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 만복이는 오늘도 출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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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작품등록일 :
2024.08.20 13:28
최근연재일 :
2024.09.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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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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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삐거덕거리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미간을 찡그리게 했다.


“기름칠 좀 하지. 아니면, 경첩 좀 갈든가.”


앞으로 1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와야 하는 곳이다 보니, 불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만 털보 무술 관에 2번째 방문이었다.

퇴근하자마자, 내 다리는 이곳으로 인도했다.

운동에 대해 진심인 것도 있었다.


그보다 아침에 털보 관장과 만났을 때 느꼈던 그의 신선함이 좋았다.

내 주위에는 그처럼 어수룩한 사람이 없거든.

하여튼 막막해진 내 삶에 그는 흥미와 묘한 기대감을 주었다.


철문의 삐거덕 소리에 털보 관장이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확인한 털보 관장은 살갑게 나를 반겼다.

“손님, 이젠 아니지~ 김만복 관원님 오셨습니까요.”

“네, 또 뵙습니다.”


털보 관장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챙겨온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체육관에 털보 관장만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안 왔나?’


내가 퇴근과 함께 부리나케 체육관으로 온 가장 큰 이유가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런 낡은 체육관에.

게다가 어수룩한 관장까지.

오래전부터 다니고 있다는 관원의 얼굴이 너무 궁금했다.


나는 지나가는 말투로 털보 관장에게 슬쩍 물었다.

“다른 분은 아직 오지 않으셨나 봅니다?”


내 물음에 벽시계를 힐끔거리는 털보 관장.

“지금 6시니까, 흠···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은 호기심이고, 체육관에 온 목적은 운동이었다.

나는 정체 모를 관원의 관심을 잠시 묻어놓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김만복 관원님, 오늘 가르쳐 준 다이어트 호흡법 해보셨습니까요?”

“네, 해보긴 해봤는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아침부터 요, 요~ 하는 그의 말투가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신경 쓰이는 상태로 운동을 하는 건 좀···

시설도 낡아 빠졌는데, 여기를 선택한 건.

단지, 재밌게 운동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아무래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관장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서른셋입니다요.”

“에?”


나는 자동으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놀랐기 때문이었다.


서른셋이라고?

그럼, 나와 동갑?

‘미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원~

얼굴 반을 덮은 덥수룩한 수염을 떠나서, 그의 비쥬얼이 삼십 대로 절대 보이지 않았다.

관대하게 쳐줘도 40대 초반?


예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까?”

“제가 어렸을 때 한약을 잘 못 먹어서. 헤헤~”

“아··· 한약.”


한약 때문에 노안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긴 했다.

털보의 표정을 봐서는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떤 한약을 먹었기에 저렇게 삭을 수가 있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를 처음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놀람을 빠르게 수습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계속 짓는 것은 경우가 아니니까.


나는 대범한 목소리를 냈다.

“저도 서른셋인데, 우리 그냥 말 트죠.”


내 권유에 털보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알았다, 친구야!”


나는 그의 반응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텐션 하나는··· 기막히네.’


우여곡절 끝에 나와 털보는 말을 트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도 알았다.

황춘식이라고.


털보 춘식이는 오늘 다른 걸 하잖다.

그게 뭐냐고?


“뭐, 검술?”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운동 시작한 첫날부터, 털보는 내게 다짜고짜 검을 들어보란다.

평생 펜대만 굴렸지, 그 흔한 식칼조차도 제대로 안 들어본 내게 말이다.

무엇보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하는 것이지.

칼춤은 사절이었다.


털보는 대답 대신 내 몸을 연신 이리저리 훑었다.

번들거리는 눈빛이 꼭 변태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털보는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내 팔과 다리에서 털보의 두툼한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이 새끼 뭐지?’

다짜고짜 허락도 없이 내 몸을 만지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그것도 수컷 내가 진동하는 놈이 말이다.

여자면 또 모를까.


구겨질 대로 구겨지는 내 얼굴.

결국 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야! 이 씨···”


말도 끝내기 전에 치고 들어오는 털보.

“몸이 좋아. 아주 좋아~ 넘흐~ 좋아.”

“뭔 개 소리야!”


자연스럽게 언성이 높아졌다.

연신 변태같이 쓰다듬더니, 몸이 좋다고?

이런 개 같은 새끼가!

찰진 쌍욕을 준비하던 찰나.


