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두동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신가네
그림/삽화
신가네
작품등록일 :
2024.08.22 13:06
최근연재일 :
2024.09.13 10:5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24
추천수 :
31
글자수 :
87,111

작성
24.08.22 13:37
조회
48
추천
2
글자
20쪽

D-00:30 / pm 8:30

DUMMY

제주 서남방 100km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근 해상.

칠흑 같은 바다 한가운데 둔탁한 엔진소리와 함께 닻을 내리는 마라도호.


“선장님! 도착했어요?”

담배 한 모금 연기를 내뱉으며 낚시꾼이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가 이어도 인근 다금바리 집터요. 원래는 들어올 수 없거든! 하지만 손님들은 운 좋은 줄 아슈. 내가 밑밥을 다 깔아 놨거든. 어군 탐지기를 보니 이놈들이 나올 확률이 아주 커요. 자~ 일단 여기부터 시작 합시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의 선장은 곧바로 엔진을 끄고 선미 쪽에 서치라이트를 비춘다. 채비를 끝낸 낚시꾼들이 하나 둘 캐스팅을 하자 검은 바다위로 연녹색의 형광 파문이 퍼져간다.


“오늘은 파도 한줌 없이 잔잔 하구만~”


속 울렁이는 흔들림이 없자 기분 좋은 듯 낚시꾼이 흥얼거리며 릴을 푼다.

10여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어군탐지기를 쳐다보던 선장, 뭔가 이상함을 느끼자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배 주위를 돌며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선장,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어! 뭔가 이상한데. 순식간에 멸치 떼 들이 사라졌어..”


바다 속을 한참 동안 비추던 선장은 뭔가를 발견한 듯 시선이 한곳에 머무르자 낚시 배 주위로 물방울 같은 기포들이 하나 둘 떠오르더니 점차 수가 많아진다.


“어! 이게 뭐야~ 선장님!”

크게 놀란 듯 소리치는 낚시꾼들. 소란스러운 소리에 선수로 다가간 선장. 서치라이트를 비추자 보이는 광경에 말을 잊지 못한다.


짙은 형광 빛 수많은 기포들이 물 끓듯 수면 위에 퍼져 나오자 배 주위에는 팔뚝 크기의 다금바리들이 배를 뒤집으며 하나 둘 떠오르고 있다.

낚시배1 png.png

#1 / Pm 10:30


부산행 KTX 4호 열차. 움직이는 열차 창 밖으로 천안역 표지판이 빠르게 지나간다.

늦은 밤 조용한 열차 안 모니터에는 긴급뉴스 속보가 자막과 함께 나오고 있다.

태블릿으로 기사를 검색하던 건호, 뭔가에 집중한 듯 생각에 잠긴다.


“5월에 북상중인 태풍이라! 선배 이건 학회 발표 감인데요?”


노트북을 열며 흥분한 듯 말하는 소현.

“역시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는 건가~”

혼잣말하는 하는 소현을 보며 건호는 미소를 짓는다.


“최근 태양의 표면 진동 주기 데이터 확인해 봤어?”

미간을 찡그리며 태블릿을 보는 건호.


“잠시만요 선배. 음. 아직 자료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는데 최근 이상 기후와 관련이 있을까요?”

볼펜을 입에 문채 노트북 자료를 확인하던 소현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섞여 있다.


“이틀 전 자료를 비교 했을 땐 연평균 수치보다 2~3% 높게 나오고 있어. 문제는..”

“문제는.. 뭐요? 선배?”

건호는 동그란 눈을 뜨며 궁금한 듯 재촉하는 소현을 보며 대답한다.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아직은 미세하지만.”

“선배. 부산에 내려가면 자세한 자료를 확인 할 수 있겠죠? 그나저나 주말 이 시간에 친구들 약속도 다 미루고 선배 긴급 호출로 부산에 내려가는 거.. 이거 다~ 특근 수당으로 쳐야 합니다! 거기에 플러스! 회 한 접시 더해서. 하하”


소현의 농담 어린 투정 너머 객차 안 모니터에는 기상 속보를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분주해 보인다.


창밖에 부딪치는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며 부산행 KTX는 빠른 속도로 어두운 철길을 달려 간다.




#2 / Pm 11:30


부산 시청 종합 상황실.

