...”

 “으음... 역시 지금은 좀 쉬는게...”

 “배...고파...”

 “아... 아아! 배고파!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분명히 살아가는걸 포기했을텐데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먹을걸 찾는 그녀였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급하게 방을 나선 소녀가 두손 가득 빵과 물을 가져와 그녀의 앞에 놔주었다.


 벌떡!


 그 향기로운 냄새에 이끌린것일까 몸에서 없던 힘까지 쥐어짜 빵을 쥐어 입으로 욱여넣기 시작했다.


 “헙! 켁켁...”

 “아! 물! 여기있어!”

 “흡! 꿀꺽...꿀꺽...”

 “처, 천천히 먹어! 부족하면 더 가져다 줄게!”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먹고 나니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자신을 보고있는 예쁜 소녀의 얼굴을 드디어 정확히 바라보았다.


 백금색 머릿결과 푸른 벽안 거기에 새하얀 피부에 잡티 하나 없는 얼굴까지.

 마치 천사가 내려와 있는듯한 분위기를 내는 소녀를 응시하고 있으니 이내 그녀의 눈동자가 어딜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허업!”

 “앗!”


 자신의 꼬질꼬질한 머리 그 중에서도 오른쪽에만 나있는 하프 마족의 증거.

 그런 가증스러운 뿔을 그너가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보...보지마!”

 “그...”

 “보지마... 흐윽... 보지마아... 보지마.... 제발... 흑... 보지마....”

 “......”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내린다.

 분명 이 소녀도 뿔을 봤으니 자신을 내쫓으리라.

 천한년이라며 욕하고 짖밟고 화내며 경멸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스윽.


 “!!!”


 순식간에 세리나의 몸이 따뜻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따뜻한 소녀의 몸이 그녀를 감싸안고 있었다.


 어렸을때를 제외하곤 한번도 받지 못한 따스함에 잠시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금 방울방울 떨어져내린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어느정도 진정이 된 시점 자신을 부둥겨 안고있던 소녀의 몸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이내 자신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소녀가 눈을 피하더니 우물쭈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 저기...”

 “...으...응?”

 “부탁이 하나 있는데에...”

 “...응...”


 무슨 부탁을 할까? 그만 나가달라? 아니면 먹은 값은 해달라는 것일까?


 “뿔... 한번만 만지게 해줄래...?”

 “...어...어? 뿔?”

 “응! 검게 반짝반짝 거리는 뿔...!”

 “왜...? 이 뿔은...”

 “예쁘잖아!”

 “...!”


 그녀의 부모님조차 그녀에 뿔을 칭찬하는 일은 없었다.

 뿔에 관한 일은 단 한번도 입밖으로 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세리나의 머리에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것처럼.


 그러나 그런 뿔을 보며 히죽거리는 소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욕먹으며 손까락질당하고 경멸당하는 자신의 뿔이 처음으로 긍정당했다.


 “나... 나는...”

 “우리 친구하자!”

 “으...어?”

 “난... 친구가 별로 없어... 그러니까 응?”

 “...”


 자신의 앞에서 밝게 웃는 저 소녀의 미소가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악마의 탈을 강제로 씌워진체 살아가던 그녀 앞에 나타나 냅다 가면을 던져버린 소녀를 위해서라면...


 “으... 응... 알겠어.”

 “헤헤! 잘부탁해!”

 “나도...!”


 언제든 이 비루한 목숨을 바치리라.




***




 “전 성녀님을 위해서라면 죽을수 있어요.”

 “카렌은... 알고있어?”

 “...그럴리가요~ 이런 계획은 성녀님이 듣자마자 화내실걸요? 물론... 지금은 만날수도 없겠지만.”


 잠시 눈를 감았다 뜬 세리나가 수호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의 머리를 가려주던 모자를 벗었다.


 “...!”

 “어차피 저는... 언제 죽어도 상관 없는 몸이니까요.”


