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두동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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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네
그림/삽화
신가네
작품등록일 :
2024.08.22 13:06
최근연재일 :
2024.09.19 16:1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39
추천수 :
32
글자수 :
92,150

작성
24.08.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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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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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AM 08:00

DUMMY

#13 / AM 08:00


분주할 것 같은 출근 시간. 하지만 시내 모든 거리에는 경광등을 번쩍이는 순찰차와 긴박한 싸이렌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소방차 그리고 구급차만이 쓰러진 가로수만 남아있는 텅 빈 거리를 빠르게 지나고 있다.


“긴급 속보 입니다. 지난 새벽 1호 태풍 「기루」의 영향으로 부산시내 해안지역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항만 및 해안 인근시설물에 많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시설 마비로 핸드폰 및 인터넷 접속이 되질 않아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외부 지역으로 출입이 통제 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부산시는 특별재난사태를 선포 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소식은 뉴스속보로 중계 할 예정이니 많은 시청 부탁 드립니다.”


서면 사거리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뉴스 속보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길을 멈추고 지켜본다.


“오늘 일 못 나가는 거 아이가~”

“지금 일이 문제가! 시내가 이래 됐는데!”


전광판 속 화면에는 시청 로비에서 브리핑을 준비하는 최영휘 부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14 / 동요


태풍이 덮친 지 벌써 하루가 지난 시각. 오전에 있었던 최 부시장의 브리핑은 지역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겨 놓았다.

시내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쓰러진 가로수와 간판, 파손된 건물들을 복구 하느라 여념이 없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파란 하늘을 둘러싼 솜사탕 같은 하얀 구름 장막을 보며 신기해 하면서도 기이한 풍경에 위화감 느끼며 동시에 두려움을 숨긴다.

관공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과 일터가 멈추었고 연결되지 않는 핸드폰과 인터넷 서비스로 인해 평소 알지 못했던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 켠엔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확신이 옅어지고 있다. 마치 외딴 섬에 고립된 사람처럼.


“아니. 아재요! 예서 이러면 어 캅니까? 저희도 아는 게 없다 안 합니까?”

“쓸데없는 소리 집어 치우고 구청장 나오라 카소! 구청장 나올 때까지 내 안 갈기다! 고마 빨리 나오라 카소!”


구청 민원실로 사람들이 몰려있고 한 남자가 큰 소리로 구청장 면담을 요구 한다.

“지금 구청장님 안 계신다 안 캅니까. 이러지 마시고 돌아 가이소!”


진땀을 흘리며 설득 하는 민원실 공무원의 말에 흥분하는 남자.

“지금 시국에 자리에 없는 게 말이 되나? 구청장 빨리 나오라 카이!”

“아재요. 우리 구 뿐만 아니라 다른 구 모두 비상이라 시청에서 대책 회의 중입니다. 고마 쫌 기다리시고..”


공무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는 남자.

“그래? 그라모 시청으로 가면 되겠네! 자~ 모두 시청으로 가 입시다!”


구청 밖으로 나서는 남자와 사람들, 난감해 하는 공무원은 수화기를 든다.

“아.. 이거 우짜노~”




#15 / 상황실


“오후 5시 현재 모든 외곽도로가 통제 중이고 부산항을 포함한 항만시설에 긴급 복구팀이 투입되어 작업 진행 중입니다.”


상황실 벽면 모니터에 현장 사진을 넘기며 보고하는 관리과장.


“또한 영도와 수영만 일대 피해지역의 이재민 경우 인근 학교에 분산 배치해 임시 수용 중에 있습니다.”

“시설과장님. 수도와 전기 공급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최 부시장의 질문에 시설과장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어쩌면 재해 복구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전기 공급일 것 같습니다.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질 않으면 수도 공급 또한 문제가 발생 합니다. 사하구에 있는 부산발전본부 전력공급은 현재까지 문제가 없습니다만, 부산 외 지역인 고리 발전소에서 부산 동부지역으로 공급하는 전력 수급은 중단된 상태 입니다.

현재 긴급 전력 공급분을 동부지역을 우회 하여 진행 하고 있습니다만 부산시 전체 공급 전력량에 40% 가량 부족한 상태 입니다. 내일부터라도 전력 공급량과 시간을 제한적으로 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요?”

“전력 소모량이 많은 오전과 정오, 저녁 시간을 제외한 중간 시간대와 새벽 시간대에 병원 및 관공서를 제외한 민간시설에 전력을 차단 할 계획 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 부시장.

“전력공급이 차단되면 수도공급 역시 안될 텐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집니다. 장기화 되면 문제가 심각해 져요. 다른 방안은 없나요?”

“찾아 보겠습니다.”

“부산발전본부는 LNG를 사용하죠?”

“네. 그렇습니다.”

“LNG 비축량은 얼마나 되나요?”

“부산저장소에 보관된 유류 및 LNG는 상시적으로 3개월 사용 분을 비축 하고 있습니다.”

‘3개월이라..’


이때 비서실 최 주무관이 상황실로 다급히 들어온다.


“부시장님,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무슨 일이죠?”

“시청 로비에 시민들이 몰려 들어 왔습니다. 부시장님과의 면담을 요청 하고 있습니다.”


한 동안 창 밖을 바라보던 최 부시장, 자리에 일어서며 밖으로 나선다.




#16 / 계측


재욱의 SUV. 건호와 소현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 선배! 부산에 온 이후로 한 숨도 못 잤어요.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 나 몰라~ 한 숨 잡니다.”


