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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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8 01:21
최근연재일 :
2024.09.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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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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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한여름밤의 모험

DUMMY

[마법은 의지의 발현이다.]


푸르름이 반짝이는 여름. 여느때처럼 마법을 수련하고 있던 레버레인을 잠시 쳐다보던 스승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예예~.]


레버레인은 스승이 여느때처럼 잔소리를 시작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 녀석이 이런 날씨에 게으름도 피우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뒤적거리고 있는 이유는 뻔하지, 감도 안잡히는 게지? 네 녀석의 마도의 끝이 무엇인지.]


레버레인은 스승에게 정곡을 찔려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린채 대답했다.


[다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물어본 거에요?]


[그러니까 조언을 해주는 거 아니냐. 어쨌든, 흔히 마도의 끝이라 불리우는 마법은 사실 그것만으로는 끝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없다.]


메르바스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는 레베디아를 보며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마도라는 것이 단순히 너의 성취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분명 그 마법보다 뛰어난 마법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마법은 만들어낼 수 없지. 왜냐면 그 마법은 네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 너라는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마도의 끝이라 불리는 마법을 익히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라···]


레버레인은 흔히 이야기하는 다음 시간에 계속. 식 엔딩에 눈살을 찌푸리며 몸의 감각이 하나 둘 씩 돌아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죽진 않았ㄴ···ㅏ!”


마지막으로 눈의 감각이 돌아온 레버레인은 눈을 뜬 순간 자신에게 안겨있다싶이 붙어있는 유메르와 그녀의 뒤로 날아오는 검은 창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처음 봤을 때도 그렇지만 이런 짓 정말 좋아하네.”


레버레인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마법진이 그려진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테메르의 검은 창을 튕겨내며 최대한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떻게 되먹은 마법이지?”


“단순한 공간지배마법이 아니기 때문이야. 황금향의 잔의 힘이 들어간 마법이기 때문이지.”


테메르가 멀쩡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어선 레버레인에게 당황하자 반-리엘이 움직여지는 자신의 원래 반신으로 나머지 반쪽을 끌며 걸어왔다.


“유메르 교수님? 저 문 뒤에 차례대로 젤렌, 텐타메리, 에아, 아리아, 리베리아가 있을 거에요. 걔들을 도와주세요. 여기는 이제 괜찮으니까요.”


레버레인은 살짝 힘겨워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유메르를 보면서 말했다. 부탁할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 하지만 레버레인 학생의 몸 상태가···!”


최악. 아니 차악이라고 할 정도다. 유메르 메르데인은 그렇게 말하려 했다. 자신의 공간지배 마법은 아군이라고 판단한 자들에게는 치유를 적이라고 판단한 자들에게는 약화, 구속, 속박 등 아군을 지키는 것에 특화되어 있긴 하지만 그 치유라는 것은 정말 몸 상태를 이어붙여놓는 것 뿐이었다. 몸상태가 멀쩡할 리 없었다. 물론 테메르 또한 전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레버레인은 그보다 더해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은 몸상태였다.


“...이길테니까,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레버레인의 고집에 꺾이고 말았다. 땀에 젖어 드러난 그의 두 눈동자는 마치 그녀가 어린 시절 불법 마도사들을 잡으러 떠나실 때에 선대 당주님의 눈빛처럼 결연함과 확신이 그 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지지 마세요.”


유메르는 레버레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미 자신을 붙잡을 생각이 없는 테메르를 지나쳐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최종장이네?”


유메르가 떠난 뒤, 테메르를 응시하며 처음의 자세, 왼손을 펼치고 그 위에 오른 주먹을 올린 레버레인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테메르에게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군. 그 마법은 더 이상 쓸 수 없나보지? 안타깝게 됐어. 만약 지금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네가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을 텐···데 말이지.”


테메르는 레버레인에게 답하며 뒤로 돌아오는 반-리엘을 암흑물질로 구성된 마법진을 발현해 옭아맸다.