상황실 벽면 모니터에는 빠르게 이동하는 태풍의 위성 사진과 함께 회의 테이블 위로 서류를 올려놓는 공무원들의 몸짓이 분주하다.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실 공기가 느껴지듯 안전실장, 재난대응과장 등 담당 공무원들이 심각한 얼굴로 기상 속보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부시장님은 도착하지 않으셨나?”

안전실장의 말에 시계를 보는 비서관.

“30분전에 출발 하셨으니 곧 도착 하실 겁니다.”


상황실 하얀 벽에 걸린 동그란 벽시계가 11: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잠시 후 행정 부시장 최영휘가 화장기가 없는 맨 얼굴로 다급히 들어온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하나로 묶은 머리가 상황실에 있는 사람들과 대비되어 보인다.


“실장님.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비서실에선 시장님께 연락 했습니까?”

상황실에 들어서자 다급하게 묻는 최 부시장.


“속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갑자기 발생한 태풍이 부산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이라 기상청에서도 미처 예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민 안전실 김두용실장이 서둘러 대답한다. 뒤를 잇는 비서관.


“시장님께선 1시간전 보고를 받으셨고 출장 일정을 앞당겨 내일 오후 비행기로 귀국 하신다고 합니다.”

“실장님. 태풍의 규모나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을까요?”


안경을 고쳐 쓰며 기상청 보고서를 바라보는 안전실장. 차분하지만 빠른 목소리로 보고서를 읽어 간다.


“북상 중인 1호 태풍 「기루」는 현재 대마도 해상 60km 좌측에 올라와 있습니다. 괌 이나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태풍과 달리 제주도 남쪽 100km 해상에서 2시간전 갑자기 발생 한 것으로 파악 됩니다.”


“그런 일이 발생 할 수 있나요?”“

놀란 얼굴로 되묻는 부시장.


“기상청에서도 발생 원인에 대해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태풍의 규모는 어떤가요?”

서둘러 질문 하는 최 부시장의 말에 다시 보고서를 쳐다보는 안전실장.


“규모는 아직 작습니다만 기상청 발표로는 순간 풍속 60m/s로 역대 최대 라고 합니다. 참고로..”

순간 말을 멈춘 안전실장의 숨을 가다듬고 이어간다.


“역대 최대 피해를 줬던 2002년 태풍 루사는 순간 최대 풍속이 50m/s 였습니다.”


안전실장의 보고에 힘없이 의자를 뒤로 젖히는 부시장,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응시한다.


“지금 속도와 경로라면 4시간 후 부산 앞 5km 해상에 진입 합니다.”

“부산시 피해는 어느 정도로 예상 됩니까?”


부시장의 떨리는 목소리에 상황실 안의 모두가 굳은 얼굴로 한곳에 시선이 고정되고, 안전실장은 순간 목이 마른 듯 테이블 위에 컵을 들어 물을 마신다.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지만 2002년 루사 기준으로 경제적 피해는 배가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명피해가 어느 정도 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보고를 마친 안전실장이 조용히 자리에 앉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경보대응 1단계를 실시하고 재난대응과, 현장관리과 등 관련부서에서 대응 메뉴얼에 따라 철저히 대비 부탁 합니다. 공보실장님!”

“네. 부시장님.”

“공보실에 연락해서 긴급 재난문자 다시 발송 하도록 하고 지역방송에도 재난 대비 방송 준비 바랍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방본부장님. 인명피해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소방관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최대한 주의 부탁 드립니다.”

“네.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부시장의 지시에 소방본부장이 목에 힘을 준 채 대답 한다.


“지금 시장님께서 부재 중인 가운데 역대 최대의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상황실을 중심으로 태풍이 지나간 이후까지 모든 부서가 대비해 주시고 특히 시민들의 안전에 최대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영휘 부시장의 상기된 목소리가 상황실 내부를 깊게 울린다.



#3 / Pm 11:45


세찬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빗방울. 힘없이 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들이 어두운 부산역 광장을 뒤엎고 있다. 대합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건호와 장소현, 건호는 고개를 들어 대합실 시계를 바라본다.


“바람이 점점 세지는데요. 선배.”


굳게 닫힌 수많은 유리창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


창 밖 계단 위를 때리는 빗소리가 더욱 커져 간다.

대합실로 들어서는 한 남자, 등산복 점퍼 차림에 안경을 고쳐 쓰며 건호에게 다가온다.


“어이~ 이교수!”

건호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


“어~재욱이 형!”

