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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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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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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와의 데이트 (2)

DUMMY

'뭐야 갑자기 또 글씨가 보인다고? 이제와서?'


한 참을 고민하면서, 심지어 미친 척 하고 직접 말까지 걸어보려고 할 땐 침묵하던 의문의 선택지가 이제 와서 나타난 상황.


하지만 내가 더 어이가 없던 건 이 상황이 아닌 선택지에 있었다.




[인사를 먼저 하지 않는다/ 진척도 +3 ]


[아무 일 없는 척 인사한다/ 진척도 -6 ]


[왜 늦었냐고 상대방을 나무라며 욕한다/ 진척도 +7 ]


[그냥 통상적인 인사를 한다/ 진척도 -8 ]



'선택지가 왜 이래. 이거 맞아?'



이때까지의 선택지는 어느 정도 납득을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들이었다.


당장의 답장을 하지 말라는 선택지 또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거는 카톡 자체가 온 건 새벽이었으니깐, 새벽 카톡을 이제와서 답장하기도 뭐하잖아.'




실상을 알고 나선 이 선택지들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가졌다고 여겨 이해가 됐고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따를 수 있었던 것.


허나 이번 선택지들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 [인사를 먼저 하지 않는다/ 진척도 +3 ] *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짝사랑 상대가 왔고, 이와 눈이 스치듯 마주쳤지만 먼저 말을 걸지 말라고?'


당장의 이 선택지만 하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가 없는데 다른 선택지는 심지어 한 술 더 뜬다.




* [왜 늦었냐고 상대방을 나무라며 욕한다/ 진척도 +7 ] *



혜지와 나는 그저 그런 대학 선후배 사이일 뿐, 그다지 친한 것도 아닌데 욕이라니.


도저히 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 뿐이다.




하지만 정말 이해 못할 선택지라면 그저 선택하지 않으면 될 일, 그럼에도 내가 진심으로 혼란스러운 건 이 말도 안되는 선택지에 붙어있는 설득력 없는 진척도에 있다.



'욕을 하면서 뭐라 하면 진척도가 7이라고? 지금까지 중 제일 높잖아.'



지금까지 봤던 진척도 중에선 가장 유의미한 수치, 이 정도의 수치는 본 적이 없다.


아, 애초에 오늘 처음 보는 거구나.


문제는 내겐 이 정답을 이해할 자신도 깡도 없다는 것이겠지만.



'아니, 그것보다 원래 계획인 것들 왜 다 깎이는 건데, 고르면 안된다는 소리잖아.'




오늘 또 다시, 이 말 같지도 않은 확률들이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건 확률 뿐만이 아니었다.


또각또각


'온다 온다 온다 온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시간마저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학교에선 본 적 없는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


그녀와 나의 거리는 대략 15미터, 나에게 도달할 때까지 걸릴 시간은 대략 10초


뭐가 됐든 10초 안에 결과를 내야만 한다.



나는 10초라는 시간동안 최대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단순히 진척도로 따라가기엔 선택지들이 다 처참해.'


'아니지, 그렇다고 내가 생각한 대로 인사하면 마이너스잖아.'


'잠깐만, 상식적으로 인사 하나에 이렇게 떨어지는 것도 말이 돼?'


'그리고 애초에 내 머리 속 선택지를 믿을 수 있는 건가?'


'그나저나 예쁘네. 구두 신은 거 처음봤는데'


' 그게 아니라 진짜 무슨 대체 뭘 어떻게..'


'시발 빨리 생각 좀 제발 생각좀'



또각또각ㄸ...




"선배 미안해요. 제가 늦었죠?"



이젠 선택을 해야 한다.


비록 그 선택지가 납득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지라도.





"선배 미안해요. 제가 늦었죠? "


"....."


"선배? 선어어배?"


"....."



결국 내가 선택한 건 회피, 대답을 회피한다는 선택지였다.


사실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 자체를 회피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이 선택지 만이 납득과 계산, 그 사이의 미묘한 간격에서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기에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엥? 선어어배?"


"저기요? 저기요~~"



이 선택지가 대체 어디까지 무시해야 한다는 건지 말이다.


'어쩌지 이거'


아무래도 X된 것만 같다.



미묘한 기류 속, 그녀는 어느샌가 나에게 인사하는 걸 멈추고 날 빤히 쳐다봤다.


시선, 그녀에게서 나온 시선이 내 피부를 타고 몸에 스며드는 착각이 들었지만 이제와서 그녀를 실없게 돌아보기에도 어색한 상황.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애써 그녀를 아직 못 본 척 외면하는 것 뿐이었다.



"**, **** **?"


'잘 안 들려.'


