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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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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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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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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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쓰러진 몸을 강제로 일으킨 서인의 말단 부하가 자꾸 처지는 강성한의 몸을 거칠게 앉힌다. 옷자락을 잡혀 일으켜진 상체도 힘이 없다. 그보다 반 이상 풀린 눈동자가 초점이 흐릿하다.


“사람을 어떻게 한 거야..”


당장 눈앞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고 눌러 목이 아프다.


“이 자가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사방팔방 돌아다녔어. 그 덕에 좋은 정보를 얻었지.”


팔짱을 낀 서인이 턱을 치켜든다. 성한의 몸이 계속 휘청이자 그를 잡은 부하 두 명이 투덜대며 우악스러운 힘으로 꽉 눌러 잡는다.


“그래. 너희들은 그런 방법을 잘 쓰지. 잘 알아..”


“잘 알면 내 말도 잘 알아듣겠네.”


“응. 알아들었지. 헛소리를 아주 잘 하는 걸 못 알아들을 수가 있나...”


감추지 못하는 분노에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자 서인이 빙긋 웃는다.


“말 안 듣는 개한테 목줄 채운 기분이 이런 거구나. 하하!”


입가를 가리며 터진 웃음을 흘린다. 작은 물건을 손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민영의 모습을 흥미롭게 본다.


“저 사람 어떻게 한 거냐고..”


“뭘 어떻게 해. 좋은 정보를 얻었다니까.”


“뭐든 상관없고 사람이 죽어가는 게 안 보여?”


“보여. 그런데 어쩌라고. 저 자가 약한 건 내 탓이 아니잖아?”


“약하면 저렇게 해놔도 돼? 그럼 네 옆에선 덩치도 약해 보이는데 똑같이 만들어주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릴.. 쯧. 코너에 몰린 쥐는 그냥 쥐일 뿐이야. 물려고 덤벼도 그냥 쥐라고.”


윤 비서가 어딜 봐서 약하다는 것인지 혀를 차며 코웃음치는 서인의 눈빛이 일순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풋, 그래도 부하들은 되게 아끼나 보네··· 악!!”


비웃는 민영의 등을 누군가 발로 퍽 찬다. 앞으로 쏠린 몸이 다시 확 잡아 세워진다.


“그만.”


서인이 손을 들며 부하를 서늘하게 바라본다.


“저자의 기억을 읽어낸 부작용이라고 할까? 정신 치료받아도 회복이 될까 모르겠다. 처음부터 저 꼴이랑 별다르지 않았어.”


“저런.. 왜 그냥 머리를 열지 그랬어.. 너네 그런 거 잘하잖아..”


갈수록 몸에 힘이 빠진 민영의 목소리가 시들어간다.


“윤 비서를 보고 약해 보인다느니 지껄이고 쓰러진 척 쉬려고? 안되지.”


서인의 말에 꿇려졌던 민영의 몸이 강제로 일으켜 세워진다. 꽉 붙들린 양팔이 저려온다.


“대체 뭘··· 채운 거야··· 후우···”


“너 잡아가려고 채운 개 목걸이라니까. 입고 있는 게 뭔지 알면서 자꾸 물어봐.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입 좀 다물어.”


서인의 눈이 다시 붉게 반짝인다. 눈이 마주친 민영의 고개가 푹 떨어진다.


“서인님. 도착했답니다.”


“잘 됐네. 이쪽으로 오라고 해. 뜸 들일 시간도 없고.”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윤 비서를 힐끔이더니 민영의 정수리를 보고 입술을 깨문다.


“아아악!”


목을 조르는 고통과 함께 고개가 확 들리며 턱턱 막혀오는 숨을 쉬려 헐떡인다. 민영의 비명소리가 홀에 울리자 휘청이던 강성한이 몸을 움찔거린다.


“입을 다물랬지, 누가 잠을 처 자래?”


“아으으윽!!”


서인이 들고 있던 컨트롤러를 누르자 민영의 비명이 더욱 커진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실적 올리면 그분도 만나고, 네 옷도 벗겨가고, 여러모로 좋은 일 해주러 알아서 찾아오고.. 하핫!”


“아, 김은효? 그 자식.. 내가 찾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왜 찾는 거야? 갑자기 궁금하네.”


