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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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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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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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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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격돌

DUMMY

담는 것은 소망, 이뤄지는 것은 이상일지니, 잔을 본 자여. 이치를 깨달아 있어야 할 곳에 환상을 가져다 놓아라.


레버레인은 황금향의 잔이 놓여져 있는 비석에 적힌 글씨를 천천히 읽었다.


“환상?”


“...황금향의 잔. 그것은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다는 소문과 정확히 반만 일맥상통하지.”


레버레인이 약간의 의구심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때, 그의 뒤쪽, 그가 걸어왔던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메르.”


“반-리엘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말이야. 모처럼 분장했는데 아쉽군.”


레버레인이 정답을 맞추자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모습을 드러낸 반-리엘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테메르, 원래대로 되돌린 채 걸어왔다.


“반만 맞는 소리라는 건 뭐지?”


“말 그대로야. 그건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지. 영원한 환상을 보여주니까. 그 환상에서 깨는 방법은 오로지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이루어질리 없는 망상이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 환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테메르가 점차 다가오자 레버레인은 우선 황금향의 잔을 손에 들고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럼 이런 쓸데없는 영사기를 이곳까지 찾아와서 가져가려는 거지?”


“...전설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히 그 이야기를 넘어선, 그와 연관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특히 그 잔처럼 인간의 욕망과 그 어리석음이 명백히 드러나 있는 건 그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지.”


테메르의 말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황금향의 잔이 아닌 황금향의 잔에 서려있는 마(魔)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리타 가문의 저택에서 회중시계를 훔친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답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멸망성회. 그런 잊혀진 자들의 의지를 모아서 대체 무얼 하려는 거지?”


“정화. 멸망. 신세계. 어느쪽으로 불러도 상관없지.”


“몇 백년의 세월을 기생충마냥 살아온 녀석이 겨우 그런 쓸데없는 걸 바라고 있었다니.”


레버레인은 크레하가 했던 400년 전의 관한 이야기에서 테메르의 이름또한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일부러 그를 도발했다.


“너같이 덧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숙명이지.”


하지만 테메르는 레버레인의 생각보다 더 돌아있었는지 오히려 환희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레버레인은 그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황금향의 잔을 품속에 넣어두었다.


“숙명이고 나발이고 너가 여기서 잔을 가져가는 일은 없을 거야.”


레버레인은 테메르를 노려보며 왼손을 펴고 그 위에 오른손으로 쥔 주먹을 올려 자세를 잡았다.


“전투 연금술사. 이것 참 오랜만이군. 400년 전에는 썩어빠질 만큼 넘쳐났던 녀석들이었는데.”


테메르는 감상에 젖은 말투로 이야기하며 오른손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검은 액체들이 마법진을 그려냈다.


“너는 과연 진짜 전투 연금술사인지 확인해볼까?”


테메르가 말함과 동시에 끈적이는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마법진에서 그와 비슷한 물질로 되어있는 검은 창들이 레버레인을 향해 날아왔다.


“조작, 연성.”


레버레인은 날아오는 검은 창에 맞춰 지면에서 벽을 세워올렸다. 하지만 검은 창들은 마치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레버레인의 벽을 뚫고 곧장 직진했다.


“...!”


레버레인은 반사적으로 검은 창을 피해 옆으로 굴렀다. 땅에 부딪힌 창은 마치 젤리처럼 또다시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뭉게졌다.


“암흑물질. 400년전 전투 연금술사를 상대하기 위해 우리의 위대한 신이 베풀어주신 은혜다. 간섭 불가능한 물질. 상대의 공격을 이용하는 너희 전투 연금술사에게는 천적이라고 할 수 있지.”


테메르는 천천히 레버레인과의 거리를 좁히며 또다시 오른 손을 튕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은 공들이 여러개 생기더니 레버레인을 향해 레이저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미친···!”


아까의 검은 창과는 다르게 그대로 바닥을 뚫어버리는 검은색의 레이저를 보며 레버레인은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겨우겨우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위대한 바람의 수호자여!”


레버레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기의 벽을 만들어보았지만 역시나 테메르의 암흑물질은 공기의 벽또한 뚫고 지나왔다. 레버레인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또 다시 앞으로 몸을 던져 겨우 테메르의 공격을 피했다.


“...허, 허···헉.”


“준비 훈련은 이정도로 끝난 것 같군.”


이미 온 몸은 땀에 젖었으며 흰색 로브 군데군데가 찢어져 있었으며 이미 흙먼지로 더럽혀진 레버레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처음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이제는 거진 2m정도까지 다가온 테메르는 지친기색하나 없는 말투로 말을 건넸다.


“근데 너무 지친 거 아닌가? 아, 그런 너를 위해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네가 두고온 네 친구들은 모두 무사하다.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너희에 뒤에 있었으니까 말이지.”


“...그것 참 황송하네.”


