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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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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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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와...”


 수호의 오른쪽에 서있던 세리나에게서 진심어린 감탄사가 텨져나왔다.


 “허...”


 뒤이어 그 옆에 있는 클라릭 대사제 마저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수호를 바라보았다.


 “...그만 쳐다보시죠.”

 “아니... 이야! 본판이 좋아서 그런지... 우와... 대박인데요?”

 “...”


 입에 웃음기를 한가득 걸친 세리나가 수호 옆에서 잔뜩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야 이정도면 어디가서 그냥 여자아아악!”

 “그만...”


 이에 클라릭도 동참하려 하자 그녀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핏줄을 세우는 수호였다.

 그러나 수호 옆에서 이죽거리는 두 여성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근데... 이야 진짜 예쁘다... 이거 오히려 눈에 띌지도 모르겠는데...?”

 “...빨리 다녀올게 시간 없으니까.”

 “아아... 아쉬워라! 좀더 구경하면 어디 덧나나요? 수호씨?”

 “그리고 너! 맨 처음 욕했던것처럼 그냥 반말 해.”

 “흐음... 곧 죽을사람이라고 배려해주는거야?”

 “...후우... 암튼 다녀온다.”


 모든 준비를 마친 수호가 천천히 비밀통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꺼림직해도 어쩔수 없다.

 하기로 한 이상 이 꽉깨물고 하는수밖에.


***


 완벽하게 수도녀로 변장한 수호가 몰래 감옥 근처에 있는 비밀통로 밖으로 기어나왔다.

 목소리는 어떻게 하냐?

 신령의 육체 컨트롤 능력은 가히 인간이 따라잡을수 없다.


 한마디로.


 “아읏!?”

 “어...? 수도녀?”

 “아아... 성기사님? 죄송해요! 제가 길을 아직 못외워서...”

 “아~ 새로 들어온거구나?”

 “네 이제 막 수도녀가 된 벨이라고 해요!”


 그 누가 듣더라도 청아한 목소리를 지닌 소녀라 생각하게 만들수 있다는 말이다.


 -이야 실력 안죽었네요 형님?


 “닥쳐라!”

 “어...엉?”

 “아...아으! 가, 감옥문아 닫혀라! 하하핫...”


 목 안에서 쨍한 핏물이 올라오는것 같은 느낌을 무시하며 성기사에게 길안내를 받고 있자 수도녀들이 모여 생활하는것으로 보이는 장소에 다다랐다.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곳이었다.


 ‘카렌이 희생을 결심한 이유가 있네.’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놈들이다.

 누군 사제들과 수도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또 누군 그런 바보를 살리기 의해 희생을 감수하다니.


 수호는 그런 둘을 전혀 이해할수 없었을거다.


 광배놈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어라...? 넌 누구니?”


 그렇게 수도녀들이 있는곳으로 이동하자 대략 40대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의 여자가 수녀복을 입은체 수호에게로 다가왔다.

 딱 봐도 수도녀들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로 보인다.


 “저, 저는 이번에 수도녀가 된 벨이라고 합니다!”

 “어머... 그래? 난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없는데... 음...”


 꿀꺽...


 여기서 들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무슨 방법이 없나? 따로 둘러댈만한 거 뭐 없나?!?


 “뭐, 상부에서 까먹었나보지... 요즘 워낙 보고 체계가 개판이니까.”

 “아아... 그, 그런가요?”

 “뭐 어쨌든 어서와! 여긴 여러 사람이 모이는 보육시설 이니까. 내 이름은 마리 라고 한단다.”

 “넵 감사합니다 마리씨!”


 다소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세이프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최대한 캐치하기 시작했다.


 성녀에게 다가갈 방법이 분명 뭐 하나쯤은 있을터.

 이 수도원에서 제대로된 일을 하는 인원이 바로 수도녀들이다.

 수호가 기억하는 시스템이 맞다면 당번제로 식사 당번이나 손님당번 청소당번 등등으로 나뉘어져 손님맞이부터 의식주의 모든걸 이들이 책임진다.


 “음... 일단 신참이니까 일은 나중에 배우고....”

 “아, 아뇨! 저...! 일 하고싶습니다!”

 “어? 일을 하고싶다고?”

 “넵!”

 “음... 그럼 적어도 하고싶은거라도...”


 찬스다!


 아마 성녀나 귀족등의 손님을 챙기는 손님당번이 따로 있을거다.

 주로 예법을 어느정도 익힌 이들이 하는 일인지라 할수 있는 인원도 적고 하려는 인원도 적다.

