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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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내꼬양
작품등록일 :
2024.08.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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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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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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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제일검 (6)

DUMMY

6) 화산제일검 (6)



그 때도 지금처럼 노을이 붉게 물들었었다.


나는 그에게서 여러 국가의 다양한 언어를 익히곤 했다.

내 글씨체가 보기 좋았던 것은 그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말했었다.

웃음을 터트렸나? 그것까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콧수염을 잡아 당겼던 거 같기도 하고.

코딱지를 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대가 이계에서 왔다고?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역시 그렇지요? 믿기 어려운 말이지요?”

“바보야. 나는 아무것도 믿질 않는다. 만일 내가 인간을 믿는다면 그 땐 신도 믿을 거고 악마도 믿을 것이니! 혼란은 믿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계에서 온 예술가여. 아무도 믿지 말거라.”



그는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하늘 아래 유일하게 그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기에 오직 아브라함이란 놈 하나만을 믿을 수 있다 하였다.


그러면서 이런 조언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지금 머리가 홰까닥 돌았거든! 어디 가서 이계에서 왔다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인간은 짐승이니까.”



시인과 항상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나는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던 나를 구해준 그를 마음 속 깊이 스승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의 조언을 헛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왕족과 엮이게 된다면 최대한 그 줄을 붙잡아라. 왕은 게이트 너머의 세계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게이트.

이쪽 세상에 몬스터가 등장하는 원인.

웹소설로 따지면, 헌터 세계관에 꼭 있는 바로 그 클리셰말이다.


놀랍게도 이세계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 때문에 골치를 겪고 있었다.


내가 이곳 그란티아 왕국에 정착한 이유도, 이 왕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갑작스럽게 게이트가 등장하지 않아서다.


그저 국경 밖에서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만 가끔 조심해주면 되었기 때문에 훨씬 살기 좋은 나라였다.


나는 시인의 조언을 되새기면서 에르니안에게 지구에서 왔다는 둥의 시시콜콜한 사정까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했던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밑바닥 평민인 내가 어떻게 왕족과 인맥을 틀지 정말 막막하고 답답했는데 이런 식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니.


이세계를 싫어하는 내가 할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화산제일검이 되겠습니다.”

“호라?”

“저는 제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아가씨가 왕이 되신다면,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대의 외모에 특색이 있기는 하지.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 넓은 바다 건너에 있는 섬나라에 그대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력으로 지원해줄 것임을 약속하마.”


‘섬나라라고 하니까 일본이 생각나는군. 대충 착각해줄 만 한 변명거리가 이쪽 세상에도 있었구나.’



앞으로 누가 물어보면 거기서 왔다고 해야겠다.


에르니안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고 별이 뜨고 있었다.


나는 별빛과 달빛에 의지하여 에르니안의 입을 구분해낼 수 있었고, 그녀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좋구나.”

“네?”

“좋다고 말했다. 내심 그대가 곁에 머물길 본녀는 바래고 바래왔단 말이다. 그대가 창작한 소설의 가장 열렬한 팬이 본녀인 것을 어찌하겠느냐? 마음이 그리하라고 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별들이 반짝이고, 바람이 한숨을 내쉬며 우리 둘을 핥았다.

에르니안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별이 속삭이고 있구나.”

“별이요?”



뭔가 싶었다.

마치 시인이 생각나는 말투.



‘예술병이 도진 것인가?’



내가 아는 이 귀족 아가씨는 예술가보다는 기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대는 아무런 가호도 없었지.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겠구나.”

“······솔직히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별과 이어진다. 그것은 본녀도 마찬가지고 이 풀잎도 마찬가지지.”



에르니안이 부채를 휘둘렀다.


미풍이 불었다.

나무에서 떨어지던 나뭇잎이 바람을 타고 나풀나풀 날아다녔다.


어두운 와중에도 그것이 내 눈에 훤히 보였던 이유는, 별빛이 나뭇잎에 머물며 일렁거렸기 때문이다.

몽환적이었다.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별은 세계의 위에 군림하면서 모든 것을 지켜보지. 우리들은 별에게 종속되어서 각자의 인생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단순히 태어나기만 해도 별을 따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대는 그렇지 않도다.”



뜨끔했다.

그야 난 이계에서 온 지구인이었으니까.

‘가호’ 같은 게 있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웹소설로 따지면 ‘성좌’같은 느낌인 걸까.’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에르니안이 이어서 말했다.



“사람들은 어떤 가호를 얻었는지, 얼마나 많은 가호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정할 정도이지. 본녀는 이것을 좋게 보진 않는다. 그래서 그대라는 남자를 더욱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일지도.”


‘노력충이라는 소리군.’



어떤 매체에서든 혈통이나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 노력을 하는 인물이 끝내 보상을 받는 스토리는 잘 팔린다.


