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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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내꼬양
작품등록일 :
2024.08.20 02:14
최근연재일 :
2024.08.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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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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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지팡이 (1)

DUMMY

7) 파괴의 지팡이 (1)



빛바랜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은 희미하게 책 위로 내려앉아 있었다.


에르니안은 왕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이 도서관에서 이루어진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나는 지난날에 달밤의 체조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고?’



귀족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홍익인간이세요?

대단하다는 건 부정 못하겠다.


그야 말로 에르니안이나 화산제일검의 주인공 청운이나 할 법한 소리 아닌가.


이 정의로운 귀족 아가씨가 권력 타락하는 모습은 정말 상상도 되지 않는다.


분명 그녀가 왕이 된다면 백성들을 위해 애쓰는 성군이 되겠지.



“아가씨.”



에르니안의 집중을 깨뜨리는 것은 죄악을 짓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만큼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옆모습이 고결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귀족가의 여식들과 다르게 소탈했고, 과한 소비를 하지 않았으며 필요한 것 이외의 것은 요구하지 않았다.


에르니안이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가 공부하는 방에는 불이 꺼진 벽난로, 등잔, 방향성 식물들이 있었고, 고급스러운 실크 벨벳을 소재로 한 쇼파 하나가 소박하게 놓여있을 뿐이다.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진짜 소중히 하는 책만큼은 책장에 가득 쌓여 있었다.


역사서, 철학서, 정치서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고서들 비롯해서, 내 사인이 들어간 무협소설까지.


지구의 18살들이 SNS에 집착하며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인가?”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현재 저택에 칼립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땅을 알아보기 위해 출장을 나간 상태였다.


수도의 땅값은 비싸다.


나 같은 거렁뱅이에게 허름한 집을 빌려줄 정도로 복지정책이 잘 마련이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집을 구하려면 도서관 사서 일을 해서는 50년은 걸릴 것이다.


그렇기에 칼립스는 직접 수도 외곽의 땅을 찾아다니며, 인쇄소를 차릴만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땅값이 높게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수도에서 책을 찍어내는 것은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생산성이 좋지 않았으니까.



“흠.”



나는 기대가 되는 눈빛으로 에르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주군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녀는 왕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당면한 문제에서 이 귀족 아가씨는 대체 얼마나 지혜로운 계책을 꺼내놓을 것인가!


두근두근.


에르니안은 그 순간 책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고전 조각상처럼 완벽했다.


어떤 왕국의 공주라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외모.


그녀가 호쾌하게 말했다.



“출정이다, 화산제일검. 나의 기사가 활약할 순간이 오고야 말았군.”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네? 제가요?”



저는 칼쓸 줄도 모르는데요.

내 표정은 그리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눈빛은 간절하고 눈망울은 또랑또랑했을 테지.


에르니안은 그걸 보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개 짓은 너무도 우아했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잔인했다.



‘집에 가고 싶군.’



.

.

.




에르니안은 지금 중요한 시기라서 방해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고3 수험생이야 뭐야.


그래서 우리는 단 2명이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나왔다.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녀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이제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했다.


컨셉은 용병이다.


용병처럼 보이기 위해 먼지를 뒤집어쓴 옷과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유지하면서, 나는 대충 그럴듯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지금은 조사를 위해 한낱 용병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나는 나무잔에 담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맥주의 쓴맛이 입안을 휘감았지만, 용병답게 태연한 척하며 턱을 쓱 닦아냈다.


내 앞엔 에리나가 앉아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집사는 늘 그렇듯이 싱글벙글이었다.



'이 사람은 떨리지도 않나?'



저 평화롭게 미소 짓는 모습이 마치 모든 상황을 장난처럼 여기는 듯했다.



“대륙 13성, 화산제일검과 이렇게 외출을 나오다니 가문의 영광이네요.”

“······놀리지 마십시오.”

“헤헷. 진짜 영광인데요? 저택에 있는 모든 사용인은 작가님의 팬이라고요. 지나다니는 메이드 아무나 붙잡고 으쓱한 곳으로 사라져도 다들 로맨틱하다며 기쁘게 받아들일 걸요?”



이 사람······.

이런 성격이었나?


