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챦챦
작품등록일 :
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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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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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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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와의 데이트 (3)

DUMMY

요즘 들어서 보기 힘든 허름하고 간소한 외관과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삼겹살 냄새부터 왁자지껄 떠드는 어르신들의 흥에 겨운 목소리들, 그리고 가까스로 우리 옆에 튀기는 기름까지.


첫 데이트 장소라기엔 한없이 산만하고 난잡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끈적한 원형 테이블 너머 허름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앉은 그 상황이.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안에 오로지 나만이 담겨있다는 그 사실이


이번 데이트는 공공연한 첫 데이트라는 사실을 증명하니 말이다.




"여기가 좀 허름해 보여도 고기가 진짜 맛있어요. 학과 사람들이랑은 와봤는데 오빠랑은 처음 오네요."


"학과 사람들이면 태민이?"


"네. 그러고보니 오빠랑 태민 오빠랑 동기 아니에요?"


"응. 동기 맞아."


"흐음, 그렇구나. 오빠 저 궁금한 거 있으니 물어볼게요."


"오빠랑 태민 오빠는 왜 같이 안 다녀요? 혹시 싸웠어요?"



보통 '물어봐도 괜찮냐고' 돌려서 말할 터인데 정말 그녀 다운 성격의 물음이다.





"어색한 것도 있고 서로 학년이 다르잖아. 그래서 같은 수업 들을 일이 없어."


"태민 오빠가 이제 4학년이니깐....오빠가 이제 3학년이었나?"


"나 이제 2학년. 작년에 바빠서 휴학했거든."


"헐, 오빠 그러면 나랑 같은 수업 듣는 거에요? 잘됐다. 같은 수업 듣는 사람 별로 없었는데"





어색한 두 사람끼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화두가 된 것은 대학 생활


우리 둘 사이의 관계도 대학에서 맺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큼 자연스러운 대화 화제는 없을 것이다.


분명 그럴 터인데....




[선택지 1. 대화 주제를 이대로 고정한다 /진척도 - 5 ]



[선택지 2. 대화 주제를 당장에 돌린다 / 진척도 +3 ]



.

.

.



[시간에 따라 선택지 확률이 조정됩니다. 확률이 조정됩니다. ]




[선택지 1. 대화 주제를 이대로 고정한다 /진척도 - 6 ]



[선택지 2. 대화 주제를 당장에 돌린다 / 진척도 +4 ]



.

.

.


[시간에 따라 선택지 확률이 조정됩니다. 확률이 조정됩니다.]



.

.

.


[선택지 1. 대화 주제를 이대로 고정한다 /진척도 - 7 ]



[선택지 2. 대화 주제를 당장에 돌린다 / 진척도 +5 ]



.

.

.


[시간에 따라 선택지 확률이 조정됩니다. 확률이 조정됩니다.]



'뭐야? 선택지가 자꾸 확률이 바뀌는 으윽'



"흠, 그러면 오빠 시간표 장바구니 좀 보여줄 수 있어요? 가능하면 같은 수업 듣자."


"으윽"


"헐 싫어요?"


"어? 아냐 아냐. 여기"



단순히 선택지의 확률이 실시간으로 바뀔 뿐인데 받아들이는 내 입장에서는 고역이었다.



머리 속에 일어나는 두통이나 멀미까진 억지로 참는다고 참아지긴 했다만 진짜 문제는 점점 생각과 행동이 둔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감히 예상하건데 컴퓨터 하나에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돌려 그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렉이 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이 두통, 낯설지가 않은데 대체 어디서'



혜지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날 째려봤다.



"오빠 진짜 아까부터 딴 생각...아앗"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그녀의 표정, 불판 너머로 스마트폰을 건네는 사이, 기름이 그녀의 팔에 튄 모양이다.




"괜찮아? 안 다쳤어?"


"아앗, 기름이 자꾸 튀어서....괜찮아요. 오빠 저 물티슈 좀 주세요."