 그녀의 머리 오른쪽에 나있는 뿔의 모습에 수호의 눈동자가 커졌다.

 단순한 마족도 아닌 하프마족.

 그게 세리나의 정체였으니 놀랄수밖에 없었다.


 “...”

 “신기하네요. 보통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 자리를 피하기 바쁘던데...”

 “그야...”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마족이라는 종족을 뼛속부터 증오하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수호는 그런 감정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수호 역시 소향이를 보살피며 여러 신령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으니 오죽 하겠나.

 오히려 이렇게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살아가는 세리나의 모습에 동정심이 피어날 지경이었다.


 “프흐흐! 클라릭 대사제님이랑 마찬가지로 당신도 제법 특이하네요.”

 “나...나는 왜!”

 “대사제님도 제 정체를 처음 알았을때 저런 표정이었거든요.”

 “내가? 저런 얼빵한 얼굴을 했다고?”

 “어머~ 그때 눈물까지 흘리시지 않으셨...”

 “아아아아아악! 그만해! 그만하고 빨리 계획이나 설명하라고!”

 “아이 아쉬워라~”


 다시금 모자를 쓴 세리나가 밝게 빛나는 돌을 집어든채 수호의 앞까지 가져갔다.


 “이게 성녀님이랑 비등비등한 수준의 신성력을 뿜어내지만 아직 좀 부족해요. ”

 “뭐야... 그럼 말짱 도루묵 아니야? 그 악신 소환까지 얼마나 남았는데?”

 “바로 내일이에요.”

 “...와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보적에 신성력을 체운단 말인가.

 말했다싶이 어느 물건에 마력이나 신성력을 보관하는건 효율이 매우 나쁘다.

 여기있는 사람들만의 신성력으론 역부족일테고, 밖이서 사제들의 신성력을 나눠 받았다간 대주교한테 꼬리가 밟힐수도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거냐? 부족한 신성력을 어떻게 보충할건데.”

 “뭘요~ 제일 좋은 방법이 하나 있잖아요?”

 “그런게 있다고?”

 “네, 여기 윗방에 교단을 휘어잡을만큼 강대한 신성력을 지닌 사람이 있으니까요.”

 “만날수는 있고?”


 소환술식이 내일이라면 세리나나 대주교가 성녀에게 다가가는걸 대주교가 매우 꺼림직하게 여길터였다.

 아마 세리나와 성녀의 사이가 각별하다는것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을테니까.

 그 증거로 신성력을 다 모으지도 못한 상황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든 해봐야죠...”


 솔직한 말로 지금 이 계획을 갈아엎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수호였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지금 성녀를 살릴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리고 부족한 신성력도 신성력이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악신은 어쩌고, 네가 대신 희생양이 되어도 악신이 네 몸에 빙의한 상태라면 성녀랑 우리가 살아나갈 방법이 없어.”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를 넘어서는 무력을 지닌게 악신이다.

 종류에 따라 그 힘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신은 신인것이다.


 “여긴 도박이에요.”

 “도박?”


 수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끼눈을 뜨자 세리나가 새하얀 보석을 툭툭 건드렸다.


 “이놈을 흡수한 저한테 악신이 깃들어요? 근데 갑자기 그 신성력이 짜잔! 사라져버렸네?”


 말이 사제지 세리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은 매우 볼품없는 수준이었다.

 무언가에 담긴 마력과 신성력은 순식간에 흩어지는 법이니, 분명 시간만 좀 지나면 세리나의 몸에 들어찬 신성력은 한줌밖에 남지 않을터.


 “악신이 약해지거나 역소환이 될거란 이야기야?”

 “네 그렇죠.”

 “...근데 만약 악신 소환에만 신성을 쏟아부워도 되는 소환술식이면?”

 “뭘요~ 싹다 뒤지는거죠.”


 ...뭐 임마?


 “그, 그래서 보험으로 용병을 고용하려 했어요! 그대신이 당신인거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세리나를 노려보고 있자 이내 세리나가 수호를 손까락으로 가리켰다.