저택 밖으로 풀려나온 에리나는 그동안 보아왔던 이미지와 다른 사람 같았다.


저택에서 정장을 입고 집무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야 말로 엘리트 같았었는데.


사적인 자리에선 요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여왕벌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저거 즐기고 있군. 자기가 예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특히.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것은 에리나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옷을 입었음에도 그녀의 몸매는 감출 수 없었고,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용병 복장은 그녀의 굴곡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 정도였나?’



명문 귀족가의 집사가 힘을 숨김!

힘숨찐의 정석이다.


에리나가 웃거나, 숨을 쉴 때 마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그것은 타이즈하게 달라붙는 용병복장 때문에 옷을 팽팽하게 당겼다.

몸이 가진 곡선이 더욱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나는 시선처리를 하기 위해 애쓰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 들었나?”

“아카데미에서 화산제일검을 기사 수업할 때 교보재로 사용하기로 정한 거 말인가?”

“젠장, 그놈의 또산제일검! 그 형님은 더욱 출세해야해.”

“화산제일검은 무조건 읽어야지.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암, 그렇고말고. 전에 산적을 만났을 때 그 형님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얼굴에 난 상처가 뇌까지 파고들었었겠지!”

“하하하! 자네는 매일 아침 화산제일검이 있는 방향에 절을 해야겠군.”


“푸훗.”



눈길을 슬쩍 옆으로 돌리자, 에리나는 못 참겠다는 듯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며 웃고 있었다.


내 표정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이세계 사람들은 나를 상습적으로 숭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의 과도한 반응은 항상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소설을 썼을 뿐인데, 이 세계에서는 마치 내가 실제로 그 소설의 주인공인 '화산제일검'이라도 되는 듯이 나를 추앙했다.


그들의 숭배는 단순한 칭찬이나 존경을 넘어섰다.


-문득, 새삼. 화산제일검의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지네.


이런 말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수도에 워낙 넘쳐났다.



'그건 픽션이라고 이세계인들아.'



내 속마음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그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테지.


이세계 녀석들은 무공을 내가 직접 전장에서 싸운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가 대륙 13성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소림이니, 무당이니 천마니 하는 것들을 창작할 정도라면, 작가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란 말인가!

이런 느낌 말이다.



'집에 가고 싶구나.'



그 때.

중요한 정보가 귀에 포착되었다.



“그거 들었나?”

“아, 화산제일검을 다른 지역에 가져다 팔면 부자가 된다는 그거?”

“쉿.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인데, 지금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방에서는 화산제일검을 구하기가 금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네.”

“그거 아들놈들이 하도 사달라고 해서 우리 집에 제법 있는데 가져다 팔면 나도 백만장자가 되려나?”

“근데 그것 때문에 산적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가 있어. 소소한 이득을 챙기려는 행상인들에게서 책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지.”

“나참. 살다 살다 산적 새끼들이 책을 노략질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도 참 어이가 없군.”

“그거 덕분에 우리 같은 이들이 밥 빌어먹고 사는 것 아니겠나, 한잔 하세.”



에리나와 내가 저택 밖으로 나온 이유는 1차적으로는 산적 토벌.


왕위 계승전이 시작된 지금, 공적을 쌓는 일이 곧 왕이 될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왕위 계승전은 공적치를 쌓아야 왕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니까.’



다른 세력이 이번에 나를 견제한 이유이기도 하다.


화산제일검의 흥행 돌풍을 막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공적이 되어 에르니안에게 되돌아올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겠지.


내 작품이 만들어낸 영향력은 이세계에서 점점 커져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에르니안의 입지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법을 움직이고 산적이 득세하게 할 정도의 세력...'



현재 그들은 수도에서 불고 있는 화산제일검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산적을 동원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산적을 토벌하는 것쯤이야 수치로 따지면 별 거 아닌 공적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산적들이 작은 상단, 큰 상단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거다.


그란티아 왕국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게이트가 등장하지 않는 안전한 왕국이었다.


그 덕분에 상단의 행렬은 원래 최소한의 무장만 갖추고 다녔고, 큰 경계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적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렇게 선술집에 용병들이 꽉 들어차게 된 것.


