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아벤로
작품등록일 :
2024.08.20 23:1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06
추천수 :
0
글자수 :
241,793

작성
24.08.29 21:39
조회
10
추천
0
글자
17쪽

10. 추적 1

DUMMY

늘씬한 다리를 드러낸 큰 키의 서인이 팔짱을 낀 손가락을 까닥인다. 붉은 톤으로 입힌 네일이 조명 빛을 반사 시킨다.


“나한테 맡겨 줘. 내가 할게.”


속눈썹이 한 올 한 올 올라간 커다란 눈을 깜빡인다. 팔짱을 낀 덕에 넘치는 볼륨이 더 흘러내린다.


“아주 의욕적이네. 그렇게 만나 보고 싶은 건가.. 과연 원하는 데로 될까.. 그럼 맡기고 갈 테니 알아서 처리해.”


5구역 시설을 관리하는 진서인을 찾아온 은효가 테이블 놓인 찻잔을 든다. 오랜만에 빛나는 서인의 눈빛을 보며 차를 호록거린다.


“아, 그리고 들었겠지만 그 테스트 성공이라더군.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어. 내가 직접 받은 보고가 아니지만 이건 확인해두는 게 좋을 거야. 읽어봐.”


뒤에 서있던 비서에게 서류를 받아 테이블에 툭 던진다.


“그럼 그분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얘기야?”


꼬았던 다리를 풀자 슬림한 베이지색 미니 원피스가 더 밀려 올라간다. 밝은 톤으로 맞춰진 깔끔한 인테리어와 조화되는 색이 칠흑의 까만 머리색을 도드라지게 한다.


놀라움을 드러내며 서류를 가져가려 손을 뻗은 진서인의 손을 탁 눌러 덮는다. 그의 손은 뜨겁지만 눈빛이 서늘하다.


“이거 열어 보는 순간 못 벗어나. 죽을 때까지.”


“새삼스럽게 왜 이러실까.. 후훗. 보라고 줘놓고 협박하는 거야?”


만만치 않은 진서인의 그린 듯한 웃음이 도톰한 입술을 길게 늘린다. 기울어진 몸의 볼륨을 은효의 눈길이 쇄골을 따라 진득하게 훑는다.


“여전하네.”


몸을 다시 편히 기대며 피식 웃는다. 그런 그의 눈빛을 본 서인이 눈을 흘기며 파일을 냉큼 가져가 열어 본다.


“아직 이렇게도 쓰네. 종이서류는 만져 본 지 오래되었···.는데..”


그리 많은 양이 아니지만 몇 장 넘겨본 서인의 말이 늘어지며 얼굴이 굳는다. 그동안 알고 있던 정보와 비교도 안될 만큼 상당히 농도 높은 정보가 가득하다. 국가 기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방금 전 김은효의 협박도 이해가 간다. 몇 년 전 들어본 프로젝트명이 기억에 스쳐간다.


“들여보내.”


은효가 뒤에 서있던 비서에게 명령하며 서인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 테스트한 사람이 이곳으로 올 가능성이 커. 날 찾고 있는 것 같지만.”


차를 마시려던 은효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다시 내려놓는다.


“이 사람이 은효씨를 왜 찾아? 앗! 이건 또 뭔데?”


응접실 문이 열리고 사람을 끌고 들어와 꿇어 앉힌다. 팔이 앞으로 묶인 남자의 눈이 퀭하다. 행색이 말이 아닌 거지꼴이 된 지경을 본다. 파일을 들고 있던 서인의 표정이 구겨진다.


“왜? 맡겨 달라며. 잘할 수 있지?”


명령의 기운을 담은 말을 하며 은효가 고개를 까닥인다. 서인이 그의 훤한 이마를 뚫어져라 노려본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검은 긴 머리가 파일로 하는 부채질에 앞머리까지 살랑살랑 흔들린다. 불쾌한 것 본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서인을 보며 은효가 씨익 웃는다.


“응. 맞아. 맡겨 달라고 했지 여기까지 끌고 오라는 소리가 아니었어. 짓궂은 건 여전하네.”


“저놈이 힐링 스킬 보유자다. 근데 입을 안 열어.”


“.. 그런 건 미리 좀 말해.”


부채질을 멈춘 서인의 눈이 사나워진다. 숨을 들이쉬려 가슴께가 들썩이더니 긴 한숨을 내쉰다.


“한번 캐내 볼게. 성공하면 자리 마련해 주는 거지? 그분 만나보고 싶단 말이야.”