“왜긴. 잡으려고.. “


“하.. “


턱이 내려가며 어이없어하는 헛웃음을 내뱉는다. 민영의 눈이 비웃는 서인을 가만히 살핀다.


“아, 그러고 보니 공도혁도 있다··· 내가 찾을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민영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진서인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진다. 순식간에 푸릇하게 물들며 손가락이 하얘지도록 주먹을 쥔다. 팔짱이 풀린 서인이 민영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서인님. 가까이 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


평정을 잃은 서인의 얼굴이 더 구겨지며 윤 비서가 잡은 팔을 거칠게 뿌리친다.


“그래. 지금 네년이 차고 있는 목걸이 그분이 보내셨다. 그러니까 조용히 입 닥치고 더 지껄이지 마. 혀부터 뽑아 버릴 거니까.”


서인의 거친 말에 피식 웃은 민영이 고개를 팍 숙이더니 흐늘거리는 몸을 부르르 떤다.


“하핫!! 하하하!!!”


시커먼 부하들에게 둘러싸여서 미친 사람처럼 웃어 젖히는 민영을 보자 서인이 숨을 확 들이켠다. 자신을 비웃는 행동이 분명하다.


“아, 배야.. 덕분에 시원하게 웃었어.”


이글거리는 서인의 눈을 마주한 민영의 눈빛은 웃지 않는다.


“예쁜 언니는 화가 나면 안개로 변하는구나?”


어느 순간인지 머리칼 끝부터 뭉게뭉게 변하는 모습을 눈에 새긴 민영이 입술을 꽉 깨물어 밀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춘다.


“의뢰하신 건 완료했습니다. 이자영이란 사람입니다. 확인하십쇼”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서인이 차분해지며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여기 있습니다.”


석준이 누군가 끌고 들어온다.


“으읍!”


그가 끌고 온 사람을 밀치자 나뒹구는 작은 체구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뒤로 묶인 팔 때문에 어깨부터 떨어진 자가 긴 신음을 내뱉는다.


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부하 둘이 머리에 씌워진 검은 막을 거칠게 벗겨낸다. 머리칼이 이리저리 뒤엉켜 엉망이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눈을 꽉 감는다.


“정산 부탁드립니다. 허허”


영업용 웃음을 지어 보인 석준의 말에 윤 비서의 표정이 사나워진다. 서인도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며 석준을 뻘개진 눈으로 찢을 듯 노려본다.


“알았으니까 빨리 꺼져.”


진서인의 살기등등한 말에 석준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슬금슬금 물러난다. 서인이 윤 비서를 바라보고 혀를 찬다.


“빨리 줘버리고 끝내.”


윤 비서도 긴 숨을 내쉬며 빠르게 그가 원한대로 잔금을 처리를 하고 서인을 바라본다.


“예예. 확실하시네요. 그럼 필요할 때 또 연락 주십쇼.”


잽싸게 확인한 석준이 슬쩍 웃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르게 홀을 나간다.


석진의 뒤통수를 노려본 서인이 몸을 돌려 민영에게 다가간다. 눈이 커진 윤 비서가 팔을 탁 잡자 고운 눈이 날카로워진다.


“놔.”


“죄송합니다.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서늘한 서인의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윤 비서도 물러나지 않는다. 그녀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을 그냥 둘 수 없다. 자신의 팔을 잡은 그의 손을 그대로 두며 민영을 본다.


“그거 알아? 강성한이 전수한 힐링 스킬, 얘가 전승한 거?”


“···뭐? 전승?”


민영이 머리를 획 들며 되묻는다.


“시험해 볼까?”


두려움에 가득 찬 자영의 눈과 마주친다. 민영은 처음 마주한 여자의 표정을 확인하고 서인을 바라본다.


“질리지도 않나. 이러는 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까지 데려와서 뭐 하는 짓이야?”


“···”


“시험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시고, 공도혁 그놈도 김은효 만큼이나 찾고 있으니 알고 있으면 연락처 좀 줄래? 예쁜 언니?”


서인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진다. 몸의 일부가 제어를 잃고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숨기고 잠시 숨을 돌린 해인과 우림. 말 없는 둘의 볼이 홀쭉하다. 아무것도 없는 방의 천장을 향한 해인의 눈이 감았다 떴다 반복한다.


