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두동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신가네
그림/삽화
신가네
작품등록일 :
2024.08.22 13:06
최근연재일 :
2024.09.13 10:52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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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7,111

작성
24.08.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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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조우(遭遇)

DUMMY

#25 / 조우


코 끝에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이 두 눈의 초점을 깨운다.

얼마나 의식을 잃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새 동그란 보름달이 길게 뻗은 나무 한가운데 멈춰 있다.

푹신하게 깔린 나뭇잎의 포근함이 느껴질 때쯤 데인 듯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아~”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내는 건호. 고개를 들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살펴 겉옷을 들추자 30cm 가량의 소나무 가지가 옆구리에 박혀 있다. 의식이 또렷해 지는 것과 비례해 통증은 더욱 커진다. 한동안 누운 채 고통을 견뎌내는 건호, 잠시 후 주변을 둘러본다.

달빛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소쩍새 울음 소리에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주머니 속 무전기를 집어 든 건호.


“치~직~”

“소현아! 들려? 소현아! 재욱이 형 들려?”


송신 버튼을 누르며 소현과 재욱을 불러 보지만 잡음 소리 외엔 대답이 없다.

숨을 쉴 때 마다 밀려오는 통증에 연거푸 신음 소리가 나오는 건호. 나무 기둥을 붙잡고 일어서 보지만 다리에 힘이 빠진 듯 미끄러진다.


‘후레쉬.. 후레쉬가 있을 텐데..’


주변을 살펴보는 건호, 3~4미터 앞 달빛에 반사된 후레쉬가 보인다.

힘겹게 후레쉬를 손에 잡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동물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도 같은 울음 소리가 들리자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 건호.


‘들개?’


서둘러 몸을 일으키는 건호, 옆구리를 부여 잡은 채 후레쉬를 비추며 산 아래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 한다.

얼마 가지 않아 주저 앉는 건호, 옆구리에 따뜻한 무언가 흐르는 게 느껴진다.


“부스럭.. 부스럭..”


숨을 고르는 사이 맞은 편 숲에서 들려오는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소리가 나는 나무숲을 한동안 주시하던 건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푸른 형광 빛 눈동자. 어느새 그 수가 하나 둘 늘어가고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건호는 머리끝이 곤두선다.

서서히 다가오는 동물의 모습이 달빛에 반사되어 뚜렷하게 보이는 순간.


“늑대? 늑대다!”


으르렁대는 무리 중 한 마리가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건호에게 다가온다.

식은땀을 흘리는 건호, 다가오는 늑대의 얼굴을 향해 후레쉬를 비추며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자 날카로운 무전기 잡음과 함께 갑자기 밝아진 빛에 눈을 쏘인 늑대가 깨갱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아픔도 잊은 채 맞은편 소나무 위로 뛰어 오르는 건호, 굵은 나무 가지 위에 걸 터 앉자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순간 살아온 그 어느 때 보다 필사적이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무 주위를 둘러 싸며 짖어대는 늑대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건호, 무전기를 들어 본다.


“치~직.. 재욱이 형! 들려? 재욱이 형! 소현아! 치~직.”


무전기의 잡음 만이 공허하게 들린다. 긴박한 위기에서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안도감 인지 아니면 옆구리의 출혈 때문인지 점차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건호, 나무 기둥을 잡은 채 서서히 눈이 감긴다.


“땡땡! ~ 땡땡땡!”


시끄러운 쇳소리에 눈을 뜬 건호, 나무 사이로 어른거리는 불빛이 보인다. 쇳소리

가 점차 커지자 사람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 한다.


“훠이~ 훠이~”


횃불을 휘 저으며 소리 치는 남자, 불에 놀라 주춤한 늑대들은 남자의 주위를 돌며 으르렁댄다. 늑대 무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윗옷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 남자.


“아~ 이건 아끼는 건데.”

“휙~”


늑대 무리에 던지자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온 주위에 퍼지고 깨갱거리는 소리와 함께 꼬리를 아래로 만 늑대들이 뒤로 물러 선다.

잠시 후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마리가 달아나자 나머지 늑대들 모두 숲 속으로 도망 친다.


