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풀-도착
레이크풀. 도시를 둘러싼 울창한 숲과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호수, 아헤라트 여신의 물병에 담긴 엘릭서로 유명한 제국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하늘이 맑네···”
레이크풀로 향하고 있는 유람선에 올라타고 있는 레버레인은 선체에 앉아 티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이 시기에 이런 날씨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말이죠.”
“근데 왜 이렇게 축 처진거야, 레인?”
“저, 저처···럼 배멀미를 하는게 아..닐 까요오오?”
젤렌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레버레인에게 다가오자 그들의 옆에서 죽은 듯이 누워있던 텐타메리가 겨우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아마 그런 건 아니지 않을까?”
“레이크풀.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만···”
레버레인은 자신들끼리 추론하고 있는 젤렌과 아리아, 텐타메리를 보며 대답했다.
“스승, 아니 스승님이 썩을 놈의 제자중 하나가 여기 살고 있다고 했었어.”
“스승님이요?”
“스승님이··· 있어야지 그치.”
“하긴 요즘 시대에 레버레인씨 정도의 연금술사가 되려면 은거 고수같은 분의 도움이 없이는 힘들죠.”
“근데 그럼 그 제자분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거 없어?”
“아무것도. 스승님은 아니라고 한 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시는 분이셨거든. 단지 스승님이 처음 그 제자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자신의 제자중에서 가장 글러먹은 녀석이라고 했던 건 기억해.”
“글러먹었다는 말이 정말로 무섭네요.”
아리아는 글러먹었다는 말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얼마나 최악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리 그래도 설마 형편 좋게 현장 실습을 나온 우리랑 엮일 일이 생기겠어?”
“...아마 당신의 그 말 때문에 생길 것 같네요.”
“뭐?”
“새, 생각해보니 저는 여러분들과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텐타메리양도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젤렌은 급속도로 자신과 멀어져 가는 두명을 보며 어리둥절했고, 레버레인은 그런 젤렌을 잠시 쳐다보다 항구를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 에아가 행여나 갑판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척 하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여러분, 우선 저희는 물병자리 연구소 근처에 있는 숙소로···”
배가 선착장에 닻을 내리자 우르르 쏟아져 내린 학생들에게 닿지 않는 손을 뻗으며 끝말을 흐린 유메르는 사라져 버린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마쳤다.
“숙소는 각자 오셔도 되니까 모쪼록 시간표는 기억해주세요···”
“어, 언니! 저희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딘가 우울해보이는 유메르 메르데인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아리아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유메르에게 말을 건넸다.
“아까는 갑자기 갑판에서 사라져버린 에아씨를 ㅊ···!”
“맞아요! 저희는 이렇게 한조로 움직이기로 했거든요. 교수님도 저희랑 같이 다니실래요?”
“여, 여러분!”
유메르는 하하호호하고 가식적으로 웃고 있는 아리아와 젤렌의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감동했다.
학창 시절, 유메르는 그녀가 관심있는 공부에 열중했기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록 교수의 신분이지만 자신이 통솔하는 학생들과 즐거운 3일을 보내고 싶었던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여기 조인 거에요?”
텐타메리는 어느샌가 자신의 주위를 에워싼 아리아와 절렌, 유메르를 보며 질겁하고 말았다.
아까 배 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를 타고 말았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는 이렇게 하이 텐션 그룹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당연하죠··· ㄷ, 타메리양.”
아리아는 가식어린 눈웃음을 지으며 텐타메리의 로브를 붙잡았다.
“하, 하하. 역시 그렇겠죠오오···”
텐타메리는 자신의 로브를 붙잡은 아리아의 절실한 손길을 느끼며 도망을 체념했다. 배멀미 때문에 선체로 올라와 누워있다 레버레인 무리의 대화에 살짝 낀 것이 유일한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어릴적 부모님이 얘기해주었던 나쁜 방향으로는 틀리는 법이 없다는 주술사의 감이 지금 발동한 것에 불안감을 느끼며 그들의 맨 뒤에서 천천히 그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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