그녀는 물티슈로 상처 부위를 몇 번 문지르더니, 그새 다시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선택지 1. 대화 주제를 이대로 고정한다 /진척도 - 8 ]



[선택지 2. 대화 주제를 당장에 돌린다 / 진척도 +4 ]




"시간표가 이게 뭐야? 오빠 1교시가 왤캐 많아요?"



[확률을 조정합니다. 확률을 조정합니다.]



"헐, 오빠 김교수님 꺼 들어요? 이 교수님 학점 따기 완전 힘들다고 하던데.."



[확률을 조정합니다. 확률을 조정합니다.]



"흐음, 이건 나도 같이 듣는데, 저 이거 태민 오빠한테 족보 받기로 했는데 받으면 오빠도 줄게요."



"......"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머리 속에 펴져나가는 멀미감 속에서 그녀의 팔만을 바라봤고, 그녀는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팔을 몸 뒤로 숨겼다.



"아잇참, 왜 자꾸 팔을 보시는 거에요. 부끄럽게"



"미안해"



"네?"



"내가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졌거든. 그래서 잠시 생각이 딴 길에 빠진 바람에 네가 다쳤잖아."



"미안해, 진심으로."



그녀는 내 사과에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날 빤히 쳐다봤다.


.

.

.


[확률을 조정합니다. 확률을 조정합니다.]



지독한 멀미감.


아무 말 없는 고요한 침묵.


그 어색한 침묵 사이에서 우리 둘은 서로를 쳐다봤고 그 중 먼저 움직인 그녀의 입술이었다.



"오빠, 우리"



"우리 술 먹을까요?"




***_________________


저녁 11시, 삼겹살집.



"그래서 내가 손을 벌벌 떨면서 엄마한테 이제"



"어....엄마? 산타는 진짜 없어요? 했는데 갑자기 저 뒤에서 산타가 휙하고 거실 소파에서 나타나는 거야."



"헐? 진짜요? 그래서?"



"그래서 내가 봐! 누나 내가 산타 있다고 말했잖아! 라고 동네 누나한테 의기양양하게 말했거든? 머리부터 발끝까지 딱 산타인 사람이 나타나니깐~ 그때 완전 신나서"



"누나는 산타 안 믿는 그런 나쁜 일 하니깐 이제 선물 못 받는다? 부럽지~부럽지~ 놀렸는데 순간 봐 버린거야."



"뭘 봤는데요?"



"분명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산타 복장이여야 할 산타 할아버지 복숭아뼈에 히끗히끗 보이는 양말이. 그때부터 산타를 안 믿었어."



"그게 왜요?"



"그 양말, 내가 아빠 생신 선물로 드렸던 거야. 나이 5살에 이마트에서 골랐거든. 루돌프 모양이 이뻐서."



"사실 루돌프는 우리집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게 아니라 아빠 발목에 숨어서 내 눈치를 보고 있던 거지."



"하지만 난 이미 누나한테 의기양양하게 나댔잖아. 그래서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 덜덜 떨면서"



"보...봐...봐! 산타는....있지!!!있는 거야? 알겠어! 하면서 막 우기면서 방 안에 들어가고 울었어"


"하하핳! 오빠 그 나이부터 벌써 T였어? 완전 웃겨."



대화 주제를 무작정 바꾸기 위해서 꺼낸 주제는 내 어릴 적 이야기.


나는 별로 말하는 재주가 없고 유년 시절에도 그다지 재밌게 자란 기억 또한 별로 없다.


그저 평범한 가족들 아래에서 자라 그저 그런 유년 시절의 순진했던 이야기 몇 개 정도밖에 없는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술기운에 취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던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눈 앞에 상대에게 계속 칭찬을 받고 싶은 까닭일까?




비록 술에 취해 발음은 어눌했지만 그럼에도 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은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에 상대방 반응 또한 굉장히 좋았다.




너무 웃어 눈꼬리가 잔뜩 올라간 그녀는 눈가를 매만지며 나를 바라봤다.