송충이 눈썹을 한 체술의 달인이 세계관 정점급의 적으로부터 최강이라는 걸 인정받으며 전투했던 만화는 레전드를 찍었었지.


에르니안의 취향 하나 확보 완료.



‘나중에 화산제일검에 노력충 하나 조연으로 넣어야겠군.’



주인공인 청운은 노력충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보정을 많이 받는 편이니까 말이다.



“그보다 그대의 소설에 있는 무학들은 그대의 고향에서 온 것이겠지?”

“네, 뭐. 그러합니다.”

“본녀는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만 조금 도움을 줄 수 없는가? 어떻게 잘만 해내면 매화검법을 펼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도통 모르겠구나.”



······이세계인들은 그딴 무협소설에 왜 이렇게 과몰입을 하는 건지.

그렇게 말해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클리셰 뿐이다.


1초식, 매화노방부터.

24초식, 매화만리향까지.


내가 독자였을 때부터 퍼먹었던 화산파에 대한 것을 최대한 에르니안에게 알려주었다.


물론 연재분까지의 내용에 한해서만 말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자하신공’ 같은 건 굳이 말을 꺼내봤자겠지.


작가가 스포를 하는 것은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그건 절대 용서받지 못 할 죄악이니까.



“그대도 같이 수련을 하도록 하지.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썩히는 것은 아깝지 아니한가?”



괜히 말했나.

나는 에르니안과 달밤의 체조를 시작했다.


저 수도의 귀족과 평민들이 화산제일검을 읽으며 매화검법을 울부짖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내가 하고 앉아 있을 줄이야.

내가 옆에서 매화검법이라며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으면 에르니안은 몸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며 끊임없이 훈수를 뒀다.



‘집에 가고 싶다.’



.

.

.




“작가님, 큰 일 났습니다!”



저택의 문이 벌컥 열렸다.

레빈이었다.

그는 회중시계를 들고튀는 토끼처럼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가 아무리 급해도 명문 귀족가에는 절차라는 게 있다.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 말고 응접실로 가 저택에 온 그를 맞이했다.

금발의 집사, 에리나도 함께였다.


속으로 작게 되뇌었다.


나는 화산제일검이다, 나는 컨셉충이다······.

자연스럽게 저음의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가?”

“화산제일검의 판로가 막혔습니다. 왕성의 늙은이들이 직접 개입했어요.”



이 나라에는 현재 국왕이 없다.

나라의 중요한 결정은 원로회의 높으신 분들이 표결을 해서 결정하고, 그 기간은 왕위계승전을 통해 왕이 선출될 때 까지다.


왕이 왜 자리에 없냐면, 천 년 전 그란티아 왕국을 세웠던 건국왕이 바로 얼마 전까지 직접통치를 했었는데 너무도 위대하고 위대해서 하늘로 승천해 별이 되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세계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이게 소설이었다면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었겠지.



“소설을 다른 지방에 판매하지 말라는 듯이 말도 안 되는 관세가 붙었어요. 화산제일검의 흥행열풍은 현재 수도에선 불꽃과도 같지만 아직 다른 지방에선 불씨, 혹은 소문에 불과합니다. 이를 터트리려면 지금 노를 저어야하는데 개같은 늙······, 아. 으흠흠. 아무튼 멋진 양반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고 있어요.”



화산제일검은 현재 3권까지 나온 상태.

나는 5권을 쓰고 있었고, 4권은 한참 인쇄화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약 50만.

칼립스는 생산시설의 확충을 위해 소설로 얻은 이윤을 재투자했고 레빈의 말대로 한참 노를 저을 때였다.


당연히 재고를 잔뜩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왕성의 정신 나간 법률과 합작을 이뤄 악성재고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레빈의 설명이다.


나는 왜 이런 사건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다른 왕선 참여자뿐이다.’



그들이.

나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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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산논검 (1) 24.08.26 7 0 14쪽
15 파괴의 지팡이 (8) 24.08.26 10 0 15쪽
14 파괴의 지팡이 (7) 24.08.25 22 0 10쪽
13 파괴의 지팡이 (6) 24.08.25 21 0 11쪽
12 파괴의 지팡이 (5) 24.08.24 23 0 14쪽
11 파괴의 지팡이 (4) 24.08.24 22 0 11쪽
10 파괴의 지팡이 (3) 24.08.23 28 0 12쪽
9 파괴의 지팡이 (2) 24.08.23 30 0 15쪽
8 파괴의 지팡이 (1) 24.08.22 33 0 13쪽
» 화산제일검 (6) 24.08.22 35 0 10쪽
6 화산제일검 (5) 24.08.21 36 1 14쪽
5 화산제일검 (4) 24.08.21 40 0 13쪽
4 화산제일검 (3) 24.08.20 46 0 10쪽
3 화산제일검 (2) 24.08.20 45 1 11쪽
2 화산제일검 (1) 24.08.20 57 1 10쪽
1 프롤로그 24.08.20 56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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