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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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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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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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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혜지와의 데이트(1)

DUMMY

'어... 어? 어?'


머릿속에 떠 있는 정체 모를 글귀들.


글귀들이 마치 뇌에 직접 적히는 것처럼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가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덤으로 멀미도 함께 말이다.


'욱, 뭐야 이거'


조현병 초기 증상이야? 대체 이게 뭐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문장인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공포 중 단연 으뜸은 무지에서 오는 공포라고 하지 않은가?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현상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니. 잠깐만. 그러니깐 글귀가 이게 뭐야.'



머릿속에 떠 있는 선택지들.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 잡념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그럴 게 아니라 당장 답장을'



하지만 괜스레 마음속 한편이 찝찝한 기분.


머릿속 이질적인 선택지들은 나를 온전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선택지 1: 현재 카톡에 답장한다/ 진척도 -7 ]




진척도 라는 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진척(進陟)


"일이 목적한 방향대로 진행되어 감"이라는 단어인데 그렇다면 이 선택지가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라는 것일까?


.

.

.

[목표: 혜지양과의 이성 교제]


이 선택지들의 목적성은, 그 방향성은 혜지와의 이성교제라고?



나는 다시 내 눈앞에 선택지들을 확인했다.



[선택지 1: 현재 카톡에 답장한다/ 진척도 -7 ]



'마이너스 라는 건 선택지와 반대로 가는 건가? 그렇다면 오히려 손해....'



"아니지 정신차려. 이거 뭔 상황이야."



당장의 진척도고 지랄이고 중요한 건 내 머리 속에 당장의 이상한 글씨가 박혀있다는 사실이니 거기에 집중을....



"그럼 그때 봐요. 선배"


.....



나는 말 없이 핸드폰의 전화 버튼을 눌렀다.


당장 어제도 연락했던 그 녀석에게 말이다.



띠띠띠..뚜루루루...


???: 으... 우... 왜 시발...


???: 왜 대낮부터 연락하고 지랄이야. 기분 좆같게


???: 뭐? 갑자기 돈 좀 빌려달라고? 뭐래. 너희 집 존나 잘 살잖아


???: 지갑을 잃어버려? 병신 크크크 나는 집 잘 들어갔는데


???: 응 좆 까. 절대 안 빌려줘. 꺼져


.

.

.


???: 뭐? 혜지랑 약속을 잡았다고? 네가?


???:... 거짓말 좀 적당히 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뭐야? 진짜? 다 걸고?


???:...


???: 제기랄, 그거부터 말했어야지.


???: 네 주소 불러. 당장 그쪽으로 택시 잡아줄 테니깐.




그렇게 난 그 녀석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급하게 올 수 있었다.



"야, 이게 무슨 일이야? 네가 먼저 약속을 잡았다고? 네가?"


녀석은 전날의 여운을 다 떨치지 못한 듯한 추한 몽골로 날 추궁했다.



"그게.."



유감스럽게도 이 질문에 난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도 이 상황의 전말을 알고 싶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 아무튼! 그렇게 됐어."


"하, 말하기 싫다는 거야? 그래 뭐 됐어."


"어차피 들어보자 괜히 비위나 상할 거 같아. 그래서 결론은 지갑을 잃어버린 마당에 급하게 돈 좀 빌리면서 도움 좀 받으려고 오셨다?"


"크흠"


실상은 머릿속에 보이는 선택지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을 따라온 것이지만.



"뭐? 머릿속에 글자가 보인다고?"


"기어코 우리 당찬 이가 평생 모태 독신이더니 돌아버렸구나. 너 어떤 여자라는 그년도 사실 정신병 아니야?"



죽마고우라 할 지라도 자고 일어나니 약속은 잡혀있고 머릿속에 이상한 글자가 보인다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게 뻔하지 않은가?


지금 상태에 있어선 별 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약속 시간이 5시라며? 남은 시간이 대략 2시간 정도인가?"


"여기서 혜화까지 가는 데 대략 30분이니깐 당장의 머리 만지고 옷 건들면 끝이네. 오케이"



의욕을 불태우며 옷장 문을 활짝 연 민기, 옷장에선 쓰나미처럼 옷들이 흘러넘쳤다.


'아 저렇게 많은 옷이 옷장에 들어간다고?'


당장의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옷이 널브러졌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건 개의치 않고 내 몸을 빤히 쳐다봤다.


"네가 키랑 몸무게가 몇이지?"


"나? 176에 72"


"그 정도면 어깨는 105에 허리는 32겠네. 나보다 살짝만 크게 입으면 되겠다."


그 말과 함께 능숙하게 쏟아진 옷들 사이에서 몇 개를 주섬주섬 굽고 있는 녀석,

새삼 이 녀석이 옷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이런 대목에서 체감된다.