털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만보기~! 넌 무술을 해야 하는 몸이야. 근골이 아주 캬~ 쥑이네!”

“??”


엥? 근골?

몸 좋다는 게 그거였어?

갑작스러운 칭찬에 불쾌한 기분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러나, 한편으론 털보를 변태로 오해해서 순간 무안해졌다.

나는 무안함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야 오해의 쪽팔림이 좀 가실 것 같았다.

“크으음, 큼.”


나는 정색했던 표정을 고쳤다.

하는 짓거리는 개그맨이지만, 털보는 어쨌든 나와 달리 무술가다.

날 보고 근골이 좋다고 칭찬하는데.

호기심이 동 할 수밖에.


“나 식칼도 잡을 줄 모르는데? 무술이라고? 그리고 이 나이에?”

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나 털보는 생긴 것처럼 막무가내였다.

그냥 무조건 해야 한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무술도 따지고 보면 운동이다.

뱃살 빼는데 검술 만한 게 없다.

그리고 뭐라더라~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근골을 가지고 있다고?

개 소리를 참신하게 늘어놨다.


‘그 정도 근골을 가지고 있었으면, 바보도 아니고 내가 먼저 알았겠다!’


이렇게 강력하게 말하는데 무조건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우기는 것은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어쨌든 밑도 끝도 없이 밀어붙이는 털보의 말에.

결국, 나는 두 손 두 발, 둘 다 들고 말았다.


“친구야! 발검술 먼저 가르쳐 줄 테니, 배우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검술에 문외한이라도 제반 지식이 제로는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

게이트와 각성자를 주로 다루는 협회 직원 아닌가.


“발검술? 생초짜한테 고급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찌르고 베고 이런 기본 검술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냐?”


내게 발검술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는 것도 아니고, 나는 법을 가르치는 격이었다.


“만보기! 발검술 먼저 배우자, 기초 검술은 나중에 천천히 배우면 돼. 발검술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기술인데. 300년 전 금강 검사 조치환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지. 발검술은·········”


털보 관장 춘식이의 뚫린 입에서 말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대로 놔뒀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진짜 말 많다.

저 새끼는 남자로 태어나면 안 됐다.


“그만! 알았다, 알았어. 내가 졌다. 발검술 한다 해. 휴···”

“아직 말 안 끝났어, 만보기~ 200년 전, 강봉춘 어르신 이야기도···”


한번 터진 털보의 입은 멈출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최후의 통보를 했다.


“야! 됐다. 환불해줘! 너무 말 많아서 여기 못 다니겠다.”


‘환불’이라는 말에 털보는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 주둥이를 내리치며, 말했다.

“죄, 죄, 죄송합니다. 고갱님~! 밀린 월세를··· 그래서 돈이···”


그제야 잠잠해지는 털보 춘식이의 입이었다.


이왕 털보 말대로 검을 잡기로 한 거.

‘더 이상 따져서 뭐 하겠냐. 일단 마음먹었으니 한 번 해보지 뭐.’

그냥 생각 안 하기로 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운동 첫날부터 별일 아닌 걸로 신경 쓰기 싫었다.


춘식이의 친절한 가르침이 시작됐다.

꺼졌던 텐션이 업됐는지, 열정이 넘쳤다.


“만보기~ 궁둥이를 뒤로 더 내밀자고.”

“야! 여기서 어떻게 더 내밀어!”


엉덩이를 너무 내민 나머지 방귀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참았다.

털보와 같은 놈이 되기 싫었다.


순간 그냥 환불하고 나갈걸, 후회가 밀려왔다.

내 속마음을 모르는지, 춘식이는 열정이 식지 않았다.

“그래야 허리를 폈을 때, 폭발적인 힘이 나오는 거야.”

“크으으~ 일단, 알았다.”


내 똥배가 굽히고 있는 왼 다리 허벅지에 쫙 달라붙었다.

체육관 정면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

이때 내 인내심은 절정에 달했다.


“아호, 진짜.”

내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걸 넘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두 다리를 굽힌 채 엉덩이를 쳐든 나.

그건.

후~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퉁퉁한 파리 새끼가 궁둥이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타가 심하게 왔지만···

일단! 털보가 시킨 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랄병을 떨더라도 그 이후다.


부들···

온몸의 근육이 풍 맞은 것처럼 후들거렸다.