“살아있었네. 이 교수~ 평소엔 그렇게 내려오라 해도 듣는 척 안 하더니 이럴 때만 부리나케 달려오냐? 하하.”

남자는 넉살 좋게 웃으며 악수한다.


“교수는 무슨 말단 연구원이지. 형은 여전하네. 이쪽은 우리학교 연구원 장소현!”

“안녕하세요~ 이건호 직속 선배 김재욱 입니다. 반가워요.”

재욱이 웃으며 손을 내민다.

“장소현 입니다. 건호 선배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비에 젖은 재욱과 악수를 하는 소현.


“아~ 그래요? 좋은 얘기겠죠? 하하하.”

크게 웃고 있는 재욱을 보며 소현이 따라 웃는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창 밖을 보며 금세 굳은 표정을 짓는 건호.

“점점 심해 지는데.”

“이제 시작이야.”


점차 거세지는 비 바람이 대합실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자 심각해진 얼굴의 세 사람은 부산역 광장을 바라본다.




#4 / am 00:00


빠르게 움직이는 차창 와이퍼, 지나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는 재욱의 SUV만이 빗속을 뚫으며 사거리를 통과 한다.


“급하게 연락 했는데 바로 와줘서 고맙다.”

“고맙긴. 형 연락 아니었어도 와야 할 정도로 큰일이야.


건호의 대답에 큰소리로 웃는 재욱.

“자세한 얘기는 지청에 들어가서 하겠지만 이번 태풍은 심상치 않아. 아~ 소현씨 피곤하죠? 미안 합니다. 귀한 주말에 내려 오게 해서.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과장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실에서 확인 할 수 없는 데이터가 잔뜩 있는 보물창고로 불려주시는데..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이며 대답하는 소현, 그 모습에 재욱은 기분 좋게 웃는다.


“이야~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네. 우리나라 기상천문학계의 미래가 아주 밝네 밝아. 이런 훌륭한 후배를 둬서 부럽다 건호야. 하하하.”

“제가 또 한 긍정 합니다. 하하. 제 선배이시기도 한데 말씀 낮추시죠. 선배님.”

“아! 그런가? 역시 싹싹함까지.. 우리 과 후배 맞네 맞아. 하하하.”


재욱의 유쾌한 웃음을 보며 미소 짓는 건호.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이내 눈빛이 어두워진다.




#5 / am 01:30


“기상속보 입니다. 현재 시간 새벽 1시30분, 저는 지금 다대포항에 나와있는데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방파제에는 높이 5M가 넘는 파도가 일고 있습니다. 1호 태풍 「기루」는 빠른 속도로 북상하여 현재 욕지도 해상 20Km전방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1시간 뒤인 새벽 2시 30분경 부산 앞 해상에 진입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부산시내 모든 도로가 통제 되어있고 모든 항만과 항구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대포항 풍속은 25m/s 입니다. 1호 태풍 「기루」의 순간 최대 풍속은 70m/s로 관측되고 있어 부산지역을 통과 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 됩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계속 기상 속보를 확인 하시어 만반의 대비를 부탁 드립니다. 지금까지 다대포항에서 PBS 서은국 입니다.”


TV 화면 속 노란 헬멧을 쓴 기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속보를 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최영휘 부시장. 시청 상황실에는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심상치 않은 상황임이 느껴진다.


“장비서관! 차 대기 시키세요.”

“네?”


놀란 듯 되묻는 비서관.


“아무래도 기상청에 가 봐야겠어요.”


최 부시장의 말에 안전 실장의 눈이 커진다.

“부시장님. 지금은 차량이동도 위험 합니다. 차라리 기상청 담당자들을 들어오라 하시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 이런 긴급 상황에 기상청 직원들을 오라 하면 관측 예보는 어떻게 되겠어요?”

매섭게 쏘아보는 부시장의 눈빛에 안전실장은 시선을 돌린다.


“죄송합니다. 부시장님.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안전실장님. 가까운 거리라 문제 없을 겁니다.”


서둘러 상황실을 나가는 부시장 뒤로 비서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창 밖 도로에는 세차게 요동치는 신호등이 노란빛으로 점멸되어 거리의 모든 그림자들을 춤추는 것처럼 흔들고 있다.

부산 태풍2.jpg

#6 / am 01:45


태풍 「기루」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로 보고 있던 건호와 소현은 자신의 노트북을 기상청 컴퓨터에 연결한 후 기상 데이터를 확인 하고 있다.