혹시 위험할지 몰라 랜턴을 켤 엄두가 나지 않아 암순응된 눈을 겨우 유지하며 해인을 살핀다.


“코피는 멈췄네. 다행이야.”


“익숙해. 형 말대로 하길 잘했어. 고마워. 훨씬 나아졌어.”


고개를 돌려 우림 쪽을 바라본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의 말에서 걱정과 안도의 숨이 들린다.


“아무래도 너무 조용한데.. 불안하게..”


“좀 더 누워있지.”


“아냐. 이러고 계속 있으면 더 아플 것 같아. 정신이 혼란스러워서 확인해 봐야겠어.”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는 해인을 보며 말린다. 은근 고집부릴 때는 제대로 부리는 해인을 봐서 우림도 억지로 말리지 않는다. 그의 말도 일리 있다.


“해인아. 지금 안전 위치 확인 가능해?”


“응. 해볼게.”


“나도 그럼 전체적으로 다시 구조 파악 해야겠···다..으으?”


“···쉬잇!..”


손을 확 뻗어 우림의 입을 막은 해인이 기척을 숨긴다. 효과 상승을 여러 번 한 해인의 손이 닿은 범위는 생물, 무생물 구분 없이 영향권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


고개를 끄덕인 우림이 해인의 손을 잡고 내린다. 촉이 좋은 해인이 뭔가 위험을 감지한 상태면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


잡은 해인의 손이 점점 떨린다. 벌벌 떠는 그의 손을 꽉 잡아준다. 해인이 안전 위치 확인 중일 것이다. 그가 분명 위험한 것을 본 것이라 생각이 들자 우림도 긴장감에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쿠당탕! 쾅쾅!


멀지 않은 어딘가의 문 부서지는 소리에 둘의 몸이 들썩인다. 해당 층의 범위가 점차 붉게 물든다. 해인은 자신의 스킬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붉은 영역이 자신의 위치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진다.


쿵쾅이는 심장이 가슴을 열고 튀어나올 것 같다. 이 순간 자신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너무 원망스럽다. 그저 약에 기대어 짤막해진 시간을 겨우 버티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익히 알고 있으면서 더 오래 살고 싶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아프지 않게 살고 싶었다. 사실 더 욕심내고 싶을 정도로 아프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민영을 따르겠다며 악수하던 건장한 아저씨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흡···”


“···”


자신의 손을 꽉 잡고 몸을 숙여 울음을 삼켜내는 해인의 등에 손을 올린다. 숨을 참으려 들썩이는 해인의 가지런한 등뼈가 그대로 느껴진다.


[고유 스킬을 확인하십시오.]


[기척 숨기기 A – 자신의 기척을 숨길 수 있습니다. 시전자의 모습은 볼 수 있으나 인지할 수 없습니다.]


[기척 숨기기 A – 숨기기 효과가 대폭 상승됩니다.]


갑자기 눈앞에 뜬 스킬창을 본 해인이 눈이 커진다. 우림을 잡은 손에 힘이 살짝 풀린다.


콰앙!


“찾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방이 거칠게 열린 문에 심하게 울린다. 누군가 외친 소리에 발소리가 시끄럽게 모인다.


해인과 우림이 동시에 입을 꽉 다물며 문 앞에 선 자들을 본다.


“진짜네. 열화상 탐지 아니면 못 찾았을 겁니다.”


정후가 감탄을 하며 고글 모드를 몇 번 바꿔보더니 석준의 뒤에 선다.


“정말이군.”


낮게 울린 석준이 고글을 그대로 쓰고 앉아 있는 두 사람분의 열영역 부근으로 다가간다.


“어후.. 맨눈으로 보면 안 되겠네요.”


정후가 아예 고글까지 벗어 확인한다. 갑자기 어지러운 듯 고개를 마구 흔든다.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고글을 쓴다.


“이봐!”


석준이 무릎을 구부려 앉으며 누군가의 어깨 위치 정도에 손을 탁 올린다.


“윽!!”


“역시. 맞네.”


