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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내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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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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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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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제일검 (4)

DUMMY

4) 화산제일검 (4)



설립된 지 한 달도 안 된 그란티아 왕국의 레오니데스 출판사.


이 출판사는 오직 하나의 작품을 찍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방면의 생활마법을 기용한 최신 인쇄기술을 도입해서 하루에 찍어낼 수 있는 책은 약 1만 부.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사도록 하지.”

“설명해봐라. 이 마법이 인쇄 시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는다면, 경을 칠 것이야.”

“호, 제법 이쪽 업계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지 않은가?”

“따라와라. 업계 최고의 연봉을 약속해주마.”



처음엔 미친 새낀 줄 알았다.

고작 15살짜리 어린애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출판 사업을 하겠다고 덤벼들었을 때는.


후에 꼬맹이의 출신을 알게 되었을 때, 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명문 귀족가의 스케일인가?’



바로 그 레오니데스 가문이다.

그랜드마스터를 배출한 가문.


적어도 팽 당할 일은 없겠다 싶어 레빈은 냉큼 라인을 갈아탔다.

이 선택을 금방 후회하게 되었지만.



‘생판 모르는 신인의 책을 인쇄하라고?’



저자 이름을 보니, 처음 보는 필명이 적혀 있었다.


뒷골목에서 5살 때부터 신문 배달을 하며 출판 업계에 몸을 담아 현재 편집장의 자리까지 오게 된 출판 업계의 고인물인 레빈도 처음 듣는 이름.



‘그럼 그렇지. 귀족의 장난인 거야.’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 유희생활을 즐기는 귀족은 많다.

어떤 귀족은 막대한 돈을 풀어서 검투대회를 열기도 하니까.


레빈도 운 나쁘게 귀족의 장난에 걸려든 것이라 생각했다.

영웅의 요람이라 불리는 그 레오니데스 가문이라고 해도, 망나니 하나 나오지 말란 법은 없을 테니까.


장녀인 에르니안에 비해 칼립스라는 이름은 수도에 그리 퍼져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하긴 했다만.’



현재 전 세계의 출판시장은 정체되어 있다.

대부분이 고전명작 위주로 작품이 팔리고 있고, 그 마저도 너무 난해하여 귀족이 아니면 읽을 엄두도 못 냈다.


평민들은 스스로의 일상을 감당하는 것도 버거워 했고.


아카데미의 지성들이 신작을 써내곤 있지만 고전문학을 이기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현재 출판시장은 이미 고전의 판권을 보유한 출판사 몇 개가 독식하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리고 업계 자체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낮아 다른 예술 업계와는 달리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돈을 벌수가 없는 구조!

글쟁이는 굶은 채 천천히 죽어나가기 딱 좋은 직업인 것이다.


아무리 수도의 백성들은 다른 지방에 비해 여유롭고,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글은 여전히 귀족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대중성이 없다는 건 예술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


그런데, 하루에 1만 부를 찍어내는 생산시설을 도입하겠다고 하다니.

레빈의 입장에선 칼립스의 머리가 홰까닥 돌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부족했다.



“서점, 잉데니움에서 재고 2,000권을 요청!”

“안 돼. 10권 만 줘.”

“그러면 남작가의 망나니가 직접 출판사에 쳐들어올 것입니다!”

“알빠야? 내 뒤에는 레오니데스 가문이 있다. 다음.”

“번역 외주에 관련한 일입니다. 아카데미의 라니아 교수님이 카이사르 제국 번역본 제작에 참여의사를 직접 밝히셨습니다!”

“뭐? 라니아 님은 못 참지. 진행시켜!”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온몸을 갈아 넣어 책을 인쇄하고 있었지만, 대중들은 책을 찔끔찔금 푼다고 욕하기 일쑤였다.



‘하. 여기서 어떻게 책을 더 찍어 내냐고.’



구조적인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것도 왕국 내에서는 최고의 규모다.

하루에 1만 부의 책을 찍어내는 데도 부족하다니.


이러한 흥행을 이끈, 화산제일검의 저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한쪽 구석에는 귀족가의 서신이 쌓여 있었는데 전부 뜯어보지도 않은 채였다.