"하아, 오빠 진짜 귀엽다."



"귀엽다니, 나만큼 진중하고 조용한 사람이 없는데"



"스스로를 그렇게 말하는 거부터가 이미 귀여운 거 알아요?"



"크흠, 놀리지마 너."



"헤에...전 귀여운 사람이 좋은데 싫어요?"



"사실 요즘 대세는 귀여운 남자지. 응응"



"하핳, 오빠 진짜 웃겨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서로의 대해 평상시라면 이야기 할 일이 없는, 영양가 없고 시시한 어릴 적 추억 이야기를 말이다.



"전 그래서 모르는 아줌마한테 엄마 찾아주세요 ㅠㅠ 하면서 동네가 떠나게 울었잖아요."



"하핫, 뭐야. 네가? 상상이 잘 안가."



"너는 어릴 때부터 사고 한번 안 치고 자랐을 줄 알았는데 미아가 됐을 줄이야. 완전 의외다."



"에이~~ 그 때는 어렸으니깐. 지금처럼 똑부러지진 않죠."



.

.

.



[병신]



"어? 지금 뭐라고 했어?"



"네? 아 그것보다 오빠 우리 아직도 친추 안한 거 알아요? 디엠 알려줘요."



"응? 응. 나 그런데 인스타 잘 안하긴 하는데"



[헛소리 말고 계정 공유하기/ 진척도: +2]



"헐, 이래 놓고 공유 안 한다고?"



"인스타 잘 안 해서 네 게시물은 좋아요를 누구보다 빨리 누를 수 있다는 소리였어."



"하하핳, 그게 뭐에요? 오빠 1등으로 댓글 안달면 연락할꺼야. 각오해요."



"그러면 댓글 안 달면 연락 해주는 거야?"



"치사하네. 아무튼 디엠 알려줘."



디엠을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또 다시 불판 위로 스마트폰을 건네는 그녀



'불판.....또 불판이네?'



[숙주의 욕망 파악 완료.]



[욕망과 목적이 부합되는 선택지를 추립니다.]


.

.

.


[상황을 분석 중. . . .]


.

.

.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어, 그래도 되나?"



"네. 교환해도 되죠...어?"



"선배 화장실 가요? 왜 갑자기 서서..어?"




'선택지? 선택지가 뭔데'



[선택지. 자리를 바꿔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 진척도 + 5]



'그거 참...내가 생각해도'



"내가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같아."



나는 비틀거리며 그녀의 자리 옆, 그녀의 어깨 곁에 붙어 자리를 앉았다.



"이러면 기름 튈 걱정이 없잖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가져가 내 인스타를 알려줬다.



"자, 여깄어."


술기운에 취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녀의 얼굴.


붉게 물든 그녀의 뒷목부터 그 잔털, 그리고 상기된 얼굴 미소와 이에 비쳐진


자리를 바꿔도 비춰보이는, 날 그대로 담은 그녀의 눈동자까지.



아까전 상황과 같았다.


우린 단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서로만을 담아내고 있었으니깐.


이제와서 단 둘이 있다고 분위기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의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바로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이


그 체취가, 느껴지는 진동의 여파가 솜털에 닿으면서 상기되니깐.



우리 둘만이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둘이 스스로 상기시켜주니 말이다.



"어....어, 오빠?"


그녀는 술잔을 들어 내 볼에 문댔다.


차갑다.


분명 불판 옆에 있어 잔뜩 데워진 소주일 터인데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당장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탓일까?


차가운 소주잔이 닿는 감각이 잠시 이탈한 내 이성을 되잡는다.



"오빠?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술잔으로 내 이성을 억지로 끌어당긴 그녀는 내 눈을 마주보며 똑바로 말했다.



"오빠 오늘 고백 안 할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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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4 0 11쪽
3 혜지와의 데이트 (2) 24.09.04 13 0 9쪽
2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5 0 13쪽
1 프롤로그 24.09.01 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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