“아~ 그 놈들.. 아까운 *조홍초만 버렸네 그려.”

남자는 아쉬운 듯 혼잣말을 하며 땅에 떨어진 횃불을 집어 든다.


“어이~ 거기! 나무 위 양반! 이제 내려 오시오! 늑대들은 다 도망 갔소.”


안도의 한 숨을 쉬며 힘겹게 나무 아래로 내려오는 건호, 횃불이 비침에도 불구 하고 남자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질 않는다.

누비진 펑퍼짐한 바지에 뒤로 묶은 긴 머리, 어렴풋한 형체만이 보일 뿐이다.


“처음 보는 행색인데 여기 사람은 아닌 듯 하네..”

신기한 듯 건호를 빤히 쳐다본다.


“아~!”


잊고 있던 통증이 다시 느껴지는 듯 옆구리를 움켜쥐는 건호.


“다친 게요? 어디 봅시다.”

남자는 횃불을 비춰 건호의 상채를 확인 한다.


“내 임시방편으로 저놈들을 물리기는 했으나 다시 몰려 올 터인데 내려 갈 수 있겠소?”

“그럽시다.”

옆구리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킨 건호가 걸음을 내 딛는다.


“아~ 이 양반 성미 급하네. 자~ 내 어깨를 잡으시오. 요 아래로 내려가면 움막이 있으니 일단 그리 갑시다.”


남자의 어깨를 잡으며 산길을 내려가는 건호, 밀려오는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조홍초: 지난해 딴 감을 발효시켜 만든 식초

늑대.jpg

#26 / 인지


최영휘 부시장을 비롯 서은규 경찰청장 및 부산 해양경찰서장 등 각 기관장들이 상황실 벽면의 대형 모니터를 주시한다.


“금일 오전 10:35분 부산 해경소속 P-71정에서 찍은 ENG 영상 입니다.”


영상 속 P-71정은 괴선박에서 날아오는 화살들과 창, 그리고 승조원들의 비명소리가 섞여 마치 아비규환처럼 참혹한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 지고 있다.


참혹한 화면 속 모습에 상황실 내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느껴지고, 영상이 끝나자 부산해경서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상황 발생 후 P-71정장을 비롯한 승조원 4인이 사망하였고 5인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미 식별 선박들은 사건 발생 직후 외해로 도주해 추적에 실패 했습니다.”


“순직하신 경찰관들께 삼가 명복을 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최 부시장이 고개를 숙인다.


"영상에 보이는 미 식별 선박이 마치 사극에서 나오는 왜적선처럼 보이는데 맞습니까?”

“ENG 영상을 토대로 생존한 P-71정 승조원들과 확인 한 바로는 5척 모두 왜선의 모습 이었다고 합니다.”

“서장님. 태풍속에서 나타난 왜적선 5척이 우리 해경 함정에 공격을 가했다는 게 믿기질 않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만 ENG영상속 모습과 생존한 승조원들의 증언이 일치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왜선의 형태를 한 거대 목선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며 왜 우리직원들을 살해 하고 도주 하였는가 입니다. 또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 하지 않도록 내해 경비를 강화해야 합니다. 순직한 우리 승조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찾아내 검거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통함과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해경서장의 목소리가 떨려 온다.


“서장님. 지금 부산 해경이 보유한 함정은 얼마나 되죠? “

“출동 가능한 함정은 500톤급 1척, 250톤 경비정 2척 모두 3척 입니다. 3000톤급 3001함을 비롯한 다수의 함정들이 태풍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 입니다."

“3척으로 부산 앞바다 모든 해역을 24시간 경비 하기에는 어렵겠군요.”


잠시 생각에 잠기는 최 부시장.


“서장님. 해군과의 협조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비상사태라 가능 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도 정보 공유 중입니다. 잠시 뒤 해군 작전사령부 사령관 강형백 중장이 방문 할 예정 입니다.”


서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군 정복을 입은 3성 장군과 보좌관으로 보이는 중령이 상황실로 들어선다.


“수고 하십니다. 해군 작전 사령부 강형백 중장입니다.”