 “어차피 우리 목표는 악신 저지가 아니에요! 성녀님을 살리고 당신이 어떻게든 성녀님을 성기사들에게서 도망치게 만드는거죠!”

 “불가능.”

 “...아랙배에 힘 꽉주고 무리해도?”

 “나 혼자는 절대 불가능이다.”


 보아하니 이곳에 있는 성기사의 숫자만 십이 넘아간다.

 거기에 유독 강한 기세를 뿜어내는 성기사도 있었는데 아마 고위 성기사 정도로 보인다.


 대략 소드 익스퍼트 상급 수준의 괴물이나 마찬가지인 전력이 있는데... 그런놈한테 수호 혼자서 달려들었다간 말 그래도 1초컷 나버릴수도 있을거다.


 “아...안되요! 대사제님은 버려도 되니까 성녀님만이라도!”


 그리 말하며 수호의 손을 두손으로 꽉 쥐는 세리나였고 그 뒤로 클라릭이 달려와 세리나의 머리채를 꽉 붙잡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얌마! 나도 살거야! 이새끼가 은혜도 모르고 나를 죽이려드네?”

 “으악! 말이 그렇다는거잖아요! 성녀님은 어떻게든 살려야죠!”

 “이놈아! 그럼 말이라도 예쁘게 하던가!”


 서로 잔뜩 성을 내며 신랑이를 하고있는 두사람의 눈에는 이미 결사의 각오가 서려있었다.

 클라릭 역시 말은 저렇게 해도 수틀리면 어떻게 해서든 성녀를 살려보낼 생각인듯 하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

 “오! 뭔가 있는거냐?”


 수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한마디에 세리나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던 클라릭이 고개를 휙 돌렸다.


 “대사제님 저대신 편지 한통만 써주시죠.”

 “엥...? 편지?”


 혼자가 안된다면 혼자가 아니면 된다.

 이러려고 백 만들어 놓는거지.


 혼자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비벼서 도망갈 틈을 만들수도 있을터였다.

 아무리 교단이라도 악신을 불러냈다는걸 주변에 알리고 싶진 않을테니까 수도원만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뭐, 이후 성기사들의 추적은... 진짜 아랫배에 힘 꽉 주고 해봐야지.


 “흠...”


 빙의... 빙의라... 확실히 악귀중에 그런 요술을 쓰는놈이 있었지.

 세리나는 카렌의 절친이나 다름없다.

 저번부터 봐왔던 걸로 봐선 둘의 사이는 각별함을 넘어선 수준이다.


 그런 세리나가 자신을 대신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안 카렌이 멀쩡하게 있을수 있을까?


 ‘그럴리가.’


 가족이상으로 깊은 유대를 지닌 사람의 죽음, 심지어 자신을 위한 죽음은 당사자를 미쳐버리게 만들고도 남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은 다름아닌 고독이다.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빈틈없이 온전히 해피엔딩으로.


 “아, 그리고 뭣좀 가져다 주실게 있습니다. 부족한 신성력 문제도 제가 해결해 드리죠.”

 “오! 진짜? 알겠어 말만해!”


 자신만만하게 팔을 걷어붙인 클라릭과 세리나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하나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에 두 사람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오 형님 그것 봐요! 그것도 언젠간 필요할...


 ‘닥쳐라 이 나쁜놈아!’


 클라릭과 세리나가 얼굴을 구기며 가져다준 물건들을 보자 수호의 얼굴 역시 썩어들어갔다.


 ‘이 방법은 쓰고싶지 않았는데...’


 광배놈아... 아주그낭 고오맙다 고마워... 하늘같은 형한테 이런것만 시키고 아주 즐거웠겠지.


 -에이... 그 변태 악귀놈들 토벌엔 이거만한 방법이 없었잖아요.


 ‘알고 있다 이 썩을자식아!’


 결국 수호는 이를 악 물고 눈앞에 있는 물건들로 몸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눈물겨운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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