서인이 자신의 옆에 서있던 비서를 한번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글쎄. 그건 확답을 못 해주겠네. 그분이 싫어할 수도, 아닐 수도 있거든. 그건 그때 통보하지.”


“알았어. 그리고 이 내용 보니 황영운은..”


파일을 들어 보이며 말을 줄인다.


“3구역 시설은 이제 못써. 혹시 모르니 이쪽 장비들 관리 잘 해야 될 거야. 그쪽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몇 대 돌아가고 있으니까.”


“알았어.”


“진서인. 서인아.”


서인을 부르며 갑자기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혹여나 말인데, 그 내용의 테스터를 만나면 대응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보내. 잡으려 들지 말고 흘려보내라는 얘기야. 내가 그걸 너에게 준 이유는 죽지 말라고 주는 거야. 알아듣겠어?”


“···”


“예쁜 얼굴에 상처 내지 말라고.”


은효가 분위기를 확 바꾸자 서인이 입을 꾹 다문다. 저 분위기를 자신이 모를 리 없다.


“왜 대답을 안 하지? 서인아?”


“그냥.. 좀.. 알았어. 알았다고.”


자신의 시선을 회피한 서인의 붉어진 얼굴을 보더니 몸을 길게 늘여 소파에 팔을 걸친다.


“저 사람은 지하, 아니다. 별관 2층으로 보내. 독방에 넣어둬.”


서인이 자신의 뒤에 서있던 경호원에게 짧게 명령하며 은효를 힐끔거린다. 몇 번을 회피해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은효의 눈길이 뜨끈하다.


“얼른 가! 볼 일 다 봤으면!”


결국 서인이 벌떡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알았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하하.”


손을 들어 보이며 일어나 가뿐하게 응접실을 나간다. 자신을 놀려먹은 발걸음이 가벼워 보여 괜히 들고 있던 파일을 테이블에 탁 내동댕이친다.


“아씨.. 왜 갑자기 장난질이야.”


“서인님.”


“왜.”


옆에 그림자처럼 서있던 비서가 서인을 부른다.


“불편하시면 처리할까요?”


“윤 비서. 그런 거 아니야. 어휴. 뭘 또 정색을 하고 그래. 처리라니. 말벌집 쑤실 일 있나. 갑자기 무서운 소릴 하고 그래.”


놀란 토끼 눈으로 윤 비서를 바라보며 손사래를 친다. 인공지능같이 말하는 윤 비서의 말에 짜증이 가셨는지 슬며시 웃는다.


“그보다 빨리 처리해놔야 마음이 편하겠어. 잠깐 서재에 있을게. 20분쯤 뒤에 올라와.”


“알겠습니다.”


서인의 패턴을 잘 아는 윤 비서가 빠르게 대답한다. 서인이 신은 짙은 은색 힐 굽 소리가 응접실에 울린다.


**


“왔습니다. 서인님.”


방은 크지 않지만 책으로 가득 찬 서재. 가운데 심플한 책상 하나. 결벽증을 의심할 만큼 먼지 한 톨 없는 깔끔한 방. 책을 여러 권 꺼내두고 보던 서인이 일어나 창가로 간다.


“윤 비서. 정보 캐낼만한 스킬 가지고 있어? 윤 비서 아니라도 다른 애들이라도.”


그를 돌아보며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을 벗는다.


“있습니다.”


“그래? 그럼 데려와 봐.”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경호원으로 보일 만큼 거구의 윤 비서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기억 읽기 스킬입니다.”


“그런 게 있었어? 진작 말해주지..”


놀란 눈을 하며 윤 비서의 가슴께를 작은 주먹으로 콱 친다. 손등을 덮는 베이지색 긴 소매가 살짝 흘러내린다. 가끔 마음에 안 들거나 짜증 낼 때 종종 하는 행동임을 익히 알고 있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을 못 드렸네요.”


늘 그렇듯 타격 없음 표정으로 정중히 사과하며 눈을 내리 깐다. 가느다란 서인의 손목을 살며시 잡아 내려준다.


“은효님 가고 나면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진실을 말하게 하는 스킬입니다. 상대의 기억을 그대로 끄집어내 발설하게 하는 거죠. 제한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일단 혹시 모르니 몇 명 더 데리고 와. 이쪽 1층으로.”


“알겠습니다.”


일이 잘 풀리겠다 싶어 신이 난 서인을 보고 꾸벅하더니 큰 몸을 돌려 방을 나간다.