석준의 손에 딱 잡힌 우림이 그의 악력에 신음성이 터진다. 해인도 결국 눈을 꾹 감는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밝은 라이트 빛이 흔들흔들한다.


“읏···”


해인이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갑작스러운 빛이 눈을 찔러온다. 집중이 흐트러지며 스킬이 풀린다.


“맞네. 우리 구면이지? 장석준이다. 우리가 먼저 찾아서 다행이네.”


다른 대원이 그를 비친 라이트에 건장한 몸이 더 도드라진다. 위험함을 감지하며 방금 기억에서 떠올린 그 사람이 눈앞에 있다. 고글을 벗어 올린 그의 얼굴이 더 단단해 보인다.


“추가 의뢰가 있어서 찾으러 왔다.”


**


파래졌다 빨개졌다 다양하게 보여주는 서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특정 인물에 과민한 서인은 이미 이성을 잃은 눈빛이다.


콰콰쾅!! 쿠쿵! 쾅!!


다른 건물 방향에서 상당히 큰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린다. 부하들이 순간 서인의 눈치를 살피며 민영을 잡은 손에 힘이 살짝 빠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윤 비서는 서인의 팔을 잡는다.


틈을 놓치지 않은 민영이 몸을 크게 움직여 한 쪽을 팍 밀쳐낸다. 어림없다는 듯 모두 왁 달려들며 팔은 물론 목까지 두꺼운 팔로 휘감아 포박한다. 민영이 크게 숨을 내쉬며 눈을 빛낸다.


“이제 시작합시다. 은서 씨. 눈만 안 마주치면 되는 거 같네요.”


민영이 시선이 열린 지붕을 향한다.


“앗!!”


서인이 갑자기 눈앞에 일렁이며 나타난 사람 형체에 놀라 눈이 커진다. 윤 비서도 놀라며 서인을 잡아당기려 팔을 뻗는다. 다급하게 잡으려는 큰 몸이 그대로 굳는다. 은서가 거칠게 서인의 손에 있는 물건을 빼내려 달려든다.


휘익.


상체만 살짝 물린 서인이 눈앞에 나타난 자의 옆통수를 노린 발차기가 꽂힌다. 타악. 힐은 신은 상태로도 정확하게 들어간 발차기를 은서가 똑같이 막아낸다. 늘씬한 다리가 착 접히고 서인이 뒤로 훌쩍 점프하며 거리를 벌린다. 굴곡진 몸으로 아주 민첩하게 움직이자 몸의 라인이 더 흔들린다.


“윽!!”


“훗.”


거리를 벌렸다 생각한 순간 눈앞에 다시 나타난 연갈색 긴 머리가 뱀처럼 출렁이며 시야를 방해한다. 살짝 비웃는 소리도 들리자 땋은 머리를 확 잡아채려 손을 뻗는다.


“아악!”


거칠게 꺾인 손에서 결국 물건을 빼내기 무섭게 여자의 형체가 사라진다. 스킬로 방어할 틈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 여자에게 컨트롤러를 뺏겼다.


“허억.. 헉, 헉. 서인님!”


겨우 몸을 움직인 윤 비서가 손목을 잡고 얼굴을 구긴 서인에게 다가선다.


“빠져나가시죠. 일단 막겠습니다. 잡아온 여자도 사라졌습니다.”


잠깐 사이 민영을 구속하던 부하들이 바닥에 전부 드러누워 있다.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으로 죽진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손에 있던 것을 민영이 손에 들고 이리저리 확인한다.


컨트롤러를 뺏긴 이상 통제할 방법이 없다. 낭패다. 이대로라면 그분을 만나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서인님..”


“윤 비서. 먼저 가 내가 처리할게. 윤 비서라도 살아야지.”


“아, 대화중에 미안한데, 이거 보낸 놈이 공도혁이 맞아?”


살길을 궁리하느라 바쁘게 머리를 회전시키는 상황에 그 이름이 들리자 얄팍하게 남은 이성마저 날아간다. 저 짙은 갈색 머리채를 잡아 패대기치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서인님! 안됩니다. 일부러 저러는 겁니다. 지금까지 시간 끌기였던 겁니다.”


“하아..”


“강성한도 데리고 나간 모양입니다.”