“이런..”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 반 송장. 어차피 이 싸움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잖아?”


테메르는 반-리엘을 한차례 노려본 뒤, 다시 레버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미 이길 수 있는데 가능성의 영역으로 넘길 필요는 없으니까.”


레버레인은 테메르의 물음에 대답하며 마법진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치를 아는 자여.”


“하나로 결집된 의지가 다음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때.”


“그 길을 비추는 희망이 되어라!”


[마법의 본질은 너라는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의지가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진정한 힘은 언제나 이치를 바로 앎에서 나오는 법이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레버레인은 스승의 당부를 떠올리며 구결을 외쳤다. 공간 지배 마법, 마도의 끝이라 불리우는 마법, 그 외에도 시대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는 그 마법의 진정한 이름은 자신의 의지로 이치를 바로 세우는 마법, 오리진이었다.


레버레인이 그려낸 마법진이 그가 구결을 외칠때, 밝게 빛나며 방안을 뒤덮었고, 순식간에 방은 은하수가 수놓인 밤하늘이 펼쳐진 광활한 평야로 변했다.


“하, 하하. 설마 아르텔지아의 학생이라는 자가 길의 끝에 선 자였다니.”


테메르는 눈앞에 펼쳐진 공간을 뒤바꾸는 마법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전투 연금술사, 전투 연금술. 어느것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된 것은 없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학생의 범주,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의 범주에 포함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길의 끝에 선 자는 5대 귀족 가문에서조차 당주 정도가 아니면 다다를 수 없는 마도사로서의 최고의 경지였다. 그 경지에 다다랐다고 하는 것, 심지어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는 학생이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가 얼간이라고 불릴 정도의 일이었다.


“슬슬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도록 하자고. 슬슬 아침이 밝아올테니까 말이지.”


레버레인은 마소가 흘러나오는 두 눈동자로 테메르를 똑똑히 응시하며 천천히 자세를 다잡았다.


“조작, 연성.”


레버레인은 우선 가볍게 지면에서 돌덩이를 쏟구치게 해 테메르를 향해 던졌다.


“웃기지도 않은 공격을···!”


테메르는 정말로 돌덩이를 던질 뿐인 레버레인의 공격에 헛웃음을 치며 마법진을 그려 가볍게 쳐내려 했지만 그에게 생긴 변화를 깨닫고는 순식간에 옆으로 몸을 날려 돌덩이를 피했다.


“웃기지도 않은 공격에도 당할 수 밖에 없을거야. 이 공간은, 그런 공간이니까.”


“테메르,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다면 더 이상 대들지 않고 도망치는게 좋을 거야. 이 공간에서 너는 절대 이길 수 없거든.”


지금껏 테메르에게 붙잡혀 있다 싸움이 시작된 직후 구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 반-리엘은 어딘가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테메르에게 말했다.


“...그 꼬장꼬장한 늙은이가 나를 파문시킨 이후로 다시는 제자따윈 키우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너를 제자 삼은 이유가 있었군.”


일반적인 공간지배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광활한 대지와 밤하늘에 수놓인 은하수와 별무리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 마법은 먼 옛날, 스승이 반-리엘에게 보여 주었던 오리진과 매우 닮아 있었다.


“조작, 재구성, 연성.”


레버레인은 아까와는 달리 확실히 지쳐 보이는 모습의 테메르를 조준하여 마법진을 그렸다. 그러자 이윽고 테메르는 밤하늘의 수놓인 은하수가 이전보다 조금 더 밝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환영과 같았던 조그마한 별들은 조금씩 움직이며 운석이라 부를만한 크기의 밝은 빛의 덩어리로 변화하였고, 각각의 빛에 마법진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내 오리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마도를 걸어갈 수 있도록 기적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일으키는 마법. 뭐, 포장지가 두껍긴 하지만 쉽게 말하면 그런거야. 무적치트 나 짱짱쎄요 마법.”