"일단 착장은 대충 3개 정도 뽑아봤는데, 너 혹시 혜지 취향 아냐?"


"..."


"병신, 기대도 안 했다. 아무튼 그러면 대충 20대 초반들이 좋아하는 차림새들로 선별했거든? 그중 네 취향으로 입는 수밖에."


"걱정하지 마. 내가 나름 옷 장사 노련미가 있는데 네 안목 따위로 골라도 실패는 없는 완벽한 선택지들뿐이니깐."


'완벽한 선택지?'


완벽한 선택지라고?


[착장 1 / 진척도 -11]



[착장 2 / 진척도 -14]



[착장 3 / 진척도 +5]



"이딴 게 완벽?"


"어? 뭐라고?"


하마터면 속마음이 새어나갈 뻔했다.



"나 그러면 3번 착장으로 부탁할게."


"3번? 3번이면... 어?"


"....."


"...어 3번은 너무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데 2번 착장은 어때? 요즘은 저렇게 격식 없는 스트릿, 캐 트릿하게 입는 게 자연스럽고 또"


"3번."


"아니면 1번 스타일로 입어서 적당히 대학생 같은 풋풋함을 살리는 게 나이 차이도 크게 안 많이 안 나 보이는 깔끔한"


"3번."


"....."


"....."



"끄응....하필 골라도 그걸 고르냐?"


"3번"


"알겠어 새끼야 적당히 해"


"알이 새끼 옷에 별 관심도 없으면서 젤 좋은 건 어떻게 알아서"


옷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살며시 나에게 조신하게 건네는 그의 손짓.


말뿐만이 아닌 표정으로도 진심으로 근심 걱정하며 옷을 건넸다,


평상시에 옷을 아끼고 좋아하는 녀석이긴 하다만 이 정도로 극심하게 싫어하는 걸 보니 정말 좋은 옷이 맞긴 한 모양이다.


녀석은 나에게 옷을 건네며 연신 신신당부했다.


"야, 이게 다시 우리 가게에서 팔 거니깐 깔끔하게 입어라. 국물 있는 거 먹지 말고"


"알아들었어? 너는 모르겠지만 100퍼센트 캐시미어 코트에다가 그냥 털도 아니고 알파카 털이라고. 당장의 이건 주문해도 바로 못 들여와. 알겠지?"


"알겠어."


"이거 가죽들은 물 안 묻게 조심해라. 특히 첼시 부츠, 이건 소가죽도 아니고 말가죽이야. 진짜 제발 살살 신어라."


"알겠다니깐."



옷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옷은 꽤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이런 때에 "옷이 날개다" 같은 말을 붙이는 것이겠지.


내가 날개를 달아준 책사는 날개 이후에도 쉴 새 없이 나를 걱정하며 도와줬다.


"옷은 해결됐고, 그러면 너 머리는?"


"머리는 따로 예약한 곳 있어?"


"머리 그냥 드라이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 꼬락서니로? "


"...."


"그..그 정도로 심한가? 내 머리?"


"됐다. 네 아는 미용실 없으면 그냥 근처에 아는 누님 미용실 예약해 준다."


"고마워."


"아니, 애초에 너 새끼 데이트인데 내가 왜 진이 다 빠지는 거 같지. 뭐 준비한 게 하나도 없어."


"이 새끼 사실 식당도 예약 안 한 거 아니야?"


"..."


"와, 실화야?"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있다.


당장의 난 일어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인데, 식당 예약은 고사하고 당장의 술기운부터 좀 처리해야 할 입장이지 않은가?


식당이야, 근처에 있는 맛집을 대충 검색해서 찾아갈 심산이었다.


"설마 근처에 있는 아무 맛집이나 유튜브로 검색해서 찾아갈 속셈, 뭐 그딴 거 아니지?"


"....티나?"


"예후, 병신이 데이트를 해본 적이 있어야지."


"야, 스마트폰 내놔봐."


"폰? 핸드폰은 왜"


"쓰읍, 빨리 그냥 내놔! 이 새끼야."




[스마트폰을 준다/ 진척도 +3 ]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진척도 -5 ]




녀석은 내 손에서 핸드폰을 거칠게 뺏어간 뒤, 몇 번 뒤적거리며 급하게 앱들을 몇 개 깔아줬다.




"자, 이건 데이트 때 식당 예약하는 앱, 당일 예약이 되는 가게들도 있을 테니깐 찾아보고"


"이건 데이트 코스 추천인데 혹시 혜지가 걷는 거 좋아한대? 그러면 밤에 산책해도 괜찮을 텐데"


"그...몰라"


"...예휴 됐다. 뭘 기대하냐."


"그러면 여기 카페 추천 앱들인데 여기 3번째 가게, 난 여기 추천한다. 가는 길도 바로 역 앞인데 주변 건물들이 낮아서 창밖 풍경도 꽤 봐줄만해."



