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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내꼬양
작품등록일 :
2024.08.20 02:14
최근연재일 :
2024.08.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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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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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지팡이 (6)

DUMMY

12) 파괴의 지팡이 (6)




예쁜 여자를 데리러 갔다는 부채주가 여전히 찾아오지 않자, 녹림의 총채주 레슬릭은 직접 부채주를 찾아 나섰다.



‘그 싸움만 잘하는 부채주가 그럴 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혹여나 그 여자를 먼저 데려가 이상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하가 먼저 선수를 치면 어쩌나?

만약 그렇다면 경을 쳐야겠지!


이윽고 연무장 한가운데에서 부채주를 드디어 찾았다.


어이가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잊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뭐하냐?”

“······”



대답은 없다.


그 말 잘 듣던 부채주가 맞나?

가슴이 옹졸해진다.


어깨를 쳐도, 소리쳐도, 그 어떤 반응도 없는 부채주를 보며 레슬릭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 새끼가. 머리 나쁜놈 굶어 죽어가는 거 살려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는데 이젠 나를 무시해?”



레슬릭은 감정을 씹어 삼키듯 소리쳤다.


그는 부채주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어 보았지만, 그 어떤 반응도 얻을 수 없었다.


부채주의 눈꺼풀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차가운 돌덩이를 마주한 것 같았다.


마치, 세상과의 연결을 잃어버린 존재처럼.



'내가 이 녀석을 죽여야 하는 건가, 아니면 이대로 두어야 하는 건가?'



레슬릭은 속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를 구해주고, 먹이고 재워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을 눈앞에 두고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다니!

그가 느끼는 불안감은 곧 분노로 변했고, 그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



'싸움만 잘하는 저능아 놈이!'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려고 하는 때에.



콰아아아앙!!!!



갑작스러운 굉음이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마치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레슬릭의 귀를 찢어놓았다.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뇌옥에 수상한 사람이 침입했습니다!”

“인질을 구출하려는 거 같습니다.”


“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수도에서 기사단이라도 온 거야? 대체 몇 명이나 몰려왔기에?”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침입자는 단 한 명입니다!”



고작 한 명이서 녹림에 쳐들어오다니?


그는 부채주를 뒤로 하고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대체 얼마나 강한 사람이 쳐들어왔기에 이런 폭발을 일으킨다는 말인가!


단순한 진동만으로도 공기가 떨리며 요동치는 게 전부 느껴질 정도였다.



‘대체 누가 쳐들어온 거야! 일이 잘 풀리더라니, 이딴 악재가 겹치고 말이야. 안 그래도 한 발 빼지 못해서 기분 좆 같은데.’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노략질한 화산제일검만 해도 몇 십만 권은 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런 성과를 거두고 기분 좋게 여자를 취하려고 했는데 부채주는 이런 꼴이고, 뇌옥은 박살났다니?


그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분노가 더욱 불타올랐다.



“뭣들하고 있어? 빨랑 빨랑 안뛰어가?”



무명진경을 수련하고 있는 부채주를 무시한 채, 녹림의 총채주 레슬릭이 소리가 난 곳을 향해 서둘렀다.


그의 발검음은 점점 더 무겁고도 빠르게, 그를 끌어 당겼다.


「별」의 가호를 받는 레슬릭의 모습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산적 소굴의 뇌옥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철제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감옥의 거친 돌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상인들과 용병들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굳어버린 육신은 서서히 움직임을 되찾았다.


그들이 A급 이하의 존재였기에, 저주의 굴레가 비교적 느슨했을 뿐.


만일 그들이 별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았더라면, 레비아탄의 저주는 그들의 영혼까지 단단히 옭아맸을 것이다.


상인들은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얼굴이 창백해져있었고, 용병들은 철창 근처에 서서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이미 패배의 그림자에 짓눌려 있었다.


전설적인 몬스터, 레비아탄의 실체를 확인한 건 그들도 처음이었으니까.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신룡왕국 그란티아에서 이름을 가진 몬스터가 출연하다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이미 ‘정적의 포효’가 그들의 육신을 삼켰다.


몸은 움직일 수 없는데도 의식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던 경험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포였다.


한 상인이 흙투성이가 된 옷자락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 상태로 굳은 것이다.

아무리 손가락에 힘을 줘봐도 움직이지 않는다.


손에 영구적인 장애가 생겼다.

다들 그랬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 완전히 정지했다.


심장이 멈춰버린 사람에 비하면 나았지만, 이제 그는 옷자락을 움켜쥔 채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리라.



“대체 용병들은 뭘 한 거야? 이게 말이 되나? 아무것도 못하고 산적들에게 제압당한 꼴이라니! 수도의 용병들이 이렇게나 허접할 줄이야.”

“이 망할 돈쟁이가 지금 뭐라는 거야?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나?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그 괴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야. 알잖아, 녀석은 보이지도 않는데 들리지도 않는 스킬을 사용했어.”

“어쩌라고! 너희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를 지켰어야지! 그게 너희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이유잖아!”

“씨발! 우리가 상대한 건 단순한 짐승이나 몬스터가 아니라 전설 속에서나 나올 만 한 괴물이었다고. 레비아탄이 어떤 몬스터인지 모르는 거냐?”



용병 하나가 주먹을 쥐며 대꾸했다.