귓가 근처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


급하게 버즈를 낀 터라 정확히 뭐라 하는 지 들리지 않지만 하나 확실하게 들리는 건 있다.


쿵 쿵 쿵 쿵 쿵


당장의 내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 하나만큼은 제대로 들린다.



'시발, 괜히 무시했어. 불안해서 이거 골랐더니.'



대답을 무시한다는 선택지가 그나마 무난해서 골랐더니 사실 이 선택지가 제일 무난하지 않다는 걸 왜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아니지, 알았으면 내가 이딴 걸 했을까.


나는 왜 이리 멍청한 걸까?


여러모로 후회가 물 밀듯이 몰려온다.



'애초에 정신병 같은 글자에 왜 의지할까. 막말로 오늘 처음 있는 일인데'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이 정신병에 의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자신이 없어서 라는 걸.



당장의 그녀와 얼떨결에 약속을 잡고, 급한 대로 옷을 입고 나와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 무엇 하나 내 스스로 한 적이 없다는 걸.



무엇 하나 스스로 한 적이 없기에, 이런 정신병에라도 의지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얘 앞에선 혼자 나설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나참, 뭐야 그 표정은?"



"...?"



어느 새 허전해진 귀를 매만지며 멍하니 바닥을 쳐다보던 내 눈 안에 들어선 그녀.


그녀는 어느 틈에 빼간 지 모르겠는 내 버즈를 손에 쥔 채 날 빤히 올려다봤다.



"뭐에요? 날 두고 딴 생각이라도 하는 중이야? 질투 나는데"



"...."



"웅?"




"어..어으어..."



사람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람을 직면하면 작동이 멈춘다고 하지 않는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녀를 마주친 그 순간, 멍하니 내려다 본 시선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가 웅크려 날 올려다본 그 순간


그리고 그녀가 예상치 못할 정도로 예뻤던 그 순간, 나의 머리는 생각을 멈췄다.



"어...왔어?"



그녀는 내 반응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나의 감정은 상정 내의 결과인 모양이다.



"그래서 뭐에요? 나 왜 무시했어?"



"그극, 온 지 몰랐어.."



"거짓말"



"오빠는 자기가 거짓말 잘하는 줄 알더라? 다 티 나는데."



"그, 그런 게 아니라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서 생각하다가"



"흐음? 진짜? 나랑 만나기로 해놓고 무슨 생각을 그리 했을까요?"



"그,그건 쿠흠"



"아, 이것도 혹시 비밀일려나?"



"어?"



"흠, 궁금하긴 한데 됐어요. 말하고 싶을 때 먼저 말해주세요."






긴 생 머리에 트위드 자켓과 테니스 스커트, 그리고 흰 티에 하이힐까지.


평소 보던 수수한 차림과는 대비되는 고혹적이고 성숙한 차림의 그녀, 익숙치 않아서인지 나의 심장은 요동쳤다.



"그러면 먼저 이 말부터 해야겠네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날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미안해요. 오빠"



"그래도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신고 온 거니깐 이해해줘요."



정중하면서도 당당한 이 태도.


사과할 일에 성의껏 사과는 하되 강한 자기애를 숨길 생각이 없는 이 모습.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혜지의 모습이자 내가 그녀에게 반했던 면모다.



"아냐, 괜찮아. 나도 오래 안 기달렸어."



"그래도 죄송한 건 죄송한거죠.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아참, 선배 아직 밥 안 먹었겠지? "



"사과의 의미로 제가 밥이라도 사는 건 좋을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선배~"



"혹시 어떤 거 드시고 싶으세요? 삼겹살? 아니면 파스타?"



"나는 그러면...."




[1.삼겹살/진척도 +3 ]



[2. 파스타/ 진척도 - 6 ]




"흠, 괜찮으면 삼겹살 먹을래?"



"헐 미쳤다."



"어?"



"저 지금 오늘 기분이 완전 삼겹살이었거든요. 그러면 제가 아는 집으로 안내할게요 선배."



"얼른 와요!"




해맑은 미소와 함께 금새 나를 앞질러 앞장 선 그녀는 하이힐이 어색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뒤를 졸래졸래 쫓아갔고 그렇게 나와 그녀의 첫 데이트는 시작됐다.



설레고 어색하며 긴장되는, 그러면서 동시에




.


.


.




"아직도 기다려야 돼? 난 참는 건 질색인데"




미치도록 당황스럽고 무서웠던 나의 첫 데이트가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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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거의 이유 24.09.1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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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녀의 정체 (1) 24.09.12 19 0 12쪽
5 혜지와의 데이트 (4) 24.09.11 14 0 13쪽
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3 0 11쪽
» 혜지와의 데이트 (2) 24.09.04 13 0 9쪽
2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5 0 13쪽
1 프롤로그 24.09.01 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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