레버레인은 말을 마치며 오른손을 튕겼다. 그러자 빛 덩어리에 그려진 수많은 마법진으로부터 거대한 쇠사슬이 테메르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테메르는 떨어지는 쇠사슬을 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쇠사슬에서 분리된 수백갈래의 쇠사슬을 전부 다 피하기란 무리였다.


“이제 어떻게 나오시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갈래의 쇠사슬이 옴몸에 칭칭 감긴 채 구속당한 테메르를 바라보며 레버레인이 물었다.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어쩔 수 없군.”


테메르는 레버레인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뒤이어 그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위에 여러 마법진들이 그려지더니 그곳에서 나온 암흑물질이 테메르를 뒤덮었다.


“이번에는 나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암흑물질로 뒤덮인 채 2m를 훌쩍 넘는 검은색 갑옷을 입은 형태로 변한 테메르는 마치 종이를 찢는 것처럼 쇠사슬에서 벗어났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려고? 그때는 착각했지만 지금은 정확히 알고 있어. 네 그 암흑물질인가 뭔가 하는 건 일종의 불법 계약으로 얻은 힘이지. 자신이 나아가야할 마도를 걷는 것이 아닌 이미 정해져 있는 길 위에 올라서는 것. 그것은 강한 힘을 주기는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마법을 쓸 수 없어. 그러니 오리진도 사용할 수 없지. 그때의 너는 단순히 유메르 교수님의 의지를 약화시킴으로서 자연스럽게 마법이 해제되도록 한 것 뿐이야.”


테메르의 전신에서 뻗어나가는 불길하고도 불쾌한 기운에도 레버레인은 테메르의 두 눈을 똑똑히 응시하며 물었다. 그의 두 손은 언제라도 마법을 발현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 뒤였다.


“네 말마따나 이 마법을 강제로 해제시키는 방법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은 존재하지.”


테메르는 갑옷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검을 빼들어 레버레인과 그 사이의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검이 지나간 궤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간이 마치 실밥이 뜯어진 것처럼 삐져나왔다.


“진심으로 너와 승부를 겨뤄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또 나중을 기약하도록 하지. 황금향의 잔은 비록 얻지 못했지만 결국 목적을 이뤄내는 것은 우리 멸망성회가 될 것이다.”


“...삼류 악당이 할 법한 대사를 하네. 그거 플래그다?”


도망치는 테메르를 잡을 수 없음을 직감한 레버레인은 자세를 살짝 풀며 말했다. 하지만 테메르는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두 눈으로 레버레인을 노려보다 사라졌다.


‘테메르가 사생결단을 결심했으면 위험할 뻔 했어.’


레버레인은 테메르가 사라지자 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테메르는 사라진 것 같군. 일단은 한 차례 위기를 넘겼어.”


테메르가 사라지자 레버레인쪽으로 천천히 걸어온 반-리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아직 정리해야할게 하나 남아있어. 반-리엘. 당신은 내 스승, 그러니까 레메디아 메르바스의 제자가 아니잖아?”


레버레인은 친근하게 다가오는 반-리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무심한 듯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런 레버레인의 말투와는 다르게 반-리엘은 그 순간 표정이 굳어진 채 걸음조차 멈추었다.


“어떻게 알았지?”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내 스승의 제자인게 아니라 내 스승의 제자의 제자, 뭐 그 정도겠지. 불행인지 행운인지 이곳에 오게 되면서 내 스승의 대해서도 조사할 수가 있었거든.”


레메디아 메르바스. 레버레인이 그의 이름을 발견한 것은 황금향의 잔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고서 위주로 도서관의 있는 책을 뒤지고 있을 때였다. 레메디아 가문의 전기. 꽤 최근에 다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그 책은 레메디아 가문의 제국 이전부터 현대에 들어서까지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책이었다.


“레메디아 메르바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레메디아 가문이 연금술로 그 이름을 높이기 이전 처음으로 그들에게 연금술을 가르쳐 주었다고 전해지는 전설 속의 인물이야. 기록에 따라서는 환상종, 심지어 신의 대리인이라고도 전해지기도 하지.”