“이런 태풍은 역대 기록에도 없어. 남중국해나 괌, 오키나와 해상도 아닌 제주도 남방 100km에 발생 한 태풍이라. 이게 말이 되냐? 전조 현상 없이 전혀 관측 되지 않았단 말이지. 봐봐. 4시간전 관측 기록을 보면 예보 기록과 거의 같아. 낌새 조차 없어.”


재욱은 흥분 한 듯 큰소리로 떠들며 얘기한다.


“소현아! 연구실 데이터 중 최근 이틀 치 관측 자료 열어봐.”

“넵. 선배.”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하는 소현.


잠시 후 소현의 노트북에 보이는 그래프들, 왼쪽에는 연평균, 오른쪽에 최근 이틀간의 대기 상태를 나타내는 막대선 들이 보인다.


“오늘 오후 자료로는 연평균과 차이가 없어. 대기 풍속, 풍향, 대기온도, 수온 등 모두.”


소현의 등뒤에서 안경을 고쳐 쓰며 미간을 찌푸리는 재욱.

모니터를 자세히 보던 건호는 자신의 노트북의 자료를 열어본다.


“오늘 오후 5시 기준으로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여길 봐. 저녁 7시30분 제주 남쪽 110km 해저에서 진도 2.5의 지진 기록이 있어. 진앙지가 제주 먼바다 해저에 진도도 크질 않아 이슈가 안됐지만 태풍 발생 위치와 겹쳐. 7시30분 이후의 인근 해상에 자세한 관측자료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기상청 슈퍼 컴퓨터에도 아직은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을 것 같은데. 아! 상태한테 연락해 봐야겠네. 박상태!”

들뜬 얼굴로 재욱이 핸드폰을 열어 본다.


“뚜뚜~뚜뚜~”

한 동안 귀 기울이던 재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되며 삐~소리 이후 통화료가 부과 됩니다.”

전화기 너머로 무심한 듯 안내 음성이 들려온다.


“상태 이 자식 또 안받네. 하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역시 지금 비상일 텐데 전화 받기 힘든가 보다.”

“상태 형 제주에 있지 않았어?”

“어~ 상태 일주일 전에 이어도로 지원 나갔어. 자기는 뭐 뱃사람이 체질이라나. 하여튼 상태한테 이따가 다시 연락해서 저녁 이후 자료 받아야겠다.”


핸드폰을 다시 확인 하는 재욱, 그때 모니터를 주시하던 소현이 놀라며 소리친다.


“선배님 이것 보세요. 태풍 중심기압이 갑자기 낮아지고 있어요. 순간 풍속도 30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빨라졌어요! 진짜 이상한 건 태풍의 지름이 작아지고 있어요!”


모니터를 향해 얼굴을 들이미는 건호.


“마치 힘을 응축하는 것 같아. 형! 지금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어? 어.. 어.”


건호의 말에 넋 놓고 있던 재욱이 해상 부이 모니터를 확인한다.


“지금 지심도 앞 5Km 해상 계류 부이에서 감지되고 있어.”

“지심도면 거제도 앞인데 이 속도라면.. 1시간 후 부산 앞바다에 진입해.”


긴장한 듯 손수건을 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재욱. 그 순간 상황실 입구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청바지에 후드 티 차림의 중년 여성이 부산 기상청장과 함께 들어온다.


“부시장님. 여기가 관측과 상황실 입니다. 이쪽은 관측과 김재욱 과장 입니다.”

최영휘 부시장은 재욱에게 손을 내민다.


“긴급 상황이라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기 힘드네요. 부산시 부시장 최영휘 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김.. 김재욱 입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듯 재욱이 더듬거리듯 말한다.


“여기 김재욱 과장이 태풍 진행 상황을 자세히 보고 드릴 겁니다. 김과장!”

“네? 네. 네..”

청장의 말에 놀란 듯 자세를 잡는 재욱.


“지금.. 현재 시간 1시 50분, 1호 태풍 기루는 아.. 그러니까.. 음.”

재욱은 안경을 고쳐 쓰며 상황실 모니터를 다시 본다.


“그러니까 1호 태풍 기루는 현재 거제도 앞 지심도 해상 5Km를 지나고 있습니다.”

긴장한 듯 책 읽듯이 말하는 재욱의 이마에는 연신 땀방울이 흐른다.


“과장님. 저는 정식 브리핑을 받으러 온 게 아니니까 편히 말씀 하세요.”

