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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내꼬양
작품등록일 :
2024.08.20 02:14
최근연재일 :
2024.08.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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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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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지팡이 (4)

DUMMY

10) 파괴의 지팡이 (4)




‘날더러 따라오라고? 총채주가 날 보자고 했다고?’



그것은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집사님은 여전히 몸이 굳어 있었다.

그녀가 언제 회복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



‘이건 진짜 위험하군.’



나는 남몰래 식은땀을 흘렸다.


현재의 나는 산적들에게 상인 무리의 정보를 몰래 전달하는 내통자다.


내가 연기하고 있는 이 내통자는 산적들의 부하가 아니라, 다른 왕선 참여자의 세력일 것이라는 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 가면은 산적 두목과 만나면 금방 벗겨지게 될 것 아닌가?


시키는 거나 하는 말단 산적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산적 두목은 내통자와 서로 안면이 있거나, 알아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 상황에서 “사실 저 화산제일검이에요!” “저 엄청 강하거든요?” 라고 말하며 허세를 부려도 코웃음이나 치겠지.


컨셉이 한 번 깨지면,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먹을 리가 없을 테니까.



‘컨셉이란 우직하게 하나만 밀고나가야 먹히는 법인데······.’



내게 실제로 상황을 반전시킬 무력이 없는 이상, 내가 돌려받을 것은 무자비한 죽음뿐일 것이다.

아마, 가차 없이 처단되겠지.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만이 가득했다.



마치 파국의 예언을 등에 업은 듯이, 산적의 뒤를 따라가는 동안 내 심장은 거세게 고동쳤다.


그러면서도 내 컨셉질은 견고했다.

여전히 고수에게나 통하는 2번 자세를 쭉 유지하며 엉성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제길, 나는 일개 글쟁이일 뿐인데 말이야.’



속은 벌벌 떨면서도, 나는 곁눈질로 애꾸눈의 눈치를 살폈다.


애꾸눈의 산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장서서 걷고 있다.

그의 체격은 무척이나 건장해서 싸우면 무조건 질 거 같다.



‘그냥 지금 덮쳐버려? 뒤에서 기습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 후엔 에리나가 기운을 차릴 때 까지 이리저리 숨어 다니는 거지.’



갈등이 된다.

대체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살아나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잔뜩 굴리고 있는데.


애꾸눈 산적은 나를 이상한 곳으로 안내했다.


우린 거대한 공동에 있었고, 주변에 훈련을 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산전들이 몸을 단련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결투를 하는 장소가 마련이 되어 있다는 소리다.


이곳은 흙바닥이 드러난 채로 대충 다져져 있었고, 수많은 발자국과 칼자국이 그 위를 새겨놓았다.


애꾸눈 산적이 조잡한 연무장 한가운데로 이동해서 팔짱을 꼈다.



“이건?”



나는 이게 뭔지 알고 있다.


화산제일검의 설정 중 하나가 생각이 났다.


강호에 보물이 나타나면, 무림인들은 욕심에 눈이 벌게진 원숭이가 되는 법이다.


하물며, 용의 내단이다.


작중 화산파는 천하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정, 사, 마를 가릴 것 없이 강호의 시선이 전부 섬서 땅의 화산을 향했다.


화산파는 용의 힘을 노린 세력들에게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게 되고 청운은 사문의 희생 덕분에 혼자만 살아남았다.


세상이 억까하는 상황.

주인공은 그야 말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보상을 주어야 한다.


고구마를 잔뜩 먹여 놨으니까!


웹소설을 쓰면서 뽕차는 씬을 넣는 건 필수.


뽕이 차오르는 장면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은 청운이 용의 힘을 얻은 순간부터 독자들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니 작가는.

이걸 빵! 하고 터트려야 한다.


그래서 구성이 된 것이 주인공 각성 에피소드이고, 주인공이 용의 힘을 각성하는 장면을 위해서는 등장인물 하나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녹림왕이다.


녹림 72채의 총채주인 녹림왕 악천후(岳天虎)는 세계관 최강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산적답게 머리가 조금 멍청하다.


그야말로, 주먹 밖에 모르는 바보.


녀석은, 섬서 땅을 뒤덮은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뚫고 유유히 살아나간 화산제일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청운을 찾아온다.


단지.

용의 힘이 궁금하다는 이유에서다.


사파들의 무림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련의 기둥 중 하나인 악천후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청운을 찾아온 것!


청운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화산의 막내제자는 사형제들의 희생을 등에 업고 혼자서만 살아남았다.

몸과 정신 모든 게 망신창이다.


악천후는 그런 청운에게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가르쳐 준다.


비록 머리가 조금 좋지 않지만.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게 되는 강호의 씁쓸한 진리를 주먹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너, 약하다. 별 거 없다. 화산제일검.]



그는 7살짜리 어린 아이를 상대로도 전력을 드러냈다.

환골탈태를 했기 때문에 그 속에 어린 아이가 들어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곤 사람은 죽을 때 까지 맞아야 본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면서 청운을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폭력은 사파제일권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수단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 청운은 작중 최강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천하제일세가의 비전오의, 제왕검형(帝王劍形)을 악천후와의 대련에서 깨닫게 된다.


이세계의 언어로 치면.


‘드래곤 피어’ 말이다.


그 각성의 무대가 되는 곳이 딱 이런 조악한 연무장이었다.

녹림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니, 별 걸 다 따라하고 있다.



“이리 와.”



애꾸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그 속에는 도발적인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악천후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강하다.”

“······”


‘또 과몰입이야?’



내가 이세계에 독을 푼 것일까.