**


“네가 힐링 스킬 보유자 맞아?”


“···맞아.”


넓은 방 한가운데 원형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인 곳. 강성한을 의자에 앉혀두고 뒤에 버티고 선 윤 비서의 눈빛이 성한의 정수리에 꽂힌다.


“언제부터?”


“···으··· 처음부터..”


몽롱하게 풀린 눈을 한 강성한은 정면만 바라본다. 진서인이 고개를 끄덕한다.


“힐링 스킬 보유자를 알아볼 수 있나?”


“···아니..”


“대상 지정 가능한 스킬인가?”


“.. 아니..”


서인의 신호에 최대한 범위를 좁힌 질문을 이어간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서인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힐링 스킬 사용 조건을 말해라.”


“.. 조건 없음.. 자동 치유..”


커다랗게 뜨여진 서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린다. 누가 어디까지 이런 정보를 알고 있을까. 순간 등을 치고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에 팔을 감싸 안는다.


“힐링 스킬 특징은?”


“... 전수자, 전승자”


“그 스킬을 전수했나?”


“.. 했다.”


“그 스킬을 누구에게 전수했지?”


“···으···이···이자영···”


“그 사람은 어디 있지?”


“으윽···”


강성한이 옆으로 기울더니 바닥에 털썩 떨어진다. 윤 비서가 코피를 슥 닦는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서인의 눈에 들어온다.


“제한이라는 게.. 체력 소모?”


“네. 맞습니다. 쿨럭..”


다른 의미로 놀란 서인이 다가선다. 갑자기 튀어나온 기침을 자신의 손으로 막았으나 혈흔이 묻어난다. 순간 바닥이 울렁인다.


“윤 비서! 괜찮아? 어서 와서 부축 좀 해!”


그의 팔을 잡은 서인이 소리친다. 멀직이 서있던 부하들이 빠르게 달려와 윤 비서를 부축한다. 늘 단단하고 벽처럼 서있던 남자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니 알면서도 조금 당황스럽다. 남자 둘이서도 겨우 버텨내는 큰 몸임에도 서인이 윤 비서의 팔을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자는.. 2층으로 올려보내. 독방 하나 있을 거야. 거기에 둬.”


정신을 잃고 쓰러진 강성한을 바라보는 눈이 서늘하다.


“···이자영..”


주먹을 꽉 쥐더니 부하들을 더 불러 모은다.


“5구역, 6구역, 8구역까지 이자영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조사해. 범위는 일단 세 곳으로. 빨리 움직여. 어떻게든 찾아내. 시간 단위로 보고해. 알겠어?”


“서인님. 8구역은 연합영역입니다. 아직 장악 전이라 아마 저들이 수색하기에 힘들 겁니다.”


윤 비서가 이제 됐다며 부축하던 부하들을 물린다. 서인이 손을 떼며 그의 얼굴을 살핀다.


“괜찮아?”


“이제 괜찮습니다. 용병을 쓰는 건 어떤 신지..”


흐트러진 옷을 바로 하며 어깨를 슬쩍 움직여본다.


“지금도 쓰고 있잖아. 쓸만한 인간들이 더 있어야지.”


“있습니다. 쓸만한 그룹을 알고 있습니다.”


**


5구역 쪽으로 넘어와 주택가를 지나며 최대한 그림자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한낮의 태양이 뜨겁고도 모자라 도로에 깔린 포장마저 흐물댄다.


“어제 그거 누나가 한거 맞지?”


도망치던 놈들의 꽁무니를 노려보던 민영의 얼굴을 떠올린 해인의 눈이 가늘다. 주변을 살피던 민영의 어깨가 살짝 멈칫한다.


“응? 뭐가?”


민영의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 먼 곳을 향한다. 뒤따르던 우림이 적당한 배낭을 다른 어깨로 바꿔 매며 민영의 옆에 선다. 도망치며 구른 흔적이 청바지에 헐렁한 셔츠, 신발도 흙투성이다.


“진짜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다. 어휴.”


“고맙긴. 어제도 말해놓고. 하핫.”


타이밍 좋게 고맙다 말하는 우림의 말을 받으며 민영이 어색하게 웃는다. 5구역으로 이동 중이라 얘기하자 도우림이라 소개하면서 동행을 요청했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니 편하게 하자는 민영의 말에 흔쾌히 웃었던 우림은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민영이 해인을 보고 눈이 딱 마주친다. 가늘어졌던 눈이 풀어진다.