재욱은 최 부시장의 말에 허겁지겁 흐르는 땀을 닦으며 대답한다.


“네.. 부시장님. 현재 최대 풍속은 75 m/s이고 중심기압은 820 hps로 역대 최대의 바람세기를 가진 태풍입니다. 앞으로 1시간 뒤 부산 앞 해상 5km에 진입 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태풍의 크기는 어떻게 되죠?”


정면에 설치된 기상 위성 모니터를 보던 최 부시장이 되묻는다.


“아. 그게.. 특이한 상황인데요. 부시장님. 역대 최고의 풍속을 지닌 태풍 치고는 크기가 작습니다. 태풍 중심으로부터 반경 20Km 입니다.”

“네? 그렇게 작은 태풍도 있나요? 아무리 작은 소형 태풍도 직경이 100Km는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아.. 그래서 특이하단 말입니다. 부시장님. 이렇게 작은 태풍은 저도 처음 보는 거라! 아. 죄송 합니다.”


흥분한 듯 큰소리로 말하는 재욱, 과장된 몸짓과 함께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이번 태풍의 발생 원인은 확인 됐나요? “

최 부시장의 질문에 당황 하는 재욱.


“음. 그게.. 아! 부시장님. 여기 있는 한국대 천문 기상학부 이건호 교수가 좀더 자세히 설명해 줄 겁니다. 이교수!”

건호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부탁하는 재욱, 건호는 그런 재욱을 보며 인상을 쓴다.


“이건호 입니다. 이번 태풍은 일반적인 태풍과는 발생, 경로, 규모 등이 다른 이례적인 아니, 보고조차 된 적 없는 태풍 입니다. 일반적인 태풍은 규모가 크던 작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6~10월 사이 적도 북위 5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25도 이상일 때 주로 발생 합니다.”

“지금은 5월 인데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건가요?”


의아한 얼굴로 묻는 최 부시장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건호.


“오늘 오후까지의 제주 남방 해수온도는 16.7도로 평균 풍속은 19.8 Km/h 였습니다. 예년과 비슷한 수치죠.”

건호의 대답에 알 수 없다는 눈빛을 보이는 최 부시장.


“해수온도가 높아 졌다고 해서 태풍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수면과 상승대기의 기압 차, 대기의 충분한 습기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열대 저기압에서 서서히 발전해 고위도로 올라오며 태풍으로 진화 하는 거죠.”

설명을 이어가던 건호의 목소리가 잠시 멈춘다.


“이번 태풍은 모든 조건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건가요?”


실망한 눈빛의 최 부시장이 되 묻는다.

기상 위성 모니터 옆으로 그래프 자료를 띄우는 건호.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를 보시죠. 오늘 저녁 7시 40분경 제주 남방 110Km 해저에서 진도 2.5의 지진 발생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1시간 동안 5~10분 간격으로 비슷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 했습니다. 바로 태풍 발생 지역과 근접하고 있죠.”


모니터 속 그래프에는 지진 발생 시간과 규모, 그리고 위치 좌표가 그려져 있다.


“그럼 지진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

모니터를 자세히 보던 최 부시장, 재차 질문을 한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관계가 있다고 생각 됩니다.”

“근거는요?”

“아직 이론이긴 하지만 해저지형의 변화에 의해 급변한 해수온도가 영향을 줬을 거라 생각 됩니다. 구체적인 관측 데이터를 확보 한 후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건호의 설명에 잠시 생각에 잠긴 최 부시장.


“가장 중요한.. 태풍 진입 후 부산시 피해 규모는 어떻게 예상 되나요? “

최 부시장의 질문에 정적이 흐르고 재욱과 소현은 굳은 표정으로 건호를 바라 본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대로 이번 태풍은 규모는 작아도 풍속으로는 역사상 기록되지 않은 카테고리 5급 이상의 초 강력 태풍 입니다.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예상 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겁니다. 그 예상이 어느 정도가 됐든.”


건호의 답에 굳은 얼굴로 기상 위성 모니터를 바라보는 최 부시장, 모니터 속 태풍 「기루」의 움직임이 점점 부산을 향해 다가 오고 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문피아를 통해 처음 연재하는 신가네 입니다.

제목 곡두동래의 “곡두”는 신기루랑 뜻의 순우리말이고 “동래”는 부산의 옛지명을 뜻합니다. 미스테리한 천재지변을 겪는 부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니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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