레버레인은 테메르의 기만에 이빨을 꽉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도 그의 자세는 여전히 처음과 같이 유지하고 있었다.


“참 대단한 스승이군. 설마 아직도 자세와 의지에 흐트러짐이 없다니.”


“빌어먹게 대단한 스승이었지.”


한계에 가까운 몸상태에 결국 입이 풀려버린 레버레인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것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쏟아냈다.


“전투 연금술사의 스승? 잠깐만··· 분명 최근에 어떤 기록을 읽었던 것도 같은데.”


테메르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레버레인이 만들어낸 공기의 창을 자연스럽게 피하며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아.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전, 그러니까 작년 겨울. 다 늙어빠진 연금술사를 죽였지. 이름이 분명 레메디아 메르바스였나? 인상착의는 늙을대로 늙은 할아범이라고 적은 주제에 우리쪽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겼기에 흥미를 가졌던 기억이 있군.”


테메르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하자 순간 레버레인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테메르는 그 약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곧바로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설마 레메디아 메르바스라는 늙은 연금술사가 네 스승이었나? 그러고 보니 느닷없이 수준급의 전투 연금술사가 아르텔지아의 와서 수석 입학생이 되다니, 갑자기 갈 곳이라도 없어지지 않는 이상 말도 안되는 이야기긴 하군.”


“그때 그 자식들이 멸망성회였냐?”


레버레인은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 주먹을 어떻게든 쥐며 테메르를 노려보았다.


“그건 우리의 실수였어. 설마 엘릭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습격했더니 가진 건 하나도 없었고 되려 우리쪽만 된통당했으니. 결국 끝장내긴 했지만 우리가 치우지 않아도 금방 죽을 쓰레기였는데 말이야.”


“...아까 내가 진짜 전투 연금술사인지 확인해보겠다고 했었지?”


테메르가 한 말이 사실일지도,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구태여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분명 명백한 도발이었지만, 레버레인은 알고 있었음에도 그의 도발에 순순히 응해주었다.


“그랬다만··· 아직도 숨긴게 있었나?”


테메르는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레버레인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살짝 긴장감을 느꼈다. 그는 아까까지 절대 무너지지 않았던 자세를 스스로 풀고 마치 노가드인 것 처럼 두 손을 내린 채 가만히 테메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보여줄게. 네가 그 쓰레기라고 말한 스승님에게서 배운 진정한 전투 연금술을 말이야.”


레버레인은 품 속에서 꺼낸 장갑을 양 손에 끼고는 손을 천천히 풀었다. 장갑을 끼자 장갑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레버레인의 주위로 검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가 위로 뜨며 검은색의 두 눈동자에서 검은색의 마(魔)가 일렁이고 있는 것을 테메르는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심지어 처음 그와 만났던 레이크풀에 나리타 가문의 저택에서와도 완전히 다른 그의 분위기에 테메르는 이제부터가 진짜 전투라는 것을 직감하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서로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정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레버레인은 폭발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 테메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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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여름방학-한여름밤의 모험 24.09.18 2 0 23쪽
27 여름방학-기적이란 이름의 희망 24.09.16 4 0 8쪽
26 여름방학-이어져 있는 것 24.09.15 4 0 6쪽
» 여름방학-격돌 24.09.13 6 0 9쪽
24 여름방학-힘과 지혜,용기를 만난 자 24.09.13 4 0 17쪽
23 여름방학-빛을 잃은 진실 24.09.12 5 0 12쪽
22 여름방학-시작이 반이다 24.09.11 5 0 8쪽
21 아르텔지아-결론 24.09.08 5 0 9쪽
20 아르텔지아-난항 24.09.08 6 0 15쪽
19 아르텔지아-출발선 24.09.06 6 0 10쪽
18 아르텔지아-이른 조우 24.09.04 7 0 9쪽
17 레이크풀-이야기의 결론 24.09.01 5 0 11쪽
16 레이크풀-달과 별과 여우가면을 쓴 아이 24.09.01 3 0 9쪽
15 레이크풀-달과별과사람 24.08.27 6 0 12쪽
14 레이크풀-첫만남 24.08.26 6 0 8쪽
13 레이크풀-도착 24.08.26 3 0 5쪽
12 레이크풀-시작의 예감 24.08.23 3 0 7쪽
11 체육-대장전 24.08.22 4 0 8쪽
10 체육-중견전 24.08.22 6 0 8쪽
9 체육-선봉전 24.08.21 5 0 8쪽
8 체육-육체의 대화? 24.08.21 4 0 4쪽
7 첫수업-의외의 결론 24.08.20 5 0 5쪽
6 첫수업-육아생활 24.08.19 5 0 6쪽
5 첫수업-이끌린 그대 24.08.18 4 0 5쪽
4 첫수업-시작 24.08.18 3 0 5쪽
3 오리진-3인조 24.08.18 4 0 12쪽
2 오리진-만남 24.08.18 8 0 6쪽
1 프롤로그 24.08.18 14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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