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없는 이세계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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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햄스터
작품등록일 :
2024.08.22 15:25
최근연재일 :
2024.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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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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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화

DUMMY




호흡을 가로막는 불길과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수의 울음소리.


당장이라도 뒤돌아 도망쳐야 할 상황이었지만,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뒤가 아니라 앞을 향해 땅을 박차고 있었다.


“하, 허억!”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입을 열었으나, 이내 그녀의 이름을 포함한 그 무엇도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거친 호흡만 내뱉었다.


마을과 괴수에 가까워지자 뜨거운 공기와 텁텁한 연기가 순식간에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따가운 연기에 눈을 감았다시피 한 채 찡그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고, 목에서는 연신 마른기침이 튀어나왔다.


“콜록! 콜록!”


하지만, 어째선지,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내 발걸음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저기요!”


목소리를 쥐어짜듯이 그녀를 부르자, 겁도 없이 검을 들고 괴수를 향해 달려들던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뛰어오는 내 모습을 발견한 건지, 적잖게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작가 지망생?”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그녀의 위로 떨어지려는 괴수의 흉측한 발이 보였다.


[일반 스킬, 볼품없이 구르기 Lv.1을 극도로 쥐어짭니다!]

[일반 스킬, 임기응변 Lv.2의 효과로 볼품없이 구르기의 성능이 극대화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1641번째로 스킬의 시너지 효과를 발동시켰습니다 - 스킬 획득 : 나려타곤 Lv.1]

[*시스템 응용법을 발견한 최초의 만 명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몸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앞을 향해 튀어 나갔다.


파앙!


작은 파공음까지 남길 정도로.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괴수의 발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고, 또 그보다 조금 더 빨리 내 손끝에 그녀의 감촉이 닿았다.


콰앙!


내 품에 그녀가 안김과 동시에 한없이 늘어났던 시간이 돌아와 괴수의 발이 대지를 흔드는 진동이 느껴졌고, 나는 그녀와 함께 볼품없이 땅을 굴렀다.


[일반 스킬, 볼품없이 구르기가 성장합니다! Lv.1 → Lv.2]


“지,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땅을 구른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 질렀다.


“그건 제가 할 말인데요! 그리고 방금 저 아니었으면 죽을 뻔한 거 아세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녀가 검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안 돌아봤으면 애초에 위험하지도 않았거든요? ····지금 저 말리지 마세요. 저 새끼 죽어버리고 나도 죽으려니까.”


검을 얼마나 세게 쥐고 있는지, 손잡이를 붙들고 있는 손이 하얗게 질려 떨리고 있었다.


“죽긴 누가 죽습니까. 빨리 숲속으로 도망치죠.”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마을과 들판을 태우는 불빛에 반짝였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표정은,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 얼굴이었다.


“직장 동료가 죽었어요. 같이 편집장 뒷담도 까는 친한 사이였는데, 저 거지 같은 괴수가 개미처럼 발로 으깨버렸어요.”


그녀의 굳게 닫힌 입술 사이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갈 거면 혼자 도망쳐요. 죽더라도 저 새끼 몸에 칼빵은 놓고 죽어야겠으니까.”


머리를 세게 부딪친 기분이었다.


나랑 다르게 이 세상에서 소중한 걸 잃은 사람은, 내가 원했던 이 세상이 그 누구보다 증오스러울 사람의 기분은, 나로선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 어느 먼 영역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나는 그녀의 마음속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어떠한 말도 건넬 수 없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말을 건넸다.

그녀의 찢어지는 심정을 후벼팠다.


“삽시다. 살아서, 능력치를 키우고 스킬을 연마해서, 언젠가 꼭 저놈에게 복수합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요. 지금이 아니면, 난····.”

“지금은 안 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저걸 직접 죽일 수 있을 때가 되면 반드시 도륙을 내버립시다. 웅크려서, 힘을 키워서, 사지를 갈아버립시다.”


그녀가 주저앉았다.


“흐윽···· 으, 흐윽····.”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이제 내 역할은 그녀와 함께 도망쳐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크롸아아아악!”


불쾌한 굉음이 나는 방향을 바라보자, 집채만 한 괴수가 커다란 몸을 이끌며 내가 뛰어왔던 방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째서?

하필 그쪽으로?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거기! 도망쳐요!”



나는 괴수의 진로 방향의 끝에 서 있는 사내를 향해 있는 힘껏 외쳤다.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 준 사내가 당황해 미처 대응하지 못 한 사이.


콰아앙!


괴수의 흉악한 팔이 사내에게 직격했다.


사내는 앞으로 메고 있는 고블린과 함께 괴수의 주먹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당황하면서도 스킬로 막은 것인지 피를 토하긴 했지만 즉사하진 않은 모양이다.


저게 왜 갑자기 저기로 달려들었지?


괴수의 시선은 날아간 사내에서 미끄러져 고블린을 메고 있던 나머지 두 명에게로 향했다.


[특성 스킬, 눈치 보기 Lv.7이 발동됩니다]


····설마 저거 때문에?


“당장 고블린 버려요!”


이곳에서 그저 운으로 1년 이상 살아남은 것은 아닌지, 그들은 내 말을 듣자마자 메고 있던 고블린을 풀숲으로 멀리 던져버렸다.


“크뤄어어어!”


괴수는 내 예상대로 그들이 아닌 멀리 날아간 고블린을 뒤쫓기 시작했고, 이내 우리가 왔던 방향의 숲속으로 사라졌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불길과 살이 타는 악취가 진동했다.