그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때는 레버레인 또한 의문점 투성이었지만 그가 기억하는 스승과 기록의 내용 중 일관성 있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대한 기록은 제국 초기, 대략 3~400년이 마지막이었어. 그 뒤로는 마치 원래 이 세상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고 적혀 있었지.”


제국이 세워진 이후, 레메디아 가문을 떠난 메르바스는 제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연금술을 무료로 가르치다 제국이 만들어진지 100여년 정도 지났을 무렵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레메디아는 자신이 스승과 수련한 장소를 떠올려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사이 떠오른 한 가지 의문점에 대해 생각했다.


“당신이 평범한 인간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300년이 되는 기간 동안 살아있었다는 건 말이 안돼. 심지어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스승은 레메디아에게 분명 엣 제자가 레이크풀에 있다고 했다. 적어도 400년은 넘게 살았었던 스승이 옛이라고 할 정도면 그 제자는 그가 제국 초기 이곳저곳을 다니며 가르쳤던 제자여야 말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런거에 워낙 철저한 사람이기도 했고.’


“...잠깐 나가서 이야기할까?”


레버레인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반-리엘은 이내 입을 열며 위를 가리켰다. 레버레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반-리엘은 황금향의 잔을 집어들더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레버레인과 반-리엘은 순식간에 지상으로 이동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까.. 나는 레메디아 메르바스의 제자는 맞아. 다만 지금의 나는 그의 제자였던 반-리엘이 레이크풀에 봉인해놓은 기억의 단편인 셈이야.”


반-리엘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리엘이 레이크풀에 남겨놓은 그의 기억의 단편. 그곳에 레버레인처럼 메르바스의 가르침으로 연금술을 배운 자가 나타난다면 봉인이 풀리는 형식으로 되어있던 반-리엘은, 그날 레이크풀에 도착한 그 순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내가 이렇게 나의 일부를 남기겠다는 결심을 한 건 제국 아르케인이 세워진 뒤 100년이 지난 시점, 내가 스승에게서 도망친지 30년 정도가 되어가던 무렵이었지.”


반-리엘은 지금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그 시절의 역사를 말해주었다. 용사 리니아, 위대한 알브 크레하, 그리고 현자 레메디아 메르바스. 제국 초기, 100년 전쟁을 끝낸 영웅들이 있었다. 그들은 100년 전쟁의 깊숙한 곳에서 멸망성회가 암약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들을 일망타진했다. 그리고 그렇게 100년의 세월이 실제로 흘렀다. 세 영웅은 모두 세상에서 그 이름이 지워졌고, 인류는 제국의 이름안에서 번성하기 시작했지만 또 다시 자신들을 멸망성회라 부르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멸망성회는 이 세상에 자신들이 믿는 신을 강림시키겠다고 하는 집단이야. 그것 만이라면 아무래도 좋지만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시체의 산을 쌓을 정도의 목숨과 세상이 무너질 정도의 마소 파장이니까 막을 수 밖에 없지.”


세 영웅이 사라지자 또 다시 테러를 시작한 멸망성회는 결국 레이크풀에도 그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시절에도 황금향의 잔을 찾았어. 하지만 크레하님이 가지고 있다는 정보는 없었는지 우선 아헤라트 여신의 물병에 담긴 엘릭서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레이크풀의 호수를 조사하기 위해 온 것 같더라고.”


황금향의 잔을 연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기 시작한 멸망성회. 하지만 그들이 가는 모든 길에는 불길이 일었다. 하지만 스승에게서 전투 연금술을 배우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반-리엘은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없었고, 결국 사라진 세 영웅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또 다시 내가 져야할 책임에서 도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을 하고 말았지만 나는 그것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스승님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을 이어 세계의 수호자가 되라는 메르바스의 제안을 거부하고 도망친 반-리엘은 다시는 찾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승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은 책무에서 도망친 결과가 이런 것이냐고 하면서 꾸짖으셨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부탁드리는 것 밖에는 없었어. 결국 스승님은 나를 대신에 잠시 멸망성회를 막으러 속세로 내려가셨지.”