확실히 연애는 경험치가 전부라고 하지 않았나?


하루 종일 같이 놀 때는 몰랐지만 이 녀석의 조언들은 아예 무지 상태였던 나에게는 꽤 유의미했다.



"너무 억지로 배려해 주려고 애쓰지 마!. 그게 더 부담된다? 그냥 날씨가 아직 안 풀렸으니깐 밖에서 하는 활동만 적당히 눈치껏 해."


"사람 대하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아예 무관심한 척하라는 말은 아니고. 좋아하는 티는 내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대충 트러플향 과자 느낌으로. 0.0005퍼센트 첨가 느낌.


"네가 걜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마. 너 같은 새끼들은 그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실수해."


"그거 진짜 어떻게 하는 건데"



녀석은 마지막으로 내게 조언해 줬다.


"그건 이제 네 눈치로 해결해야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냥 하나야."


"그냥 사람 대하듯이, 딱 그 정도가 적당해. "


"그러면 얼른 내 집에서 꺼져. 옷정리 해야 돼."




까칠하게 곧장 밖으로 내쫓겨진 시간이 4시 정각, 이제는 공명 없이 혼자 해내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긴장한 마음을 애써 긴장시킨 채, 그렇게 약속 장소인 혜화를 향해갔다.



***___


시간: 5시 15분, 장소: 혜화역


아직 겨울이 다 가시지 않은 채, 싸늘한 공기를 맞으며 난 긴장감 속에 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속했으니, 등 떠밀리듯이 장소에 도착은 했으나 어제의 일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질 않으니 말이다.



'내가 대체 무슨 말로, 어떻게 약속을 잡았는지를 모르겠어.'


당장의 내가 약속을 잡았지만 이유를 전혀 갈피도 못 잡겠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그녀를 본다면 정말 대뇌가 작동을 멈출 것만 같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미치겠네.'


'...'


'야,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야?'


'...'


'하, 시발 진짜 나 정신병 있나?'



진짜 미친 척하고 머릿속에 혼자 어제 일을 물어봤지만 묵묵부답, 이 정도면 저 글귀는 진짜 내 정신병 증상이 아닌가 싶다.


자아분열이라던가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공상 소설에 나오는 흔한 소재 같은 거 말이다.


'됐다. 그냥 뭐 솔직히 기억 안 난다고 하자.'


물론 술기운에 홧김에 약속을 잡는 게 얼마나 최악인지는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의 별수가 없는 마당, 당사자 중 한 명이 내가 모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당사자인 헤지에 어제의 일을 물어보는 것뿐이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순간, 내 몸에 강렬한 직감이 스쳤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지하철 안, 그 내부의 수많은 발걸음 소리 중 유독 돋보이는 구둣발 소리.


그 구둣발 소리의 주인이 다름 아닌 혜지일 거라는 강렬한 직감이 찾아왔다.


'후, 사람같이 대하자. 사람같이'



속으로 친구 녀석의 조언을 수십 번 곱씹으며 그녀와의 인사말을 상상해 본다.



"어머,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지?"


"아, 어제는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했어."


"날씨가 상당히 춥지? 얼른 들어가자."


"밥은 먹었어? 오느냐 고생했어"



머릿속으로 인사를 시뮬레이션 돌리면서 상황을 상상하고 있을 때, 마침내 지하에서 올라오는 그녀와 스치듯이 눈을 맞이한 그 순간.



[*** ** ** ***]


.....


{* **** ****}


'...어?'


묵묵부답이었던 글귀가 또다시 나에게 선택지를 보여줬다.


터무니없는 선택지들로, 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말이다.





[인사를 먼저 하지 않는다/ 진척도 +3 ]


[아무 일 없는 척 인사한다/ 진척도 -6 ]


[왜 늦었냐고 상대방을 나무라며 욕한다/ 진척도 +7 ]


[그냥 통상적인 인사를 한다/ 진척도 -8 ]





***___


[이름: 김혜지, 나이:21 , 성별: 여성]


[대화 주체와의 관계: 대학교 선후배 사이]


[특이 사항: 짝사랑 관계]



.

.

.


[목표: 혜지양과의 이성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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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목표의 충돌 NEW 1시간 전 1 0 12쪽
9 그게 뭔 소리일까나? 24.09.17 5 0 15쪽
8 동거의 이유 24.09.16 7 0 11쪽
7 그녀의 정체 (2) 24.09.16 10 0 12쪽
6 그녀의 정체 (1) 24.09.12 19 0 12쪽
5 혜지와의 데이트 (4) 24.09.11 15 0 13쪽
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4 0 11쪽
3 혜지와의 데이트 (2) 24.09.04 13 0 9쪽
»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6 0 13쪽
1 프롤로그 24.09.01 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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