사람이 저딴 말투를 쓸 리가 없지 않은가.


애꾸눈이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아까 보니 자세가 제법 좋았다. 싸우자.”


‘산적 두목한테 가는 거 아니었어?’



뭐가 되었든지 간에.

그게 아니라면, 나에겐 땡큐다.


.

.

.



산적 두목, 녹림의 총채주 레슬릭은 승전보를 당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부 별을 따른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별에 소속되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명문이 명문이고, 귀족이 귀족일 수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별에게 가호를 받는 것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유전 형질이나 태어난 날짜에 따라 사람들은 어떤 별의 가호를 받을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총집합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문이 바로 성리학(星理學)이었는데, 레슬릭은 굳이 학문에 뜻을 두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별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재능충!


그는 심지어 별의 「진명」까지 알아낸 해적이었다.


항로가 몇 개 없는 그란티아 왕국에서 마음 놓고 해적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슬릭은 자신을 비롯한 다른 존재에게도 기척을 없애는 가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전설의 몬스터, 레비아탄이 훨씬 강력해진 이유였다.



“몬스터를 숭배하는 그 정신 나간 종교가 나보고 산적을 하라고 협박을 할 때는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 덕분에 내 인생이 달라졌구나. 크하하하하!”



바다 사나이는 살면서 큰 선택을 한 번쯤 하게 된다는데.

그게 이것이었군요!


산적이 되고 나서 직업만족도가 최상이 된 레슬릭이었다.



“여자를 사로 잡았다고?”


“네. 제가 봤는데 진짜 기가 막힙니다.”

“어우야. 특히 가슴이.”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요, 두목.”


"뭐? 두~목?!"

"아, 아뇨. 말이 헛나왔습니다. 총채주님."



잠시 부하의 실수가 있었지만 레슬릭은 너그럽게 넘어가주었다.


좋은날이지 않은가.



'이게 다 화산제일검 덕분이야.'



이상하게 화산제일검과 연관되고 나서 부터 모든 일이 술술 잘풀린다.


거기다 엄청난 미녀까지 온다고 하니.


기대가 되어서 아랫도리가 불끈불끈 했다.


상대가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야한 짓을 왕창 해버린 다음에 몸의 감각이 돌아오면 어떨까!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너무 기대가 되는군. 레비아탄을 얻게 되어서 이런 플레이도 즐길 수 있고 말이야.’



그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계집을 데리러 간 부채주가 도통 돌아오질 않았다.



“이 새낀 왜 안와?”



.

.

.




나는 이 애꾸눈이 컨셉이 아니라 진짜 멍청하다는 걸 알았다.


웹소설 작가이다 보니 개연성을 울부짖는 독자들 때문에 여러 가지 잡학지식에 절로 능통하게 되었는데, 경계선 지능 장애의 비율이 인구의 13%정도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 애꾸눈은 화산제일검을 읽었는지 악천후를 따라하려 하고 있어 그야말로 멍청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더욱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좋은 전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자세를 취할 때 마다 놈이 꼼지락거리는 꼴이 제법 웃겼다.



‘왠지 모르겠는데, 이 녀석 실력자야. 2번 자세를 보여주면 반응을 하는 군.’



남들은 다 2번 자세를 보여주면 엉성하다며 비웃기 바빴는데.


이놈은 진짜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할 컨셉은 하나다.

상대는 나를 고수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 같은 하수와 손을 섞을 수는 없다.”



나는 에르니안과 달밤에 체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고결한 귀족 아가씨는 기어코,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손수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검에서 매화를 피워내고, 나를 올려다볼 때의 눈동자는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한 소설의 원작가로서.

나는 독자로부터 가장 큰 선물을 받았던 기분이 들었다.


팬아트만 보내줘도 그랜절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 절로 드는데, 소설 속 무공을 실제로 구현해 보여주다니.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배경이 이세계라서 가능한 거겠지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말을 한다.



“녹림이라면, 무명진경(無明眞勁)을 펼칠 줄 알아야지.”



화산제일검에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악천후가 어린 시절, 그가 무공을 익히는데 엄청난 자질이 있음을 알아본 의원이 외친 것이다.



-이 아이의 지능이 평범한 성인 남성 수준만 되었어도 소림의 칠십 이 절예가 2배로 늘었을 텐데!



무명진경은 초식이 없는 무공.


극도로 외공을 단련한 결과, 무의식 속에서 진정한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무공이다.



나는 이 소설의 작가고.

무명진경이 어떤 클리셰를 따라가는지 전부 꿰뚫고 있다.



“알려줄까?”



애꾸눈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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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산논검 (1) 24.08.26 7 0 14쪽
15 파괴의 지팡이 (8) 24.08.26 10 0 15쪽
14 파괴의 지팡이 (7) 24.08.25 22 0 10쪽
13 파괴의 지팡이 (6) 24.08.25 21 0 11쪽
12 파괴의 지팡이 (5) 24.08.24 23 0 14쪽
» 파괴의 지팡이 (4) 24.08.24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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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파괴의 지팡이 (2) 24.08.23 30 0 15쪽
8 파괴의 지팡이 (1) 24.08.22 33 0 13쪽
7 화산제일검 (6) 24.08.22 34 0 10쪽
6 화산제일검 (5) 24.08.21 36 1 14쪽
5 화산제일검 (4) 24.08.21 40 0 13쪽
4 화산제일검 (3) 24.08.20 46 0 10쪽
3 화산제일검 (2) 24.08.20 44 1 11쪽
2 화산제일검 (1) 24.08.20 56 1 10쪽
1 프롤로그 24.08.20 55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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