메르바스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멸망성회를 막는 사이, 메르바스가 있던 곳에서 그간 고민을 거듭하던 반-리엘은 스승이 돌아오자 자신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하며 지금의 방법을 스승에게 말했다.


“나의 모든 지식을 책으로 남기고 나는 후에 반드시 다시 나타날 멸망성회를 막기 위해 기억의 파편을 봉인해두는 것으로 그들이 다시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싸울 수 없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책임이었어.”


반-리엘의 제안에 스승은 화를 냈지만 그는 결국 그 계획을 실행했다. 언젠가 세상에 다시 위험이 닥친다면 자신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제자를 키워달라고, 그 제자가 레이크풀에 들릴 때 다시 일어나 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편지를 남긴 채 레이크풀로 돌아온 반-리엘은 자신의 기억의 파편을 남기고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연금술 지식을 활용해 제국을 발전시켰다.


“세간에 떠돌아다니던 기저마법은 당신이 퍼뜨린 것이었나?”


“맞아. 뭐, 그렇게 해서 나는 기억의 파편을 남긴 채 죽었고, 지금 이곳에 다시 태어난거야. 물론 그 잠깐 사이에 테메르가 내 반신을 집어 삼키는 바람에 너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줄 수 없었지만.”


반-리엘은 다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 품속에서 일렁이는 반지를 꺼내 원래 왼손에 들고 있던 황금향의 잔과 함께 건네주었다.


“이건 내가 따로 만들어낸 나의 기억이야. 아마 이걸 끼면 내가 알고 있는 연금술의 지식이 너에게도 스며들거야.”


“...슬슬 떠나는 건가?”


레버레인은 급속도로 마소가 흩어져 가는 반-리엘에게 물었다.


“애초에 이런 몸으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우연히 만났던 불사조의 변덕 때문이었어.”


반-리엘은 레버레인에게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대답하고는 잠시 눈을 감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승님은 돌아가신건가?”


“맞아. 작년 겨울에.”


레버레인의 대답에 반-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래도 스승님의 길이 제대로 너의 길과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반-리엘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머금은 채 레버레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나름 사형으로써 한 마디 해주자면 어떤 상황에서도 다음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금술사라는 걸 기억해.”


반-리엘은 그 말을 끝으로 떠오르는 해가 만들어내는 햇빛에 몸이 서서히 흩날리듯 사라졌다.


“...결국 여름방학을 정말 방학처럼 보냈네.”


말 그대로 한 여름밤의 모험이 끝난 뒤로부터 줄곧 사이좋게 일렬로 입원해 있는 레버레인 일행 중 젤렌이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2학기였나요?”


“버, 벌써···”


젤렌의 말에 모범생인 아리아조차 살짝 당황한 어투로 이야기했고, 텐타메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래서 황금향의 잔은 어떻게 됐나요?’


가장 처음에 나타났던 방에 갖혀 있었던 리베리아가 물었다.


“있어야 할 곳에 돌아갔어.”


리베리아의 물음에 가장 오른쪽, 창가가 있는 침대에 누워있던 레버레인이 무심한듯 대답했다.


“그런가요?”


반-리엘에게서 황금향의 잔을 받아든 레버레인은 그것을 크레하에게 건네주었다.


[이제 유토피시우스님의 권능은 사라진 것 같긴 하지만 우선은 받아두도록 하겠습니다.]


크레하는 망신창이가 된 레버레인의 몸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 꽤나 사무적인 어조로 황금향의 잔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에아와의 계약 마법의 영향이 끝나지 않았던 레버레인의 눈에는 그녀의 곁에 머무는 의지들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 괜찮으신가요?”