“뭐라 하려던 게 아니고 그냥 걱정돼서 물어본 거야.”


“그.. 안 그래도 자제하려고. 결국 페널티를 받았네.”


“뭐?”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해인이 드물게 큰소리를 낸다.


“아잇..깜짝이야..”


우림이 왜 그러냐며 펄쩍 뛴다. 이러다 심장 약해지겠다며 툴툴댄다.


“흠흠. 미안, 형.”


“시간제한이 생기더라고.”


[경고 : 중립자를 사냥했습니다.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킬링 스킬 사용 제한이 됩니다. 3시간 동안 사용이 중지됩니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해인아.”


도망치던 놈들의 차량들을 터뜨리고 받았던 페널티 창을 떠올리며 해인의 어깨를 두드린다. 해인이 입을 꾹 다문다.


“페널티?”


우림이 뭔 소리냐며 묻자 민영이 괜히 머리칼을 만지며 시선을 피한다. 우림이 슬쩍 웃는다.


“혹시 물어봐도 괜찮나? 난 중립자인데 스킬은 두 개 있어.”


큰 건물에 몸을 피신한 사람들과 같이 있던 중 스위치백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 중립자로 들었다며 우림이 기억을 되새기듯 턱을 문지른다.


“세 개인 사람이 있던 것도 같던데..”


“우리 둘 다 사냥꾼. 내 스킬은 앞으로 차차 알게 될 거야. 사냥꾼은 중립자를 사냥하면 페널티를 받더라고..”


“어제 그놈들.. 아..”


곱슬한 밤색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쉰다. 그 많은 놈들을 상대로 눈썹 하나 까딱없이 제압하고 보내버린 사람이 옆에 서있다.


“전 안전지역 확인할 수 있어요. 형도 혹시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이에요?”


여러 표정이 왔다 갔다 하는 우림을 본 해인이 불쑥 물어본다.


“감이 좋네. 비슷해. 살아있는 것 제외하고 스캔할 수 있어. 내부까지 확인이 가능해. 범위가 제한이 있지만, 설계도 보듯이 되더라고. 근데 그놈들한테 쫓기다 보니.. 정신도 없고 그래서 달리기만 냅다 했지.”


다시 긁적이는 우림을 본 해인이 빙긋 웃는다.


“달리기도 스킬?”


“응. 맞아. 근데 이건 제한이 더 심해서···”


점점 처져가는 우림의 어깨를 민영이 툭 친다.


“뭐, 위로 이런 거 아니고 힘내서 빨리 쉴만한 데로 이동하자고. 어제 들었겠지만 해인이 오래 걸으면 안 돼.”


제 할 말만 하고 척척 걸어가는 민영의 등을 본다. 해인의 동그란 눈과 고개를 세운 우림의 눈이 마주친다. 푸흣.풉. 동시에 웃는 둘이 민영의 뒤를 따라간다.


**


어둠이 내리고 별이 뜨자 폐건물들 중 그나마 나은 것을 찾아 2층에 자리 잡았다. 아무것도 없는 그들은 그저 벽과 바닥을 이불 삼아 기대고 눕는다. 최대한 천천히 이동했지만 지치는 건 당연. 우림이 가지고 있던 작은 랜턴 빛에 민영의 얼굴이 음영이 깊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요?”


맑은 밤하늘에 동동 뜬 달을 올려다보던 해인이 커진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간다. 조심스럽게 통화를 이어가던 민영이 허리를 바로 세우더니 눈이 날카로워진다.


-글쎄, 우리도 수소문하다 알게 돼서 찾으면 같이 이동하려고 했어. 근데 행방이 묘연해져서 아무래도..


“아.. 일단 그럼 5구역일 가능성이 제일 크겠네요. 아마 그들이 노리는 건 힐링 스킬 보유자들 일 거예요. 네. 있어요.”


민영이 이마를 탁 짚으며 말한다. 아무래도 석준은 모르고 있었던 것을 자신이 먼저 말해버렸다.


“아저씨도 조심하세요. 그리고 힐링 스킬 보유자를 만나면 보호 부탁드려요. 전수 가능한지 물어보시고 전승 받을 수 있으면 받아두세요. 그래요. 연락 주세요.”


이미 엎질러진 물. 확실하게 정보를 준다. 잠깐 만났던 특이한 사람의 얼굴이 스친다.


“왜. 뭔데?”