상인들이 사재기를 할 절호의 찬스를 날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산적들이 기승을 부리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화산제일검의 가치는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있는 상인들의 분위기는 죄다 전투적이었다.



‘그렇다는 건, 사실 집사님이 엄청난 실력자라는 건가?’



내가 허접이라는 걸 에르니안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으니.


하지만.

에리나는 아무리 봐도 그냥 예쁜 여자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님.”

“네?”

“우리 저 행렬에 합류해 보죠.”



믿는 구석이 있겠지?

나는 불안하지만,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

.

.



세계에는 금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게이트에서 등장한 몬스터들이 자체적인 생태계를 형성한 곳이다.


대부분 지킬 가치가 없어 버려진 땅이 금지가 되곤 했다.

사막, 정글, 화산, 영구동토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바다는 가장 위험한 곳으로 손꼽혔다.


그 누구도 토벌하지 못해 기괴한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공포의 공간이 바로 바다였으니까.


레슬릭은 ‘특별한 가호’를 별에게서 받았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적이 되었다.


그란티아 왕국에는 게이트가 등장하지 않았고, 덕분에 항로가 있어서 해적질을 할 만 했으니까.


그러면서 보물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파괴의 지팡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보물을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때!


해적왕, 레슬릭 블랙쏜은 갑작스럽게 산적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제길, 죽다 살아났군. 보물은 빼앗기지 않아서 다행인가.”



그들이 제압되는 건 불과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이게 과연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무위란 말인가!


정체불명의 실력자에게 꽁무니를 내린 해적들은 얌전히 항복했으나 상대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나보고 산적질이나 하라고?”



주먹은 그 무엇보다 가깝다.


살기 위해 승낙하고 봤지만.

산적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 좋은 걸 왜 이제까지 몰랐지?

오히려 맞춤옷을 입은 듯이 적성에 맞았다.



“이 화산제일검이라는 것이 그렇게나 비싸다는 말이지.”



이 책은 그냥 갖다 팔아도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길 수 있었으나 블랙쏜 해적단을 산적으로 만든 정체불명의 세력은 화산제일검을 싯가보다 비싸게 매입해주기로 했다.



‘대체 이 책이 도대체 뭐기에?’



글자를 멸시하고 사는 해적이 호기심을 가질 정도!


썩어가는 부패한 내장을 만지는 것처럼 질색을 하며 책장을 기어코 넘겼다.


그런데 글이 술술 읽혔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존나게 재밌다!


밤을 새면서까지 책을 읽어 본 레슬릭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책에는.

낭만이 있었다.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낭만이 이 책과 산에 있었다.



‘나를 산적으로 만들어준 신에게 압도적인 감사를.’



레슬릭이 단상 앞에 섰다.


그의 앞에는 산적생활을 하며 더욱 세를 불린 부하들이 도열해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빼곡하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녹색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


레슬릭이 외쳤다.



“지금부터 우리 해적단은 블랙쏜이라는 이름을 버린다. 우리는 녹림이다!”


“우효!!!”

“총채주, 레슬릭 만세!”

“녹림 72채 만세!!!!”

“아직 72채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만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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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산논검 (1) 24.08.26 7 0 14쪽
15 파괴의 지팡이 (8) 24.08.26 9 0 15쪽
14 파괴의 지팡이 (7) 24.08.25 22 0 10쪽
13 파괴의 지팡이 (6) 24.08.25 21 0 11쪽
12 파괴의 지팡이 (5) 24.08.24 23 0 14쪽
11 파괴의 지팡이 (4) 24.08.24 21 0 11쪽
10 파괴의 지팡이 (3) 24.08.23 27 0 12쪽
9 파괴의 지팡이 (2) 24.08.23 30 0 15쪽
» 파괴의 지팡이 (1) 24.08.22 33 0 13쪽
7 화산제일검 (6) 24.08.22 34 0 10쪽
6 화산제일검 (5) 24.08.21 36 1 14쪽
5 화산제일검 (4) 24.08.21 39 0 13쪽
4 화산제일검 (3) 24.08.20 46 0 10쪽
3 화산제일검 (2) 24.08.20 44 1 11쪽
2 화산제일검 (1) 24.08.20 56 1 10쪽
1 프롤로그 24.08.20 54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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