레버레인이 크레하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리베리아에게 답하는 사이 병문안 겸 찾아온 유메르 메르데인이 언제나처럼의 화사한 미소로 레버레인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덕분에요.”


“아, 그러고 보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 드렸네요. 감사합니다 유메르 언니.”


유메르 메르데인은 자신을 보자마자 불편한 몸을 일으켜 인사하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그들은 다시 눕힌 뒤,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또 하나의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꽤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근데 여러분들이 이제 한 2주일 정도 누워 있었나요? 그 사이 젤렌, 텐타메리양? 보충수업반은 이미 기말고사까지 치뤘답니다?”


보충수업반, 기말고사. 유메르 메르데인이 두 단어를 꺼내자마자 급속도로 텐타메리와 젤렌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 물론 젤렌씨와 텐타메리양을 포함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마도관의 학생이 마탑에 몰래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 아시나요?”


유메르 메르데인의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레버레인 일행의 표정은 이미 앞선 젤렌, 텐타메리와 마찬가지로 급속도로 굳어갔다.


“물론 테메르를 필두로하는 멸망성회의 음모를 저지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지만 백색마탑 불법친입, 게이트 파손, 결과적으로 황금향의 잔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지나친 방들에 있었던 장치들 파손, 심지어 이미 레버레인, 젤렌, 아리아가 망가뜨렸던 노움을 대신한 강철의 기사까지 망가뜨렸네요?”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유메르는 품속에서 꺼낸 보고서를 낭독했다. 그리고 낭독이 끝난 후에 레버레인 일행의 표정을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멸망성회의 음모를 저지한 공이 크고 망신창이가 될 때까지의 싸움으로 나름의 성과와 반성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저희 학교의 역사에 관한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유메르 메르데인은 방긋 웃으며 나름의 반전을 연출했다. 하지만 사학도로서 이런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은 오히려 상품이었던 그녀는 아까보다 안색이 더 나빠진 세명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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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한여름밤의 모험 24.09.18 3 0 23쪽
27 여름방학-기적이란 이름의 희망 24.09.16 4 0 8쪽
26 여름방학-이어져 있는 것 24.09.15 4 0 6쪽
25 여름방학-격돌 24.09.13 6 0 9쪽
24 여름방학-힘과 지혜,용기를 만난 자 24.09.13 4 0 17쪽
23 여름방학-빛을 잃은 진실 24.09.12 5 0 12쪽
22 여름방학-시작이 반이다 24.09.11 5 0 8쪽
21 아르텔지아-결론 24.09.08 5 0 9쪽
20 아르텔지아-난항 24.09.08 6 0 15쪽
19 아르텔지아-출발선 24.09.06 6 0 10쪽
18 아르텔지아-이른 조우 24.09.04 7 0 9쪽
17 레이크풀-이야기의 결론 24.09.01 5 0 11쪽
16 레이크풀-달과 별과 여우가면을 쓴 아이 24.09.01 3 0 9쪽
15 레이크풀-달과별과사람 24.08.27 6 0 12쪽
14 레이크풀-첫만남 24.08.26 6 0 8쪽
13 레이크풀-도착 24.08.26 3 0 5쪽
12 레이크풀-시작의 예감 24.08.23 3 0 7쪽
11 체육-대장전 24.08.22 4 0 8쪽
10 체육-중견전 24.08.22 6 0 8쪽
9 체육-선봉전 24.08.21 5 0 8쪽
8 체육-육체의 대화? 24.08.21 4 0 4쪽
7 첫수업-의외의 결론 24.08.20 5 0 5쪽
6 첫수업-육아생활 24.08.19 5 0 6쪽
5 첫수업-이끌린 그대 24.08.18 4 0 5쪽
4 첫수업-시작 24.08.18 3 0 5쪽
3 오리진-3인조 24.08.18 4 0 12쪽
2 오리진-만남 24.08.18 8 0 6쪽
1 프롤로그 24.08.18 14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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