털보가 가르쳐 준 자세가 쉽지 않았다.

툭 튀어나온 똥배가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일단, 참자.’

오늘만 참을 ‘인’자를 몇 번이나 되뇌는지 원.

이 정도도 인내하지 못하기에는 하여튼 내 정신력 레벨이 너무 높았다.


한참을 후들거리고 있을 때.

털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리와 허리를 쫙~ 펴는 동시에 검을 뽑아! 그리고 바로 앞에 샌드백을 향해 검을 뻗어!”


털보는 말과 동시에 내 엉덩이를 힘차게 걷어찼다.


퍽!


개 같은 새끼 왜 궁둥이를 차고 지랄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엉덩이에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이 먼저였다.


“아악!”


고통은 곧, 바로 기합으로 변질되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가 쭈욱~ 펴졌다.


그리고.


팡!


내가 휘두른 목검이 그대로 샌드백을 직격했다.

목검에 맞은 커다란 샌드백이 휘청거렸다.

묵직한 해머로 샌드백을 내려친 것처럼.


나는 좌우로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는 샌드백의 모습에 입이 떠억~ 벌어졌다.


“허··· 이게 맞아?”


내 뽀송한 솜 주먹으로 아무리 세게 쳐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거대한 샌드백이?

두 손도 아니고 한 손에 쥔 목검에 샌드백이 만취한 것처럼 흔들린다고?


내가 만든 현상에 도저히 실감이 가지 않았다.

입을 벌린 채 손에 쥔 목검과 계속 움직이는 샌드백만 번갈아 볼 뿐이었다.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근골이 보통이 아닌 게 사실이었어. 음하하!”

체육관에 털보의 자만심 가득한 웃음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정신이 돌아온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발검술이라는 게 엄청난 거군. 사람이 맞았다면 뼈도 못 추리겠어.”


내 말에 반응하는 털보 관장.

“발검술보다 만보기~ 네가 대단한 거야. 발도술을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펼치려면 최소 5년은 수련해야 할 걸?”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리랑 허리 펴고 검만 휘두르면 되는데. 타이밍?”


그냥 하면 되지 않나?

그런데 뭔 타이밍?

지금 든 생각인데.

솔직히 발검술이 왜 고급 검술로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자세 잡는 게 좀 곤욕이었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발도술을 펼치는 건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잘난 척하는 건 아니고···

뭐, 그냥 말이 그렇다고~


나는 이후로도 발검술 연습을 계속했다.

검으로 샌드백을 때리는 타격감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털보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는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오늘은 나름 만족스러운 훈련이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해소하지 못했다.

저녁 타임에 온다던 관원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낙하산들도 다음날도 다음다음 날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특별 관리팀을 맡은 지 2주째.

나는 똑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출근했다.


“아무리 할 일이 없다고 해도 자리는 지키고 있어야겠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져 놓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보수적인 협회 내에서 운동복이라.

전이었으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겠지.


그러나 여기선 괜찮다.

막말로 팬티만 입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할까.

이곳에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나는 평소처럼 황량한 사무실에서 목검을 허리에 차고 자세를 잡았다.

2주 전에 털보 춘식이에게 배운 발검술.

엉덩이를 하늘로 세우고 자세를 잡았다.


“바아알!”


기합과 함께 시원하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목검.

목검은 자그만 생수병 뚜껑을 작살내고, 빠르게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후~ 생각보다 재밌어.”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작살난 뚜껑의 생수를 들이켰다.


2주 동안 발검술만 주구장창 연습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쳐들고 힘주고 있는 모양새긴 한데···

플라스틱 뚜껑을 박살 낸 것만 봐서 알겠지만, 일반인인 내게 호신술로는 넘치고 남았다.


게다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던 배가 어느새 반쪽이 되어 있었다.


줄어든 뱃살이 강력한 동인이 되어, 발검술을 멈출 수 없게 했다.


“계속 연습이나 하자.”


발!, 발!, 발!······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던 목검을 내렸다.

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나란히 12에 겹쳐 있었다.

이제 곧 점심시간.

나는 운동복을 벗었다.

나는 출근했을 때 복장으로 다시 갈아입었다.

이 상태로 구내식당에 밥 먹으러 갈 수는 없으니까.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나 이외에 여닫은 적 없는 특별 관리팀 사무실 문이···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으로 향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눈빛을 담은 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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