 아무래도 귀족중에 손버릇이 거친 인원도 있을테니까.


 “손님당번!! 손님당번이 하고싶습니다!”

 “어? 내가 역활들을 미리 말해줬나?”


 ‘아차!’


 의욕이 너무 앞서버려 실수를 범했다.

 이런일을 많이 해봤어야지, 전에 변장했던 이유도 여자들을 겁탈하는 악귀들을 꿰어내 때려잡기 위함이었으니까.


 “음... 뭐 말했나보지...”


 다행이도 이 여자는 그리 예민한 타입이 아닌 모양이다.


 “손님당번은 예법같은걸 알아야하는데 혹시...”


 사락.


 “안녕하십니까? 오늘 하루 주인님을 모시게 된 벨이라고 합니다.”

 “어...어...”

 “불편한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항시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

 “부족한가요?”

 “합격.”


 게임속에서 보던 메이드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장확하게 따라했다.

 치맛단을 움직이는 각도나 인사하는 각도등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터.

 안그래도 손님당번은 일손이 항상 부족하다.


 “그럼... 바로 일하러 가자! 안그래도 음식이 식기전에 손님들한테 내줘야 하는데...”

 “당장 가죠. 손님방의 위치와 식당의 위치만 말해주시면 됩니다.”

 “아아...! 왜 이제야 온거니!”


 마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수호의 양손을 꽉 잡았다.


 그런 상황속에 이런 완벽한 인제를 마다할 사람은 절대 없다.


 나 이수호 할땐 하는 신령이다.


***


 “후우... 짜증나게...”


 라이언하트 공작가의 처남인 레온 라이언하트는 오늘 있을 세례식을 위해 이곳 플란첼 수도원으로 오게되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마차를 타고온 여행의 피로는 남아있어 온 몸이 뻐근하고 배는 고픈 말 그대로 예민한 상태였다.


 “제법 괜찮은 애가 왔으면 좋겠는데.”


 곧 식사를 제공해준다는 수도원장의 말이 있었지만.

 애초에 제공받은 숙소 역시 맘에 들지 않았기에 이곳에 식사를 내오는 수도녀를 붙잡아 구박하며 스트레스라도 풀고 싶었다.


 똑똑똑.


 “수도녀 벨입니다.”


 그렇게 식사시간만을 기다리던 그때 문 밖에서 정갈한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레온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끼이이...


 “왜이렇게 늦는거... 어?”


 그러나 문이 열리고 수도녀를 쳐다보자 마자 레온은 그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죄송합니다... 오늘 세례식에 오신 손님분들으 많아서 늦어졌습니다.”

 “아, 아니...!”


 두근!


 긴 백발에 루비와도 같은 붉은 눈 거기에 저 큰 눈과 오똑한 코가 전부 들어가는게 이상할정도로 작은 얼굴을 한 소녀가 들어왔다.


 뎅~ 뎅~


 레온은 머릿속에 큰 종이 울려퍼지는 착각이 들었다.

 눈 앞에 있는 소녀는 신앙심을 품고 수도원에 들어온 수도녀가 아니라 신앙을 전파하려 이곳에 내려온 천사라 해도 믿을수 있을것 같은 미모였다.


 “크흠! 괘, 괜찮으니 식사 준비를 해주거라.”

 “저어...”

 “음?”


 그러나 자신은 라이언하트 가의 차남이다.

 아무리 어여쁜 소녀가 마음을 울려대고 있다 한들 평점심을 잃지 말아야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스윽.


 “헙!”


 자신의 이마에 느껴지는 온기에 눈을 번쩍 뜨니 소녀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녀는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보니 저 작은 얼굴과는 다르게 몸이 길다.

 단순히 키만 놓고 보면 자신과 얼추 비슷할 정도.


 “얼굴이 붉습니다. 혹시 열이라도 나시는게 아닌지...”


 이마를 짚고있는 소녀의 손에서 거친 굳은살이 느껴진다.

 어려서부터 얼마나 고생을 해온것일까? 레온은 소녀의 손길을 느끼며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었다.


 “으...아...아니 난 괜찮다! 준비를 마쳤으면 이제 나가봐도...”

 “아! 죄송합니다! 저같이 천한것이...”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혹시나 불편한게 있으시다면 꼭 내려와서 약을 받아주세요!”


 드르륵!


 턱!


 마치 퐁풍같이 찾아온 소녀는 퐁풍과도 같은 속도로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갔다.


 “벨...”


 그러나 그 여운은 레온의 마음이 여전히 머물러 잇는것이었다.