최 부시장에게 악수를 청 하는 강 사령관.


“반갑습니다. 사령관님. 작년 관함식때 뵈었었죠.”

“네. 시장님과 함께 오셨던 걸로 기억 하고 있습니다.”


인사치레를 마친 강 사령관이 자리에 앉으며 모니터 영상을 바라본다.


“오전 다대포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보고 받았습니다. 중대한 사안이라 저희 해군 또한 비상 대기 중 입니다.”

“사령관님. 해군 역시 외부와 연락은 안되고 있나요?”


최 부시장의 질문에 상황실내 정적이 흐른다.


“군에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적의 EMP 공격도 배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원인 일 수도 있지만 군의 통신체계는 민간과 다른 독립적인 채널을 주로 사용 합니다. 지금처럼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무선, 위성 통신 채널이 마비 됐다라는 건, 단순한 기상 재해 때문이 아니라는 게 저희의 판단 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 하기 전까지 군은 데프콘1을 발령 할 계획입니다.”


“데프콘1 이라면 전시체제를 말씀 하시는 겁니까?”

강사령관의 담담한 말투에 놀라는 최 부시장.


“네. 맞습니다.”

사령관의 단호한 대답에 당황한다.


“사령관님. 아직 아무것도 확인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체제라 한다면 부산시민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부시장님. 해군의 비공식적 입장을 말씀 드리자면 지난 48시간 동안 우리는 외부와의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해군 작전사령부 산하의 모든 함대와 기동 전단들, 심지어 국방부까지 통신 두절 입니다. 이것이 뭘 뜻하는지 아십니까?”


사령관의 답변에 상황실의 분위기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은 적에 의한 공격에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는 뜻 입니다.”


인정 하고 싶지 않은 사령관의 답변에 여기 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모두가 침통해 하는 가운데 차분한 어투의 목소리로 부산경찰청장 서은규 치안정감이 말문을 연다.


“사령관님. 대통령과 국방부의 결정이 없이 데프콘을 발령 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해군만의 데프콘 발령은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아실 텐데요. 대한민국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확실한 정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추측이신 겁니까?”


경찰청장의 갑작스런 질문에 눈빛이 흔들리는 강 사령관, 서청장이 말문을 이어간다.


“현 상황에서 해군의 데프콘 발령은 부산시에 혼란만 야기 할 뿐입니다. 가장 시급한 건 외부 상황에 대한 정보 확인 입니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경찰청장의 말에 상황실내 분위기가 반전 되는 듯 한다.


“청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듯 한데 이 사태는 부산시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에 따른 군의 판단은 명확 합니다. 적의 공격으로 대한민국 영토 중 부산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그때도 이렇게 말씀 하실 겁니까?”


강형백 사령관과 서은규 경찰청장의 물러서지 않는 설전이 오가는 동안 묵묵히 지켜보던 최 부시장이 입을 연다.


“지금은 군, 경, 관 모두 하나의 힘을 모아 이 사태를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두 분의 말씀 모두 일이라 있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먼저 확인 해야 할 것은 정확한 상황 파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시를 가두고 있는 태풍을 통과 할 수 있는지 확인 하는 것이 먼저 일 듯 합니다. 일단 부산 주변 도시의 상황을 파악 한 후 전시 상황이 맞는다면 강형백 사령관님의 의견에 동의 하겠습니다. 두 분은 어떠신가요?"


최 부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강형백 사령관과 서은규 경찰청장.


“먼저 군, 경, 관 합동 TFT를 만들어 외부 상황을 확인하는 건 어떨까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다면 성과가 있지 않을 까요?”

“그렇게 하시죠 부시장님. 다만 효율적인 작전 운용을 위해 해군작전사령부를 합동본부로 했으면 합니다. 어떠십니까? 경찰청장님! 동의 하십니까?”


“좋습니다. 해경을 포함한 저희 경찰은 최대한 공조 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작전에 맞는 적임자들을 파견 하겠습니다.”




강형백 사령관에게 손을 내미는 서 청장, 마주 잡은 서로의 손에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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