내용이 다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보나마나 화산제일검 저자가 누구냐, 다음 권 언제 나오냐, 소장용으로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양장본 하나만 달라는 등등의 무리한 요구가 적혀있겠지.



“편집장님, 레오니데스 가에서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뭐? 또 칼립스님이 오시는 거야?”



레빈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 망할 귀족 꼬맹이는 사람을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 까지 쥐어 짜내는 재주가 있었다.


사업적인 수완은 인정하지만, 오직 효율만을 바라보며 사람을 부려먹다 보니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보라.

집으로 퇴근하지도 못하고 사무실 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돈이야 많이 받지만.



“요즘은 일과 삶의 밸런스가 무척이나 중요한 시대인데 말이야. 오시면 또 무슨 일을 시키실지 벌써부터 두렵구나.”

“아뇨, 칼립스님이 아니라. 에르니안 후작 영애께서 직접 오신다고 합니다.”

“뭐? 에르니안 아가씨께서?”



에르니안 데 반 레오니데스.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그랜드마스터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인이다.


레빈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칼립스에 비하면 낫다.

에르니안을 둘러싼 소문은 칭찬 일색이었으니까.


귀족임에도 민생을 고루고루 살피는 그녀의 심성은 수도에선 워낙 유명했다.



“그런데, 같이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데?”

“화산제일검의 저자가 아가씨와 같이 방문할 것이라고 합니다.”

“뭐? 화산제일검의 저자가 이곳에 오고 있다고?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투덜투덜 거리긴 했지만.

레빈을 돈방석 위에 앉힌 인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곱을 떼기도 전에 작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방향에 절을 올릴 정도!


레빈은 에르니안이 방문하는 것보다 화산제일검의 저자가 직접 온다는 것이 더 중대하다고 느껴졌다.


그 미친 소설은, 글 주제에 머릿속에 장면을 때려 박았으니까.


레빈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거의 넘어질 뻔 했다.

그만큼 급했다.

얼굴은 흥분과 긴장감으로 붉게 물들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사무실에 있는 모든 편집부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최고의 대접을 준비해야지! 전원 총동원이다! 한 놈이라도 꾸물거리기만 해봐라. 니들의 밥줄을 걷어 차 줄 테니까.”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빈은 숨을 고르며 급히 작가를 맞이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륙 13성이 될 것이라 거론되는 인물이다. 절대로 소홀히 대접해서는 안 돼!’



과연 그 미친 소설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레빈은 궁금해 미칠 거 같았다.



.

.

.



내 진짜 이름을 이세계에서 사용하기엔 이질적이다.

그래서 나는 이름을 새로 지을 필요가 있었다.


도서관의 사서가 되기 이전에, 말도 안 통하는 이세계에서 밑바닥 인생으로 처절하게 살아갈 때.


한 시인과 만난 적이 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지. 나는 세상에게 묻는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 낭인은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훌륭한 시인이었다.

그가 만든 노래는 썩 들어줄만 했다.


지구에서 온 문명인의 평가인 것이다.


내가 음악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대중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머니에게 아직 탯줄이 붙어 있는 아이처럼, 그는 자신을 향한 모든 불행으로부터 졸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었다.

그게 예술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정열을 울부짖는 시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의 이름을 이어 받아 내 이름으로 사용했다.



“누구십니까?”

“아브라함 반 헬싱.”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이 이름은.

내가 지구에서 워낙 좋아했었던 한 소설의 등장인물과 완벽히 일치했으니까.


문 앞에서 대기하던 앞잡이 같이 생긴 사용인 한명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콧수염이 떨린다.


그는 존경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러는데?’



나는 뭔가 싶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어차피 내 표정은 삿갓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거, 에리나가 챙겨주었을 때는 뭔가 했었는데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군.


문이 열리고.


나는 에르니안과 함께 한 출판사 건물에 들어갔다.


출판사 직원들이 일제히 나와서 에르니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엄청난 시선이 이곳에 몰리고 있었다.


나는 숭대한 대접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외출을 하면서 느끼긴 했다만.