***


 “아오 씨부랄! 뭔 일이 이렇게 많아?”


 소녀복을 갈무리하며 식당으로 뛰어가는 수호가 소리를 질렀다.

 물론 다른사람이 듣지 못할정도로 조용히.


 이곳에서 일을 하기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나르고 서빙한 음식만 수십 테이블이다.

 아직까지 성녀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번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정도면 성녀라는 존재를 수도원이 까먹은거 아닐까 싶던 차 였다.


 -“헤일리! 그건 수녀님에게 가져다드릴 식사야! 조심히 들고가렴!”

 -“네~ 알겠습니다!”


 식당쪽에서 들려온 수도녀들의 대화가 수호의 귓가를 스쳤다.

 달리고 있는 다리를 좀더 빠르게 움직여 방금까지 목소리가 맴돌았던곳으로 향했고.


 “꺗!”

 “하악....하아...! 찾...았다!”

 “누...누구야!?”

 “수... 아니... 벨! 벨이라고 해요... 하악... 신참입니다!”

 “어...그, 그래? 저기 벨 내가지금 급한일이 있어서...”


 휙!


 수호가 시선을 돌려 진수성찬인 음식들을 보았다.

 딱 봐도 저거다. 저게 성녀가 먹을 식사임이 틀림없다.


 “헤일리... 허억... 언니! 딱 봐도 힘들어 보이는데 쉬세요! 제가 할게요!”

 “어? 아니 지금 너야말로 죽을것같은데...!”


 텁!


 헤일리가 그렇게 말하며 거절하려던 찰나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성녀의 식사를 수호가 들고 뛰어올라갔다.


 “어... 그, 그래! 열심히 하네!”


 어안이 벙벙해진 헤일리는 그가 지나친 자리에서 다음 음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


 똑똑똑.


 “벨입니다 식사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수도원 꼭대기층.


 오직 성녀가 왔을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장소였다.


 그곳에서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자 문 밖에서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이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위에 앉아있는 카렌이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리며 밝게 미소짓는 그 모습은 성녀라 불리우는게 당연할만큼 밝았다.


 “안녕하세요 성녀님.”

 “어머... 못보던 분이신데... 새로오셨나봐요?”

 “네 그런셈이죠.”

 “머리칼이 너무 예쁘네요~ 부러워요.”

 “성녀님만큼 하겠습니까?”


 달그락 달르락 식사준비를 하는 그녀와 대화를 하고있는 카렌이 다소 위화감을 느꼈다.

 일단 말투가 이상하다.

 보통 자신을 대하는 수도녀들은 다들 극도로 굳어진채 최대한 예의바르게 말하려 한다.


 그러나...


 “그나저나 너~무 심심하겠는데요? 여기 갇혀서 창문만 내다보고 있다니.”

 “네...?”

 “답답해 죽어버리는거 아닌가 몰라요.”

 “아... 그렇... 네요?”


 순식간에 식사 준비를 마친후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창문을 쳐다보는 수도녀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아~ 저도 배고픈데... 밥좀 뺏어 먹을게요?”

 “...네?”


 질문도 무척이나 무례했지만 카렌이 대답하기도 전에 냅다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고기를 집어먹는 소녀의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


 “음~ 엄청 맛있네?”


 그러나 묘하게 기분나쁘진 않았다.


 그런 기묘한 위화감에 휩싸여 소녀를 다시금 불러보려던 순간이었다.


 “이거... 제가 드렸던 토끼스튜는 맛없어서 어떻게 먹었나 몰라?”

 “?!”


 그 말에 카렌이 소녀의 얼굴로 고개를 팍 돌렸다.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성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는 활기차고 낙천적이며 호기심 많은 카렌 의 본모습이 튀어나온 것이다.


 “오랜만이네요 성녀님.”


 예쁘고 뚜렷한 눈코입을 한 소녀의 얼굴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사내가 있었다.


 “하... 성녀님 보기 너무 힘었다고요?”


 말투나 행동이 다소 친근해지고 솔찍해졌지만 그럼에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다정함이 그녀의 가슴을 울린다.


 “뭐야... 며칠이나 같이 여행한 사이인데 무시하는거에요?”


 소녀가 피식 웃으며 카렌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천천히 자신의 눈가 옆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그럼에도 그 어떤 사람한테든 털어놓기 힘든 사실에 절망하고 또 절망할 뿐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구해주러 왔어요 성녀님.”


 그런 감정들의 둑이 그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녹아 폭포수처럼 흘러나와 자신의 뺨을 적신다.


 그런 카렌을 소녀... 아니 수호가 조용이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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