그는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만약 이번 일에 레비아탄이 나온다는 언급이 있었더라면, 그는 절대 이 일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몬스터에게 이름이 붙여진다면, 그것은 곧 재앙의 다른 이름이었다.


A급 용병들이 떼로 덤벼들거나 S급 이상의 존재가 아닌 이상, 도망치는 것이 유일한 계책이었다.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않고 일을 맡긴 너희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한 번만 더 떠들면 네 목을 부러트려주마!”

“네가? 너 정도는 돈이나 만지는 나도 이길 수 있겠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상인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는 누구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투닥투닥.


서로 다투면서 떠들다가도, 모두가 영구적인 장애를 하나씩 가진데다가 기운이 없고 피곤해했기 때문에 금세 소란은 소그라들었다.


각자 기운 없이 절망에 빠진 채로 장애가 생긴 자신의 신체를 어루만지고 있는 때에.


상인들 중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협객이 나타나 우리를 구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협객? 그런 게 있다면야. 그래, 있다면야······.”



그의 말에 다른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제일검은 단시간에 수도를 집어삼킨 문학이었다.


그 안에는 협이라는 처음 보는 생소한 가치가 등장했는데, 남자들의 가슴을 불태우는 신묘한 힘이 있었다.


수도에서 화산제일검을 읽지 않은 남자는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상인들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상행을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이 재미있는 소설을 나만 읽을 수는 없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먼저라고 해도.

그들은 화산제일검의 팬이었다.


소설은 재미없다.


글이 아니라 퀴즈나 시험문제는 아닌가 싶을 정도.


가독성은 박살이 나서 읽기 싫고, 기사가 검을 휘두른다는 묘사 하나에도 온갖 허례허식이 등장하며 3,000자는 가뿐히 넘는다.


글은 귀족들의 전유물인 이 세상에서, 이토록 재미있는 문학도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내가 맛있게 먹었던 맛집을 지인에게 추천하는 것과 같은 심리!


마치 전설 속 영웅처럼, 하늘을 가르며 나타난 협객이 손에 든 번쩍이는 검을 휘두르며 철창을 단번에 베어버리고, 감옥을 허물어뜨리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눈빛은 냉철하지만 따듯한 정의감으로 빛나고, 그 누구보다 고강한 무공을 지닌 채 산적들을 두 발아래 꿇리고 벌벌 떨게 하는 협객!



“하지만, 그런 건 소설 속 인물이잖아.”

“이건 현실이야. 소설과는 달라.”

“그런 협객이 우리를 구해줄리 없지.”

“이대로 노예가 되어 팔려나가게 되는 건가.”

“토끼 같은 아내와 여우같은 자식들이 보고 싶구나.”



앞이 안 보이는 상인의 눈가에는 서서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의 귓가에는 여전히 레비아탄의 포효가 맴도는 듯 했다.


산적들에게 사로잡혀 버리다니.

영혼마저 불태워버리는 지옥의 구렁 속에 떨어진 사람처럼, 그들은 하염없이 떨었다.


공포가 가슴 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콰앙!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무언가가 요란하게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뇌옥을 둘러싼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인들과 용병들은 이변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뭔가 오고 있어!”

“레비아탄이 배가 고파져서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구나!”

“젠장, 한스는 다리가 안 움직이잖아. 어서 챙겨!”

“도망갈 곳이 어디에 있다고! 산적 소굴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윽고.

상인들과 용병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조금 전에 들렸던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거대한 소리와 충격!


외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더니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너머로 삿갓을 쓴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뇌옥에 갇힌 모든 이들에게 생명줄을 내려준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수도 근처에서 이 정도의 무력을 내뿜을만 한 존재는 하나 밖에 없다.


그랜드 마스터, 레오니데스 후작은 작은 왕국이 품을 수 없는 세계의 영웅.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명인 그는 온 세상에 출연하는 게이트를 막느라 분주하니까.



“······협객?”

“화산제일검?”



인질들이.

믿기지 않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이는,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무학의 서막을 글로 풀어낸 남자였다.


세상에 무(武)라는 개념을 전파한 떠오르는 신예.


대륙 13성.

화산제일검의 저자, 아브라함 반 헬싱이 마치 전설에서 걸어 나온 듯 우뚝 서 있었다.




“아고고.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네. 괜찮으십니까? 구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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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산논검 (1) 24.08.26 7 0 14쪽
15 파괴의 지팡이 (8) 24.08.26 9 0 15쪽
14 파괴의 지팡이 (7) 24.08.25 22 0 10쪽
» 파괴의 지팡이 (6) 24.08.25 21 0 11쪽
12 파괴의 지팡이 (5) 24.08.24 23 0 14쪽
11 파괴의 지팡이 (4) 24.08.24 21 0 11쪽
10 파괴의 지팡이 (3) 24.08.23 27 0 12쪽
9 파괴의 지팡이 (2) 24.08.23 30 0 15쪽
8 파괴의 지팡이 (1) 24.08.22 32 0 13쪽
7 화산제일검 (6) 24.08.22 34 0 10쪽
6 화산제일검 (5) 24.08.21 36 1 14쪽
5 화산제일검 (4) 24.08.21 39 0 13쪽
4 화산제일검 (3) 24.08.20 46 0 10쪽
3 화산제일검 (2) 24.08.20 44 1 11쪽
2 화산제일검 (1) 24.08.20 56 1 10쪽
1 프롤로그 24.08.20 54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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