에르니안이 가진 권위가 생각보다 강력했던 탓이다.

수도에서 만난 대부분의 귀족들은 에르니안의 앞에서 몸을 숙였었다.


보나마나 이들도 에르니안을 앞에 두었기 때문에 요란을 떠는 것이겠지.


이 후작 영애의 외모와 카리스마는 귀족이라는 신분과 삼박자를 맞춰 너무도 고고하고 고귀해서 감히 범접할 마음마저 사라지게 만드니까.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일어나서 에르니안을 맞이하는 동안 나는 할 게 없었다.

바닥에 깔린 타일의 문양을 전력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이 나를 두고 속닥거리는 소리라는 걸 알고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산제일검!”

“오오오. 저 눈빛 좀 봐.”

“상처 입은 야수 같은 깊은 눈!”

“과연, 대륙 13성에 어울리는 남자란 말인가.”


‘뭐야? 이 사람들 왜 이래?’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을 쳐다보았다.


에르니안의 도도한 옆얼굴이 보였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는 나랑 달리 여유로웠다.

그녀는 편집장과 대화를 하면서도 내 시선을 느낀 듯 했다.


눈빛으로 따졌다.



‘얘네들 왜 이러는 겁니까?’

‘그대가 한 업보이니라. 글을 그렇게 잘 써놓았기 때문 아니겠느냐?’



자세히 보니.

에르니안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 같다.


내가 에르니안의 반응을 살피느라 아무 말도 없자.

그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직원들은 내가 꽤나 과묵한 성격이라고 추측했는지 저들끼리 속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이라는 세계관을 창작한 인물답게 진중하고 과묵하군.”

“전음이라고 했나? 고위 귀족 가문의 비전오의라고 하던데. 전음의 사용법을 소설책에 그대로 공개하더니 아마 그걸 사용하고 있나 보군.”

“허허, 세상에 이런 인물이 있다니. 과연 대륙 13성!”



나는 긴장하면 할수록 얼굴이 딱딱해지고 무덤덤해지는 버릇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방구석에서 글이나 쓰는, 사회성 부족한 소시민이니까.

관심에 약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버릇이 의외의 결과를 얻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외모는 동양인 특징인 동안으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데다 선이 가늘고 팔다리가 여려서 자칫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얼굴이 딱딱해지고 긴장감에 몸이 굳을수록 이세계 사람들은 나를 섣불리 판단하고 시답잖은 수작을 걸곤 했었으니까.


나는 저들이 떠드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준비된 방으로 에르니안과 같이 들어갔다.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이미 준비된 차와 다과가 있었다.


이세계의 디저트는 대부분 맛이 없어서 나는 먹지 않았다.


편집장, 레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말했다.



“선생님의 작품을 읽고 저희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찌 단순히 지나가는 문장 속에도 상승 무학의 이치를 담을 수 있었던 것입니까? 화산제일검은 현재 기사들의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실로 작가님을 뵙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늘 실제로 마주하니 풍채가 가히 명불허전이로군요. 안목이 늘었습니다.”


놀라운 건,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았다는 거다.


“파격적인 형식의 문장을 과감히 채용하는 천재성이란! 기존의 형식을 비꼬며 리얼리즘에 대한 일침을 가하며 천재적인 문학성을 과시하는데 성공하였지요. 심지어 중원이라는 세상을 창조해낸 창의력은 그야말로 시대의 등불이라 할 수 있으니, 그란티아 왕국의 문학은 작가님이 계시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사문난적이라며 이런 문장 형식을 인정하지 않는 순문학자들도 더러 존재하지만, 저는 이러한 시도를 좋게 보고 있는 편입니다.

예술을 해석하는데 다양한 시점이 생기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편집장은 흥분해서 혼자 떠들고 있었다.

귓구멍에서 피가 날 거 같았다.


나는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웹소설을 책으로 써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편집장이 열정을 드러내며 나를 칭찬하든 말든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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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파괴의 지팡이 (7) 24.08.25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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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산제일검 (6) 24.08.22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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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제일검 (4) 24.08.21 40 0 13쪽
4 화산제일검 (3) 24.08.20 4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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