그를 붙잡고 있던 부하들도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 자신의 요새 중 가장 멋지고 넓은 공간에서 보기 좋게 당했다. 그분이 보내준 카드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 판단력이 흐려져 말 그대로 안개가 되어 가는 서인을 윤 비서가 뜯어말린다.


덩그러니 둘만 남고 자신의 킥을 쉽게 받아치고 달려들어 제 손의 물건을 뺏어간 의문의 여자도 사라졌다.


“너희 둘을 어떻게 할까? 목걸이 채워주면 개라도 해볼래? 최소한 내가 원하는 정보는 말해줘야겠어.”


목을 양쪽으로 까닥이자 단발머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지금 네가 목에 차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지껄이는구나. 하하핫!”


갑작스럽게 깔깔대며 웃는 서인을 보자 윤 비서의 표정이 묘해진다.


“너보단 내가 더 잘 알아. 시답잖게 웃기는.”


피로감이 몰린 민영의 목소리에 짜증도 묻어난다.


“그분이 직접 보내주신 거라고! 네년의 목숨은 네 것이 아니란 거다! 멍청하긴!”


드물게 데시벨 높게 소리를 지르는 서인을 본 윤 비서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주먹을 꽉 쥐어 부들거리는 서인을 보고 민영이 눈을 꾹 감으며 한숨을 깊게 내쉰다.


“하아··· 내가 입고 싶어서 입은 것도 아니고, 멋대로 줘놓고 멋대로 벗겨 가려 하질 않나, 이제는 멋대로 가지고 놀려고 하네? 내가 어째야 될까?”


“목숨이 아깝다면 멋대로 굴 수 없을 거다!”


홀에 들어오고 효과 상승 메시지 창을 몇 번 봤었는지 생각을 탁 멈춘다.


“너야말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우웅 울리는 소리와 함께 슈트의 표면이 물결치듯 파르륵 떨린다. 빛이 요동침과 동시에 하얀색 초커가 뽀각이며 잘게 금이 간다. 일렁이는 기운에 머리칼이 마구 휘날리며 검은 코트도 확 펼쳐지며 펄럭인다.


쿠우웅!!


민영의 목에서 생겨난 충격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홀 공간에 순식간에 퍼진다. 그 바람에 천장에서 떨어진 흙먼지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큭!!”


윤 비서가 서인의 앞을 막아선다. 그의 몸 앞에 생겨난 반투명한 반구의 막이 충격을 흘려보낸다. 흩날리는 먼지와 바람에 서인이 그의 뒤에서 눈을 꽉 감는다.


“너보다 옆에 덩치가 더 똑똑해 보인다. 아까 말했지? 약해 보인다고.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판단을 더 잘하지. 도발해도 조용히 있잖아. 예쁜 언니는 살기 관리를 잘 못하시네.”


“으윽!”


“서인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뭔가 수를 썼을 겁니다.”


[고유 스킬을 확인하십시오.]


[제압 – 눈이 마주친 대상을 일정 시간 블랙아웃 상태로 만듭니다. 시야를 가리는 어떤 것도 효과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대상에 따라 지속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속 발동되던 스킬이 민영에게 먹히지 않는다. 지붕에서 떨어질 때처럼 제압만 걸리면 두들겨 패줄 생각에 집중하지만 눈이 마주쳐도 통하지 않는다.


[경고 – 스킬 발동 대상이 없습니다.]


연속으로 뜨는 경고 창을 보며 서인이 부들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눈빛이 정상이 아니다.


“이봐! 그냥 보내주면 안되겠나!”


진서인의 앞을 막아서며 민영에게 소리친다.


“똑똑하다는 말 취소..”


민영의 눈이 일자가 되며 머리를 탁 짚는다.


쿠웅!!


“크흑!!”


방어할 틈 없이 큰 덩치가 훅 날아가 벽에 콱 처박힌다. 바닥으로 쿵 떨어지며 쿨럭이는 기침에 피를 토해낸다.


“윤승호!!”


서인이 놀라 그의 몸을 살피려 다급하게 다가간다. 검은 머리칼이 엉망이 되어 흔들린다.


“지금은 사람이 죽어가는 게 보여? 저 남자가 약한 게 네 탓은 아니지. 기분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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