시트를 뒤로 젖히는 소현, 피곤한지 바로 잠이 든다. 외투를 덮어주는 건호.

기상청을 나온 지 반나절이 지난 시간, 새벽부터 동부지역인 장산, 남서부 지역인 아미산과 태종대를 돌아 가고 있다.


“기상자료가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는 지금은 현장 관측만이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어.”


2시간전 아미산 정산 인근에 휴대용 관측기「웨더팩」을 설치하고 있는 건호가 투덜거리는 소현을 보며 말한다.


“선배! 아무리 그래도 이건 강행군이라 구요. 어떻게 군대보다 빡 세~ 그런데 선배! 왜 장산, 태종대, 아미산에서 관측하는 거예요? 물론, 세부 지역관측기록이 있어야겠지만 이 세 곳에서 하는 이유가 뭐죠?”


웨더팩을 땅에 설치 한 후 모니터에 연결하는 건호가 소현을 본다.


“음.. 미안한데.. 아직 한 군데가 더 남아 있어.”

“네? 아~~ 난 못 가 더 이상. 이건 뭐 묻지마 등산 동호회도 아니고 사랑스런 후배를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닙니까?”

“네가 기상청에서 말했지? 자료의 보물창고에 와서 기쁘다고, 그 보물을 이제는 네 손으로 만드는 거야. 어때? 기쁘지?”

“아~~ 무슨 말을 못 하겠네.. 그러니까 왜 세 군데.. 아니지. 네 곳에서 관측 하냐고요?”


소현의 물음에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건호.


“장산, 태종대, 아미산 그리고 이따가 가야 할 곳은 부산 지역 내에서 각각의 네 방위에 해당돼. 동서남북의 최고점, 이 네 지역에서 관측한 풍속, 풍향, 온도, 압력등의 기상 데이터를 입력해서 이전 자료와 같이 시뮬레이션 해봐야 이 태풍이 어떻게 될지 예측 할 수 있을 것 같다.”


건호의 대답에 소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선배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최고의 지성을 가진.. 악덕 업주야..”

“든든하지? 이제 그만 투덜대고 와서 웨더팩 쓰러지지 않게 꽉 잡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혼잣말로 투덜대며 양손으로 웨더팩을 잡는 소현.


아미산 정상에서 보는 다대포 앞바다는 붓으로 칠한 듯한 하얀 해무가 바람에 흩날리는 솜사탕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17 / 불안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점거 한 채 소리를 지르며 공무원들과 청원경찰을 밀친다.


“마! 이거 안 놓나? 내 할 말 있어 왔다 안 카나?”

구청에서 소란을 피우던 남자가 공무원을 밀치며 화가 난 듯 큰소리를 친다.


“부시장 나오라 캐라! 빨리 말 안 하나? 나온나!”

“안 나오나!”


남자의 말에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입으로 외친다.

사람들이 공무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로비에 나타난 최 부시장.


“제가 부산시 행정 부시장 최영휘 입니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최 부시장이 나타나자 일순간 조용해진 시청 로비, 잠시 후 남자가 입을 연다.


“부시장님! 지들은 자갈치 시장에서 횟집을 하거나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 입니더. 이럴 수 있심니꺼? 다 얘기 듣고 왔써예.”


“무슨 얘기를 들으셨다는 거죠?”

최 부시장이 궁금한 듯 묻는다.


“태풍 땜시 시장도 난리가 아니라예. 지붕이며 설비며 날아간 가게가 한 둘이 아닙니더. 상인들도 복구 하느라 정신이 한 개도 없는 데예..”

남자의 하소연에 조용히 듣고 있는 최 부시장, 남자는 계속해서 큰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그란데, 구청 직원이 그랍니다. 내일부터 전기를 끊는다고 예. 이기 말이 됩니까? 시장에 전기 끊기면 횟감들 다 죽심니더. 횟감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도 다 죽습니더!”


남자의 흥분한 목소리에 아무 말 없는 최 부시장, 잠시 후 조용히 입을 연다.

“상인 여러분의 어려운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시에서는 각 구청 및 관공서와 협력해서 시민 여러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중 입니다.”


“부시장님! 그럼 전기는 안 끊는교?”

남자의 옆에 있던 나이 많은 상인이 되묻자 여기 저기서 서로 소리치는 상인들.


“시장은 괘 안습니까? “

“전기 안 끊는교?”


한참 동안 상인들을 보던 최 부시장, 결심한 듯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대책을 마련 중 이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습니다. 비상 사태인 만큼 상인 여러분들께서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하는 최 부시장, 하지만 큰소리로 성토하는 목소리들.

“이 보이소! 대책이 있기나 한깁니까? “

“전기 끊기면 가만히 안 있을 기라예!”

“김해고 창원이고 울산이고 마, 전화도 안 터지는데 뭐 숨기는 거라도 있는 거 아닌교!”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최 부시장.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과 보호에 최선으로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최 부시장,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항의 하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시청 로비가 크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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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회(再會) 24.09.02 19 2 12쪽
7 화영 24.08.31 27 2 14쪽
6 조우(遭遇) 24.08.29 26 2 12쪽
5 금정산 24.08.28 21 2 14쪽
4 대조(對照) +2 24.08.27 33 2 17쪽
» AM 08:00 24.08.26 22 3 10쪽
2 AM 02:45 24.08.23 27 3 15쪽
1 D-00:30 / pm 8:30 24.08.22 50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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