곳곳에서 주저앉은 사람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멍하게 괴수가 사라진 숲을 응시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저기요.”


그리고, 병장기가 허무하게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 끄흡, 끄흑····.”


들고 있던 검을 놓친 여자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괴수는 한동안 이쪽으로 안 올 거예요.”


사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괴수가 달려간 방향에 아직 사내가 뒤로 메고 있던 고블린 한 마리가 남아있었으니까.


그가 살아있는 한 괴수는 마을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날아가는 새였는지, 아니면 그저 바람이었는지, 나는 내 시야를 사로잡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빛나지 않는 하늘을 아주 오랫동안 쳐다보았던 것 같다.


연기가 별과 하늘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도 칙칙한 밤을.



* * *



“그 괴수는 어떻게 됐습니까?”

“끊어진 다리 밑으로 밀어버렸습니다.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죠.”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났다.


다행히도, 내 바람대로 사내는 고블린을 멘 미끼를 자처해 괴수를 우리가 지나왔던 다리까지 유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염동력이 아니었으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도, 절벽 아래로 밀지도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저만이 할 수 있던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괴수가 사라진 뒤로 나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할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불탄 마을을 정리하고 줄어든 인원을 대신해 사냥조를 돕다 보니, 마을 사람들과 통성명도 하지 못했는데도 나는 어느새 그럭저럭 지내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 떨어진 뒤로 처음 겪어 보는 인간 대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곰팡내가 나고 딱딱하기 그지없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곳저곳 홈이 파여 있는 대들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삼 현대 문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 나 눈물이 찔끔 배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한 소리가 나는 썩은 나무 천장이 아니라 시원하고 공기 좋은 밤하늘 아래에서 자게 되었을 수도 있으니, 나는 불평하기 대신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열심히 일하기를 선택했다.


“음, 흠흠!”


이 마을에선 썩은 내가 난다.


썩은 나무로 만들어진 집과 중앙의 오래된 우물을 채운 썩은 물, 그리고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썩어 문드러진 표정.


나는 썩은 마을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요!”


저 멀리, 나는 거리의 끝자락에 선 인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사람의 인영이었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나르던 그녀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움직이는 고개에 흔들리는 뒤로 질끈 묶어 올린 단발이 눈에 익었다.


나는 그녀가 이내 내 쪽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이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나는 본체만체 짐만 옮기고 있었다.


“저기요?”


결국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서부터 계속 불렀는데, 저 못 보셨어요?”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짐을 내려놓고 허리를 톡톡 두드렸다.


“물론 봤죠, 재호 씨.”


나는 근데 왜 무시하셨어요? 라고 물으려다가, 잠자코 그녀가 놓은 짐을 들어 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들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포대기로 둘둘 쌓인 정체불명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한참을 씨름하다 결국 포기해 버렸다.


“풉.”


땀까지 삐질삐질 흘릴 정도로 열심히 들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포대기는 움직일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푸하하하하!”


그녀는 한참을 웃었다. 저 정도로 해맑게 웃을 일인가 싶을 만큼,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소리 내 웃었다.


“흐흐, 재호 씨 반응이 재밌어서요. 그래서 못 본 척했어요. 혹시 재호 씨 스탯이 어떻게 되세요?”


그러고 보니 내 상태창을 확인한 지도 꽤 지났지.


[띠링!]


[이름] : 장재호

[특성] : 중졸

[칭호] : 도망자

[체력-23 힘-13 민첩-13 지혜-16]

[일반 스킬] : 손재주 Lv.4/ 되는대로 내지르기 Lv.1/ 볼품없이 구르기 Lv.2/ 임기응변 Lv.2/ 나려타곤 Lv.1

[특성 스킬] : 자기합리화 Lv.5/ 눈치 보기 Lv.7


“그러니까···· 힘이 20 조금 안 되네요.”

“20이 조금 안 된다고요? 제가 31인데, 되게 약골이시네요.”

“예? 31이요?”


과장 조금 보태서 내 3배라고?

나보다 힘이 3배 센 게 가능한가?


[이 악물고 특성 스킬, 자기합리화 Lv.5를 발동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무려 레벨 7짜리 스킬도 있으니까.

어쩌면 스탯이 능사는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무조건 아닐 것이다.


“힘이 진짜 좋으시네요.”

“갑자기 힘도 세지고 체력도 좋아지니까, 무슨 헌터라도 된 기분이에요.”

“체력도 높으신 건가요?”

“흐흐, 재호 씨보단 높지 않을까요.”


진짜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나보다 모든 스탯이 높으면 어떡하지?


그때, 명쾌한 상태창의 소리가 들렸다.


[띠링!]


[특성 스킬, 눈치 보기의 레벨이 충분합니다 - 상대방의 눈치를 보시겠습니까?]


나는 한참 동안 상태창의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이게 뭔 개소리지?’


눈치를 얼마나 대단하게 본다고 스킬 레벨까지 따져?


나는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스킬을 사용했다.


[상대방의 눈치를 살핍니다!]


“····어?”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이 있긴 하지.

그것도 어마어마한 일이.


[이름] : 서민하

[특성] : 소드마스터

[칭호] : 복수자

[체력-34 힘-31 민첩-42 지혜-20]

[일반 스킬] : 검술 Lv.5/ 종말의 낙인 Lv.1/ 광휘도검 Lv.1/ 월영보 Lv.1/ 무도의 길 Lv.1

[특성 스킬] : 일검척군 Lv.1/ 검아일체 Lv.1/ 검의 축복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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