잠깐 잠이 들었던 우림이 부스스 일어나며 눈을 비빈다. 교대로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지만 자더라도 깊게 잘 수 없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분들이 있는데 방금 연락이 와서.. 5구역 시설 가서 상황을 봐야 알 것 같네.”


우림이 잠이 달아났는지 눈을 부릅뜬다.


“아저씨가 뭐라는데?”


해인도 옆에 앉으며 물어본다.


“8구역을 알리고 다닌 사람이 있데. 나도 만났던 사람 같아.”


눈이 커져가는 해인을 보자 민영이 괜히 왼쪽 팔목을 잡는다.


“탈출해서 나왔다던 사람이 도망은 안 가고 뭘 그리 알리고 다녔는지.. 이것도 그 사람이 뜬금없이 준 건데.. 해인아?”


그렁그렁 해진 해인이 눈을 손등으로 훔친다. 왼팔을 들어 올려 보인 민영의 팔찌를 보는 눈이 빨개졌다.


“짐작했겠지만, 내가 준 팔찌였어. 하하.”


“그랬네. 역시. 덕분에 내가 살았네. 돌려 달라 해도 안 줄 거야.”


은색 슈트의 팔을 움직이자 살짝 반짝인다.


“돌려받을 생각이었으면 진작 말했지.”


겨우 웃어 보이는 해인의 어깨를 토닥인다.


“시설 도착하면 형 먼저 찾아보자.”


“그래. 그러자. 이름이 강성한 맞아?”


“맞아. 확실해졌네.”


“찾아야 될 사람이 있나 보네. 시설 근접지역에 가서 내가 먼저 살펴보고 오는 건 어때? 내 스킬이면 내부 환경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 지하까지. 지상에서 확인하면 지하 3층 정도까지는 될 거야.”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우림이 제안한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건 위험할 텐데. 형.”


“그럼 해인이 먼저 안전 위치 확인해 주고 거기서 우림이 스캔을 하는 건 어때? 다 같이 흩어지지 않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민영이 제안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고 말을 이어간다.


“아마 시설 근처는 경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으니 조용히 들어가서 해결하고 싶은데.. 어쩐다..”


“혼란스럽게 해버리면 어떨까? 아, 물론 나랑 형은 조용히 움직일 거야.”


“그럼 나는?”


민영이 자신 가리키며 말한다.


“흐음..”


민영을 보는 해인의 눈이 웃음을 그리며 아주 가늘어진다.


“.. 해인아 그 눈 하지 말아 줄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러는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 공명 2 NEW 12시간 전 1 0 17쪽
30 30. 공명 1 24.09.18 4 0 15쪽
29 29. 동요 4 24.09.17 4 0 17쪽
28 28. 동요 3 24.09.16 4 0 18쪽
27 27. 동요 2 24.09.15 6 0 20쪽
26 26. 동요 1 24.09.14 6 0 17쪽
25 25. 고유 스킬 4 24.09.13 6 0 18쪽
24 24. 고유 스킬 3 24.09.12 6 0 16쪽
23 23. 고유 스킬 2 24.09.11 6 0 16쪽
22 22. 고유 스킬 1 24.09.10 6 0 18쪽
21 21. 실행 4 24.09.09 7 0 15쪽
20 20. 실행 3 24.09.08 7 0 16쪽
19 19. 실행 2 24.09.07 6 0 17쪽
18 18. 실행 1 24.09.06 6 0 18쪽
17 17. 나비효과 4 24.09.05 7 0 16쪽
16 16. 나비효과 3 24.09.04 7 0 16쪽
15 15. 나비효과 2 24.09.03 7 0 18쪽
14 14. 나비효과 1 24.09.02 8 0 16쪽
13 13. 추적 4 24.09.01 10 0 18쪽
12 12. 추적 3 24.08.31 12 0 17쪽
11 11. 추적 2 24.08.30 10 0 19쪽
» 10. 추적 1 24.08.29 11 0 17쪽
9 9. 올곧은 의지 3 24.08.28 11 0 18쪽
8 8. 올곧은 의지 2 24.08.27 10 0 19쪽
7 7. 올곧은 의지 1 24.08.26 10 0 17쪽
6 6. 단서찾기 3 24.08.25 12 0 16쪽
5 5. 단서찾기 2 24.08.25 11 0 17쪽
4 4. 단서찾기 1 24.08.24 13 0 17쪽
3 3. 사냥시작 3 24.08.23 17 0 17쪽
2 2. 사냥시작 2 24.08.21 22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